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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24)

카지모도 2023. 10.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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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중이가 한온이와 같이 앉아서 심심풀이로 기묘년의 이문목견한 일을 이야

기하여 들리는 중에 이춘동이가 돌아와서 옛날 이야기는 끝 안난 채 고만두고

이춘동이의 알아온 순경사 이야기를 같이 들었다. 이춘동이의 이야기를 다 들은

뒤 한온이는 대번에 “큰일났네. 우리들 여기 와 있는 소문이 순경사 귀에 들어

간 겔세.” 하고 말하고 박연중이도 한온이의 말 뒤를 받아서 “그런 염려가 없

지 않은 걸. 그렇이 않으면 재령 와서 묵을 까닭이 있다구. 기생 때문에 묵는다

는 건 말이 안되는 것이 해주서 친한 기생이면 해주서 데리구 놀지 구차스럽게

말미를 얻어줘서 재령으루 보낼 까닭이 있나. 순경사가 감사에게 절제받는 관원

이 아닌데 감사가 무서워서 해주서 묵지 못할까. 그러구 순경사가 아무리 호색

하는 사람이래두 공무를 돌보지 않구 기생 때문에 묵을 린 만무한 겔세.” 하고

말하였다. 이춘동이가 한온이를 보고 “나두 처음에는 자네 말하는 것 같은 의

심이 들었는데 곰곰 생각을 해보니 그런 건 아닌 듯하네. 만일 우리 여기 와 있

는 것이 소문이 나서 순경사가 알았다면 여기를 벌써 와서 들이쳤지 이때까지

가만 있을 겐가?” 하고 말하는데 한온이가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어째 그렇

지 않단 말인가?” “우리의 허실을 자세히 몰라서 선뜻 들이치지 못하는 게지.

” “순경사 휘하의 경병이 오십 명이라두 재령서 군총을 뽑으면 적어두 이삼백

명을 뽑을 텐데 그걸 가지구 조그만 산촌 하나 들이칠 엄두를 내지 못하겠나?”

“마산리는 대처라 오백여 명이 몰려갔나! 내 생각엔 마산리에서 봉패한 것이

전감이 되어서 단단히 준비하느라구 지체하는 것 같애. 우선 관자를 각처에 붙

였다는 것이 각처 군사를 모아들이는 것이겠지 별것이겠나.” “글쎄 자네 말을

들으니 그럴 듯두 한데.” 하고 이춘동이가 박연중이를 돌아보고 “만일 그렇다

면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나는 내 식구두 안전하게 보호할

재주가 없으니 청석골다가 기별해보게.” 하고 박연중이가 대답하였다. 기별을

하려면 한 시각이라도 빨리 하는 것이 수라고 세 사람 의론이 일치하여 이춘동

이가 그날 밤에 밤길로 떠나게 되었다. 두목, 졸개의 손재주 있는 사람을 뽑아

서 도회청 넓은 대청에서 헌 군기들을 수보시키는데 김산이가 일을 하는 것을

동독하고 있는 중에 한눈팔던 졸개 하나가 급한 말로 “마산리 이두령이 오십니

다.” 하고 말하여 “이두령이 오시다니?” 하고 김산이가 밖을 내다보니 이춘

동이가 도회청 옆을 지나서 대장 사랑으로 올라가는데 의복이 휘주근할 뿐 아니

라 사람도 의복같이 풀기가 없었다. 오지 않을 사람의 오는 것이 놀랍고 기운

씩씩한 사람의 기운 숙은 것이 이 더욱 놀라워서 김산이는 황황히 뛰어나오며

“춘동이 자네 왠일인가?” 하고 소리치고 이춘동이가 걸음을 멈추고 서는데 쫓

아오며 또 “자네 어째 오나?” 하고 물었다. “일이 있어 오네.” “무슨 일?”

“한두 마디루 이야기할 일이 못되니 대장 사랑으루 가세.” “대관절 거기 별

연고는 없나?” “아직은 아무 연고 없네.” “그런데 나는 자네 오는 걸 보구

무슨 큰 연고나 있는 줄 알구 깜짝 놀랐네. 식구 없는 내가 이럴 젠 식구 있는

사람들은 더할 것일세.” “내가 맡아가지구 간 식구들을 내버리구 오는 줄루

알았나?” “자네 모양을 보구 방정맞은 생각이 왈칵 났었네.” “내 모양이 무

슨 일을 당하구 오는 사람 같은가?” “자네가 풀기가 하나두 없으니 웬 일인

가?” “어제 밤새두룩 밤길을 걸어오구 게다가 오늘 아침을 잘못 먹어서 지금

기운이 없어 죽을 지경일세.” “기운이 없는데 이러구 섰지 말구 어서 대장 사

랑으루 가게.” “자네는 왜 안 가려나?” “나는 지금 여러 사람 일을 시키는

중이라 못 가겠네.” “무슨 일인가?” “헌 군기 손질시키는 거야.” “내 이야

기는 안 들을라나?” “여럿이 같이 들을 이야기면 나두 오라고 부르겠지. 나는

이따가 부르거든 갈 테니 자네 먼저 가게.” 김산이는 도회청으로 도로 들어가

고 이춘동이만 꺽정이 사랑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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