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반댁이 놀라서 되묻는다. 그것은 뜻밖의 말이었던 것이다. "나도 참 아니할 말로, 며느리 문짜 좀 빌려 써야겠네. 그 정황은 사리반 조카한테 직접 물어 보소." "예?" "얼마나 경천을 할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까 해 다 저문녘에 두 사람이 저 뒤안 후원에서 수군수군, 볼상도 사납고 남의 입살에 오르내리기 똑 좋게, 밀모 꾸미는 역적들마냥, 나 들을까 겁냈던가 숨조차 죽이고는, 무슨 말 주고받더니, 그만 혼절을 할 뻔했다네. 쓰러지다 말었어. 아까." "누가요?" "누구겄는가." 그럴 일이 아니었으나, 사리반댁이 냉큼 말꼭지를 딸 것 같지 않은데다가, 아까부터 내내 참고 있던 분이 비꼬여 율촌댁은 효원에 대한 언급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이런 식으로 며느리 말을 터뜨리는 것은 시어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