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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23)

카지모도 2023. 10. 9.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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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석골서 내행을 박연중이에게로 치송하던 날이 순경사가 재령 도착하던 날과

한날이었다. 청석골 내행이 박연중이 사는 동네에 들어갔을 때 박연중이가 이춘

동이더러만 반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싫은 내색

을 보이지 않고 온채집 세 채와 망 일곱과 그외의 방 둘을 억지로 변통하여 근

사십명 일행을 안돈을 시키었다. 박연중이 사는 동네가 땅은 해주에 붙었으나

읍은 재령이 가까워서 재령 읍내장을 보는 곳인데 청석골 일행이 온 뒤 장날 장

에 갔다온 사람이 재령 읍내에 순경사가 와서 묵는다더라고 말하여 다심한 늙은

이 박연중이가 순경사의 동정을 자세히 알아보려고 맘을 먹고 이춘동이 한온이

두 사람을 불러가지고 의논하였다. 황천왕동이는 내행을 따라왔다가 안돈들 하

는 것만 보고 청석골로 도로 갔었다. 세 사람이 알아볼 도리를 의논한 끝에 이

춘동이가 재령읍에서 멀지 않은 촌에 사는 처남을 찾아가 보고 부탁하게 되었

다. 이춘동이의 처남은 재령서 통인을 다니다가 어느 퇴리의 데릴사위가 되어

처가살이를 하는 사람이라 저의 이력이 있는 위에 장인의 반연까지 있어서 재령

홍살문 안 일은 무슨 일이든지 알아낼 수가 있었다. 이춘동이가 처남 장가갈 때

와서 처남의 장인도 인사하고 처남의 댁도 상면하여 다 아는 처지인데 그 집에

와서 들어가지 않고 처남을 밖으로 불러내었다. “형님, 오래간만이오. 어서 들

어가십시다.” 하고 처남이 집으로 들어가자고 끄는 것을 “내가 길이 바쁜데

들어가면 자연 지체가 될 터이니 못 들어가겠네. 자네가 나하구 같이 읍으루 들

어가세.” 하고 이춘동이가 뒤쪽으로 처남을 끌고 읍으로 들어오며 길에서 온

사연을 이야기하였다. 읍에 들어와서 이춘동이는 어느 술집에 들어앉고 처남은

순경사의 동정을 알아보러 갔다. 처남은 가장 쉽사리 알아보고 왔지만 이춘동이

는 퍽으나 오래 기다린 듯하였다. 이춘동이가 술집에서 나와서 이번에는 자기가

돌아갈 길로 처남을 끌고 오며 역시 길에서 처남의 이야기를 들었다. 순경사가

열이튿날 왔는데 하룻밤 자고 바로 봉산으로 간다고 하더니 열사흗날 아침에 갑

자기 노독이 났다고 누워서 일어나지 않고 봉산군수를 오라고 기별하였던지 열

나흗날 봉산군수가 와서 순경사 사처에서 본군수까지 셋이 한동안 밀담한 후 순

경사는 그날 바로 각처에 관자를 부치고 봉산군수는 그 이튿날 봉산으로 돌아가

고 또 본군수는 그 뒤부터 군사 조발할 준비를 차린다는 것이 이야기의 대강이

었다. 처남이 이야기를 마친 뒤에 “순경사가 지금두 노독으루 앓는다던가?”

하고 이춘동이가 물으니 처남은 고개를 가로 흔들면서 “처음부터 멀쩡한 사람

이 노독이 났다구 핑계하구 한 이틀 동안 자리보전하구 지냈답디다.” 하고 대

답하였다. “가려구 예정한 길을 갑자기 병 핑계하구 한 이틀 동안 안 간 건 무

슨 속내가 있는 일이겠지. 그 속내를 알아봤나?” “재령 장교 김전돌이란 사람

의 누이가 해주 감영 기생인데 순경사가 말미를 얻어주어서 먼저 그 오라비에게

와 있다가 순경사 오던 날부터 밤마다 수청을 든답디다. 순경사가 재령서 유진

하는 건 그 기생 때문이라구 말들 합디다.” “순경사가 기생에게 반해서 묵을

일 없는 데서 묵는단 말인가. 그게 속내 모르구 하는 말들 아닐까?” “무슨 속

내가 또 있는진 몰라두 관가 일을 제일 잘 아는 통방에서 그렇게들 말합디다.”

“순경사 일은 재령 관가 일이 아니니까 통방에서 잘 알지 못하기두 쉽지만 설

혹 알더라두 말을 내서 못쓸 일이면 자네더러 말할 리 없겠지.” “말이 나면

목이 달아날 일이라두 나를 기이구 말 안할 린 없을게요.” “그래 다른 이야기

더 들을 건 없나?” “들은 이야기는 그뿐이오.” “그럼 고만 자네는 들어가게.

나는 나대루 가겠네.” “내가 집에를 잠깐 다녀올 테니 형님 여기서 좀 기다리

시우.” “왜 그러나?” “나두 형님하구 같이 가서 누님 좀 보구 오겠소.” “

이번에는 고만두구 이 다음에 와서 보게.” “누님이 대체 지금 어디 기시우?

그거나 좀 가르쳐 주구 가시우.” “지금은 집두 절두 없이 떠도는 셈일세. 어디

든지 가서 자리를 잡구 살게 된 뒤 자네게 기별함세.” 이춘동이가 처남을 작별

한 뒤는 걸음을 부지런히 떼어놓았다. 부지런히 오건만 중간 지체에 하루해가

걸려서 이른 아침 먹고 나온 사람이 저녁 해질 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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