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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부활 (2부, 12) -톨스토이-

카지모도 2021. 9. 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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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감옥까지는 멀기도 했거니와 시간도 이미 늦었기 때문에, 네플류도프는 마차를 집어타고 감옥으로 향했다. 어느 거리에 이르자, 영리하고 선량해 보이는 중년의 마부가 네플류도프를 돌아보고 건축중인 커다란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보십시오, 굉장한 공사가 아닙니까?" 마치 자기가 어느 정도 건축 공사에 책임이 있다는 듯이, 또 그것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물었다.

사실 그 건물은 규모도 크고 양식도 무엇인가 기발하고 복잡했다. 꺽쇠로 단단히 잡아맨 굵다란 통나무 비계가 높이 솟은 건축중인 건물 주위를 빙 둘러쌌고, 얇은 판자 울타리가 건물과 한길 사이에 가로막혀 있었다. 비계 위에는 석회가루를 뒤집어쓴 인부들이 개미떼처럼 오고갔다. 돌을 쌓는 사람도 있었고, 돌의 각을 뜨는 사람도 있었다. 또 무거운 나무통과 양동이를 위로 나르는 인부가 있는가 하면, 빈 나무통과 양동이를 가지고 내려오는 인부도 있었다.

건축기사인 듯싶은 살이 찌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는, 비계 한 옆에 선 채, 위를 가리키면서 공손하게 듣고 있는 블라디미르 태생의 청부업자에게 뭐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건축 기사와 청부업자 옆의 문으로 빈 마차와 짐을 잔뜩 실은 손수레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일을 시키고 있는 사람이나, 모두 한결같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러나 바로 이 시각에 그들의 집에서는 애를 밴 아낙네들이 힘에 겨운 일에 시달리고 있는가 하면, 차양도 없는 모자를 뒤집어쓴 어린것들이 아사를 눈앞에 두고 가는 다리를 내밀며 늙은이같이 히죽거리고 이다. 그런데도 이 사람들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어느 쓸모 없는 인간을 위해 자기들에겐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이 궁전과도 같은 집을 짓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하고 네플류도프는 그 건물을 바라보면서 탄식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건물이군!" 하고 그는 자기의 생각을 소리내어 뇌까렸다.

"왜 어처구니없는 건물이라고 하십니까?" 마부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고마운 일이지요. 덕택에 모두들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일이라는 것이 소용없단 말이오."

"소용없는 일이 아닙니다, 짓고 있는 것이니 필요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아 가는걸요."하고 마부는 반박했다.

네플류도프는 입을 다물었다. 차바퀴 소리가 요란스러워서 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감옥 가까이에 왔을 때, 마차가 자갈길에서 포석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좋아지자 마부는 다시 네플류도프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드는지 모르겠어요. 무서울 지경입니다." 마부는 마부석에서 몸을 돌려, 앞에서 걸어오는 톱과 도끼를 들고, 반코트를 입고 배낭을 짊어진, 시골에서 오는 품팔이 농민들의 떼를 가리키며 말했다.

"예전보다는 많은가요?"하고 네플류도프가 물었다.

"많고 말고요! 요즘은 어디를 가나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 야단입니다. 고용주는 사람을 무슨 나무토막처럼 내동댕이치는 판입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 천집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사람들이 늘었으니까 그렇지요. 달리 갈 곳도 없고요."

"늘었다고 무슨 상관이 있소? 왜 시골에 꽉 붙어 살지 않느냔 말이오."

"시골에 있다고 해서 할 일이 있겠어요? 땅이 있어야지요."

네플류도프는 상처를 건드렸을 때와 같은 강한 느낌을 받았다. 아픈 곳이란 일부러 거기를 건드리기만 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실상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은 아픈 곳을 다쳤을 때만 아픔을 느끼기 때문인 것이다.

'도대체 어디나 다 똑같단 말인가?'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마부를 보고, 당신의 마을에 토지가 얼마나 있으며, 당신 자신은 얼마만한 땅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당신은 도시에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 마을선 한 사람 앞에 1정보의 토지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3인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부는 신이 나서 말했다. "저의 집에는 아버지와 동생이 있죠. 또 다른 동생 하나는 군대에 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동생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사라고 별로 할 일이 있습니까? 그래서 동생도 모스크바로 나오고 싶어합니다."

"토지를 빌릴 수는 없나요?"

"요새 토지를 어디서 빌립니까? 그전의 지주들은 토지를 다 없애 버리고, 지금은 상인들 손으로 그것들이 모두 넘어가 버렸죠. 상인들은 절대로 토지를 빌려 주지 않고, 자기들이 직접 농사를 짓습니다요. 우리 마을 땅은 프랑스 사람이 소유하고 있지요. 전 지주한테서 샀습니다만, 절대로 빌려주질 않습니다. 상대도 안 해요."

"그 프랑스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오?"

"뒤파르라는 사람입니다만, 어쩌면 나리께서도 아실는지 모르겠군요. 그는 큰 극장의 배우들 가발을 만들어 팔았는데, 장사가 잘되어서 톡톡히 한 몫을 벌었지요. 그래서 전 여지주의 토지를 몽땅 사버렸단 말입니다. 지금은 그 사람이 우리들의 주인으로 우리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고 있습니다만, 다행히 그 사람은 마음이 좋은데, 그 여편네가 러시아 출신으로 성미가 못돼 먹어서 야단입니다. 농민들을 어찌나 못살게 구는지 큰 두통거리입니다. 자, 이제 감옥에 다 왔습니다. 어디에 댈까요? 현관 쪽에 댈까요? 들여보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