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캐치-22>
-조지프 헬러 作-
***동우***
2011년 9월 29일
미국 작가 ‘조지프 헬러 (Joseph Heller, 1923~1999)’의 소설 ‘캐치-22 (Catch-22)’
1961년 발표된 소설.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마이크 니콜스 (Mike Nichols)’감독, 알란 아킨, 마틴 발삼, 존 보이트, 마틴 쉰, 안소니 퍼킨스, 아트 가펑클, 오손 웰스등이 출연한.
영화는 훨씬 뒤에 보았는데 소설보다는 영화가 내게는 훨씬 재미있었다. <앤서니 퍼킨스, 아트 가펑클(듀엣으로 유명한 가수), 오손 웰스등 조연으로 출연한 유명한 배우들...>
이른바 세계명작.
숨겨진 알레고리와 작가가 구사하는 소설작법이 아무리 난마(亂麻)같이 복잡하고 난해하더라도 가슴에 와 닿는 울림은 있게 마련이다.
그 울림의 깊이는 읽는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그러한 울림이 있기 때문에 걸작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책부족의 이번 달 텍스트 ‘캐치-22’.
황당한 몽따쥬로 짜깁기한 슬랩스틱 블랙코미디.
그런데 너무 비틀어 버려서 추상의 아라베스크가 되어 버렸다.
매우 생경하고 난삽(難澁)하였던바, 내게는 그다지 재미있게 읽혀지지 않았다.
故 이윤기와 함께 좋아하는 작가 안정효의 번역인지라 번역을 탓할바는 없었지만, 시쳇말로 내 삘(취향)에 맞는 소설은 아니었나 보았다. <미국식 유모어가 가득하여 영어가 모국어이거나 미국문화에 익숙한 사람은 그리 재미있다고 하더라만.>
중간에 책장을 덮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보았다.
이토록 대단한 소설인가.
<뉴스위크지 선정, 100대 명저>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전통적인 소설의 형태를 바꾼 포스트모더니즘의 걸작.>
<유쾌하고 신랄한 유머 속에서 실존의 부조리를 서서히 드러내는 명작>
<1961년 출간된 '캐치- 22', 2차세계대전이라는 배경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되는 전쟁의 비극성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함으로써 바래지 않는 시의성 획득>
<전쟁의 총체적인 광증, 전쟁에 휘말리는 모든 인간의 광증이며, 정상적인 의식과 체제의 비정상적 논리 사이에서 드러나는 차이를 이해하는 요사리안의 외로운 투쟁을 조명>
<미국문학이 낳은 불후의 걸작인 이 소설은 이스터 섬의 석상만큼이나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
<재미 넘치는 반전 풍자소설, 한 마디로 현대의 고전>
<‘캐치22’라는 어휘와 ‘요사리안’이라는 이름은 이제 ‘싱클레어 루이스’의 ‘바비트’처럼 보통명사가 되어 사전에 등재되어 어떤 불가능성을, 헤어날 수 없는 어떤 절망을 상징>
<베트남 전쟁의 소용돌이 속 ‘캐치-22’와 ‘요사리안’이라는 이름은 시대의 구호가 되었다. 징집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은 ‘요사리안’이라는 명찰을 붙인 군복을 입고 다니고, 1970년에 제작된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지금까지 천만부 이상 팔린 이 소설은 '헬러열풍'이라는 말을 낳았다>
<그로테스크한 상황설정과 소름 끼치는 희극적 요소로 빚어놓은 ‘캐치-22’는 미국이 아니라면 세계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출판될수 없는 다섯 권의 책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반전소설이다>
내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요란한 상찬(賞讚)들.
읽어야지,
두권이나 되는 두터운 분량이지만 완독하지 않을수 없으렷다.
그러나.
이해가 가지 않는 책은 재독(再讀)을 하여 가리사니를 더듬고는 하였지만, '캐치-22'는 다시 펴들 흥미가 돋지 않아 그건 포기하였다.
어려울 뿐더러 일단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지중해 연안 피아노사섬(가상의 섬)에 주둔 중인 미군 폭격기 조종사인 ‘요사리안’ 대위.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별별 수를 다 써서 미친척 하지만 언제나 ‘캐치-22’라는 조항에 발목이 잡히고 출격횟수는 자꾸만 늘어날 뿐이다.
‘캐치-22’가 무언고 하니.
미친 사람은 미친 것을 이유로 출격 면제신청을 하여야만 출격면제가 된다.
그런데 자신이 미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미쳤음을 분별할 판단력이 있기 때문에 미친 것이 아니므로 출격을 면제해줄 수 없다.
이처럼 이율배반의 모순적 규정이 바로 캐치-22인 것이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전장(戰場)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무한반복회로, 루프의 함정이다.
말장난.
“너는 바보야.”
“아니야, 나는 바보가 아니야.”
“바보는 자기가 바보가 아니라고 하지, 그러니까 너는 바보야.”
“그래, 나는 바보다. 어쩔래”
“그것 봐. 너는 바보잖아.”
죄 이런 식이다.
소설 속 대목.
<“만일 자네가 그것을 훔치지 않았다면, 왜 자넨 그렇게 죄가 많지?“
“난 죄가 없어요!”
“만일 자네한테 죄가 없다면 무엇하러 우리가 자넬 심문하지?”
<“우린 우리들이 아직 알고 있지도 못한 범죄와 위반을 당신이 범했다고 고발한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모르겠어요. 죄목이 뭔지 얘기해 주지도 않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우리도 모르는데 어떻게 얘기해줘?”
“유죄요.” 중령이 결정을 내렸다.
“만일 그것들이 그가 저지른 범죄의 위반사항들이라면 그는 그것들을 범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유죄야”>
무수한 인물이 등장하여 42 장(章)이나 되는 소설의 각장(各章)을 하나씩 차지하고서 벌이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생쑈들.
그 생쑈가 히히호호 재미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까도 말했지만) 영어를 이해하고 미국적 문화를 심득(心得)하고 있는 사람들.
사뭇 미치광이들.
그들로 나열된 목차가 이러하다.
1. 텍사스인, 2. 클레빈저, 3. 하버마이어, 4. 다네카군의관, 5. 화이트 하프오트추장, 6. 헝그리 조, 7. 맥워트, 8.세이스코프중위, 9. 메이저 메이저 메이저 메이저, 10. 윈터그린, 11. 블랙대위, 12. 블로냐, 13. 드 커벌리 소령, 14. 키드 샘슨, 15. 필트차드와 랜, 16. 루치아나, 17. 하얀군인, 18. 무엇이나 둘로 보이던 군인, 19. 캐스카트 대령, 20. 휘트콤 상병, 21. 드리들 장군, 22. 마일로 사장, 23. 네이틀리의 아버지, 24. 마일로, 25. 군목, 26. 알피, 27. 더케트 간호사, 28. 도브스, 29. 패켐, 30. 던바, 31. 다네카 부인, 32. 요요의 동거인들, 23. 네이틀리의 갈보, 34. 추수감사절, 35. 투사 마일로, 36. 지하실, 37. 세이스코프 장군, 38. 꼬마 여동생. 39. 영원한 도시 로마, 40.캐치-22, 41. 스노든, 42. 요사리안.
사람들 만나기 두려워 자신이 없을 때만 사무실의 약속을 하고서는 창문으로 도망가는 장교.
매일밤 정해진 시간에 악몽을 꾸는 군인.
누드사진 찍으려 미친 듯 쫓아다니지만 항상 실패하는 사람.
가는 곳마다 석유가 나오는 바람에 군대에까지 흘러든 인디언 추장.
7센트에 사온 달걀을م센트에 팔면서 세계적 지하 신디게이트를 막후에서 운영하는 취사병.
적군과 계약을 맺고 자기 부대를 폭격하는 군인.
창녀를 사랑하여 귀환을 거부하고 출격하다 죽어버리고.
강간한 여자를 창밖으로 내던져 죽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전장에서 죽어가는데 그까짓 여자 하나쯤 무슨 대수냐’는.
전사자로 처리되었지만 본인은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는데도 모두들 죽은 사람으로 간주하는.
비행연습이 아니라 추락연습을 하는 조종사.
붕대로 칭칭 감겨있는데 그 속에 알맹이가 없는 하얀환자.
어제의 새까만 위관급 부하가 졸지에 장군이 되어 상관으로 군림하기도 하고.
애인을 잃은 창녀는 엉뚱한 요사리안을 찔러 죽이려고 집요하게 따라 다니고.
이름도 요상한 요사리안을 비롯하여, 장군은 장군대로 장교는 장교대로 사병은 사병대로 창녀는 창녀대로 어느 한사람 제 정신 가진 인물이 없다.
중구난방, 미치광이들의 향연이다.
모든 것이 밑도 끝도 없고, 느닷없다.
애시당초 인물과 사건의 논리적 인과(因果)가 없으니 스토리의 일관성 따위가 있을리 없다.
모순과 부조리와 비논리로 범벅이 된 슬랩스틱 코메디.
블랙 유모어.
그 슬랩스틱의 몸짓들을 내 아전인수는 나름대로 해석할 뿐이다.
‘캐치-22’가 전쟁이거나 관료주의이거나를 비틀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지독한 풍자와 지독한 패러독스로.
옛날 보았던 한국전쟁의 야전병원을 배경으로 하였던 영화 ‘매쉬’(도널드 서절랜드, 엘리엇 굴드가 출연한)가 떠올랐지만 이 소설은 그런 류, 사실적 풍자가 아니었다.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의 ‘환상적 리얼리즘’이 연상되기도 하였지만.
전쟁(戰爭)은 개별적 인간에게는 거대한 덩어리의 추상이다.
몽롱한 추상, 그로부터 파생된 모순과 부조리.
그에 맞서 대응하는 개별의 의식은 광기(狂氣)로서만 은유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전쟁에 휘말린 인간들의 광증.
비정상적인 관료주의.
거기에 휘둘리는 개별적 인간의 의식이거나 실존.
집단의 추상적 목적에 휘둘린 하나의 인격주체(主體), 대통령이고 장관이고 장군이고 졸병이고 무엇이고 죄 광기에 매몰된다.
‘캐치-22’
전쟁.
무한반복 회로.
거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실존.
이 대사는 꽤 사실적으로 마음에 울린다.
<“죽은 사람에게는 누가 전쟁에 이기느냐 하는 건 쥐뿔만 한 의미도 없어.”>
집단사고가 수행하는 전쟁이란 개별에게는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가늠자에 포착된 적(敵)을 향하여 증오가 없는 개별들에게는.
특히 현대전은 전쟁이 아니다.
이를테면 도판전쟁(圖板戰爭).
단추 하나로, 키보드의 두드림 몇 번으로.
시스템의 전쟁, 전략적 비즈니스, 하나의 사업.
모름지기 개별이 수행하여야 진짜배기 전쟁이다.
개별의 능동적 의식이 부딪쳐야 그것이 전쟁이다.
복수, 가문끼리의, 부족끼리의 쟁투같은.
번역자 안정효는 책 뒤편의 해설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언급하였다.
올듯올듯 오지 않는 고도.
오늘도 내일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말의 주둥이 앞에 매달린 당근, 먹으려고 한 발자국 다가서면 그만큼 멀어져 그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조지프 헬러’의 ‘캐치-22’.
인간의 실존.
시사(示唆)하는 바 그 명제를 내가 읽어내지 못한 것일 것.
'내 것 > 잡설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 미제라블 <전,후> (1,4,3,3) (0) | 2019.09.25 |
---|---|
영화 레미제라블 (1,4,3,3) (0) | 2019.09.25 |
어머니 전,후 -고리키- (1,4,3,3) (0) | 2019.09.25 |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6- (1,4,3,3) (0) | 2019.09.25 |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5- (1,4,3,3) (0) | 2019.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