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는 감기몸살은 유별나고 지독하다.
그 발톱에 움켜 쥐이면 그냥 꿈쩍을 못한다.
새벽에 터져나오는 기침은 내장까지 쏟아낼 듯 요란하다.
듣는 사람으로서는 사뭇 고통일 것이다.
늘 그렇지만 백약이 무효, 기침귀신은 스스로 지겨울때쯤 되어야 슬몃 물러나게 마련이다.
나이 들수록 그 자심함은 강도를 더한다.
필경 나의 사망진단서에는 호흡기질환 어쩌구 적힐 것이다.
빈방 이불속 파묻혀 끙끙 앓았다.
앓는 동안 나의 통속, 자기연민은 안개처럼 피어 올라 영혼을 적셨다.
방금 모니터로 책 한권을 읽었다.
부끄러움과 공감과 감동에 젖어 읽었지만 내 감정모체의 진실은 부러움일 것이다.
생각과 꿈과 의지.
단호함과 너그러움과 지혜로움.
한목숨이 한세상 살아내는 방식에 대한 부러움.
‘길’
내 연배보다 조금 아래인 한 사내가 쓴 회고록이다.
치열하였던 한 시절, 15년여 김근태 김문수 심상정등과 함께 이 나라 노동운동을 이끌었고, 4년여 감옥에 갇혔으며, 15년이상 기업가로서 헌신하였던 사람.
그는 지금 췌장암 말기.
책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우리 세대가 꿈꾸었던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미완의 과제로서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졌다. 어쩌면 다음 세대는 새로운 시대적 명제로 우리 세대의 명제를 대체할지 모른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흙에서 왔으니 이젠 흙으로 돌아가야겠다.>
책을 쓰신 분은 최한배님이고 편집한 분은 내 블로그 벗인 닉네임이 장만옥인 김종민님.
김종민님은 최한배님의 아내이다.
최한배의 '길'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적극 권한다.
한정판.
아래주소.
http://blog.daum.net/corrymagic
('장만옥'의 블로그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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