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7. 8

카지모도 2016. 6. 2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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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8  1997. 8. 1 (금)


英이 예일 디자인 학원 나가기 시작.

강의 내용은 그저 그런 모양이고, 딸 아이의 열성도 그다지 크지 않아보여 다소 섭섭하다.

주체는 어디까지나 아빠이고 자신은 보조자로서의 자세.


시내 갔다 돌아오는 버스 차창으로 지나는 옛 회사를 본다.

하기휴가 중인 고요한 현장.

크레인은 멈추어 섰고, 3선대에서 건조중인 RORO船은 고독해 뵈는 커단 덩치를 엎드려있다.


오늘 9시 차로 J와 홍천행.

양구땅의 아들놈.


18439  1997. 8. 2 (토)


피서객들로 우글거리는 동부 시외버스 터미널.

J와 홍천행 버스에 오른다.

대전 지나서 이천까지는 제법 기세있게 달리더니 그곳, 이천부터가 정체의 시작이다.

6시간 걸린다던 홍천까지 9시간이나 걸렸다.

휴가철의 차량은 강원도쪽으로 줄지어 줄지어 늘어서..


홍천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양구 남면까지.

인제의 내린천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 또 3시간여, 9시가 다된 깜깜한 밤중에 양구 남면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이미 파김치.

곰탕 한그릇씩 먹고 여관 방에 곯아 떨어지고자 하나 잠은 쉽게 찾아주지 않는다.


아침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킨다.

토요일.

면회는 오후가 되어야 한다.

고작 하룻밤 아들 놈의 외박을 위하여 늙은 몸들은 고단하고.

다른 방법. 돈이 필요하다면 어디로 송금을 해달라던가, 부대의 답답함은 제 동료와 외박이라도 나와서 한번 기분을 풀고 들어가던가....

곧 상병이 될 녀석이.


18440  1997. 8. 3 (일)


어떤 깜둥이가 이보다 더 새깧말수 있을까.

몸뚱이 이곳저곳은 상처 투성이.

쫄병의 여름나기는 생각했던 것 보다 참혹한 모양이다.

그 과묵한 아들놈 입에서 엄마 아빠를 보고 싶었다는 언어가 흘러나오니 알쪼가 아닌가.


군인답지 않은 쫄병은 제 어미 곁에서 행복에 겨워 코를 불며 하룻밤을 잔다.

양구- 전에 한번 와봐서 그런지 정다워 보이는 거리,

안경맞추고 세탁서껀 졸병 신변잡사를 일단 처리하고, 세식구는 정말 맛대가리 없는 강원도식 개고기 전골을 먹고, 더위속 돌아 다니기도 귀찮은 쫄병은 가지가지 먹거리를 한보따리 사들고 다시 여관방으로 기어든다.

그렇게 한여름, 세식구는 함께 짧은 시간을 보낸다.

늘 고약한 기분인 헤어지는 순간.

여관방에 돈을 더 지불하고 녀석 귀대하는 몇시간이나마 개기도록 하고 헤어 지기로 한다.


버스터미널.

제 어미가 俊아 俊아 하고 불렀으나 못들은척 등을 보이고 뛰어가는 아들놈은 어쩌면 울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미의 눈에 그렁그렁하게 고여있던 액체가 이윽고 흘러 넘친다.

논산에서도 그렇고, 전번 양구에서도 그러하였는데, 이번에도 어쩌면 정해지기라도 한 듯 그렇게 비는 부슬거리며 내리는 걸까.


가늘고 긴 몸체, 그  허옇던 피부가 새까맣게 된 아들놈. 발톱도 빠지고.

눈에 자꾸 밟히고 마음은 짠하고.

비는 내리는데...


홍천가는 버스, 벌써부터 거북이 걸음이다.

아득한 부산길,


俊이는 남아있고...


18441  1997. 8. 4 (월)


쏟아지는 빗속을 버스는 달린다.

여름 휴가의 막바지 고비, 일요일이 끼었으니 모두들 무슨 강박에 쫓기듯 피서길을 나서지만 그 피서길이 바로 고생길이다.

정체.. 정체... 끝없이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

답답 답답.

俊이와 헤어진 고약한 기분을 하나의 푸른 정서로 승화시키기에는 그 찻속의 시간들은 너무나 지리하였다.

그나마 제천으로, 단양으로 하여 내려오는 차창밖 산하의 풍경이 눈맛을 시원하게 하지 않았으면 아마 대단한 짜증뿐이었을 것.

치악산, 소백산.

이름만 들어왔던 강원도, 충청도의 산들을 스쳐 지나오는 가시버시에게는 이것이 말하자면 바캉스의 깜냥으로 여길만도 하겠다고 서로를 위로한다.


오전 10시15분, 양구 출발, 오후 1시 홍천도착.

홍천에서 J는 막국수 한그릇 먹고, 2시15분 홍천을 출발하였는데 자정을 넘겨 1시가 되어서야 겨우겨우 부산 동부터미널 도착하였다.


18442  1997. 8. 5 (화)


폭우.

곳곳에 물난리.

더위의 오르가즘을 식힌다.

이 비가오고 나면 俊이의 여름, 쫄병의 막바지 고생도 훨훨 넘어가 버려라, 부디.


英이 할머니 모시고 병원 다니고, J와 나는 종일 축 늘어져 버린다.


저녁, 俊이에게서 짧은 전화 한토막.

무사히 귀대하였다는 그 한마디에 안심.


새벽, 비 흠뻑 맞으며 산에 가 물을 길어 온다.

세수하여 아주 조금 경건을 회복하여 이사야서 읽고, 아주 조금 더 경건을 회복하여 기도를 드린다.

능력은 그이에게 있지, 내게는 있지 아니하다.


18443  1997. 8. 6 (수)


아침결에 비 내리다가 그치자, 다시 무더위는 창궐한다.


P/C 스캐너문제, 재 포맷하여 해결하였다.

자꾸 연구하다보면 길이 있다니까.


N영 비싼 화집 한질 쾌척하려 차를 몰고 집에 오다.

오래전 삼성출판사에서 발간한 화집, 당시로는 최고의 품질인데 스캔하여 그림을 캐처하기에는 손색이 없겠다.

르네상스부터 인상파, 근대까지의 그림들.

그림 시스템의 시연을 해보이고, N영차를 타고, J도 함께 태종대.

자갈밭 파라솔 아래서 해삼과 멍게를 시켜놓고 나만 소주 한병을 비운다.


흰 포말을 벼슬처럼 세우고 우르르 밀려와 부숴지는 파도.

물가 가까이 앉아있던 한가족이 그만 물벼락을 맞는다.

남쪽 하늘 수평선 위로는 안개갚은 뿌연 운무의 성이 겹으로 건축되고 그 위로는 뭉게구름의 커단 꽃이 피어있다.


18444  1997. 8. 7 (목)


KAL기 괌에 추락.

200여명 사망.

대형 참사가 또 일어났다.

피서객들, 신혼부부들, 효도관광 온 노인들...

문명의 이기라는 물건들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위험.


P/C로 비디오 걸고 보는 '랜섬'

멜 깁슨.

유괴범에 대응하는 한 아버지의 특별한 용기..


18445  1997. 8. 8 (금)


오전, 무섭게 쏟아지는 비.

그야말로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장대비다.

英이는 오전 학원갔다가 오후에는 할머니 시중들러 가고, J 역시 오전에는 은행이다 어디다 외출하여 오후에는 시어머니께 간다.


나는 P/C를 만지작거리며 모니터로 영화를 본다.

'필링 미네소타'

키아누 리브스와 캐머런 디아스가 나오는데 참 시시껄렁한 영화.

갱스터도 아니고 연애물도 아니고.


오늘은 어머니 생신.

무력한 백수의 아들은 그저 무기력하고, 며느리들의 처분만 바라는데, 어머니 또한 당신의 생일이 스스로 알뜰하지 않으시다.


18446  1997. 8. 9 (토)


어머니 생신.

J와 英이.

전을 부처 싸들고 꽃을 사 찾아 뵙는다.

모두 모여서 어디 음식점이라도 가서 외식하자는 자식 며느리에게 고개를 저으시는 어머니.

어머니 일흔 여덟의 생신.

엄마.

아기...


토요일 아침. 으르렁거리는 바람소리.

태풍이 오고있다.


18447  1997. 8. 10 (일)


태풍은 위력없이 지나갔다.

한반도에 형성된 절묘한 기상상태가 태풍의 힘을 꺾어 놓았다고 한다.

사진 찍다가, 낚시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몇사람이 희생되었다.

산더미같은 파도와 광란하는 바다는 분명 볼만한 구경꺼리이겠으나, 그런 구경꺼리 됨에 태풍은 자못 모욕을 느낀 모양이다.


18448  1997. 8. 11 (월)


ZIP 디스켓의 그림을 불러내어 몇점의 그림을 뽑는다.

샤갈과 모네의 그림들.

액자에 넣어 놓으니 그런대로 볼만하다.

제법 품위있는 상품이 될것임에 짐짓 흐뭇.


꿈- 하숙집, 재래식 변소, 서울의 산록, 작은형, 홍철이, 손철수도 등장하였다.


18449  1997. 8. 12 (화)


왼종일 주룩주룩 내리는 비.


P/C로 보는 비디오 감상에 꽤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

코엔형제의 'FARGO'

눈덮인 미네소타의 작은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영화의 내용은 담담한게 아니다.

복선이나 긴장을 유발하는 작위적인 요소를 배제한채 사악한 인간과 따뜻한 인간군을 대비시켜 잔잔하게 그려내는 영상은 상당히 재미가 있다.


J 뒷좌석 타고 英이 차를 몰아 빗속을 달린다.

삼보출력센터 세화 프리프레스 Y 사장과 마주 앉아서 MD-2010 출력기 등에 관하여 상담.

그리고 GMP에 들러 래미네이터에 대하여도 알아본다.

금박코팅이 멋져 보이는데.


다시 S경 갤러리로.

널찍한 공간을 전시실로 활용하고, 밖에다가 커다란 프레임을 설치하여 큰 화폭에 출력한 명화를 걸어 놓는다는 구상.

이러한 K사장의 적극적인 사업구상의 자세는 바람직하다.


18450  1997. 8. 13 (수)


영도도서관.

열람실 한칸을 차지하고 앉아서 두툼한 '포토샾 4.' 책 펴놓고서 집중한다.


요즘 英이는 학원 다녀오면 곧바로 할머니께 간다.


꿈- 크레인의 꼭대기, 공포.


18451  1997. 8. 14 (목)


때로 빗방울 듣고 흐린 하늘.


점심때쯤, 세식구는 롯데리아의 햄버거와 치킨 사들고 암남공원의 젖은 숲길을 걷는다.

바다, 떠있는 선박들, 구름..

그러나 그 풍경화는 안온하고 가라앉은 정서라기 보다는 우울한 그림이다.

한병의 소주가 없어서일까.


모녀는 비내리는 숲을 바라보면서 먹는 먹거리가 즐거운데.


P/C로 보는 영화의 재미.

'롱키스 굿나잇'

레니 할린 감독, 그의 마누라 지나 데이비스주연.

헐리웃이 만든 슬랍스틱적인 재미만 가득.

'카피캣' 시고니 위버.

도착적인 연쇄살인범, 쇼킹한 화면들.

'라스트맨 스탠딩' 제리코라는 황량한 마을에 표연히 나타난 총잡이는 부루스 윌리스.


18452  1997. 8. 15 (금)


'타임투킬'

존 그리셤원작.

전에 소설로 읽었던 내용이다.

흑백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인종차별 주제의 법정드라마.

제법 감동과 재미를 준다.


18453  1997. 8. 16 (토)


종일 P/C의 비디오.


'저널 오브 머더'

올리버 스톤이 제작을 맡은 가슴을 치는 영화다.

제임스 우드가 분한 사형수.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다가 결국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는 교수대를 갈망하며 자신의 사회적인 존재 가치를 부정한다.

대사 한마디.

"살아오면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가 쓰레기였어, 그래서 나 역시 쓰레기야"


베르나르도 베르툴리치 '리틀 부다'

석가의 깨우침, 돈을 들여 만들었는데 감동에 이르기에는 역부족.


'마이크로 코스모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사막은 살아있다'가 생각난다.

작은 우주, 아주 미세한 곤충의 세계.

끈질긴 인내심이 만들어 놓은 영화,

파블로의 곤충기...


새벽.

어둔 창밖에는 바람이 몹시 분다.

이사야서.

기도, 눈물.


18454  1997. 8. 17 (일)


'긴급명령' 톰 클랜시 원작, 해리슨 포드 주연.

튼튼한 원작은 튼튼한 영화를 만든다.

가장 미국적인 그것이 가장 헐리웃적이다.


며칠 만에 어머니께 간다.


어머니, 폭삭 오그러 지셔서 한줌도 안될것같은 ... 어머니.

말씀에도 움직임에도 작년까지의 활달함은 없으시다.

그저 작고 작은 노파....

노파...

엄마는 노파다...

노파는 모두 엄마.

아기...


형제는 술을 마신다.

어머니....


18455  1997. 8. 18 (월)


어제가 J의 생일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명색 남편에게 J 는 말할수 없이 서운하였을 것이다.

딸의 언급으로 알게 된 남편짜리.


나는 요즘 무엇엔가 허둥대고 있다.

무엇엔가...


18456  1997. 8. 19 (화)


우울-


다시 추스르자.

아무것도 아니다.

여인의 달거리처럼 찾아오는 주기적 감정놀음에 지나지 않는 우울 따위.

나의 본질은 아직 건강하다.

나의 어머니도 아직 건강하다.


18457  1997. 8. 20 (수)


늦더위 맹위를 떨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영도도서관.

장사에 관한 책 2권을 읽는다.

우울의 늪에서 빠져 나오려는 노력은 필사적인가.

그리하여 그 늪으로부터 헤어 나왔는가.


집중력을 지속시키는데 엠시스퀘어라는 그 기계음이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듯도 하다.

집중력은 또한 기분 따위를 느낄 겨를이 없게 만든다.


J도 곁에서 밤새 뒤척이고 나 또한 회색수면.

그러나 경건과 평정심을 잃지는 않는다.


18458  1997. 8. 21 (목)


아침 7시부터 종일 도서관.

포토 샾에 집중.

이 프로그램은 참 기막히게 잘 만들었다.

미술가의 소중한 툴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18459  1997. 8. 22 (금)


그림을 뽑는다.

엘 그레코와 마네와 고호와 고갱.

그런데 이번에 S경 으로부터 공급받은 캔버스는 영 마땅치가 않다.

점액성이 강하여 프린터에 로딩안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캔버스에 도포된 젯소나 유액의 상태가 무척이나 부실하다.

부분적으로 발색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늦은 오후에 세식구 남천동 '담시' 화랑.

그림 그린다는 KS현사장.

한 13여평의 공간에는 주로 대형의 복제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점포의 안온한 실내장식으로 고급스런 문화의 분위기가 흐른다.

운영한지는 1년여 되고, 파리 유학 때문에 급히 점포를 내어 놓았다고.

보증금 2찬만원, 권리금 1천만원, 월세 50만원.

그리고 인수 하는 그림값으로 몇백만원...

간선도로 뒷길의 아파트 상가이지만 남천동은 본시 부자동네가 아닌가 싶기도.


돌아 오면서 나혼자 부산시립박물관에 입장하여 '에집트 문명전' 관람.

4천년전에 지구상 나일강가에 존재하였던 참 놀랄만한 문명의 세계.

그곳에는 현대보다 더 풍요롭고 행복하였을 정신적인 어떤 삶의 양태가 있다.


18460  1997. 8. 23 (토)


늦더위 기승.


서울의 媛이, 基 데리고 내려왔다.

당분간 어머니는 서울의 딸네 집에 가시는 것.

조카 基는 완연한 대학생 모습.


지금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힘이드는 형제는 당연한 권리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슬픈 감정밭 한줌있으니...

나 또한 돼지라서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이 보일 뿐이다.

그러나 관계 속의 진주는 분명히 숨어 있을터인데 다만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형제들.


작열하는 늦여름 태양.

오전 아무도 없는 집안,

통곡하듯 기도드리건만. 위로가 없다.

이 마음 속 멍에는 스스로 털어내야 하나니...

주님.


18461  1997. 8. 24 (일)


어머니, 어제 오전 媛이 차에 몸을 실어 서울로 가시다.

가시다. 어머니..


온종일 그림을 뽑는데 울화가 치민다.

도무지 캔버스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18462  1997. 8. 25 (월)


금정산 산행.

PI서  LW규  SJ엽  JM교  SY철.

식물원 뒤편을 돌아서 남문까지의 코스.

다시 남문에서 동문까지.

산언덕 그늘에 앉아서 LW규 씨가 싸가지고 온 진수성찬의 점심을 먹는다.

다시 능선을 타고 북문까지.


도중 산등성에서 패러 글라이딩의 장쾌한 비상을 구경한다.

하늘을 나는 사람들, 그들은 자유로울까.

그러나 수분의 체공후 그들은 필경 땅에 발을 딛고 직립하여야 하는 것.


북문에서 다시 미륵사까지.

범어사 계곡을 내려 오면서 파전과 동동주를 마신다.


영도에 돌아와 몇몇은 둘러 앉아 다시 맥주를 마신다.

모처럼의 산행으로 마음은 다소 푸르러졌는가.


18463  1997. 8. 26 (화)


英이 차를 몰아 도중에 S곤 이와 N영 을 태운고 남천동 '담시화랑'.

자문을 구하려고 친구들을 모셔간 것이다.


능변의 화랑주인, S곤 이는 대번에 그 능변에서 주인의 장사꾼 기질을 간파한다.

얘기중에도 그림이 두점이나 팔려 나가는 것이다.

英이 눈에나 S곤 이의 눈에, 그것이 짜고 하는 짓거리임도 간파되고 만다.

英이도 제법이다.

요는 장사가 되지 않는 화랑이라는 결론.


사직동에서 세친구 둘러앉아서 이런저런 얘기.

둘은 장사경험이 있고 그 중 S곤 이는 베테랑 장사꾼.

술 마시며 이것저것 많은 것을 듣고 배운다.


18464  1997. 8. 27 (수)


내가 끄집어 내는 떡볶이 장사 얘기- 그 외관의 참담함에 J는 우울하다.

집어 치우자.

아무리 돈이 된다고 S곤 은 적극 권하는 것이지만.

지금 이 나이의 가시버시가 떡볶이 장사라니.

그것은 내 몸에 맞지 아니하다.

결코 허영때문이라거나 아직 내가 벌거벗지 못하였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변명 한줌이 내게는 있다.


역시 그림과 컴퓨터 그래프 쪽.

남천동 화랑에 마음을 주었던 안목에는 이제 인쇄사무 편의점 따위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

고급스런 아트 포스터의 그림들과 내가 뽑은 캔버스의 명화들.

이런 문화 상품이 팔릴만한 입지.

목이 좋은 일층의 점포.

문화 업소다운 고급의 인테리어...

경비는....


어머니나 형이나 媛이에게서는 한 푼 기대할게 없다.

내 경제 규모에 맞는 컨셉을 연구하고 연구하여야 한다.


18465  1997. 8. 28 (목)


마누라와 딸네미 앞에서는 심상한 포즈를 애써 유지하지만 심정은 초조하지 않을수 없는 나날.

이리 곰곰 저리 곰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여 보지만.

비관과 낙관은 이리저리 교차하고...


꿈- 광목으로 둘둘 말아 얼굴과 손발이 그대로 드러난 송장을 지고서 조선소 현장을 돈다. 화장터를 찾으려고.

그런데 그 시체는 애순이었다.


18466  1997. 8. 29 (금)


그림을 뽑는다.

그리고 英이 선배가 주문하였다는 명함과 전단지를 디자인하여 출력.

어떠한 동기든 그것이 부여되면 나는 몰두한다.


18467  1997. 8. 30 (토)


끝물의 무더위가 오히려 더한 것 같다.


영도도서관의 한칸 열람실 들어 앉아서 부산지도를 펼치고 곰곰 들여다 본다.

어느 곳?

나는 과연 이곳 부산이라는 도시에 관하여 무엇을 알고 있을까.

문화적 세련과는 거리가 먼 상공업도시.

거칠지만 따뜻한 품성의 사람들, 사귀기는 힘이 들지만 한번 사귀면 두터운 정을 주는 사람들이 사는 이곳.

이 곳 어디에다 터를 잡고 밥벌이를 하여야 하나....

내 규모는 뻔한데.


레츠 미화당에서 이미지 출력업소를 보았다는 J의 말에 그곳을 찾아 여러층을 찾아 헤맨다.

英이는 한달로서 디자인 학원 수강 마치기로 하여, 재등록은 하지 않기로 한다.

배울 것도 없다지만 英이의 열성도 없기 때문이다.


꿈-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데 그 과정은 복잡한 미로의 구조물을 통과하는 것이다.

전형적 패턴의 꿈.


18468  1997. 8. 31 (일)


세식구,수영 요트경기장의 '인쇄포장 산업전'

둘러보기를 역시 잘하였다.

엽서나 명함등을 출력하는 CANNON 제품.

ALPS 제품보다 기능도 좋고 원가도 적게 들지만 가격대가 800만원을 웃돈다.


각종 첨단의 인쇄장비들, 기름내 나는 활판식 인쇄 시스템은 자취를 감추고 디지털화되어 더욱 현란한 기능들을 자랑하는 장비들.

너덧군데의 부스에서 상담하였는데, 아직 내 장사의 컨셉이 결정되지 않았으므로 적극적인 어프로치는 할 수가 없다.


꿈.

일요일.

이제 에레미야서 들어간다.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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