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7. 10

카지모도 2016. 6. 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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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9  1997. 10. 1 (수)


EBS에 보내는 엽서와 俊이에게 편지를 띄우다.

포토샾으로 잡지에서 오려낸 어린아이 사진에 크립아트를 결합해 연출하고, 英이 사진들을 꾸며 출력한다.

말하자면 샘플 작업이다.

그 두어시간의 작업으로 벌써 눈알은 빠질 듯 아프다.

무리, P/C 앞을 물러나다.


백수의 세식구.

아니 되겠다, 무위는.


12시쯤 세수하고 정신을 추슬러 俊이 책상앞 앉아서 포토샾을 공부한다.

하나하나 프로그램의 FUNCTION이 파악되고 이해될때마다 P/C를 켜고 싶은 맘 굴뚝같았으나 눈의 아픔은 한사코 그 욕구를 눌러버린다.

오후 한나절 공부 잘 했다.


18500  1997. 10. 2 (목)


세식구 집을 나선다.

주택은행 옆 점포, 10평이라는데 제법 넓어 보인다.

2층에는 너른 다락방 까지 있다.

전세 2500만, 월세 50만원.


디지털 카메라를 알아보려 서면 전자랜드.

현재 출시된 최고의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의 DC-120, 140만원을 호가한다.

120만 PIXEL의 화소.


S경- IT 피카소라는 제법 큼직한 간판을 내걸었고, KB찬 이 플로터로 뽑은 대형 그림들은 사뭇 원화의 간지가 난다.

캔버스 한 ROLL 수령.


엄궁- 현대아트 갤러리, 액자를 주문하면서 KM수 사장과 오랜시간 얘기를 나눈다.

액자값은 의외로 고가 다.

가지고 간 고호의 그림등 다섯점, 액자값만 10만원을 넘는다.

이렇게 되면 단가가 너무 높아져 불리하다.

액자의 거래처를 좀 더 알아 봐야겠다.


18501  1997. 10. 3 (금)


새벽 깨어일어나 일기를 쓰고 기도를 마친후.

이내 P/C앞에 앉는다.

전날 받아온 캔버스를 시험코자 쓰린 눈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한다.

스캔하여 놓은 그림들, 마네, 고호, 르동, 고갱, 루오, 유트릴로...까지 잘 나가는 것 같더니 고호의 어선그림에서 잉크분사가 과다하여 캔버스의 번짐이 심해진다.

기계도 무리를 한것인가.


S경, 아니 IT 피카소 K사장 부탁으로 팜프렛 인쇄할 사진,

사진작가 S곤에게 부탁한다.

S곤 의 하셀 브라드, 슬라이드 사진 찍어주고,

S곤 과는 서면서 헤어진다.

서면 상가를 휘돌아 다니며 그림값을 묻고, 액자값을 묻고 소품들 값을 묻고 묻고 다닌다.

눈알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저녁에는 H근 이 한잔 산다고 하였는데, 정작 녀석은 나오지 아니하고 S곤 N영 과 더불어  세명만 취토록 마셨다.


18503  1997. 10. 5 (일)


눈이 조금 나아진 듯하여 다시 P/C 앞, 포토샾의 ACTION과 LAYER 공부.

참 놀라운 소프트웨어다. 포토샾은..


俊에게서 전화.

아마 곧 첫휴가를 올 모양, 녀석 오기전에 무언가 시작하고 있었으면 좋으련만.


주택은행 위의 점포를 결정하여, 추진키로 마음 먹는다.

더 이상 머뭇 거릴수는 없다.

우유부단을 신중으로 포장하지 말자.


저녁, 월드컵 축구예선, 아랍 에미리트에 3:0 압승.

광중들 환호의 물결.


새벽.

어둠 속 기도.


18504  1997. 10. 6 (월)


새벽부터 작업.

쇼 윈도우에 전시할 샘플로, 일전 英이 사온 일본잡지에서 신부 사진들을 연출하여 뽑는다.


포토 샵은 거듭 놀라운 프로그램임을 느낀다.

그런데 리필한 잉크의 트라블.


점포 주인에게 전화하니, 무슨 큰 선심을 베푸는 듯 월세 5만원 깎아 주면서 목에 힘을 준다.

간선도로에 점포를 가진 유세 일법.


18505  1997. 10. 7 (화)


세식구 차를 몬다.

점포 주인만나 계약키로 한다.


투자신탁 들러 돈을 찾고, 범일동 조광후지에서 S곤 만나 슬라이드 사진들을 찾는다.

IT 피카소에 사진들을 건내 주고 캔버스를 좀 얻는다.

한창 정보타운, 인화지 한권 구입.


현대아트 갤러리들러서 액자 찾아오다.

액자에 넣어 보는 그림은 썩 훌륭하다.

제법 상품 가치가 넘처 보여서 기분이 좋다.

그러나 액자값을 포함한 원가부담과 가격부담의 염려.


부산지방법원, 점포의 등기부를 떼어 본다.

새마을 금고에 근저당 설정 채권 최고액 6500만원. 소유자 KS동 씨 처의 이름으로 가압류도 되어있고.

이런 것들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좀 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암남동 세창공예 찾아 간다.

IT 피카소 K사장이 소개하여 준 액자 공장이다.

KD호 사장의 인상은 매우 좋다.

특히 액자의 가격은 현대에 비하여 엄청나게 저렵.

물론 품격의 고급스러움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옳다, 되었구나.

세창공예.


18506  1997. 10. 8 (수)


새마을금고 확인하여 보니 근저당설정의 채권액은 모두 변제되었다고 한다.

계약키로 결심.

점포의 2층에 살고 있는, 60세가 넘는 전라도 사람, KS동 씨.

들어 본 얘기로 유추컨데 평탄치 못한 가족상황인 것 같다.

늙마에 마누라와 별거, 출가한 딸들 .. 서로간에 갈등이 있는 가족관계.

등기부상 가압류는 별거한 아내의 위자료조 1000 만원이라고.

건물 시세는 아마 3, 4억은 넘지 않을까.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자신은 무식하여 글을 쓸수 없다고 하여 내가 모든걸 적어 간다.

계약금 건내주고 도장을 찍는다.

공증도 없고, 제3자 입회도 없는, 싸구려 목도장 하나 누른 이런 계약의 효력이 어떠한지 이런 방면에는 무지한 나이지만 별 문제 있으랴...


이제부터 해야할 일들이 널려있다.


새벽.

주님의 현실적인 손길.

기도.


18507  1997. 10. 9 (목)


J는 친구들과 고갈산 산행.


英이와 IT 피카소, K사장은 없고 KB찬 혼자서 바쁘다.

불량 캔버스를 반납, 재제작 의뢰하고 플로터로 출력해야 할 대형 그림의 리스트를 뽑아준다.

무릴로, 고호, 모네, 엘 그레코, 루오...


간판집, 싸인탑 전면 간판 4M X 1M, 돌출간판  3M X 0.8 M,  150만원.

젊은 사장의 서글서글함이 마음에 들고, 그에게서 목공도 소개받는다.


이미지 저장의 FORMAT을 나는 TIFF만 고집하지만, JPEG 압축도 이미지 왜곡은 그리 크지 아니함을 발견하여 기분 좋다.

TIFF보다 압축 효율이 높은 것이다.


18509  1997. 10. 11 (토)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 맡길 형편이 아니되는 나는 목공소에 상의할수 밖에는 없다.

그런데 일단 도면이 있어야 한단다.

점포에 가서 줄자를 들고 정확한 촌법을 잰다.

이런 저런 구상이 머리를 어지렆히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짜낸다.

조선소 근무한 실력을 발휘키로.

도면을 그린다.


간판도 디자인 해야하고 전단지도 디자인해야 한다.


꿈- 俊 휴가, 후방의 호텔에 배속된 俊이, 기특하게도 노숙한 어른이 된 俊이.


오늘쯤 녀석은 휴가 나오려나.


18510  1997. 10. 12 (일)


상 펴놓고 앉아서 도면을 그린다.


바닥은 전부 빨간 카페트를 깔고. 아홉평.

벽체 계단부와 중앙부의 사절벽까지 9평은 합판처리후 고급벽지 마감로 마감하고.

총 벽지 시공 면적은 천정까지 약 20평.

그리고 쇼윈도우의 진열대, 쇼우 케이스, 사다리등 짜 맞추고.

사다리 부분에는 사절벽 시공도 필요하다.


처제들 다녀가다.

저녁 카자흐스탄과의 월드컵 축구 예선, 비기고 말았다.


18511  1997. 10. 13 (월)


J와의 잦은 의견 충돌은 피할수 없다.

그러나 피곤함은 어쩔수 없다.

직선적이고 즉각즉각 되는대로 일을 진행시키려 하는 J.

J가 보기에는 내 쪽이 너무나 깊이 생각하여 돈드는 쪽으로만 모든 것을 구상한다고 할 것이다.

어쩌랴, 돈주머니는 J가 가지고 있는걸.

지출의 결재받기가 참 지난하고녀.


새벽 1시 기상.

요즘 잠이 들 리가 없다.


18512  1997. 10. 14 (화)


DI 목공소에 도면 넘겨주고 견적을 의뢰, SM 장식, 바닥재와 벽지를 상의하다.


세창공예에서 소개하여 준 나까마 그림 중개상 KJ환 씨 만나다.

진작 이런 사람을 만났어야 하였다.

그림시장- 컴퓨터의 명화만으로는 얘기가 되지 않는다.

판화, 유화, 아트 포스터의 구색을 갖추어야한다.

잘 나가는 그림들이 무엇인지 그는 바삭하게 꿰고 있다.

이 바닥에서 10 여년 굴러먹은 데코 하우스의 KJ환 씨.

옳거니, 되었다.


국제사 안경점- 전자파 차단 덧안경 구입.

대청동  WALL 화랑, 마네의 아트 포스터 한점 구입.


수영의 컴퓨터 박람회.

DC-120은 140만원에서 요지부동, 칼라 잉크 카드리지와 소모품들을 싸게 구입한다.


俊이 오늘쯤 오려나.


18513  1997. 10. 15 (수)


디스켓 정리하고 대장을 만든다.

덧안경을 끼고서 작업을 하니까 한결 눈의 피로가 덜한듯하다.


제법 만족스런 출력이다.

소품과 한 30호짜리 열점 넘게 뽑았는데 단 하나 실패가 없었다.

英이가 IT 피카소에서 캔버스 한 ROLL 수령해 오다.


KI용 에게서 전화, 친구들 좀 만나가며 살자고 투덜 투덜...


꿈- 집안 바닥에 구멍, 그 안은 늪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몸을 담그면 다른 차원의 도시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마도 점포의 2층으로 통하는 천정 OPENING이 소재가 되어 내 심층심리와 결합하여 나타난 데포르마숑된 영상일 것이다.


아침, 라디오를 켜니 조용기목사의 목소리가 우렁우렁 울려 나온다.

기도, 응답받는 기도의 원리, 찬양과 회개와 간절함의 기도...


18514  1997. 10. 16 (목)


전일 英이 IT 피카소로부터 가져온 캔버스.

이른 아침 뽑아보니 또 엉망이다.

잉크가 확 흡수되어 DETAIL이고 뭐고가 다 사라져버리는 엉터리.

언제까지 캔버스로 애를 먹일 작정인지.


아침먹자마자 볼이 부은 英이를 재촉해 IT 피카소로 달려간다.

K사장에게 심각하게 어필하고 목청도 좀 높인다.

여하튼 신용할수 없는 친구이다.


서면 전자랜드 들른다.

이틀새 DC-120의 가격이 거짓말같이 110만원으로 내려 있다. 30만원이나...


점포주인 영감님, 다소 골치아픈 문제를 가지고 있는듯하다.

마누라님과.


목공소에서 전화, 오늘 만나기로.


KH호 에게서 전화, 미국 다녀와 ABS 의 SURVEYOR.

내려와 맥주한잔 하자는걸 완곡하게 거절하다.


18515  1997. 10. 17 (금)


俊이 입대한지 꼭 1년이 되었다.

안쓰럽네 어쩌네 하였어도 어느새 군대생활 절반이 된 것이다.

아마 오늘 내일 휴가일텐데, 아비가 곧 무언가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게되어 너무나 다행.


잠자리에서 곰곰 생각하던중, 흑백사진의 칼라화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벌떡 일어나  P/C앞으로 달려간다.

LAYER를 이용하고 색상 MPDE를 이용하니 어머니의 옛 흑백사진에 멋진 질감의 칼라를 입힐수가 있다.

햐, 경험이 실력이다.


목공소 들러 인테리어 계약.

서면 상가지대를 헤맨다.

인테리어, 진열, 쇼윈도우....


한독병원 지하의 예술인의 집 이라는 화랑.

근래 가본 곳중 가장 그럴듯한 곳이다.

몇백만원의 명패가 붙어있는 동양화, 서양화는 드물다.

만만치 않은 가격들이다.

내 수준에서 취급할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아니다.


DC-120 구입.

돌아와 열심히 카메라의 FUNCTION을 공부한다.


점포 전화번호 나오다.


18516  1997. 10. 18 (토)


DC-120, 제법 뛰어난 해상력, 리플렉스 카메라에 그다지 뒤지지 않는다.


J컴퓨터에 들른다.

가까운 곳에 이만한 컴퓨터 전문점이 있어 다행이다.


이웃 수족관 주인하시는 말씀인즉슨, "이곳 상권은 어중간한 것은 잘 안된다. 아주 저렴한 것으로 소문이 나던가 아니면 아주 고급으로 나가던가"


18517  1997. 10. 19 (일)


간판 디자인.

진한 초록 바탕에 노란 글자.

아주 고급스럽다.

도면을 주고 간판 주문.

'嘉 喜'

번창하여라. 가희여.


소망장식, 카페트와 벽지를 고른다.


대충 실내의 기본적인 ARRANGE가 갖춰지고 나면 가구다 전기다 소품이다해서 자질구레한 씀씀이가 만만치 않게 뒤따를 것이다.

이제부터 상품제작에 매진해야 한다.

장비에 있어서는 LAMINATOR 한대를 구입한후 일단 마감키로 한다.


지금 무언가 구체적으로 진전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완벽하지는 앟을지언정.

그 이의 이끄시는 손길에 감사하라.


18518  1997. 10. 20 (월)


큰 그림을 뽑는데에는 이번의 캔버스에 작업하기가 쉽다.

고급스런 TEXTURE는 아니지만.


종일 그림 제작.

앵그르의 '잔다르크', 르노아르 '테라스에서', 마티스의 정물화, 세잔의 풍경화와 정물화, 칸딘스키의 추상화, 유트릴로의 파리풍경, 모딜리아니의 여인그림, 뭉크의 그림등...

모두 액자에 담아 상품화할만한 것들이다.


전단지의 광고문안 구상, 확 어필할수 있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는 어디 숨어 있을까.

문화, 고급, 생활의 가치, 정서, 순화, 분위기, 기분, 품위, 품격, 아름다움.....

이런 덕목들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그런.....


俊이 녀석,소식이 없는데 오늘이라도 느닷없이 들이 닥칠 것 같다.


새벽, 요즘 나의 독수리는 너무나 굳어있다.

뒷꽁무니 통과의례는 아픔의 의식이다.


18519  1997. 10. 21 (화)


J는 계꾼들과 송정행.

액자점, 코팅기등.. 알아보고 의뢰하고 다녀야 할곳 산적해 있으나 자금주께서 안계시니 어쩔수 없는 노릇.


점포주인에게 전화하니 전세금 1천만원을 주어야 거울을 철거한다고 하여 나는 열을 올린다.

그래도 여자는 여자인지라, J가 돌아와 여기저기 전화하여 무마 수습하다.

나만 성질 못된 까탈스런 사람이 되어 버렸다.


18520  1997. 10. 22 (수)


점포, 완구점때의 빙 둘러있던 거울을 떼어내고 목공사 들어간다.


세창공예, 그림 107점과 큰처제가 미국서 선물한 샤갈의 대형 아트포스터와, 대청동  월화랑에서 구입한 모네의 대형 아트포스터의 액자를 맡긴다.

시원시원한 KD호 사장, 일단 서른 점을 골라 액자를 시공한후 내게 보여주기로.


정보지에서 본 광고로 두인아트라는 곳을 문현동 한 빌딩으로 J 와 함께 찾아가다.

선량한 인상의 사장과 아마 영업이사쯤 되어보이는 장광설의 남자와 상담.

IT 피카소 말고도 캔버스,한지, 모시등에 소재를 용액 처리하여 명화나 동양화등 그래픽으로 그림을 만드는 곳이 있다는 사실.

나의 능청스러운 연기,마치 처음 보는것처럼 감탄사를 연발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다.

나도 이제 교활한 장사꾼이 다 된 것인가.


그러나 그곳의 품질은 IT 피카소에 비하여 한참을 뒤진다.

거기서 얻어낸 그림의 가격표는 가희의 단가 확정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중치로 뽑은 그림 정도의 그곳 그림은, 액자 포함하여 6만원선으로 책정 되어있다.

이 가격 수준이면 승산이 있겠다.

움트는 자신감,


서면 GNP 들러 LAMINATOR 계약.


전기공사 의뢰.


18521  1997. 10. 23 (목)


밤을 꼬박 세우며 원가체계를 세운다.

장비의 감가상각과 지급이자를 계산하고 손익분기점을 따져본다.

먹는 장사에 비하여 가장 큰 메리트는 마진이 매우 크다는 사실.


아아, 관건은 이 동네에서의 매출의 확보에 있다.

아이디어와 노력과 성실과 친절과..


목공사 대충 끝나고 간판도 거의 제작완료.


J는 英이와 천장에 달 샹데리아 사려고 나간사이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俊이다.

원주에서 전화하는데 항공편으로 곧 부산 도착할것이라고.

비행기 타는데 이제 맛을 들였나, 녀석.

그런데 녀석이 정작 집에 도착한 시각은 자정이 넘어 새벽 1시가 되어서였다.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기차타고 내려와 구포에서 친구 만나고 온것이다.


베레모를 쓴 기갑여단의 육군, 훨씬 늠름하여 진 아들 놈.

지난 면회 때의 고생에 절은 쫄병의 모습이 아니다.

거무티티하게 그을은 얼굴은 사나이다운 패기가 있고, 어깨도 한 뼘 넓어져 늠름하다.

아아, 아들놈은 이제 진짜 사나이가 되려는가.

기쁘다.


올 가을에 낙하산 4번 점프해야한다는 늠름한 육군상병의 젊은이가 돌아온 것이다.

듬직한 덩치 하나가 들어 찬 집안의 뿌듯한 새벽.


기도.

감사와 감사.


18522  1997. 10. 24 (그)


아들 녀석이 곁에 있으니 어딘지 모르게 든든하고 뿌듯하다.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은 부자, 하려는 사업에 대하여 설명하여 주다.

말없이 듣고 앉아있는 아들놈, 무슨 생각이 오가는지는 알수 없으되, 커단 덩치를 내 새끼로 곁에 앉혀 이렇게 조곤조곤 얘기할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천군만마를 얻은 장군이다.


간판 달다.

정말 고급스런 디자인의 간판.

번잡함 없이 심플하여 초록과 노랑의 조화는 고급스럽다.

주위에서 단연 돋보이는 군계일학.


18524  1997. 10. 26 (일)


IT 피카소.

주문하였던 플로터의 대형그림 여덟점을 제작해 놓았는데, 서너점의 그림은 도무지 마음에 차지않는다.

발색 자체가 되지 못하고 컨트라스트가 없는 밋밋한 그림들.

K사장은 이런 불량품까지도 떠넘기려고 되지도 않은 논리를 세운다.

피곤한 노릇.

게다가 처음부터 금액을 정하지 않은게 탈이었다.

평방메타당 8만원을 부르는 K사장.

어안이 벙벙, 바가지를 씌워도 유만부동이지.

한시간 넘는 실랑이 끝에 50만원을 주고 일곱점을 인수하다.


세창공예 싣고 가 액자 주문.

세창의 K사장은 IT 피카소의 김사장에 대하여 나보다 더욱 네거티브한 인상을 갖고 있다.


점포 벽지 다 바르고 카페트도 깔았다.

빨간 바닥에 밝은 벽과 천정, 보기에 썩 괜찮다.


오늘은 책상 장비들 옮겨 놓아야 한다.

이 부분은 육군 상병 俊이가 힘을 쓸 대목.


18525  1997. 10. 27 (월)


선뜻한 날씨의 일요일.

한바탕 짐을 옮기는 소동.


책상 3조, 의자 2조. 책장 1조, 모니터 3대, 하드 2대, 프린터 3대, 스캐너와 주변기기들...

책 한보따리.

네식구 비지땀을 흘리며 방에서 방으로, 층계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땀을 흘린다.


용달차에 싣고 가희로.

바닥 카페트 청소, 쇼윈도우 청소, 책상 나열, 컴퓨터 정리 결선, 전기쟁이 불러 배선과 결선...


힘쓰는 부분은 모두 육군상병 차지.


늦은 오후 점포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옆의 중국집에서 시켜온 음식을 늦은 점심으로 먹는네식구.

나는 고량주 1병을 마신다.

뻑적지근한 팔다리 어깨 허리.

흐뭇하다.

이제 시작이다.


피곤할터인데도 씩씩하게 외출하는 딸과 아들.

늙다리 내외는 돌아와 몸을 길게 눕힌다.


18526  1997. 10. 28 (화)


벌써 초겨울로 들어섰는지 제법 쌀쌀하다.

점포 창밖 오가는 사람들의 입성도 엊그제의 가벼운 차림이 아니다.


가희에 나가 종일 정리한다.

J는 응접세트, 전화기, 전등사려고 종일 밖으로.


오후 4시쯤 크리아트 KJ환 사장 아트포스터 한아름 싣고 방문하였다.

아트포스터- 비록 미술관의 라이센스가 있는 수입품과 국내 복제품의 차이는 뚜렷하지만 일전 월화랑과의 가격과 비교하면 저렴하기 그지없다.

이 정도의 가격대라야 승산이 있을 것이다.

카페트 바닥에 그림들을 죽 펼처놓고 J와 고른다.

요즘 유행한다는 맥 라이트의 그림들을 비롯하여 20 여만원 어치.


그림이 난무하는 꿈.


히브리서.

기도.


18527  1997. 10. 29 (수)


지엔피 YE원 사장, LAMINATOR 싣고 오다.

KJ환 사장, 판화 가지고 오다.

LAMINATOR라는 장비는 사진의 경우 절대적인 품질의 영향을 끼친다.

일반 잉크젯 인화지로 출력한 이미지들을, COOL COATING하여 놓으니 이미지가 확 살아나고 질감도 순식간에 고급스레 바뀐다.


돈까스시켜 가희에 퍼질러 앉아 점심을 대접하고 긴시간 이런저런 정보도 얻는다.


18528  1997. 10. 30 (목)


오늘 전세 보증금의 잔금 2천3백만원 주기로 하였는데.

KS동 씨,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썩 좋지가 않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아니되지만, 나이 든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성품을 드러내지 않을수가 없다.

스스로 무식하다는 그것을 코에 걸고서, 어찌보면 순박해 보이기도하고 어찌보면 음흉해보이기도.

전의 완구점과도 많은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이다.

부실한 임대차계약이 자꾸만 걸린다.


18529  1997. 10. 31 (금)


英이는 토요일 오전 9시 기차로 서울 가기로.

서울의 媛이네 있는 할머니를 모시고 내려오려는 것이다.


오전에 책상과 의자 들어온다.

그런데 아뿔사, 1호 컴퓨터의 전원을 연결하는데 그만 깜빡 정신이 나가, 220V에 연결하였다.

메인 보드의 파워가 순식간에 타버린다.

아무리 자신있다 하여도, 나이가 만드는 이런 섬망은 어쩔수가 없구나!


부랴부랴 J 컴퓨터 싣고가 퓨즈를 갊으로 살릴수 있었던건 정말 다행중 다행이었다.

모두 타버렸으면 어쩔번 하였나.


김순동씨에게 2300만원 건내주다.

영수증을 요구하는 내게 버럭 화를 낸다. 계약서가 잇는데 영수증이 무슨 소용이냐고.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완구점을 하던 전 임차인, 완구회사의 무역부 차장이라는 JS봉 씨 부부와 기존 설비 관계로 자칫 불쾌한 상황이 연출될번 하였으나, 오히려 나중 두쌍의 부부는 마주 앉아서 소주잔을 나누고 돼지갈비를 뜯으며 인간적인 좋은 사이가 된다.


히브리서 야고보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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