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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22)

카지모도 2023. 10. 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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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운이가 순경사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지가 이번 사또 덕택에 ”하고 말

을 내다가 별안간 “사또란 칭호가 듣기 좋으세요?”하고 딴소리를 물어서 “그

건 무슨 소리냐?”하고 순경사가 되물었다. “제 맘에는 사또라고 부르는게 영

감마님이라고 부르는 것만 못 할 듯해요. 정다워 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인제부

터 영감마님이라고 부를까요?” “영감에 마님까지 받치지 않으면 더 정답지요.

그럼 영감이라고만 부를 테니 꾸중 마세요.” “오냐, 남 듣는 데만 그렇게 홀하

게 부르지 마라.” “남 듣는 데는 사또라 부르지요.” “그래 내 덕에 무에 어

쨌단 말이냐?” “영감 덕택으로 올해에는 모녀 남매 한데 모여서 설을 쇠게 되었

세요.” “말미를 얼마나 얻었기에 여기서 설까지 쇠게 되느냐?” “한 달 얻었

세요.” “많이 얻었구나.” “아주 특별한 일이에요. 말미 못 얻게 훼방놀던 행

수년이 용심이 나서 죽으려고 하겠지요.” “네 어미 병이 나아두 말미

기한을 다 채우구 갈 테냐?” “그러먼요. 그 얻기 어려운 말미를 하루라

도 썩일 까닭있세요. 꼭 정월 초아흐렛날 여기서 떠날 작정인데요.” “내 덕으

루 알거든 설 떡국 먹을 때 내 생각이냐 해라.” “영감께서는 어디 가서 설을

쇠시겠세요?” “어디가서 쇨는지 나두 모른다.” “만일 황해도 내에서 설을

쇠시거든 지가 흔떡 싸가지고 쫓아갈까요?” “그럼 작히나 고마울까.” “설에

쫓아갈 것 없이 이번에 아주 영감 가실데를 앞질러 가서 등대하고 있을까요?”

“그러면 더욱 고맙지.” “영감께서 바깥 물론만 꺼리시지 않는다면 지가 가겠

세요.” “성가신 물의만 없으면 내가 너를 꿰어차구라두 가겠다.” “여기서 며

칠 동안 묵으시면 공사가 낭팹니까?” “며칠 동안 더 묵는다구 낭패될 건 없지

만 일없이 묵울 까닭이 있느냐.” “낭패만 없으시거든 묵으세요. 단 며칠이라도

더 뫼시고 지냈으면 좋겠세요.” “글쎄, 어디 생각해 보자. 머릿속이 가려우니

좀 긁어다우.” “머리를 긁어 드릴께 여기서 묵으시도록 잘 생각하세요.” 초

운이가 순경사의 탕건을 벗기고 머리를 긁다가 “영감 머리에 신털이 많습니다.

”하고 호들갑스럽게 말하였다. “왜 신털을 보니까 정이 떨어지느냐?” “영감

을 언제 젊으신 양반으로 알았을세 말이지요.”“그럼 나를 늙은이로 보았단 말

이냐?” “늙은이는 아니시라도 사십은 넘으셨지요.” “머리속이 시원하니까

잠이 오는구나.” “그럼 자리에 가 누우세요.” 그 밤을 지내고 이튿날 식전에

순경사는 노독이 났다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먼저 노문을 놓은 봉산

에는 풍한에 촉상되어서 수일 조리 후에 간다고 기별을 띄웠다. 봉산군수 이흠

례가 순경사의 기별을 받고 문후하기 겸 기병할 방침을 취품하려고 재령을 왔

다. 순경사는 병중이라 옹금하고 앉아서 봉산군수를 접견하였다. 이흠례가 마산

리에서 봉패한 원인을 말하는데, 도적을 업신여긴 것과 계책을 미리 정하지 않

은 것과 지리를 상세히 알지 못한 것과 군기가 해이한 것과 지휘와 호령이 한

사람에게서 나지 못한 것을 열거하고 이번에 순경사가 열읍 군병을 통솔하고 청

석골을 공격하면 일거에 소탕할 수 있으나 다만 청석골이 강원도 지경에서 멀지

않고 강원도에도 적굴이 있어 도적들이 강원도로 도주할 염려가 불무한즉 강원

도 순경사에게 통기하여 양도 접경을 방비하게 한 후 청석골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득책이라고 진술하였다. 순경사는 재령을 아직 떠나기 싫은 욕심에 이흠례

의 말을 유리한 말이라고 허여하고 본쉬와도 상의한다고 재령군수까지 불러내었

다. 순경사가 두 군수와 상의한 결과 7일 후인 20일까지 양도 접경을 방비하여

달라고 강원도 순경사에게 통첩을 보내고 서흥부사와 평산부사에게 각기 기병할

준비를 차리고 등대들 하라고, 금교찰방에게 적굴 동정을 상세히 염탐하라고, 또

풍천부사가 군사에 익다고 하므로 풍천서 기병하여 20일 이내에 재령으로 오라

고 각각 관자를 부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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