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추궁 의아한 낯빛으로 율촌댁 앞에 마주앉은 사리반댁은, 아짐께서 웬일로 날 다 저문 밤중에 갑자기 사람을 부르시는고, 싶으면서도 짐짓 아무 내색을 안한 채 "어떻게 진지는 좀 잡수겼어요?" 범상한 듯 여쭌다. "반 술이나 뜬 둥 만 둥 했그만. 자네는 어째, 밥 먹었는가?" "예 그저." "춥지?" "좀 썬득썬득허네요. 암만해도 아직은." 입춘 추위에 선늙은이 얼어 죽느다는 말도 있지마는 엊그제 우수, 경칩 다 지나고 이제 내일 모레면 청명이 성큼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써그럭써그럭 얼음 기운 끼치는 밤바람은 낡은 풍지를 헤집는다. 부르르르. 문풍지 떠는 소리에 놀란 사람처럼 율촌댁이 후루루 마른 어깨를 떠는데, 소름 돋은 귀밑이 푸리푸릿해 보인다. 사리반댁이 그 안색에 고개를 갸웃한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