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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6권 (28)

카지모도 2023. 4. 13.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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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무어라구 대답해 보냈답니까?” “그런 말 못 들었다구 대답했을 건

묻지 않아두 알 수 있지 않으냐?” “못난이 형님들이 종없이 지껄였는데 누가

아우?” “형님들 말 마라. 형님들은 자기네 신상에 혹시 누가 끼칠까 겁을 내

서 집안 식구까지두 네 이야기를 입밖에 뻥끗 못하게 한단다.” “내가 가면 집

안에 들어서지두 못하게 하겠네.” “그렇기가 쉽지.” 막봉이가 한참 동안 있다

가 “형님 산으루 들어갑시다.” 하고 말하니 삼봉이는 고개를 외치며 “산에

들어가면 여럿에게 붙들여서 지체될 테니까 못 들어가겠다.” 하고 대답하였다.

“며칠 놀다 가면 어떻소?” “내일은 천안서 올 줄 알고 기다릴 테니까 곧 가

야겠다.” “그럼 오늘 떠나겠소?” “암 떠나야지.” “내가 수이 한번 발안이

루 안성으루 다녀서 될 수 있으면 천안 까지 가리다.”“오너라. 너의 새 형수를

한번 보면 내가 양반의 집 비부살이하는 것을 괴이쩍게 생각하지 않을게다.”

삼봉이는 막봉이와 이야기할 말을 대강 마치고 누이의 해주는 점심을 재촉하여

먹은 뒤에 총총히 도로 떠나갔다. 막봉이가 삼봉이에게 안해 소식을 들은 뒤에

안해를 데려올 마음이 불현듯이 나서 먼저 돌석이에게 이야기하였더니 돌석이는

자기와 한데 살림을 차리도록 하루바삐 데려오라고 독촉하듯이 권하였다. “도

중에 말하구 내일 곧 사람을 띄우게.” “내가 가야지, 사람만 보내서 안되우.”

“그럼 자네가 내일 떠나두룩 의논해 보세.” “혼인술두 먹지 않구 어딜 가란

말이우?” “서장사가 택일한 대사 날짜가 아직두 대엿새나 남았는데 그 안에

못 다녀오겠나?” “내가 가는 길에는 고향에 들려 가구 오는 길에는 천안을 다

녀 올 테니까 적어두 한 열흘 걸릴 게요.” “그럼 서장사더러 날짜를 물려서

택일 한번 다시 하라지.” “내가 아주 보구 가면 그만인데 정한 날짜를 왜 공

연히 물린단 말이오?” “자네 말두 옳긴 옳으나 내일 공론해서 작정하세.” 돌

석이가 막봉이더러는 더 권하지 않고 이튼날 도회청 모임에서 막봉이를 안해 데

리러 보내자고 좌중에 발론하고 그 끝에 자기의 혼인날을 막봉이 갔다온 뒤로

물려달라고 오가에게 말하였다. 오가가 돌석이의 말을 듣고 “길두령이 안해를

데리러 가기루 자네의 대삿날을 물릴 까닭이 무엇 있나?” 하고 물으니 “길두

령이 가면 대삿날 전에 오기 어렵다구 안 간다니까 숫제 대삿날을 좀 물리잔 말

이오.” 하고 돌석이가 대답하였다. “길두령이 자네 대사 지내는 걸 아주 보구

가면 좋지 않는가. 보구 간다구 낭패될 건 없겠지.” “낭패될 건 없지만 하루바

삐 안해를 데려다가 나하구 한꺼번에 살림을 차리면 좋겠소.” “도회청 양쪽에

서 서루 건너다보구 지내는 정분이 달네그려. 둘이 한꺼번에 살림 차리기가 소

원이면 그건 어렵지 않아. 대사 지낸 뒤에 얼마 동안 자네 색시를 내게 맡겨두

었다가 길두령이 안해 데려오는 날 같이 새살림을 찰리면 되지 않나.” “그럴

생각은 미처 못했소.” 오가가 막봉이를 돌아보며 “두말 말구 있다가 내 새사

위 달아먹구 떠나게.” 하고 허허 웃으니 막봉이도 역시 웃으며 “나두 벌써 그

렇게 생각하구 육모방맹이까지 깎아놓구 기다리우.” 하고 실없은 말 하였다. 신

랑늘 단다는 말이 신방을 치자는 공론까지 자아내서 여러 두령들이 웃고 지껄이

는 중에 길막봉이와 황천황동이는 둘이 앞잡이 서서 첫날밤에 톡톡히 북새를 놓

겠다고 배돌석이보고 땅땅 별렀다. 우스개들이 끝난 뒤 서림이가 꺽정이를 보고

“길두령이 안해를 데리러 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우?” 하고 물으니 꺽정

이는 서림의 묻는 뜻을 몰라서 “데려오면 데려오는 게지, 무얼 어떻게 생각한

단 말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글월을 보내서 거기서 오게 하면 모르되 길두

령이 몸소 데리러 가는 건 불긴할 듯하우.” 서림이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마

자 “불긴할 게 무어요?” 하고 길막봉이가 나서고 “불긴한 곡절을 말하우.”

하고 배돌이석이가 뒤를 받쳤다. “불긴하다는 건 오히려 헐한 말이구 내 소

견대로 말하자면 극히 위태하다구 말해야 옳소.” “글쎄, 불긴하거나 위태하거

나 곡절을 말하우. 곡절이 무어요?” 길막봉이가 다그치니 서림이는 좌중의 이

사람 저 사람을 들러보며 막봉이 안해 데리러 가는데 위태한 곡절을 말해 들리

었다. 혜음령 사변이 난 뒤에 청석골 드나드는 길목의 기찰이 전에 없이 심하여

졌을 뿐 아니라 개성부와 강음현에서 청석골 화적 괴수들을 잡아 바치면 중상을

준다고 방까지 붙이었는데, 그 방에 용모 파기가 오른 사람이 양주 백정 임꺽정

이와 전날 봉산장교 황천황동이와 전 임진별장 이봉학이 외에 양주읍에서 장교

사령을 상한 박가와 혜음령에서 군관을 해친 길가이었다. 방에 오르지 않는 사

람도 나다니기가 위태하거니 하물며 방에 오른 사람이며, 근처에도 나다

니기가 위태하건데 하물며 원처이랴.

이러한 위태한 곡절을 서림이가 증언부언하는 것을 “잘 알았소. 고만두우.”

하고 길막봉이가 가로막고 “그만한 위태한 곡절은 우리두 잘 아우.” 하고 배

돌석이가 뒤받으니 서림이는 막봉이와 돌석이를 돌아보며 개연한 어조로 “사람

이 원려가 없으면 눈앞에 근심이 생기는 법이오.” 하고 말하였다. 박유복이가

꺽정이를 보고 “형님, 서장서 말이 옳소.” 하고 말하는 것을 보고 봉학이가 옆

에서 그렇다고 말하고 황천왕동이가 꺽정이를 보고 “복색이나 달리 차리구 나

서면 누가 안단 말이오?” 하고 말하는 것을 오주가 건너편에서 옳다고 말하여

서림이의 염려하는 말이 옳으니 마니 하고 지껄일 때 오가가 출반좌하고 “길두

령이 지금 당장 떠나는 것 아니니 두구두구 의논하세.” 하고 뒤로 밀어서 여러

두령이 그만큼 지껄이고 고만두었다. 오륙 일이 잠깐 지나서 돌석이의 대삿날이

다다라왔다. 청석골은 법 없는 천지라 혼인을 나라 가례같이 지내라기도 하겠지

만, 가례 의괘는 알 사람이 없고 여러 두령이 문견 자라는 대로 재상가 혼안절

차를 차리었다. 이날 늦은 아침때 신부 있는 오가의 집에서 신랑 있는 도회청으

로 세 번 청좌가 온 뒤에 신랑 행차가 떠나가는데, 신랑 치장을 볼작시면 머리에

는 사모요, 몸에는 관디요, 허리에는 서띠요, 발에는 목화였다. 신랑이 백마 타

고 앞서고 위요 선 이봉학이가 관복 입고 사인 남여타고 뒤를 따랐다. 산 안을

한 바퀴 휘돌아 오가의 문전에 와서 신랑이 기러기를 드리고 박유복이의 팔밀이

로 초례청에 들어섰다. 초례청 안침에 독좌상이 놓이고 독좌상 앞에 작은 상이

놓이는데, 작은 상위에는 술병과 교배잔과 청실홍실 두 타래가 놓였을 뿐이나

독좌상 위에는 놓인 것이 많았다. 달떡 두 그릇과 국수 두 그릇과 포도 접시와

식혜 두 접시와 밤, 대추, 곶감, 삼색실과 각각 두 접시씩 여섯 접시가 늘어놓이

고, 이외에 와룡촛대 한 쌍이 놓이고 나좃대하님이 들고 나왔던 나좃대 두 개가

쟁반에 걸쳐 놓이고, 꼭지에 다홍실을 맨 큰 바리 뚜껑 한 개가 놓여있었다 색

시가 어려서 먹던 꼭지숟갈이나 돌바리가 없는 까닭에 큰 바리 뚜껑을 대신 놓

은 것이니, 이것은 신랑 따라온 꼭지도작이 훔쳐다 신랑집에 두었다가 첫아들

난 뒤에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여러 여편네들이 신부를 부축하여 내다가 신랑과

마주 세웠다. 신부는 머리에 칠보 족두리를 쓰이고 몸에 원삼을 입히고 연지 찍

고 곤지 찍은 얼굴을 진주 부채로 가리어 주었다. 부채를 떼고 큰절을 시키어서

신랑이 서서 받고 답배한 뒤에 신랑과 신부를 마주 앉히고 청실홍실 늘인 교배

잔을 전하는데,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 해로하고 아홉아들에 고명딸

아기 낳으라는 덕담이 있었다. 초례한 뒤 방합례가 있고 방합례한 뒤 안팎에 잔

치가 벌어졌다. 사람마다 먹은 빛으로 하루해를 지우고 저녁밥들을 먹는지 만지

한 뒤에 곧 신방을 차리었다. 노신랑이 낯익은 신부를 맞아서 홍촛불 앞에 얼굴

을 대할때 신부는 새삼스럽게 부끄럽든지 고개를 숙이고 그림같이 앉았고 신랑

은 신부를 바라보며 싱글벙글하였다. 신랑이 신부 몸에 손을 대지 않고 한식경

이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중에 “이 사람들이 낮에 술을 많이 먹드니 초저녁

부터 곯아떨어졌군.” 하고 혼잣말하였다. 그 뒤에 신랑이 신부의 옷을 벗기어

자리에 갖다 눕히고 자기도 옷을 벗고 촛불을 끄고 신부와 같이 누웠을 때 홀저

히 밖에서 신발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우리가 술에 곯아떨어졌어?” 하고

웃는 길막봉이 말소리가 들리고 “아무리 첫날밤이기루 염치없이 초저녁부터 자

는 법이 어디 있담.” 하고 혀를 차는 황천왕동이 말소리가 들리었다. 신랑 신부

가 옷을 다시 입을 사이도 없이 거는 고리 없는 신방 문이 활짝 열리고, 등불빛

이 환하게 비치며 막봉이와 천왕동이가 앞서서 들어오고 여러 두령들이 뒤따라

들어오는데 상제 몸인 꺽정이와 계집 싫어하는 곽오주와 장인 노릇하는 오가까

지 하나 빠지지 않고 다 왔다. 돌석이가 오가를 보고 “장인두 사위의 신방을

치러 왔소?” 하고 소리치니 오가는 허허 웃으며 “나는 신방에서 너무들 야료

할까 봐 말리러 왔네.” 하고 한옆으로 비켜섰다. 막봉이가 고의 바람의 신랑을

일으켜 세우고 천왕동이가 속곳 바람의 신부를 일으켜 세운 뒤에 준비하여 가지

고 온 긴 노랑수건으로 둘을 맞붙여서 동여놓았다.

막봉이와 천왕동이가 조신한 사람들이 아니라 장난이 상없었다. 신랑 신부를

맞붙여 동여놓고 막봉이가 천왕동이를 돌아보며 “둘 다 발가벗기는 게 좋겠지?

” 하고 말하니 천왕동이는 대번에 “고의는 자네가 벗기게. 속곳은 내가 벗김

세.” 하고 신부 속곳 끈에 손을 대었다. 노신랑 돌석이로도 발가벗기는 것은 난

당하여서 “그것만은 용서해 주게.” 하고 사정하니 막봉이가 웃으면서 “내가

시키는 대루 다한다면 용서하지.” 하고 말하였다. “할 만한 일이면 다 함세.”

“그럼 우선 색시 입을 한번 맞치우.” 돌석이가 입맞추는 시늉을 내었다. “누

가 입맞추는 시늉을 내랬나? 쭉쭉 소리가 나두룩 쩍지게 맞쳐야지.” 그제야 돌

석이가 입맞추는 소리를 내었다. “자, 인제는 색시 빰을 핥으우. 싹싹 핥아야

하우.” 돌석이가 뺨 핥는 시늉을 내고 나서 “실 없이 장가들구 봉변이다.” 하

고 투덜거리었다. “봉변이라니 용서 못할 말인걸.” “말 잘못했네. 용서하게.”

“옷은 대체 무엇부터 벗겼소?” “발떠쿠가 있어 잘살라구 버선부터 벗겼네.”

천왕동이가 신부의 발을 내려다보며 “고린발에 발떠쿠가 있나. 고린내가 몹시

나네.” 하고 웃는 통에 신부가 주저앉으려고 하여 돌석이는 신부와 같이 간신

히 주저물러앉았다. 막봉이가 신부 뒤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이 잘 기를까 젖

좀 봐야지.”하고 신부의 젖을 만져보니 “자네가 무슨 젖을 알겠나? 내가 봐야

지.” 하고 천왕동이도 신부의 젖가슴에 손을 넣었다. “이쁜 젖일세. 이 다음

두구 보면 알지만 영락없이 대접젖 되겠네.”“대접젖이 어디 있나? 젖의 보학

을 좀 들려 주까? 묵모 같은 대접젖이 제일 이쁜 젖이구 그외의 가지각색 젖이

다 있다네, 연적같이 넓적한 건 연적젖이요, 병같이 길쭉한건 병젖이요, 쇠뿔같

이 끝이 빠른 건 쇠뿔젖이요, 쇠불알같이 축 늘어진 건 쇠불알 젖이요, 그러구

젖꼭지가 들어간 건 구융젖이라네.” “젖의 보학이 참말 무던하군. 그런 건 다

뉘게 배웠소?” “뉘게 배운 건 알아 무엇하나?” “베개 위에서 배웠겠지.”

“배게 위에서 배우기커녕 내가 가르쳐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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