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짜있는 가문에 우여곡절 손 귀한 집 증손을 자식으로 두었으면, 의당 어미로서 올바러게 훈계하고 허물없이 길렀어야 옳을 일이나, 내 그러하지 못하였어. 성례까지 한 자식이, 그뿐인가, 저 또한 아들이랑 낳은 몸이 이도 저도 다 버리고, 부모도 조상도 다 버리고 어느 한 밤 야반도주를 해 버렸으니."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꼬. 제 미어지는 간장을 생각하면, 어미 간장은 녹아도 못 당하겠지. "이 지경이 되고 나서 일변 남의 앞에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부끄러운 마음에도 세월이 덮이면 이끼가 끼는가, 이제는 염치조차 없어져서 그저 다만 애가 닳고 보고 자울 뿐." 그런데 이제는 드디어 소식줄을 잡았다... 복받치어 가누기 어려운 심정을 어금니로 누르는 율촌댁 눈시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