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 편력기 -其11->
2010년 8월 12일
2010년.
올 여름 더위는 참으로 만만찮네그려.
‘덴마’라는 이름의 태풍 하나 올라와서, 한반도의 혹서(酷暑)를 쓸어가버리길 기대했는데.
태풍 명색에 걸맞지 않게 시시하게 지나가 버렸구만.
8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는데 무더위는 더욱 기승일세.
나이 들수록 더한 것 같네만, 나는 무더운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라네.
천지사방에서 옥죄어오는 듯한 더위는 숨이 막힐듯 갑갑하고, 끈적끈적한 몸뚱이의 불결한 느낌 또한 너무나 싫어하는 체질일세.
답답한, 폐쇄된, 갇힌, 그런 느낌이 나는 질색일세.
공황발작의 기미도 없지 아니하고.
그래서 나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을세.
<“내가 태어난 때는 7월의 따스한 날 초저녁이었다. 내가 일생에 걸쳐 무의식적으로 사랑하고 추구해 온 것은 바로 그 시각의 온도였다. 그래서 그것이 결여되어 있을 때는 몹시 그것을 그리워하였다. 나는 추운 지방에서는 결코 살 수 없었다.”--헤르만 헤세, 평전에서->
2월生이라 그런가보이.
내가 태어난 1947년 2월 어느날, 서울하고도 신설동 어름의 겨울은 몹시 추웠을랑가. ㅎg.
옛 영화나 지껄임세.
*지상에서 영원으로*
'프레드 진네만' 감독. '몽고메리 크리프트' '버트 랭카스터' '데보라 카' '도너 리드' '후랑크 시나트라' ' 어네스트 버그나인'등 출연. 흑백 시네마스코프. 일본 침공 직전 하와이 진주만에 기지를 둔 미국 군대의 모습, 동서고금, 군대는 일단 계급사회이고 인간성을 억압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지.중대장의 아내 데보라 카와 중대 주임상사 버트 랭커스터. 얼레리 꼴레리, 정숙함의 표상 데보라 카가 남편의 부하인 버트 랭커스터와 간통을 한다네. 하와이 해변가에서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며 벌이는 정사 씬...자존심 강한 병사 몬티(몽고메리 크리프트)의 고독한 연기...군대 내에서 왕따 당하는 이태리인 병사 후랑크 시나트라는 하사(어네스트 버그나인)의 학대로 죽게 되지....죽은 그를 위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부는 취침 나팔의 트럼펫 피스(트럼펫 꼭지)의 선율을 나는 한동안 잊지 못하였지...결국 몬티는 하사와 격투를 벌이다 부상을 입고 부대로 복귀하려다 경비병의 오인 사격으로 숨을 거두게 되네.
잡종국가(雜種國家) 아메리카의 군대, 그들의 조국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민족주의라는 개념을 웃기는 짬뽕쯤으로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미국의 내셔널리즘의 요체에 관하여 천착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네.
이 영화는 여러 부문의 오스카 상 후보에 올랐는데, 프랭크 시나트라가 남우조연상을 받았을거야.
*칠인의 난폭자* 개성이 돋보이는 리차드 해리슨이라는 배우의 연기.
*나자와 사자* 노만 메일러 원작의 전쟁영화. 권력은 신의 것이라는 대사... 화면에는 염전사상 가득한데 당시 내게는 염세의 포즈 가득하였을걸. ㅎㅎ.
*허슬러* '폴 뉴먼' 주연. 감독이 뉘였던지.. 껄렁한 놈팽이 프로당구 도박꾼을 그린 흑백영화. 내 노트에 기록된 문구가 이러하네. ‘도시의 우울한 회색빛..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뒷골목 인생.. 우울한 재즈 선율과 더불어..소아마비 여인과의 사랑..’
작년인가 별세한 폴 뉴먼을 기억하는가, 뒤집어 진 입술이라고 누군가 표현했더군. 참으로 미국적인 배우였지만 그에게는 어딘가 부조리한 현상에 대한 반항의 포즈가 엿보였었지.
폴 뉴먼 출연 영화중 그의 초기작이라는 이 영화가 젊은 시절 보아 그런지 나는 제일로 치고 싶다네.
*애정은 깊은 바다와 같이* 아, 늙은 ‘비비안 리’를 보는 애틋함 같은 것이 있는 영화.
*리오 브라보* '존 웨인' '딘 마틴' 출연. 니키 넬슨이 부르는 ‘소총과 말과 나’, 컨트리 풍의 영화 주제가를 한동안 흥얼거렸었지. 이 영화에서는 능글능글한 딘 마틴이 오히려 존 웨인보다 멋지게 나왔었다네.
*벽안의 나비부인* '이브 몽땅' '셔리 매크레인'출연. 눈꼬리에 장난끼 가득한 표정의 셔리 매크레인. 그녀가 게이샤로 粉한 영화였지. 셔리 매크레인은 플레이보이 워렌 비티의 누나이기도 하였지.
*열두냥짜리 인생'* '박노식' '문정숙'출연. 당시 네명의 중창단(불루벨즈였던가)이 불렀던 '굴러대야 굴러대야(맞는지?)'하는 열두냥짜리 인생이라는 가요가 생각나네.
*아가씨 조심하세요* '최난경' '박노봉'출연.
*밤안개* '신성일' '엄앵란' 커플과 '이봉조'음악의 조합. 현미가 불러 히트하였던 ‘밤안개’. 그 덕에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정작 그 노래는 미국 가요를 차용한 것이라지. 한때 영화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영화가 되는 경우가 흔하였었지. 요즘은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게 유행이더군.
*연애 졸업반* '엄앵란'이 출연하였다는 기록뿐 기억이 아슴하네.
*가야금* 내 노트에는 영화의 제목만이 기록된 경우가 있는데 말하자면 이런 영화는 별볼일 없었던 영화로세.
*마의 계단* '이만희'감독, '김진규' '문정숙'출연. 내적갈등을 묘사한 잘 만든 미스테리..공포와 환상.. 층계 연못.. 환상의 공포..이만희감독은 탁월한 영화작가였지. 이런 영화는 요즘 내걸어도 그닥 손색이 없을거라는 생각일세.
*국경 아닌 국경선* '정진우'감독, '최무룡'출연. 정진우도 당시에는 감상적인 연출로 꽤 날렸던 영화감독이었는데 생존해 있으려나.
*징기스칸* '박노식'출연. 당시 국산영화는 중국 몽골 인도의 위인들을 섭렵하며 대단한 흥행을 누렸는데 이 영화도 아마 명절용 영화였을걸.
*달기* '신영균'이 출연한 이 영화 역시 上同.
*건힐의 결투* '안소니 퀸' '커크 다그라스'출연. 노트의 기록, 복수의 총구에 불을 뿜어 원수를 쓰러 뜨리고 마지막 열차를 타는... 선로가의 결투씬이 인상적이었지.
*청춘은 목마르다* 일본 대중소설을 영화화한 것일 것.
*학사주점* '박종호'감독, '신성일' '엄앵란'출연. 가난한 대학생의 욕망의 몸부림...서울의 광화문, 부산의 남포등에 자리잡고 있었던 학사주점이라는 이름의 막걸리집. 그곳에서 의식있는 젊은이들은 권력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몸짓들 꿈틀거렸을 터이지만 나와 같은 얼뱅이는 그저 낭만 어쩌구하는 감상 배설터였을 것...
*진고개 신사* '최희준'이 불러 유행하였던 가요를 영화로 만든 것.
*모녀기타* '이민자'가 출연하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좌우간 무지하게 슬픈 영화였다네. 이미자가 부른 주제가와 더불어..
*해녀* '최은희'가 출연한 제주 로케영화. 비바리옷 입은 최은희는 예뻤던가 몰러..
*처녀도시* '방성자' '김혜정' '신성일'출연. ‘요새 젊은것들은 기다리는걸 배워야 해’라는 대사 일절 내 노트에 기록되어 있구만.
*육체의 고백* '김혜정' '황정순'출연.육체파 배우 김혜정의 볼륨있는 자태....
*내 마음은 호수* '신성일' '엄앵란'출연. 신성일 엄앵란 커플이야 한 시대를 풍미하였었던 청춘의 아이콘. 그런데 그 시절에는 대체로 여배우들은 결혼함으로 연기생활은 접어야 하였었지. 신성일은 엄앵란을 마누라로 만든 후에도 여전히 그 정력을 과시하였었는데, 남정임, 문희, 윤정희가 엄앵란의 바톤을 이어 받았던 트로이카.
근래 윤정희는 이창동감독의 ‘시’에서 인상적인 늙은 모습 보여 주었고, 어느 TV프로에서 본 문희(당시 한국일보사주와 부총리등으로 뜨르르하였던 장기영씨의 며느리가 되었었는데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었을 것)는 여전히 고운 모습으로 늙어 있더군.
*스팔타커스* '스탠리 큐브릭'감독, '커크 더글라스' '토니 커티스' '진 시몬즈' '로렌스 올리비에'등 출연. 일급 영화작가 스탠리 큐브릭의 초기작품. 훗날 본 그의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헐리웃 도식의 영화였지만 당시 내 나이쯤에서는 꽤 감동적이었다네. 노예군을 이끄는 스팔타커스(커크 더글라스) “죽음은 귀족에게는 즐거움의 종말이지만 우리 노예에게는 고통의 종말이므로 우리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라스트 신, 로마의 아피아 가도에 줄줄이 십자가에 매달려있는 노예반란군들. 커크 더글라스가 매달려 죽어가는 십자가 앞에서 갓난 아이를 내 보이며 눈에 눈물을 반짝이면서 읊는 진 시몬즈의 대사. “이제 죽으세요, 스팔타커스, 당신 아들은 자유에요.”
*해녀* '아란 랏드' '소피아 로렌'이 출연한 이태리 영화. 지중해의 푸른 바다, 이태리적 낙천이 가득한 화면.
*소돔과 고모라* '스튜어드 그랜저'가 출연한 구약의 성적 방종에 관한 에피소드.
*상과 하* '쿨트 율겐스' '로버트 미첨'출연. 독일군 잠수함(下) 함장 쿨트 율겐스와 미군 구축함(上) 함장 로버트 미첨의 대결. 독일배우인 쿨트 율겐스의 스토익한 매력이 돋보였었네.
*해벽* '안소니 퍼킨스' '실바나 망가노'출연, 제법 인상적인 화면이었는데 기억은 아슴하군.
*사춘기여 안녕* 제목의 기록만 있고 기억은 없구만.
*위험한 육체* '김소용'감독, '이훈' '최난경'출연.
*삼손과 데리라* '빅터 마추어'가 삼손 역. 데리라 역은 아마 '수잔 헤이워드'였을거야. 빅터 마추어는 사극영화에 어울리는 배우였었지. 그런데 나는 헨리 폰다와 함께 출연하였던 존 포드감독의 영화 ‘황야의 결투 (원제, 마이 달링 클레멘타인)’에서 닥터 할리데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네.
*멀고도 먼길을* 고아원을 탈출한 꼬마의 엄마 찾아 삼만리의 여정.
*007 위기일발* '테렌스 영'감독, '션 코넬리'출연. 한편에서는 이소룡영화의 출현 무렵 개봉되었던 영화.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은 정말 신선하였다네. 이언 플레밍의 007시리즈 소설들은 영화화되기 전부터 이미 한국 땅에 상륙하여 제법 읽혔었지. 첨단의 멋쟁이는 스파이 제임스 본드. 국제적인 감각과 신사적인 매너...
*바라바* 예수 대신 풀려난 바라바를 '안소니 퀸'이 연기하였는데, 이 영화는 그가 출연한 영화중 가장 졸작에 속할거야.
*남과 북* '김기덕'감독, '신영균' '최무룡' '엄앵란'출연. 엄앵란은 북한군장교 신영균의 아내인데 월남하여 남한군장교의 아내가 되었다네. 신영균은 아내를 찾아 귀순하였는데....두 남자 사이에서 엄앵란은.... 그 갈등구조. 한반도의 비극, 6.25 그 보편적인 상징성...원작은 홍성원의 소설이었네.
*적자인생* '신성일' '엄앵란'
*유부녀* 제목만...
*역도산* 한시절 일본의 교포 레슬러 역도산(리키도산)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영웅이었어. 그 기록영화. 혹 그 시절 프로 레슬링의 인기를 기억하나? 역도산의 제자라는 김일 선수, 종장에 비장의 무기 박치기로 사각의 링을 싸악 정리했었지. 광복동 수다방, 마담의 남편(?)은 유명한 프로레슬러 출신 조아무개, 내 (어린 놈의) 위기를 구해준 에피소드 언제 들려주겠네. ㅎ.
*살인명령* '신영균' '전계현' 출연. 007의 아류였는데, 동양적 미인 전계현은 얼마전 타계한 천문학자 조경철박사의 아내가 되었지.
오늘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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