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43 1992. 9. 1 (화)
"무의식은 우리의 개인적, 집단적 체험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할수 없게 되어버린 온갖 것을 던져 올려 놓아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다락방과 같은 것이다.
자연은 결코 우리를 속이려하지 않는다.
우리도 우리 자신을 속이려 하는 법이 없다.
단지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혼란스러운 자료와 정서를 한꺼번에 처리해 내지를 못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무의식의 다락방에 위임하는 것이다"
-유리로 만들어진 세상-
날이 저문다. 바다는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한다. 만조.
나는 그 제방의 끝, 바다가 빌려오는 그 경계선에서 가이없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서 있다.
점점 파도가 밀려온다. 넓고넓은 갯가, 그 제방의 끝, 두려움-
저 편 육지를 향하여 달려간다.
점점 파도는 밀려와 달려가는 발목에 찰랑거린다.
흑백의 영상.
아무도 없는 그 흑백의 영상에는 맨발로 도망가는 나의 삶과 그리고 나를 쫓는 그 파도, 어마어마한 심연을 갖고 있는 그 파도만이 등장하고 있다.
어허이, 어허이, 나는 무엇인가.
나를 이리도 구체적으로 지배하는바,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16644 1992. 9. 2 (수)
어제 방지시설 들어오다.
적어도 CT용에게 일을 맡기면 책임감으로 그것을 수행한다.
국세환급이라는 돈.
자그만치 100만원가량.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로 媛네의 주식 1500주에 관한 것이다.
형에게 전화하여보니 찾아 써도 좋을거라고.
공돈 100만원....
나는 컴퓨터를 열망한다.
그러나 이 결정권은 독선의 J에게 있음.
16645 1992. 9. 3 (목)
내게 아주 잘맞는 옷처럼, 정말 마음이 편하여 공연히 평화로운 기분이 넘쳐나는 환경.
산다는 것이 즐거워지는 분위기의 환경.
내게는 그 환경이란 어떤 문화적인 색채의 분위기이다.
색채감 가득한 거리, 상점들까지 간판 하나하나에도 감각이 깃들어 있고, 도로에는 절대로 차가 다녀서는 안된다.
서울 인사동이나 동숭동쯤?, 빠리의 몽파르나스? 런던의 소호거리? 혹은 뉴욕의 그리니치거리?
아무 곳에도 가본 적 없으면서도 나는 그런 곳을 꿈꾼다.
꿈꾸는 바 내 거주하는 거주구의 공간도 단연코 소박함과 단순함이다.
청결하여 장판 바른 바닥의 콩기름냄새, 툇문을 열면 청결한 쪽마루, 그너머 빗질 자욱 선명한 한뼘 마당이 건너다 보인다.
늦더위.
꿈- 얼마 전 죽은 이영환이 안팔리는 아파트를 교활하게 내게 팔아먹고, 서울서 내려온 김영회 이강우등 중학친구들은 여관집같은 우리집에 묵새기는데, 어머니는 못마땅해 하시고, 그곳은 보생의원, 애순이와 함안댁.
아침 놀이 저토록 붉으니 오늘도 더울 것이고.
시편읽고 기도.
16646 1992. 9. 4 (금)
회사를 쉬는 한낮, 소주와 맥주에 불쾌하게 취하여가는 그 나른한 어두움. 이런 술은 전혀 즐거운 것이 아니다.
시나브로 깨어가는 그 휘뿌윰한 의식은 참 싫기도 하려니와 서서히 되돌아오는 어떤 자의식의 부끄러움은 징그럽기까지 하다.
술은 삼빡하게 취하고, 그 취한 상태가 수면까지 유지되어 술이 깨는 것은 잠잘 때 이루어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꿈- 스포츠서울에 연재되는 죽은 남매가수 장현, 장덕의 어머니 이숙희라는 여인이 등장.
우습게 허영덩어리이고 좀 모자라는 여인.
英이 어릴 때 모습 그대로 출연, 형과 媛이와 사촌들...
아, 꿈의 숲 속에서 나는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걸까.
16647 1992. 9. 5 (토)
올 늦더위는 유별나다.
태풍이라도 한차례 몰아쳐서 잔염을 씻어가기 전에는 언제까지 더위는 계속될지 모르는데, 15호 태풍도 한반도를 비껴간다.
며칠 남지않은 올 추석은 중추가절의 멋은커녕 염천의 명절이 되지나 않을는지.
英이는 寧日도 없이 매일 10시 귀가.
俊이의 자세와 성격의 어떤 부분은 부모를 걱정스럽게 한다.
꿈- 허영길씨 등장, 김동규씨와 오버랩되고.
지하철역, 동래행.
국민학교 뒷꼍의 움막집, 나는 누나와 누나 애인을 위하여 누군가를 총을 쏴 죽이고 그곳에 숨어있다.
자살준비, 그러다가 위의 사람들을 만난다.
16648 1992. 9. 6 (일)
호승심이 지배하는 바둑.
바둑의 국면을 냉철하게 조망하면서 두어야하는데 저급한 호승심이 조잡한 바둑판을 맍들고야 만다.
하수의 내 바둑, 수준이 좀 늘어나기는 애시당초 틀려 먹었다.
새벽 태종대.
16649 1992. 9. 7 (월)
'퐁네프의 연인들'
단 세사람의 출연자로서 순수한 사랑이라는 명제를 아름답게 드러내 보인 영화.
보통 상식인의 장식과 치장이 필요없는 순결한 떠돌이 알렉스 보강, "아무도 내게 잊어버리는 법을 가르처주지 않았어!"하며 자신의 손가락에 방아쇠를 당기는 부랑아 알렉스.
레오 카락스는 퐁네프의 다리라는 한정된 공간을 하나의 화폭으로 만들었다.
미셀과 알렉스를 열연한 쥬리엣 비노쉬와 데니 라방.
파리의 하늘을 불꽃놀이가 환호할 때, 그들 연인은 다리 위에서 춤을 춘다.
절망하는 여자와 기뻐하는 남자가.
남을 사랑할수 있는 원시적인 힘.
그 힘을 갖고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대부분 우리 관계 속의 사람들은 이미 그 원시적인 힘을 상실하고 있다.
슬픈 '군거적 순종의 원리'
알렉스 보강, 알렉스 보강.
나는 그가 부러웁고 그가 그리웁다.
그는 내게서 사라진 그 힘을 갖고있는 원시인이다.
J, 나의 끈질긴 설득에 컴퓨터 구입 쪽으로 마음을 돌려 먹는 중.
16550 1992. 9. 8 (화)
'유리로 만들어진 세상'
정신분석의가 신이 될 수는 없지만..
여기서 신이라는 의미는 전능의 절대자로서가 아니라, 영혼의 절망을 치유할수 있는 역할자의 의미.
융과 마그다의 대결 과정에서 유사한 악덕이 시술자나 피술자에게서 동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악덕끼리의 불꽃 튀는 충돌에서 절망으로부터의 탈출이 가능하여 진다는 이것, 여기에 정신분석의 오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카타르시스와는 다른 무엇.
에리히 프롬은 그의'정신분석과 종교'에서 넌지시 종교라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리적인 현상이라고 암시를 하여 놓고서는 정신분석의를 신의 자리에 슬며시 앉게 하였다는 인상....
PS곤 부친 별세.
오늘은 JN영, KH근과 함께 충무에 문상 갈 예정.
새벽3시30분.
로마서, 기도.
16651 1992. 9. 9 (수)
동서남북으로 뚫린 도로망은 국토를 좁게 만들었다.
옛날 몇날 며칠 걸려야 갈수 있었던 곳이 이제는 수시간 안에 갈 수 있다.
차만 있다면 한반도의 어디라도 하루면 가능하다.
KH근이의 차타고 그 도로를 달려서 바다가 호수처럼 가두어져 있는 안온한 풍경의 마을, PS곤의 상가를 간다.
여든 한해.
나이 들어 임종하는 자리에 올때마다 나는 이른넷의 내 어머니를 가슴에 느끼지 않을수가 없다.
W.S.규도 연락이 닿고.
늦은 시각 부산 돌아와 차는 서면 주차장에 박아놓고 생선횟집에서 소주를 마신다.
겨우 일어난 아침.
비 흩뿌리고 무더위는 기가 꺾였다.
英이 어제 SEA SOUND 공연.
俊이의 컴퓨터는 전산실 장과장 자문을 얻어서 486 DX를 구입키로 방향을 바꾼다.
내일부터는 추석 연휴.
16652 1992. 9. 10 (목)
더위는 그 기세가 꺾이고, 흐린 날씨는 그예 비를 내리게 한다.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한가위, 추석 명절의 전날.
선물 꾸러미와 상품권이 오가고, 상여금을 수령하고.
마음들은 아이가 아니더라도 들뜨게 마련이다.
비내리는 퇴근길, 택시타고 동삼동와서 SJ엽, LD찬씨등과 몇잔의 맥주.
16653 1992. 9. 11 (금)
'마농의 샘' 이브 몽땅의 마지막 출연 작품이라는 프랑스 영화.
프로방스의 농촌에서 일어난 가족사, 이기심과 성실함, 죽음 그리고 인과응보의 결말.
늦가을 정취에 알맞는 쓸쓸한 라스트 신.
추석 전날.
가을 밤하늘에는 둥글고 둥근 달이 두덩실 뜨고, 바다는 그 빛을 받아 금빛으로 부서진다.
16654 1992. 9. 12 (토)
한가위 명절, 피붙이들 어머니 곁에 모인다.
가야숙모와 D은이도.
형과 양주 한병 남짓 비우고 사직동 처가에.
그곳 또한 장인어른 곁에 피붙이들 모인다.
이것이 명절이다.
노처녀 큰처제 J욱이, 잘생긴 그 얼굴에 이제 중년의 주름이 보인다.
거리는 한산하지만 그래도 도심 극장가에는 젊은 인파가 끓는다.
알세이느 루팡, 俊.
열쇠가 없어서 문앞에 난감하게 서서 신경질을 북돋울 필요가 없다.
우유구멍으로 손을 넣어 우산을 찾아쥐고, 거리를 가늠하여 달그락거리더니 찰칵하고 마술처럼 문이 열린다.
세사미! 알세이느 루팡.
귀하게 여겼던 내 책, 처가에서 가져온다.
'세계전후 희곡 시나리오 전집'
칼 비트링거의 '은하수를 아시나요' 훼데리코 훼리니 '길' 그외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열두 노한들' 등 주옥같은 희곡과 시나리오들이 들어있는 책.
내 젊음이 한때 흠취하여 가슴 떨며 보았던 다 떨어진 낡은 책이다.
16655 1992. 9. 13 (일)
연변의 조선족, TV 화면으로 보는 그들에게서 나는 진한 향수를 느낀다.
치마 저고리입은 순박한 내 옛사람들이 거기에 있다.
버스를 타고 낯선 촌마을을 지나가다가 문득 눈에 띠는 돌담 모퉁이에서, 또는 북한의 어떤 풍경을 TV화면에서 마주치고서는 몸서리나게 향수의 그리움에 젖는다.
나는 시골에서 생활하여 본 적도 없고, 촌의 풍습을 접해본적도 없지만, 그런 풍경화는 문득문득 아련한 기억 속의 분위기가 그리워 몸을 떠는 것이다.
조선사람의 공통된 정취가 집단무의식으로 남아있는겐지...
추적추적 비내려 태종대행은 포기.
목욕하고 내 방에 앉아 빗소리 들으며 소리내어 로마서 읽는다.
16656 1992. 9. 14 (월)
밖에서는 비내리고 마루에서는 가시버시 마주 앉아 고스톱을 친다.
돈이 걸린 화투놀이는 긴장이 있다.
결국 2만여원을 J에게 잃은채 1시경 판을 접는다.
모처럼 英이도 교회에서 일찍 돌아 온 오후.
나는 내 방에 앉아서 카세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들척이면서 술을 마신다.
연휴의 끝 날을 그렇게 후줄근히 취하여 젖어가면서 저물어 보내고, 12시쯤 눈이 떠져 그 후부터 뒤척이며 꿈 속을 헤맨다.
나비부인, 레나타 테발디의 애절한 소프라노.
16657 1992. 9. 15 (화)
한 사나흘 쉬다가 사무실에 나가면, 다소 아득한 기분이 된다.
사무실의 분위기에 내 리듬을 조율하여 맞추는 데는 그래서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구입할 컴퓨터 사양을 정리한다.
486 DX.
기본사양을 조금 올리고, MODEM과 SOUND CARD를 포함하여 약 190만원선.
문제는 장비의 질이 아니라 활용이다.
컴퓨터를 들여 놓게되면 아이들, 특히 俊이의 능력개발에 활용토록...
간 밤, 회색수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한 마리 모기의 비상음.
꿈의 잔치, 4시도 못되어 일어난 시각, 그만 목에는 기침 주머니 하나가 생겨나고 말았다.
뜨거운 중국차를 마시고 소리내어 고린도전서를 읽는다.
바울의 마음이 이천년후의 내게 전하여 진다.
그의 신학보다 그의 인간적인 체취가.
기도.
16658 1992. 9. 16 (수)
DRY DOCK의 TROLLEY설치의 기초공사.
정년이 몇 달 남지않은 YH동 과장의 성실한 수고.
그에 비하여 하품이나 하고 앉아있는 JS영 과장의 그 답답함.
그것이 그의 천성이고 한계이고 게다가 고집이고 그럴진데 어찌하랴.
내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런 그의 품성이 스스로에게 올무가 됨을 걱정해주어야 하리라.
수산대학교 실습선의 공정을 접할때마다 솟는 신경질.
학교측의 관료주의.
그러나 내 딸네미의 학교라는 어딘지 모를 친밀감으로 그 신경질을 삭이게 한다.
Sh 씨,K부장,K차장 홍콩행.
컨테이너선 추가 계약건.
어제 J는 시내가가서 '아그네스 발차'의 레코드를 구하여 오다.
16660 1992. 9. 18 (금)
숙취의 이튿날에는 예전같지 않게 괴롭다.
이제 내 나이도 사십하고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음을.
총무과장과 한전으로 어디로 휘돌아 다니며 외근.
한전의 보수주임이라는 사람의 말인즉슨 유독 대선조선만이 停電에 대하여 난리법석이라고.
아닌게 아니라 그의 지적은 옳다.
10월에는 정전일을 정하지 않다.
그리스의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 '내 조국이 가르쳐준 노래'
그리스의 가요는 우리 가요와도 맞는 정서가 있다.
16661 1992. 9. 19 (토)
바둑을 둘 때.
호승심에 마음이 팔려있다면 이미 그는 패한 것이다.
지성이 그 게임을 경영하는게 아니라 감정이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백전백패.
명경지수- 마음을 투명하게 하여 오직 이성에만 무게를 둘 것.
프로 바둑기사가 오랜기간 수련하는 것은 바둑의 수를 읽는 것을 익히는게 아니고, 바로 이러한 마음 훈련을 하는 것일게다.
중심을 잃지 않는 것.
이성적, 논리적, 일관적, 의지적, 원칙적....
감정이 춤을 추면 그만 패배하는게 게임, 순간적, 즉흥적, 감성적, 감정적, 혼돈적, 디오니소스적....
나에게는 늘 이 두가지가 혼재되어 있지만 결정적으로 굴복되는 쪽은 전자이다.
기침, 어제는 담배를 세가치만 피웠다.
훨씬 나은 기분.
어쩌면 술보다도 담배 쪽이 내게 더 해로운게 아닐는지.
금연의 의지는 스스로 믿지 못하겠고, 우선은 대폭 절연이다.
2시 못되어 기상, 화장실 다녀와서 다시 잠을 청하였으나 실패.
데살로니가 전 후서 소리내어 읽고.
기도드린다.
16662 1992. 9. 20 (일)
어제는 두 개피의 담배.
기침은 사뭇 가라앉았다.
안과- 문전성시의 눈병 환자들.
안경의 렌즈는 이상이 없고, 늙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란다.
퇴근하면서 안경에다 겉 걸쳐서 쓰는 돋보기를 산다.
훨씬 또렷이 보이는 글자들.
늙고 있다.
칠십사세의 어머니를 둔 사십육세가 늙었다.
16663 1992. 9. 21 (월)
어제는 시민걷기대회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새벽의 태종대가 붐빈다.
J와 한바퀴 돌고 점점 운집하는 사람들을 피하여 얼른 버스타고 봉래동 가 해장국 사먹고 돌아온다.
TV의 몰래카메라.
어제는 부산의 동성고등학교에서 트로트가수 현철의 몰래카메라 였는데, 학교를 빛낸 그의 동상을 세운다는 속임수.
전교생과 교직원을 동원하여 일개 유행가수를 속이는데, 교장이라는 작자도 더불어 히히덕거린다.
학교하는 곳을 얼마나 저속하게 만들고 있는지.
예전에는 학교에서 유행가를 부르는 것 자체도 금제의 대상이었는데.
한심하다고 혀를 차는 나 역시 그 프로의 애청자이고 어제도 낄낄거리면서 보기는 보았다.
16664 1992. 9. 22 (화)
이제 무더위는 완전하게 소멸되었다.
어김없이 순환하는 계절의 신비.
여름의 땀흘림과 여름의 생명력에 이어서 가을은 풍성한 결실과 함께 조락의 쓸쓸함으로 이 땅에 찾아온다.
가을의 감상이란 은근한 눈길로 스스로의 생명을 들여다 보고있는 눈길.
새벽, 뜨거운 차 한잔을 들고서 바람소리 아우성치는 내 방에 들어 앉아서 책을 읽는다.
칼 라너 '죽음은 죄의 결과'.
내가 궁구해야 할 최후의 명제.
소리내어 내 좋아하는 시편들을 읽고 불꺼 나의 주 나의 하나님께 기도.
16665 1992. 9. 23 (수)
컴퓨터 들여오다.
이제 俊이의 방이 꽉 들어차고 말았다.
CPU: 386dx-40
Chche Memory:128 c
Speed:73 Mhz
RAM : 4096 MB (삼성 모듈 램)
Monitor : 삼성 MultSynchaster2 (TKATJD 4967)
Graphic Card: 1280 VGA (ET-4000)
FDD 1 : 5.25''x 1 (Panasonic)
FDD 2 : 3.5''x 1 (Panasonic)
HDD : 130 M (씨게이트)
CASE : BIG TOWER 4800
Key Board :세진 101 Key
한글 Card : 옴니
옥소리 1.2
MODEM : 2400 데이터콤
俊이와 DOS부터 시작하여 차츰 컴퓨터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서 이 기계를 지배하게끔.
16666 1992. 9. 24 (목)
부산상공회의소.
품질관리 경연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1층 강당과 공업진흥청장의 QM 설명회가 있는 2층 상의 홀과는 분위기나 시설이 틀린다.
불루칼라적인 분위기와 화이트칼라적인 분위기.
그 괴리는 근래 부쩍 좁혀졌다고 하여도 아직까지는 근본적인 선비우월사상은 어찌할수 없다.
신국환 공업진흥청장의 설명회, Q.M-품질경영.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종일을 앉아서 그 이상론의 강의를 듣는다.
16667 1992. 9. 25 (금)
서해안으로 상륙하는 태풍은 C급.
바람과 비.
SB-395 해양대학교 실습선 건조계획 작성.
오후 늦게 해양대학교 교수진과 감리 KMS와 조선소 기술진 상견례를 겸한 MEETING.
문제는 확보된 예산에 따른 기자재의 수급문제이다.
아직까지 확보되지 않은 유보장비가 수두룩하다.
이 선박도 수산대학교 실습선만큼은 아니겠지만 여간 애를 먹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최첨단 장비로 운항되는 첨단 시스템으로 설계된 신조선.
16668 1992. 9. 26 (토)
며칠째 담배는 입에 대지 않는다.
술도 절제하고 있다.
기침을 대접해 주는 자세가 이토록 성실한 적이 없었건만 쉽게 물러가 주지 않는다.
어제 하루 회사를 쉰다.
종일 俊이 방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각종 매뉴얼을 익힌다.
오늘 오후 박세동을 청하여 몇가지 소프트웨어를 복사하고 俊이와 함께 교육을 받고자 한다.
16669 1992. 9. 27 (일)
토요일 오후, 박세동 디스켓 한보따리 가져와서 여러 프로그램 설치하고 카피하고 교육하다.
마치고 세동이와 俊이 방에서 소주를 시작으로 마루로 나와 맥주로 마감한다.
16671 1992. 9. 29 (화)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 이 기침.
당최 사무실에서도 할 짓이 아니다.
콜록대고 있은 이 꼬락서니를 여러 날째 다른 사람 보이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다.
때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도, 간헐적으로 홍수처럼 터져나올 적에는 미열과 식은땀이 난다.
알레르기성인가, 일종의 천식인가.
수도없이 약을 사먹어도 별무효과, 병원에 가 보았자 주사맞고 약을 주고 하여도 그 덕에 기침이 물러가 준 적은 없다.
16672 1992. 9. 30 (수)
오전, 부서장회의 마치고 오니까 공시운전의 PILOT 수배 때문에 난리법석이 벌어지고 있다.
DOCK MASTER P차장과 KC원 의 고성과 멱살잡이.
사람 좋아 친숙한 박차장과 그에게 부당하게 쌍욕을 들은 우리 직원 KC원 사이에서 난처하기 그지없다.
겨우 뜯어 말리는데 영 죽을 맛이다.
게다가 P상무와 인사문제로 싱강이.
CT용, KC원 의 승진건과 JS영 과장의 轉補건을 강력하게 어필하였으나 논리도 서지 않는 어거지로 묵살 당한다.
오후에는 노동부감사 문제로 인사과장과 충돌.
기침귀신은 기승을 부리고.
실로 바닥을 기는 하루 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