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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부활 (3부, 6) -톨스토이-

카지모도 2021. 11.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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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현관 대기실을 지나 메스꺼운 악취로 가득 찬 복도에 들어설 때, 마룻바닥에 오줌을 누고 있는 죄수 두 사람을 보고 놀리면서 네플류도프와 영국인과 형무관은 간수를 앞세우고 제1감방으로 들어갔다. 이 감방 안에는 중앙에 나무 침대가 놓여 있고 죄수들은 모두 그 위에 누워 있었다. 모두 70명쯤 되었다. 그들은 머리와 머리를 맞대거나 옆구리와 옆구리를 맞대고 자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어서니까 모두들 쇠사슬 소리를 철거덕거리면서 벌떡 일어나 절반쯤 깎은 시퍼런 머리를 번득이며 나무 침대 곁에 섰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대로 누워 있었다. 한 사람은 열이 있는 듯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청년이었고, 또 한 사람은 계속해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노인이었다.

영국인은 이 청년이 오랫동안 병중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형무관은 이 청년은 오늘 아침부터 앓기 시작했고 노인은 벌써 오래 전부터 위장을 앓고 있었는데 몇 달 동안 계속 병원이 만원이라 입원시킬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영국인은 불만스러운 듯 고개를 젓고는 이 사람들에게 몇 마디 물어 보겠으니 통역을 좀 해달라고 네플류도프에게 부탁하였다. 여기서 네플류도프는 이 영국인이 시베리아의 유형지나 감옥에 대해 조사하는 목적 외에도 또 한 가지, 신앙과 속죄에 의한 구원의 전도라는 목적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람들에게 이러한 말을 좀 해주십시오. 그리스도는 당신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사랑하고 있으시다고요. 그리고 그분은 여러분들을 위하여 이 세상을 떠나셨으며, 만약 당신들이 그것을 믿는다면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그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모든 죄수들은 바지 옆솔기에 두 손을 댄 채 잠자코 나무 옆에 서 있었다.

"이렇게 이들에게 말해 주십시오." 그는 말을 이었다.

"이 책 속에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고요.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래서 알아본 결과 20명 이상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영국인은 신약 성서 몇 권을 손가방 속에서 꺼냈다. 그들은 새까맣고 딱딱한 손톱을 기른 우악스러운 손들을 거친 삼베 소매 속에서 빼내 서로 다투어 그에게로 내밀었다. 그는 이 감방에 두 권의 복음서를 나누어 주고 다음 감방으로 갔다.

다음 감방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숨막힐 것 같은 악취도, 전면의 창문과 창문 사이에 걸린 성상도, 문 왼쪽에 용변통이 놓인 것도, 일제히 모두 일어나서 부동 자세를 취하는 것도, 그리고 일어나지 않는 세 사람의 죄수마저도 앞의 감방과 모든 것이 다 똑같았다. 세 사람 가운데 둘은 몸을 일으켜 앉았지만, 하나는 들어온 사람들을 보려고조차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들은 다 병자였다. 여기서도 영국인은 아까와 똑같이 말하고 역시 두 권의 복음서를 나눠 주었다.

세 번째 감방에서는 고함 소리와 요란스레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형무관은 문을 두드리며 "모두 조용히 해!"하고 소리쳤다. 문이 열리자 모두들 똑같은 자세로 바로 섰는데 병자 몇 사람과, 맞붙어 싸우고 있는 죄수 두 사람은 예외였다. 이 두 사람은 증오로 얼굴이 일그러져 한쪽은 머리를 잡고 또 한쪽은 턱수염을 움켜잡은 채 서로 싸우고 있었다. 형무관이 그들에게도 달려가자 그제야 겨우 둘은 손을 풀었다. 하나는 코를 얻어맞고 코피를 터뜨려 흐르는 콧물과 침과 피를 죄수복 소매로 훔쳐내고 있었다. 또 하나는 턱수염에서 빠진 털을 주워모으고 있었다.

"반장!" 형무관이 거칠게 소리쳤다.

힘이 세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앞으로 갔다.

"어떻게 뜯어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각하." 반장은 재미있는 듯 눈웃음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말려 주지." 얼굴을 찡그리며 형무관이 말했다.

"그들은 무슨 일로 싸웠습니까?"하고 영국인이 물었다.

"덮는 것 때문이지요. 남의 것을 덮었거든요."

반장은 아직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나가 떼미니까 상대방이 덤벼든 겁니다."

네플류도프는 영국인에게 그 말을 전해 주었다.

"잠깐 동안 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만." 영국인이 형무관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네플류도프는 그 말을 통역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형무관은 말했다. 영국인은 가죽 표지로 장정한 자기의 복음서를 꺼냈다.

"그럼, 통역을 좀 부탁합니다." 그는 네플류도프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말다툼과 싸움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을 위해 돌아가신 그리스도께서는 싸우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 봐 주십시오. 그리스도의 계율에 의하면 우리를 모욕한 사람에게 어떠한 태도로 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그들이 알고 있는지 말입니다."

영국인의 말과 질문을 네플류도프가 통역했다.

"상관에게 말하면 그 상관이 해결해 주겠지요." 위엄이 있는 형무관을 곁눈질하며 죄수 하나가 질문하듯 말했다.

"때려눕혀 버리면 돼. 그러면 모욕도 안 받게 될 거요." 다른 사람이 말했다.

동감이라는 듯 몇 군데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네플류도프는 그들의 대답을 영국인에게 통역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말해 주십시오. 그리스도의 계율에 의하면, 그와는 전혀 반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만약 한쪽 뺨을 때리거든 다른 한쪽 뺨도 내주어야 한다고요." 영국인은 자기 뺨을 내놓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네플류도프는 통역을 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그 자신이 한번 해보라지."

어느 목소리가 말했다.

"다른 뺨까지 얻어맞는다면, 그 다음엔 어디를 내밀어야 하나?" 누워 있던 환자가 말했다.

"그랬다가는 만신창이가 되겠군."

"어디 한번 해보시지 그래?" 뒤쪽에서 누군가가 말하고 유쾌한 듯이 웃어댔다. 웃음보가 한꺼번에 터져서 감방 전체가 웃음 바다로 변했다. 조금 전에 얻어맞은 사내까지도 피와 콧물이 뒤범벅이 된 얼굴로 웃어 대고 있었다. 병자도 웃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도 당황하는 빛이 없이, 영국인은 신앙이 있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하게 되고 용이하게 된다는 것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질문을 한번 해주십시오. 술을 마시느냐고요?"

"그럼요, 마시고말고요." 한 목소리가 이렇게 대꾸하자, 그와 동시에 또 다시 비웃음과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 감방 안에는 네 사람의 병자가 있었다. 왜 병자들만 한곳에 따로 수용하지 않느냐는 영국인의 물음에 형무관은 본인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이 병자들은 전염병 환자들이 아니며 병원의 의사 조수가 가끔씩 와서 진찰하고 치료도 해준다고 말했다.

"벌써 두 주일이나 조수가 나타나지 않는걸요."하고 누군가 말했다.

형무관은 그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다음 감방으로 안내하였다. 또다시 문이 열리고 전원이 일어섰고 조용해졌으며, 영국인은 또다시 복음서를 나누어 주었다.

다섯 번째 감방에서도, 여섯 번째 감방에서도, 좌우 양편 어떤 감방에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어느 감방을 들여다봐도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 굶주린 사람, 게으른 사람, 병에 걸려 앓고 있는 사람, 모욕당한 사람, 감금되어 있는 사람들의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영국인은 복음서를 예정 부수대로 나누어 주고 그 이상은 더 나누어 주지 않고 설교도 하지 않았다. 비참한 광경과, 특히 숨막힐 듯한 공기가 그의 정력을 꺾어 버렸는지 그 후부터는 이 감방에는 이러이러한 죄수가 수용되어 있다고 각 감방마다 형무관이 설명해 주어도 그저 "좋습니다."하고만 되풀이 중얼거릴 뿐 다음 감방에서 다음 감방으로 옮겨다녔다. 네플류도프 역시 거절하고 떠날 기력도 없고 해서 여전히 피로와 절망감에 싸여 몽유병자처럼 그 뒤를 따라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