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7. 6

카지모도 2016. 6. 26. 00:12
728x90




18377  1997. 6. 1 (일)


英이 오랜만의 출근.

나는 종일 집에 박혀있으면서 KS태 사장과의 대화내용을 곱씹어보고 그가 피상적으로 흘려준 장비 사양을 다시 정리 검토해보니 , 그의 출력물이라는 것도 실은 조금만 연구하면 도달할수 있는 무엇이 아닐까하는 느낌이 든다.


컴퓨터 가게의 카타로그에 나타난 금액, KE국 에게서 얻은 세화 프리프레스의 명함제작 시스템의 견적금액을 K사장이 제시한 장비 사양과 비교 분석하여 보니 제법 차이가 있다.

S경 갤러리의 그림에만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그곳 K사장이라는 사람의 영업적 의도를 간파하고, 제시한 금액의 대폭 할인이 없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밤새 뒤척이며 곰곰 생각하고 궁리한다.

그래픽 학원에 다니고, KE국 씨와 공고한 유대를 갖고서 그에게서도 어떤 노하우를 얻고, 서울 용산상가에 가서 장비를 알아보고... 좀 더 여유를 갖고서 시작해도 늦지 않으리라?


마크 모리슨이라는 사람이 쓴 '컴퓨터 그래픽의 마술'이라는 책을 사서 읽는다.

일단 좀 알고 나서야 독자적 판단이 설것이다.

컴퓨터 그래픽- 늦은 내 나이를 잊을 정도로 푹 빠져들만한 매력을 가진 세계.


작은처제 차를 몰고 큰처제와 바람처럼 왔다갔다.


18378  1997. 6. 2 (월)


생각의 나래들이 오만군데로 천방지축 날뛰는 까닭은..

차분하게 앉아서 자료와 타당한 근거에 기초로하여 생각의 깊이를 이성적으로 몰고 가는 것.

날뛰는 감정이나 기분, 잡생각들을 오롯이 정리하여 줄기를 세우고 하나씩 하나씩 이성의 서랍 속에 가지런히 정돈할수 있는 능력.

내게 이것이 그다지 부족한 것도 아닌데 요즘 생각의 나래는 천방지축 날뛴다.


내는 무언가 초조하고 불안한 모양이다.


오전에 차몰고 태종대.

J와 숲길을 걷는다.

여러 가지 나의 생각들을 피력한다.

J도 고개를 끄덕이는데...


어머니가 J에게 전화.

무어라 말못할 착잡함과 서운함.


또 밤새 뒤척뒤척.

컴퓨터 장비들이 춤을 추고, S/W들이 노래하고, 어머니가 돈을 뿌린다.


욥기를 읽는 새벽이다.


18379  1997. 6. 3 (화)


오전 찌뿌드드하게 흐린 하늘이 정오를 넘어서자 활짝 개여 바야흐로 초여름의 날씨.


양정 S경 갤러리.

KS태 사장과 밀고 당기다가 매듭짓는다.

P/C 사양 팬티엄 100MHZ, RAM 128 MB, H/D 2 G/B, ZIP DRIVER 장착, 16X CD DRIVER,

삼성 17인치 모니터.

스캐너 H/P제품 4C.

EPSON ST-1500 대형 프린터.

S/W는 PHTOSHOP 4.0, CORREL DRAW 5.0 정품제공.

잉크 2000 리터,

캔버스 100매,

노하우 제공과 교육.

지속적인 캔버스 공급.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즉석인쇄 쪽은 포기키로.

그 쪽은 다른 방향으로 알아보아야 할 것.

추가 장비, 점포, 인테리어, 간판, 액자값, 시설값....

돈이로구나. 문제는.


돌아와 퇴근한 英이에게도 개략적인 사업설명.

이제 주사위는 던져 진 것이다.


꿈- 옛 정능집의 이층방, 후미진 여인숙 촌충같이 늘어선 방,

그 방들이 시사하는바는?


18380  1997. 6. 4 (수)


나의 공간에서 내가 기획하고 관리하고 운영하는 나의 시스템, 나의 사업.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의 부담.

실패에 대한 불안...


상념은 여러갈래.


필요한 것은 이제 자신감과 의욕이다.

그리고 낙천.

자신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라.


18381  1997. 6. 5 (목)


정오 J와 집을 나선다.

돈을 찾고 국젝시장의 장우동이라는 음식점 마주 앉는다.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장사의 요지경 속.

이곳 체인점의 우동 맛은 창업박람회때 맛본 후지우동보다 훨씬 못한데도 바글바글 사람들이 끓는다.

맛이나 목이라는 그런 것보다 무슨 사회심리적인 트랜드의 영향이 있는게 아닐까.

이곳 장우동이란 체인점은 대구의 한 아줌마가 시작하여 지금은 몇십개의 프랜차이스로 발전한 것이다.


S경 갤러리, 계약금 건내주고 도장을 누른다.


이제 방향은 정해진것.

귀가 얇지도 말것이며, 그렇다고 귀를 막지도 말것이며.

획고한 신념을 가지고 밀고 나갈 뿐이다.


밤새 그래픽책 뒤적여 공부.


18382  1997. 6. 6 (금)


오후 4시.

英이 옆좌석 앉고 뒷좌석 J앉아 사직동 처가로.

끔찍이도 운전 솜씨를 폄훼하는 J의 강박을 뒤로 한 채 그래도 무사히 도착.

장인어른은 수척한 모습으로 누워 계시다.

장모의 생신.

장모님,처남부부들, 처제, 조카들 터미널 부근의 뷔페.

장인어른은 빠지시고.

대학생 T기, 고등학생 J기, 요정같이 예쁜 머슴애 S기.


처제 둘 태워 아파트에 들른다.

노처녀 처제들, 나는 그들을 좋아한다.


돌아오면서 약방들러 산 한알의 수면제.

쌀톨만한 한알 부피의 화확작용으로 혼곤한 잠을 이룬다.


인간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으며 얼마나 신기한가.

한알의 약.


18383  1997. 6. 7 (토)


현충일, TV에서는 종일 영화를 내보낸다.

'크로스 인카운터'

미지와의 조우, 외계인과 지구인의 첫 만남.

스티븐 스필버그의 초기 영화.

예전에 나는 이 영화를 왕자극장의 어둠 속에서 보았다.

어렸을적 만화영화 피터팬을 보았을때와 버금가는 환상적인 전율로서.

그리고 황홀함으로서.

생각컨데 스필버그의 영화중 가장 잘 만든 영화가 있다면 나는 '크로스 인카운터'를 꼽을 것이다.


이제 컴퓨터를 이용한 상상력의 발휘,

긴 세월동안 발뒷꿈치처럼 굼어버린 좁은 생각의 혁파.

상상력..

컴퓨터 그래픽...

새벽 2시도 안되어 일어난다.


18384  1997. 6. 8 (일)


토요일.

하리의 바다횟집에서 PI서 , LW규 , LG섭 , SJ엽 , KH호  만나다.

KH호 도 회사를 그만두었다.

나 떠나고 고작 2개월을 더 붙어 있었을 뿐이다.

며칠후 부부동반 미국으로 떠나 두어달 머문후 돌아와 아마 외국계 선급에 검사관으로 갈 모양이다.

소주와 생선회, 그리고 정석의 코스 단란주점.

나는 마이 웨이를 부른다.


1차는 LG섭 이 치르고 2차는 KH호 가 계산.

하리에서부터 동삼시장까지 LW규 , KH호 와 어깨동무를 하고 흔들거리며 돌아온다.


18386  1997. 6. 10 (화)


전일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본격적인 한낮의 더위.


나는 가게 이름을 '성심 갤러리'로 생각한다고 J에게 얘기하였더니 J는 '이상헌 갤러리'로 하라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는 자신감의 표명이 고객에게 얼마나 신뢰감을 주겠느냐는 의견이다.

옳은 얘기다.

그러나 이제 막 컴퓨터 그래픽에 입문한 내가 내 이름을 내세울만한 염치는 없는데.


어제부터 S경 갤러리 교육.

그곳 작업실에서 KB찬 이라는 젊은 친구로부터 한나절 SYSTEM을 익힌다.

미적감각이 첫째이고 그 다음이 숙련이다.


18387  1997. 6. 11 (수)


새벽 J를 옆에 태우고 태종대, 입구에 주차하여 놓고 순환도로를 한바퀴 걷는다.

새벽 산책을 마치고 진주집 해장국.

언제나 북적이는 진주집.

말하자면 이런 곳은 이제 저절로 굴러가는 시스템이 돈을 만들어 주는 집이다.

태종대에서는 LB걸  만나고 진주집에서는 이성태 만나다.


오후 한나절은 S경 작업실에서 익힌다.

사진을 PHOTOSHOP의 FILTERING으로 유화처럼 만들었는데, 이 기법을 캔버스에 출력하니 그럴듯하다.

제법 승산이 넘칠것만 같은 기대에 잠겨도 본다.


교육 마치고 오면서 S/W 전문점을 아무리 찾아도 중앙동에서는 발견치 못하다.


18388  1997. 6. 12 (목)


새벽마다 J와 걷는 태종대는 유익하다.

이 습관이 이제 농땡이가 되지 말기를.

오늘은 다소 늦잠, 태종대 도착시간은 이미 6시 30분을 넘어섰다.

아랫길에서 KH호 부부 만나다.

그만둔 유유자적보다 미국가는 문제로 바쁜 모양이다.


S경 가는길에 세진 컴퓨터 들러서 한시간여 1층의 컴퓨터 프린터 매장과 2층의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 매장을 둘러 다닌다.

여러 가지 새로운 제품들, 소프트웨어들, 그리고 그림 CD도 여럿 나와 있다.

성양화가 변종하의 그림 CD한장을 사다.

어제는 스캐닝 기법을 배우다.


18389  1997. 6. 13 (금)


김종필, TV토론회에 출연하였는데 그 노회함이라니.

몇십년간 정치판에서 자기 몫을 움켜쥘수 있었던 그의 노하우 약여하다.


오후에 거리로.

영도의 J컴퓨터 들르고, 남포동 문우당 서점을 훑고, 초량에서 소프트 웨어 전문점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결국 세진컴퓨터에 가서 자그만치 6만원을 주고 ART PRO라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한다.

클립 아트와 초대장 명함등의 디자인 모음집.


꿈- 장방형의 작은 방, 상자곽을 포개놓은 듯 층층히 쌓여 있는데 방 한구석에 작은 구멍의 출입구 사다리.


18390  1997. 6. 14 (토)


S경 에 가지 않다.

종일 포토샾으로 클립아트를 만지작거리며 익힌다.


동삼초등학교앞의 매립지, 중소기업 상품전.

J와 손잡고 한증막같은 천막 안을 돌아본다.

LG비디오 카메라, 내 장사에 소용되는 물건이지만 좀 더 신중히 검토하기로 하고, 도마와  운동화 한 켤레 산다.

그 앞 가설 음식점에서 파전과 동동주를 사먹는데 바가지다.

그곳에서는 대학생 풍물패까지 동원하여 분위기를 북돋아 무슨 시골 장터같은 분위기를 자아 낸다.


'에비타' 비디오 테이프 빌려서 돌아온다.

오늘 英이는 산청의 래프팅.

俊, 첫 정식 휴가 올때가 되었는데 소식이 없구나.


18391  1997. 6. 15 (일)


'에비타'

마돈나가 에바 페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체역으로 분하다.

앨런 파카 연출.

마돈나, 그 새디스틱한 섹스 어필의 가수가 이 유명한 뮤지컬의 주연을 잘 소화해 내고 있어 저금 놀라다.


가시버시의 친선 고스톱.

저녁나절까지 마주앉아 몰두하였는데, 노름할 때 그 사람의 그릇이 아주 잘 나타난다.

나의 째째함과 J의 대범함.

돈을 내는데 있어서.


일요일 새벽.

이제 5시가 되었으니 마누라를 들깨워 새벽 숲으로 가야겠다.


18392  1997. 6. 16 (월)


왼종일 P/C 앞에 앉아서 사업계획을 만든다.

업종이다 업태다 환경이다 전망이다하는 사항은 구색맞추기, 형식주의에 불과하지만, 중요한 것은 투자예산과 운영예산을 짜는 일이다.


숫자를 만지작거리면서 절실하게 느끼다.

너무 깊이 모르고 있다는 점.

그저 피상적인 형태와 내 실력의 수준을 가늠하여 컨셒을 설정할 뿐이지, 속속들이 파악하여 나의 것이 되어있는 정보나 실력은 너무나 부족하다.

오락가락 머릿속에서는 몽롱하게 그리는 그림은 있지만....


내점한 고객의 이미지를 캪처하여 즉석 출려하는 상품은? 필름이나 슬라이드를 스캔하는 문제? OCR 도 병행해야 하는데?

명함이나 초대장의 시스템은 어떻게? 액자는?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일단 사업계획은 만들어 갖추어졌으니 이제 구체적인 어프로치가 필요할 뿐이다.

내 경제 상황으로 좌절하지 말고 그 수준에 맞도록 최선의 그림을 그리도록 하자.

어차피 S경으로부터의 노하우는, 교육을 통해서든 쥐어 짜서든 철저하게 내것으로 만들도록 하자.

S경의 K사장과 허심탄회한 인간적인 대화도 시도하자.

KE국 씨와 접촉 그에게서도 얻어낼 것은 얻어내자.

시장조사도 게을리 하지 말자.


무엇보다 먼저 내 경제적 수준에 맞는 점포를 확보해야 한다.


18393  1997. 6. 17 (화)


화창한 초여름 날씨.

사업계획서를 J에게 읽어보라고 던져주고 집을 나선다.

이곳저곳 점포자리를 기웃거린다.

삼거리 삼창서점자리는 아마도 동일 주인이 운영하는듯한 문구팬시점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동아서점 자리는 아직 비어있지만 들어올 사람이 있다고 한다.


S경 갤러리, KB찬 으로부터 교육.

기술적 노하우는 아마도 그 친구가 모두 갖고 있을 것.

배운 매뉴얼대로 그림을 한점 뽑아낸다.

채도와 명도의 조정 문제.

미적 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한 작업이다.


18394  1997. 6. 18 (수)


S경의 호젓한 작업실.

일제 화집에서 고호의 그림을 스캔하고, 포토샾에서 색을 보정하고 코렐 드로우로 해상도를 조정하고 출력하는 일련의 과정.

경험론적인 노하우는 필경 없지 아니하다.

COMPICS라는 어줍잖은 체계에도 나름대로 축적하여 체계화시킨 기술력은 느낄수가 있다.

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요는 바로 캔버스일것.

캔버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변종하의 CD.

서정적인 유화가 화면에 뜨고 음악이 흐른다.

하, CD란 이런 것이로구나.

CD제작, 부쩍 흥미가 당긴다.

포토 CD앨범을 도입하는데 그 시스템은 매우 고가이고 어려운 것일까?

이런저런 의문과 의욕,

이것들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풀어나가야 한다.


빠짐없는 J와의 새벽 운동.

태종대.

육체적 유익도 있으려니와 정신적인 유익도 많은 가시버시의 운동이다.


18395  1997. 6. 19 (목)


S경 갤러리 K사장.

명함시스템등 즉석인쇄 쪽도 자신과 하여 주기를 요청하는데, 너불너불 말도 잘하는 그 얼굴이 좀 뻔뻔스럽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고서는.


英이의 알량한 직장, 드디어 그만두다.

英아, 아비의 점포 거기서 함께 땀을 흘리자.


18396  1997. 6. 20 (금)


땡볕.

곧 장마가 시작될 것이다.


英이를 옆에 태우고 세진 컴퓨터로, 그곳서 英이에게 차를 인계하고 나는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아무리 찾아도 소프트웨어 '문방사우'는 없다.

이것저것 팸플렛만 한 웅큼 챙겨서 S경으로.


르노아르의 그림을 뽑는데, 색보정의 요령을 터득하다.

요는 이렇다.

조금 선명하게, 컨트라스트를 조금 강하게, 질감은 좀더 부드럽게.


어제 KG탁 SM성 KI용 등 고등학교 동창들에게서 전화왔던 모양인데 나는 만날 핑계를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내 입장에서 친구들과도 계속 좁촉하여 혹 그들이 알고 있을지 모르는 인쇄쟁이, 종이쟁이, 액자쟁이들을 소개받는둥 바지런을 떨어 발을 넓혀야 할텐데.


18397  1997. 6. 21 (토)


S경 에 중도금조 치른다.


그리고 K사장과 서면에 나와 고기를 먹는다.

1차는 K사장, 2차부터 3차까지는 내가 지불.

맥주에 양주에

나의 지출이 컸다.

나이는 나보다 열 살쯤 어리다고 하지만 굴러먹은 관록은 만만치 않다.

그림이라는 장르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이다.

아마도 이 시스템의 진짜 개발자는 얻니가에 따로 있을것인데 그를 만나게 하여 주지 않는다.


술 마시며 내 딴에는 허심탄회한 포즈로, 그보다 다소 연만한 입장에서 이것저것 총고 비슷한 얘기도 하였던 모양이다.

때로 기분 상한듯한 표정을 짓는 그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무슨 얘기들을 나누었는지 기억할수도 없을만큼 둘이는 흠뻑 취하였다.


18399  1997. 6. 23 (월)


KS태 사장과 마실 때 내가 지출한 과도한 돈 씀씀이 때문에 J는 무지 화가 났다.

냉전상태 돌입.


俊이에게서 전화.

곧 유격훈련 받는다고.

걱정스레 묻는 녀석에게 아비의 사업구상과 진척사항을 대충 얘기해준다.


18400 1997. 6. 24 (화)


사흘전 술마시며 S경 K사장에게 신랄한 언사를 농한 효과 역연하다.

내게는 소개할 마음도 품지 않고 숨겼던, 이 시스템의 핵심 개발자인 KJ환씨 소개하여 준다.

캔버스도 이 사람이 제작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매니아적 풍모.

K사장과 셋이 둘러 앉아서 긴 얘기를 나눈다.

K사장은 나를 이제 쫀쫀하고 피곤하다기보다는 철저하고 야무지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는 눈치다.


이번 주말경 잔금을 치르고 장비를 가져다 俊이 방에다 일단 차려 놓으려 한다.

영업전략, 프로그램의 마스터, 숙련, 가구, 인테리어, 간판, 이름짓기.

무엇보다 점포구하기.

이제 댓쉬할 뿐이다.


기도.


18401  1997. 6. 25 (수)


온 손에 잉크 칠갑을 하며 잉크 리필 요령을 익힌다.

플로터나 잉크젯 프린터를 가동하는데는 잉크 값이 정말 만만치 않은 것이다.

더구나 그림을 뽑으려면 상당한 잉크가 소모되기 마련이다.

이것은 정말 원가상 절실하게 필요한 노하우가 아닐수 없다.

주사기, 컴파운드, 여러 종류의 테이프를 이용하는 방법은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영도가구점 둘러보았는데 , 제대로 된 컴퓨터 책상은 30만원을 웃돌고, 인테리어나 가구 하나라도 제대로 꾸밀려면 정말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정보지를 펴보니까 사무가구 전문점이라는 곳이 있어서 전화하여 보니 엄청 싸다.


드디어 장마가 도래하였는가.

비 흩뿌리고 더위는 식었다.


엇저녁부터 잠자리를 안방으로 옮기다.

俊이 방은 장비를 옯겨놓으면 가득 차게 될 것이므로.


18402  1997. 6. 26 (목)


장마.

오전 퍼붓고 오후 들자 뜨아한 빗줄기.

곳곳 물난리 아우성.


어제는 6.25.

47년전인가.

사람의 목숨이란 그때나 이제나 귀중한 것이건만, 그 때 무더기 무더기로 죽어나가는 목숨 값은 참 싸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 회오리 바람 속에서는 주변 피붙이의 목숨값은 너무도 싸구려여서 목숨에 대하여 불감증일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피를 품는 처절한의 기억으로 목숨의 의미는 되살아 난다.

헤어짐은 기억 또한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새록새록 되살아 난다.

이산과 죽음의 세월

아버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이름.

어제는 6.25였다.


새벽안개. 바람.

숲이 술렁거린다.

J와 태종대.


18403  1997. 6. 27 (금)


서면 문화호텔 커피숖.

고등학교 친한 패거리들.

강기탁, 신무성, 강일용, 옥영재, 윤행구 만나다.

윤행구는 몇십년만인지.

무성이가 제 단골 일식집에서 비싼 한턱을 쓰다.

몇억을 우습게 발음하는 스케일의 면모들.

그리고 옛 친구라고 하여 무슨 자의식이 아예 없지는 아니하지만, 그러나 즐거운 친구들과의 만남.


18404  1997. 6. 28 (토)


英이 차를 몰고 세식구 집을 나선다.


현대백화점, 사라고 사라고, 돈 좀 쓰라고 쓰라고, 온갖 맵씨를 부리고 가지가지 유혹의 덫을 쟁이고 있는 그 곳.

북적이는 인파.

英이는 고작 한 벌의 수영복을 샀을 뿐이다.

연산동의 가구점, 역시 여기 저기 알아보아야 한다.

책상 십사만원, 의자 팔만오천원.


S경.

잔금 건내고 장비들을 트렁크와 뒤좌석에 가득 싣는다.


초량,탕수육과 고량주.

영도의 J컴퓨터.

그곳 대리라는 친구와 장시간 상담한다.

내 계획을 설명하여 앞으로 전산장비 소프트웨어 소모품등을 딜러 가격으로 구입키로 얘기되다.

그곳에서 서지오, 보안기, 마우스펜등을 일단 구입.


땀 뻘뻘, 장비들을 들여 놓는다.

이럴때 俊이가 있었으면.


18405  1997. 6. 29 (일)


태풍이 지나가 아침결에는 바람이 으르렁거렸으나 조선소를 떠난 내가 이제 태풍이란 아랑곳없다.

태풍 '피터'는 변죽만 올리고 일본열도로 비껴가고 토요일 오후의 하늘은 프르른 코발트빛, 대기는 맑은 향기를 머금고 있다.


1시경 책상 도착.

俊이 방이 그득 차버린다.

땀을 흘리며 장비들을 설치한다.


전압이 맞지 않아 일단 전기밥통의 도란스로 시험가동.

俊이 사진 한 장을 스캔한다.


이제 이것들이 밥줄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미진한 것 투성이.

장비도 더 갖추어야하고, 소프트웨어쪽, 기술, 영업, 액자, 시장조사 아이템 개발....


18406  1997. 6. 30 (월)


화창한 일요일.

새벽에 J와 태종대 돌고 잔주집의 해장국.

종일 작업.

어머니 사진, 俊이 사진등을 뽑아본다.

명함도 만들고 여러 문양의 나름대로 패셔너블한 감각을 살려 이것저것 출력물을 만들어도 본다.

붉은 바탕에 명조체의 글자로 간판을 디자인해보니 그럴듯하다.


명함이든 무얷이든 디자인을 정형화 시켜 버리는 것이 작업이 효율적일 것,

정형화된 포맷으로 P/C에 저장하자.

취미생활을 영위하는게 아니라 이제 이것이 생활이다.

프로가 되어야 한다.



'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 > 部分'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97. 8  (0) 2016.06.26
1997. 7  (0) 2016.06.26
1997. 5  (0) 2016.06.26
1997. 4  (0) 2016.06.26
1997. 3  (0) 201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