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춘복이는 기어이 옹구네를 다그쳐 자기를 부축하게 하고는 농막에서 막 나오는 중이었다. 피떡이 지게 엉겨 붙었던 봉두난발이 이제 좀 더부수수 가닥이 흩어지는 대가리로 변한 것이, 일어설 만한 것 같았다. 제법 날이 간 것이다.기력이 웬만하여 아까는 개울가에까지 나가 모처럼 시원하게 머리도 감았는데, 그 수발을 들던 옹구네가 무슨 방정으로"아이, 옹구네 시앗잉가 애긴씽가 작은아씽가 머잉가가 어디로 갈란다고 나보고 차표 끊어 도라고잉, 치매 저구리감이랑 얹어서 표값주데?"라고 한 것이 그만 화근이었다.찬 개울물에 머리통을 담그었던 춘복이가 푸우우, 그대로 물젖은 대가리를 살모사처럼 쳐들어올리며 홰액 털어내더니"아고고, 왜 이런당가, 잉?"깜짝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고 물러앉는 옹구네를 향하여"머시 어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