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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21)

카지모도 2023. 10. 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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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령군수가 순경사 온다는 노문을 본 뒤 백성들을 내세워서 연로의 치도를 시

키고 관속들을 내보내서 지경에 등대를 시키고 순경사의 사처를 친히 나와서 간

검하고 순경사의 조석 지공을 각별히 하라 색리에게 신칙하였다. 순경사가 이틀

밤을 해주서 자고 또 이틀길로 재령에 왔다. 재령읍에 들어올 때 해가 아직 높

이 있었으나 다음날 숙소참 봉산읍이 하룻길이 알맞은데 구태여 엇참을 댈 까닭

이 없으므로 재령읍에서 그대로 숙소하게 되었다. 순경사가 사처로 나와 보는

군수를 데리고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듣기도 하다가 관청색의 진배

하는 저녁밥을 먹고 군수가 동헌으로 들어간 뒤 곧 취침하려고 의관을 벗을 때

기생 하나가 밖에 와서 문안을 드린다고 하여 불러들여 보니 곧 초운이었다. “너

이거 의외로구나. 그래 네 어미 병은 어떠냐?” “천행으로 좋은 의원을 만나서

병을 돌렸답니다. 지금 보아서는 죽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거 다행한 일이

다. 그래 저렇게 싱글벙글 좋아하는구나.”“저 좋아하는 속을 사또는 다 모르세

요.” “나 모르는 좋은 일이 또 무어냐? 말해라.” “싫어요. 말씀 안하겠어요.

” “버르쟁이 없이 굴지 말구 얼른 말해라.” “역정을 내시면 말씀하지요. 사

또를 다시 뵈니 좋아서 맘이 가득해요.” “네가 예 와서 말주변이 늘었구나. 해

주서는 묻는 말 대답두 변변히 못하더니.” “해주는서는 하루 통히 굶고 머리

싸고 누었던 끝이니 생기가 날 까닭이 있습니까.” “오늘 밤 생기가 난 때 다

시 한번 수청을 들겠느냐?”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입니다.” “네 자리옷을 가

져와야겠지. 사람 하나 불러주랴.” “지금 초저녁인데 어느새 취침하실랍니까.

길이 삐치셔서 곤하십니까?” “비가 오는 바람에 잠은 달아났지만 이왕 잘 차

비를 차렸으니 일찍 누워보자.” “약주 한잔 안 잡수시렵니까?”.“술이 어디

있느냐?” “잡수신다면 제가 나가서 한 병 사들구 오겠습니다.” “술은 싫

지 않지만 치운데 나갈 것 없다. 고만두어라.” “자리옷도 제가 가서 찾아와야

합니다. 이왕 나가는 길에 사가지고 오지요.” “그럼 술만 몇잔 사가지구 오너

라. 안주는 찬합에 포쪽이 있다.”“지금 가서 한손에 술병 들고 한옆에 옷보퉁

이 끼고 오겠습니다.”초운이가 간 지 한식경이 못되어서 주안 한 상을 사람을

시켜 들려가지구 왔다. “이게 왠 주안이냐? 출처를 모르구는 안 먹겠다.” “제

가 사또께 드리려고 아까 올 때 오라비에게 부탁을 해두고 왔었습니다.” “네

오라비는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 “장교를 다닙니다. 사또께서 재령서 군사를

조발하자면 제 오라비도 사또 휘하에 따라가게 된다고 오라비는 은근히 바라는

모양이지만 도둑놈하고 접전한단 소리에 앓던 어미는 그렇게 될까봐 겁을 더럭

더럭 냅니다.” “너는 뉘 편을 드느냐. 어미 편이냐, 오라비 편이냐?” “제야

물론 어미 편입지요. 앓는 어미를 두고 전장에 가라고 오라비 편을 들 리가 있

습니까.” “그럼 네 오라비를 데리구 가지 말아달라구 나를 주안 대접하는게

냐?” “지가 사또께 술을 안 들이면 그만 청을 못합니까. 그런 정 밖의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야속합니다.” “그럼 정으루 주는 술을 먹을 테니 상을

이리 가져오너라.” 순경사가 술을 서너 잔을 먹고 고만두려고 하다가 초운이

권에 못이겨 예닐곱 잔 가량 먹었다. 초운이가 주안상을 물려내서 들려가지고

왔던 사람을 주어 보낸뒤 순경사가 앞에 외서 “얼마 잡숫지도 않으시는 걸 공

연히 잠만 일찍 못 주무시게 해서 황송합니다.”하고 사과하듯 말하였다. 순경사

가 그 말대답은 안 하고 “자리옷은 어쨌느냐?”하고 물으니 “저기 있습니다.

”하고 초운이가 윗간 구석을 가리켰다. “옷을 바구어 입어라.”“주무실랍니

까? 그럼 먼저 누우십시오.” 초운이가 윗간에 내려가서 자리옷을 바꾸어 입는

동안 순경사는 눕지 않고 앉아 있다가 초운이가 다시 아랫간에 와서 촛불을 물

리려고 할때에 순경사가 아직 그대로 놓아두고 앉으라고 명한뒤 초운이의 무릎

을 당겨 베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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