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7. 9

카지모도 2016. 6. 2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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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9  1997. 9. 1 (월)


9월에 들어섰으나 여름은 물러나지 않는다.

일요일.. 백수에게 일요일이라고 무슨 특별한 날이랴만 그래도 기분만은 일요일이다.

휴일이면 나도 남들처럼 백수의 초조함 따위는 벗어 놓아도 좋을것만 같은 공범심리.

사람들이 죄다 쉬는 일요일이니까...


英이는 아침에 일어나자 동생의 꿈을 꾸었단다.


과연 저녁 무렵 俊이 전화하여 제 어미와 통화.


세편의 비디오.

'매드니스'

스테판 킹 적인 괴기 분위기가 있는데 아마 원작은 그가 아닌듯.

'다이알 M을 돌려라'

오소독스한 탐정 영화, 알프렛 히치콕감독, 그레이스 케리 주연의 고전이다.

단순한 복선의 추리물, 히치콕의 명성에 걸맞는 서스펜스는 조금도 없구나.

'비욘드 랭군'

군사독재의 버마, 아웅산 수지 여사의 항쟁을 그린 영화.

그야말로 미국 여의사의 스처가는 시각으로, 미국적 시각으로 주마간산의 묘사.


18470  1997. 9. 2 (화)


세식구 나선다.

재단기 주문하고, 서면 대한액자로, 한창정보단지 들렀다, 이웃의 S경 갤러리로로.

KB찬 들쑤셔 캔버스 한 ROLL 받아싣고 가야를 지난다.

가야밀면, 바글바글.

다만 점심으로 밀면을 먹기 위하여 엄청난 사람들이 드넓은 홀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사람들이 모두 돈이다.

역시 소문만큼의 맛은 있다.

이 집은 이 맛 하나로 성공한 것.


감전동 E마트, 며칠전 개장한 대형 할인 매장.

넘쳐나는 상품들, 그중에는 프린터 스캐너등 컴퓨터 용품도 있다.

견물생심인지라 J는 일용품,식품 게다가 맥주까지 한박스 싣는다.


그리고 일전 통화하였던 엄궁의 현대아트 갤러리 찾아간다.

상당한 규모의 액자공장이다.

전시장까지 갖춘 너른 사무실에서 늙수레한 KM수 사장과 인사를 나눈다.

찬찬하게 이것저것 설명하여 주는 이 계통의 이너서클 면모 뚜렷한 K사장.

알고보니 이곳은 S경의 K사장과도 거래하는 곳이다.

나는 전화번호부에서 찾아 무작정 통화하여 방문한 것이었으나.

K사장은 액자공장 하나 알선하는데도 이와 같이 인색하고나.


찾아가기를 참 잘 하였다.

KM수 사장은 결코 밝은 전망을 제시하여 준것은 아니지만 위축되었던 자신감이 되살아날 만큼의 많은 정보를 주었다.

그림, 액자 계통의 끼리끼리 뭉친 결사의 비밀을 엿보았기 때문이라기보다 내 나름대로의 컨셉을 구체적으로 그릴수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림을 더욱 가치있게 만드는 물건이 액자이다.


편한 잠 이루다.


18471  1997. 9. 3 (수)


이른 아침부터 전을 벌려 그림을 뽑는다.

전날 S경서 수령한 캔버스 한 ROLL.

출력하여 보니 웬걸, 아예 착색조차 되지 않는 물건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거리람.

나를 가지고 장난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 치미는 분노.


출근시간을 기다려 세경에 전화한다.

KB찬 에게 소리를 질러 화를 낸다.

도대체 낫살이나 먹은 사람을 무어 훈련시키듯 매번 이렇게 농락하는 거냐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뽑아 상품을 만들려는 계획은 캔버스가 확보될 때까지 무산할수 밖에.


전화로 이곳저곳 가게를 알아본다.

우체국 근처 간선도로변, 13편짜리가 2500만원에 50만원.

영도 지역의 점포 임대 시세는 높은 편이다.

거기다 권리금이 붙어 있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점포를 마련하고 난후, 화랑의 분위기를 연출할 정도의 인테리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18472  1997. 9. 4 (목)


더위는 사그라진다.

잠바를 걸처입고 S경 으로.

굽신거리며 사과하는 K사장,

그러나 나는 이제 그를 완전히 불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음 주초에 철썩같이 약속한 캔버스, 이번에는 만족한 놈으로 주려는지 정말 걱정스러웁이 앞선다.


대청동의 화랑들, 아트 포스터 화랑들을 둘러 본다.

화랑이라고 그곳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어줍잖은 내 안목에도 차지 않는 것들.

직접 근린 유화와 아트 포스터의 가격의 간극이 그다지 크지 않음에도 놀랍다.

그림값이 똥값이라기보다 똥같이 찍어내듯 그리는 그림들의 범람하는 까닭이다.

싸구려 상업주의가 싸구려 안목을 양산한다.

차라리 내가 뽑은 명화들이 훨씬 품위있고 아름답다.


중앙성당 앞의 2층 갤러리.

아프 포스터의 부산 본산인 듯 한데, 너무나 훌륭하게 인쇄된, 박물관의 라이센스를 획득한외제 아트 포스터가 정말로 멋지다.

남천동 '담시'에 걸려있던 고급스런 아트포스터의 그림들.

사장은 외국서 구해 온다고 과장스레 자랑하였지만...그런 그림들이 부산이라고 왜 없을손가.


레츠 미화당, 포토 그래픽 업소, 해상도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 사진들을 이용한 출력물들, 시계, 갓, 타일, 천등 팬시화한 이미지 상품들. 출력품질은 나에 비하여 형편없으나, 다양한 구색을 위하여 CONTACT 하려 한다.


내 전용 운전기사 英이를 끌고 왼종일 돌아다닌다.


18473  1997. 9. 5 (금)


英이와 차속에서 나눈 대화.

저에게 프로포즈하는 선배 머슴아.

대학의 동아리 선배, 해군중위.

보여주는 사진속 녀석은 출중한 미남이다.

남자에게는 심드렁한줄 알았던 英이 딴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비에게 어필한다.

J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인데 장남이라 내키지 않아 한다나.

아, 英이도 혼기를 맞는 나이가 된 것이다.


에레미야.

기도.


18475  1997. 9. 7 (일)


남아있는 캔버스에 내처 그림을 만든다.

이것 저것 그림들을 섭렵하다보니 르네쌍스 후의 미술 사조를 환하게 꿰게 되누나.

카바라초, 무디니, 엘 그레코, 루벤스, 렘브란트....

출력상태는 비교적 만족한 수준.


저녁에 S곤 오다.

마루에 마주 앉아서 J가 시켜준 덴뿌라와 소주를 마신다.

S곤 이는 이제 여관업을 구상하고 있다.

몇 억의 투자, 그 아내 J석 엄마의 재력은 만만치 않다.

사진얘기- 그의 스승인 KB만 씨는 국전 초대작가.

얼마전 연꽃을 짝으려고 태국까지 가서 연못에 잠긴채 셔터를 누를 찰나를 기다려 몇시간 물 속에 잠겨 기다렸다는 얘기등.


다이아나 영국의 전 왕세자비 자동차 사고로, 죽고 테레사 수녀는 선종하였다.

다이아나의 화려 장엄한 장례식.


아침으로는 선듯한 한기도 느껴지고.

하늘도 서너뼘 높아진 것 같다.


18479  1997. 9. 11 (목)


俊이에게서 편지.


부대가 양구로부터 홍천으로 옮겼다고 한다.

부대 옮기고 나서는 일절 외출 외박도 금지되었다는 얘기등을 적어 놓았는데, 좀 모호한 내용이고 게다가 녀석은 악필이다.

하하하라는 의성어가 쓰여있는데 이것은 낙천의 웃음소리인지, 아니면 자조의 표현인지.


추석은 닥아오는데.

녀석의 군대 팔자는 썩 좋은 편은 되지 못한다.


갈라디아서.

육체의 소욕, 성령의 열매.

아, 성령의 인도하심.

다시 한번 주십시오.


18480  1997. 9. 12 (금)


俊이에게 편지 띄우다.

어수선한 녀석에게 아비의 어두운 마음밭을 눈치채이지 않도록 신경은 썼으나, 행간에서 행여 그런 느낌이나 갖지는 않을러는지.


귀가 얇지 말자.

영도 바닥에서 무슨 그림 장사냐는 둥...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H근 에게서 전화,

녀석도 만나봐야 한다.

H근 의 그림을 내가 팔아보면, 동양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꽤 있을터이니.

그런데 녀석의 그림이 팔리기는 하는 그림인가 모르겠다.


18481  1997. 9. 13 (토)


여덟살 짜리 여자아이.

유괴된지 보름만에 주검이 되어서 발견되다.

범인은 스물여덟 짜리 임신한 주부이다.

교육받은 예쁘장한 도시의 여인.

끔찍한 일.

원한도 아니고 정신적 발작도 아니고, 단지 돈 2000만원을 구하려고 아이를 죽였다.

끔찍하고 끔찍한 일.

이 시대.


사람이 살아가는 최소한의 테두리, 필경 목숨을 부지하는데 꼭 있어야할 가장 작은 테두리.

가족이라는.

그 구성원의 파괴된 정신 때문에 그 테두리가 궤멸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어떤 전혀 낯선 존재에 의한 미필적 고의로 인하여 그 테두리가 파괴된다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英이 차를 몰아 덕포동 H근 의 화실.

청소를 하지 않아 넓은 화실은 불결하다.

그림 그린다는 녀석의 옛날 풍모는 한껏 속되어 졌고, 저나 내나 나이만 먹고 있는 속물의 생활인.

H근, 내게 준다는 화집 역시 N영과 형 집의 것과 똑같은 것이다.


18482  1997. 9. 14 (일)


대통령 후보들, TV에 나와 연기들을 한다.

김대중, 김종필, 이회창, 조순...


롯데 지하상가- 이미지 하우스라는 가게는 여전하고 아이맥은 점포를 내어놓고 문을 닫았다.

코오롱 지하상가- 한빛그림이란 이미지 출력업소 앞에서서 한참을 어슬렁거린다.

품질은 보잘 것 없다.


서면기업의 KS용 사장,

십만원짜리 상품권과 술한병을 J에게 전해 놓고 다녀 갔다.

이제 효용가치를 잃은 내게 명절이라고 잊지 않고 찾아주는 KS용 씨.

그의 예술적 기질이 더불어 생각나 작은 감동을 준다.


18483  1997. 9. 15 (월)


英이 일전 얘기하였던 해군중위녀석- 英이 편에 양주 한병을 선물하였다.


18484  1997. 9. 16 (화)


바람 몹시 물어댄다.

아우성 소리가 들창을 뒤흔든다.

바람은 웬 먼지를 몰고와 베란다 창틈을 틈입하여 베란다 바닥에는 켜켜히 먼지가 쌓이고.


TV에서는 명절이다 명절이다하고 최면을 걸어대고 있다.


전 부치는 냄새.

늙은 마누라와 젊은 딸이 있는.

행복한 냄새.


아, 이제 한가위 명절이 지나고, 여름이 물러가면..

나도 가을처럼 시원하여 지려나.


추석. 어머니 서울가시고 俊이는 강원도 땅.

책상 앞 어둠속 잠겨 고개를 숙인다.


18485  1997. 9. 17 (수)


추석 한가위.

평소보다 쓸쓸한 거리.

날씨 탓인지 한복입은 사람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 어머니께 전화드리고 형집으로.

수화기 저너머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그저 심상하다.


가야숙모와 D은이, D은 이는 아들을 얻었다.

둘러 앉아서 아침들을 먹는데 俊이에게서 전화.

제 소대가 몽땅 옮겨간 곳은 바로 기갑사단.

목소리가 밝아 아비는 기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비좁아지는 듯한 형.

아니 아니다.

스스로 비좁아서 슬픈 쪽은 바로 나다.


사직동- 장인어른은 학처럼 여위었고, 중늙은이 사위녀석과 앉아서 정치담 나누는 것이 그래도 즐거우신 모양.

큰처제 미국 다녀오면서 아트 포스터 선물, 멋진 사갈의 그림이다.

미국서는 아트 포스터가 하나의 미술 문화로서 자리를 잡은 모양.


18486  1997. 9. 18 (목)


동양사상에 심취한 미국의사 앤드류 윌이 쓴 '최상의 건강으로 가는 8주간의 전략'

그 중에서 호흡법에 관한 것들을 발췌하여 P/C로 정리한다.

호흡법, 숨쉬기의 방법론.

숨쉬기란 의식과 무의식의 연결고리.

육체와 마음이 합일되는 통로.

호흡관찰하기, 내쉬기로 호흡 시작하기, 숨쉬기를 내버려두기, 긴장완화 호흡법, 풀무호흡법....


명절 다음날.

고향에서 다시 도회지로 돌아오는 사람들, 고속도로는 꽉 막힌채 부산 서울간, 스무시간이 넘어 걸린다고.


18487  1997. 9. 19 (금)


고호의 '까마귀나는 보리밭'을 출력하였는데 캔버스는 그런대로 쓸만하였으나 스캐닝한 원화가 부실하여 썩 완벽한 것은 되지 못한다.

무슨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사처럼 잉크 범벅이 되어 잉크 리필하였으나 이 또한 순조롭지 않다.


J가 화집에서 고른 르네쌍스의 풍경화 한점을 뽑았는데, 이번 것은 썩 만족스럽고.

J는 이 그림을 아주 좋아한다.


서둘자.

세경에서 캔버스 받아 본격적인 그림 상품을 생산하자.

현대 갤러리에서 액자를 맞추어 넣자.

한 50여점.

아프 포스터도 수십점 사서 프레이밍하고.

포토맥이나 GMC에 사진 코팅관게를 파악하고, 재단기 가져오고...

무엇보다 점포확보...


상호는 예전 H근 화실 이름을 원용 '美友 GALLERY, GRAPHICS'라면 어떨까.


무위의 정신을 들깨우고 무위의 육체속 무력감을 들깨워, 정신을 띄우고 몸뚱이를 움직이면 긍정은 싹트고 자신감은 꽃핀다.


새벽2시 기상.

차 끓여 마시고 호흠.

그리고 나의 주님께 기도.


18488  1997. 9. 20 (토)


J가 잡지에서 오려온 여성잡지.

서울의 액자전문점, 아트 포스터전문점을 소개한 기사의 페이지다.

서울 올라가 그 점포들의 사장들과 면담하는 구상, 현대아트갤러리의 K사장 만나서 액자 개발에 대한 협의...


18489  1997. 9. 21 (일)


英이는 학원 과학선생 자리 응모한다고. 외출.

롯데지하상가 전화하여 보니 벌써 가게는 나가 버렸다.


꿈- 퇴근하려고 옷을 벗으려고 하니 벗겨지지 앟는다, 겹겹 껴입은 옷들의 그 답답함.


일요일 아침, 얌전하게 머리맡 놓인 俊이 편지 두통.

9월 2일자와 9월 11일자에 쓴 것,

기갑부대.

홍천으로 옮겨와 제법 견딜만한 상황이 된 듯 하다.

편지의 행간마다 낙천이 흐르고 있어 기쁘기 짝이 없다.

부대가 옮겨서 그런건지, 제법 고참 반열에 올라 그런건지.

어쨌거나 아들놈의 편지는 뿌연 백수가 맞는 일요일 아침에 한잔의 생명수처럼 달고 시원하다.


18490  1997. 9. 22 (월)


俊이의 밝은 편지 덕분에 J도 英이도 나도 기분들이 가볍다.


이제 여름은 완전히 꼬리를 사리고 가을빛 완연하다.

4월부터 8월, 그 기간이 암담한 시련이었다면, 아니 암중 모색의 시간이었다면 가을, 이제는 도약하는 계절이어야 한다.


점포의 이름을 구상한다.

가희- 嘉喜, 아름다울 가에 기쁠 희.

또는 嘉禧, 아름다울 가에 길할 희.

영문으로는 'GAHEE'


아트 갤러리 '가희'

ART GALLERY 'GAHEE'

컴퓨터 그래픽스

COMPUTER GRAPHICS


18491  1997. 9. 23 (화)


세수도 않은채 컴퓨터 앞 매달려 그림을 만들다 보니 스스로 그림에 도취되기도 한다.

그림에 대한 척박한 안목과 실력일망정, 아름다움을 향한 욕구가 샘솟는다.

이것이 강력한 모티브가 되어 작업에 열중케 하여 주어 기쁘다.


LW규 씨에게서 전화.

PI서 씨 부친 별세, 상가는 광주.

YH중 씨에게서 전화.

LG섭 과 긴 통화.

세수도 않고 칩거한 백수에게  밖의 공기는 그나마 신선하구나.


俊이 녀석, 시형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는데, 제 식구처럼 만만한 분이 아니어서 반듯한 글씨와 단정한 문장이었다고.

식구들에게는 낙서와 같은 편지를 보내는, 녀석의 엉뚱한 마음 속을 아비는 들여다 볼수 있지. 그럼..


18492  1997. 9. 24 (수)


전형적인 고호풍 그림 '실편백나무'를 커다랗게 두점이나 뽑았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림이 실패하면 잉크의 낭비와 캔버스가 낭비되는 것이다.

이런 간접적인 소모성 경비도 원가에는 반영해야 한다.

대신 프랑크의 예쁜 소품 '빨간 사슴'은 너무나 예쁘게 나와 주었다.


광주 문상가는 LW규 편에 부조금 5만원 부치다.


집 밑의 사거리 롯데리아 앞에서 무단횡단으로 전경들에게 붙잡히다.

봐주라거니 안된다거니 실갱이,

결국 2만원의 딱지를 끊긴다.

챙피하기도 하려니와 기분 또한 여간 고약하지 않다.


스포츠 신문- 백수, 흰손, 백작, 백야, 백조, 백합등 놀고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별칭도 다양.

백수는 보행자 벌칙도 자주 하는 모양이다.


18493  1997. 9. 25 (목)


종일 P/C.

모니터의 색감과 출력 색감의 채도 차이 때문에 속이 상한다.

포토샾 프로그램의 CALIBRATION 방법을 모르니 이 또한 속상하고.


밀레의 '양치는 소녀'를 뽑는데 SCRATCH MEMORY 부족으로 프린팅이 되지 않아 이 또한 속상하다.

순조롭게만 진행되면 제법 즐거운 작업인데.


동삼동 주택은행 윗편의 1층 점포, 전에 완구점을 하던 곳인데 전세 2500에 월세 50만원.


모니터 앞에 너무 노출되었나.

눈알이 쓰리고 골치가 띵하다.

초저녁 침대에 누워 비몽사몽 CBS의 이인제 대선후보의 토론회 듣는둥 마는둥 설핏 잠이 들다. 중간에 잠시 깨었으나 곧 머리를 눕히고 아침까지 내처 잔다.


18494  1997. 9. 26 (금)


종일 그림제작.

일비일희,

마음먹은 대로 색보정이 되지 않을때는 속이 상하다가 제법 뽑혀져 나올때는 마음이 즐겁다.

컴퓨터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할때는 마음이 상하고 그 문제점을 곰곰 연구하여 찾아 해결하면 마음이 가볍다.


이것이 문제, 항심이 없다.

평정심으로 일희일비하지 않을 靜重如山의 마음가짐이 내게는 부족하다.

감정밭이 들쑥날쑥.


좀 안되면 어떠랴.

좀 잘된다고 그게 대수랴.

프로페셔널이 되기에는 나는 너무나 평정심이 부족하다.


그러나 집중하여 그 대상에 폭 빠질때에는 눈이 아프고 팔이 아프고 골치가 지끈거릴지언정 아랑곳없이 파묻힌다.

그나마 이런 점이 장점이랄까.


초저녁 한 두어시간 잤을까.

수면속에 틈입한 꿈도 아니고 상념도 아닌 온갖 생각들에 찌들어 11시30분 깨어 일어나다.

밤새 꼬박 P/C 앞에서 작업한다.


18495  1997. 9. 27 (토)


색보정을 하고 종이에 인쇄한 그림보다는 월등한 느낌의 그림.

직접 고흐가, 세잔느가, 고갱이, 그린 원화의 느낌을 캔버스 위에다 만들어 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실패를 거친 경험으로서 체득한 노하우가 있어야한다.

명장의 모사에만 일생을 바치는 화가가 있다는데.


그리고 보이는 모니터의 그림과, 실제 추력물과의 채도 차이가 사람을 미치게 한다.

RGB, 말하자면 빛의 MODE 와 CMYK, 말하자면 색의 MODE 와의 교호성에 관하여도 이론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고야, 무릴로, 드라크로와의 그림 출력.


옛날 삼성문화재단에서 출간한 '세계회화의 역사'를 읽기 시작한다.


18497  1997. 9. 29 (월)


눈알이 빠질 것 같고, 팔뚝이 떨어져 나갈것처럼 쑤시는데 P/C 앞에서 떠나지 못한다.

소품들을 여러점 제작.

고호것, 마네것, 세잔느것.


월드컵 축구 예선전.

일본에서 벌어지는 한일전.

태종대 도로에 차량이 전혀 뵈지 않을 정도로 온 나라가 숨죽여 본다.

2 : 1.

정말 통쾌한 역전승이다.

세식구는 환호 환호.

창 밖에서 들리는 온 아파트의 환호성 소리.


18498  1997. 9. 30 (화)


썩 만족스럽지 못한 출력물들.

화가도 못되면서, 그만한 숙련도 없으면서도 마티에르가 아름답게 표현될수 있다는 것, 이것은 열정만으로 체득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숙련이다.

화가를 꿈 꾸지 못하더라도 기능공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소재인 캔버스가 아무래도 못마땅하다.

S경 갤러리는 IT 피카소로 상호를 바꾸었는데, K사장은 그림을 몇 점 가져와 보라고 어줍잖은 체인본부의 폼을 잡는다.


어드바이스해줄만한 누군가가 없을까.

K사장으로서는 안된다.

일전 방영한 EBS의 '직업의 세계' 앞으로 엽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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