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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부활 (45) -톨스토이-

카지모도 2021. 8. 20.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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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감옥에서는 여느 때처럼 감수들의 호각 소리가 목도에 요란하게 울려퍼지자, 복도와 감방 문이 철커덩 열리며, 맨발로 걷는 소리와 신발 뒤축을 끄는 소리가 나고, 이어서 변기통 담당 죄수들이 역겨운 냄새를 피우면서 복도를 지나갔다. 남자 죄수와 여죄수들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점호를 받으려고 복도로 나왔다. 점호가 끝나자 더운 차를 가지러 갔다.

이 날은 두 사람의 죄수가 태형을 받게 되어 있었으므로 차 마시는 동안 어느 감방에서나 그 화제로 야단들이었다. 그 중 한 사람은 바실리예프라는 이름의 어느 정도 공부도 한 젊은 점원이었는데 질투 끝에 자기의 정부를 죽인 사내였다. 그는 쾌활하고 도량이 넓은 사내로서 간수들에게 조금도 지지 않았기 때문에 감옥 친구들은 그를 좋아했다. 그는 감옥의 규칙을 잘 알고 있어서 부당한 처우를 항의하고 했기 때문에, 간수들은 그를 미워했다. 한 2주일 전에 간수 한 사람이 변기통 죄수가 그의 새 옷에다 더러운 똥물을 묻혔다고 하여 그를 때린 일이 있었다. 이 때 바실리예프는 죄수를 때리라는 규칙은 없다고 따지면서 변기통 담당 죄수를 두둔했다.

"내가 그 규칙을 가르쳐 주마."하고 간수가 바실리예프에게 욕지거리를 해댔다. 바실리예프도지지 않고 이를 받아 응수했다. 간수가 그를 때리려고 했으나 그는 간수의 손을 재빨리 붙잡아 한참 동안 꼭 쥐고 있다가 홱 돌려 문 밖으로 떼밀었다. 간수는 이 일을 고소했다. 소장은 바실리예프를 징치감에 가두라고 명령했다.

징치감이란 밖에서 빗장으로 걸어닫게 되어 있는 여러 개의 캄캄만 독방들을 말한다. 어둡고 싸늘한 징치감에는 침대도 의자도 탁자도 없었기 때문에 여기에 갇히게 되는 사람은 더러운 마룻바닥에 앉거나 드러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징치감에 들끓고 있는 수많은 쥐들이 몸을 넘어다니기도 하고 몸 위로 기어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쥐들이 얼마나 대담한지 빵도 제대로 둘 수가 없었다. 쥐들은 죄수들의 팔 밑에 놓아둔 빵을 갉아먹는 정도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라치면 사람에게 덤벼들기까지 하였다. 바실리예프는 자기에게 아무 죄도 없으므로 징치감에 갈 이유가 없다고 버텼으나, 강제로 끌려갔다. 그가 저항을 하자 두 사람의 죄수가 그에 합세하여 간수가 그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간수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중에는 엄청나게 힘이 센 페트로프라는 간수도 있었다. 죄수들은 잔뜩 얻어맞고 징치감에 감금되고 말았다. 그러고는 폭동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곧 지사에게 보고되었다. 그래서 지사로부터 폭동의 두 주모자, 바실리예프와 불량배인 네폼냐시치에게 30대의 태형에 처하라는 지사가 내려져 여죄수 면회실에서 집행하게 되었다.

이런 소식이 어젯밤부터 감방 안의 모든 죄수들에게 펴졌기 때문에 모든 감방에서는 앞으로 있을 태형에 대한 얘기로 한창 떠들썩했다.

코라블료바, 멋쟁이, 페도샤, 마슬로바 등 넷은 구석에 자리잡고, 최근 마슬로바에게서 항상 떨어진 적이 없는, 또 동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잇는 보드카를 마시고 모두들 얼굴들이 빨개져 흥분했다. 그들은 차를 마시면서 태형을 성토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가 무슨 짓을 했다고 저 야단들이야?" 코라블료바는 그녀의 튼튼한 이로 조그만 각설탕을 갉아먹으면서 바실리예프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 두둔했을 뿐이야. 사실 요즘 죄수라고 해서 무턱대고 때릴 수 없게 되어 있거든."

"젊고 좋은 사라이라던데." 찻주전자가 놓여 있는 나무 침대 맞은 편 장작위에 앉아 있던, 기다랗게 머리를 땋아내린 맨머리의 페도샤가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일은 그분한테 말해 보면 좋을 텐데, 미하일로브나." 건널목지기는 '그분'이라는 말로 네플류도프를 가리키며 마슬로바에게 말했다.

"말해 보겠어요. 그분은 날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해주실 테니까요." 마슬로바는 생글거리면서 머리를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언제 와 주실지. 저놈들이 곧 끌러갈 텐데."하고 페도샤가 말했다. "아, 끔찍스러워." 한숨을 내쉬며 그녀는 덧붙였다.

"난 시골에서 어느 농부가 매 맞는걸 본 적이 있어. 시아버님 심부름으로 촌장 집엘 갔었을 때였는데 가보니......."하고 건널목지기는 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건널목지기의 이야기는 2층 복도에서 들리는 말소리와 발소리에 의해 중단되었다.

여죄수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끌어내고 있어. 망할놈들 같으니라고." 멋쟁이가 말했다. "틀림없이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팰 거야. 간수놈들, 그가 자기네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고 몹시 미워했거든."

2층이 조용해지자 건널목지기는 하던 말을 계속했다. 그녀는 촌장 집 헛간에서 농부가 얻어맞는 것을 봤을 때는 뱃속이 온통 뒤집히는 것같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멋쟁이가 시체그로프라는 사람이 채찍으로 무자비하게 얻어맞으면서 전혀 소리를 지르지 않더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페도샤는 차를 치우고 코라블료바와 건널목지기는 바느질감을 집어들었다.

마슬로바는 무릎을 끌어안고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은 채 몹시 지루해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여간수가 와서 사무실에 면회자가 있다고 불렀다.

"우리들 얘기를 곡 해주어요." 수은이 반이나 벗겨진 거울 앞에서 마슬로바가 목도리를 매만지고 있을 때 메니쇼프 할머니가 말했다. "불을 지른 건 우리가 아니라 그 악당이야. 일꾼이 보았어. 일꾼은 자기의 영혼을 죽이는 일은 절대 할 리 없으니까. 그분에게 미트리를 불러서 불러 보시라고 그래줘요. 그러면 미트리는 모든 것을 샅샅이 말해 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건 너무해. 우린 정말 아무 죄도 없이 감옥에 쳐박혀 있고, 그놈은 남의 여편네와 붙어 술집에서 재미 보고 있으니."

"세상에 그런일이!"하고 코라블료바가 맞장구를 쳤다.

"말하겠어요. 꼭 말할께요." 마슬로바가 대답했다. "기운을 내기 위해서 한잔 해야지." 그녀는 한눈을 깜박거리며 이렇게 덧붙였다.

코라블료바가 컵에 반쯤 따라 주었다. 마슬로바는 쭉 들이켜고 나서 입술을 햝고는, 아주 기분이 좋아져서 방금 말한 '기운을 내기 위해서'를 되뇌며 웃는 얼굴로 머릴를 쳐들면서 여간수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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