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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7)

카지모도 2023. 9. 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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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일 도중 공사가 다단한데 내 사사를 말할 수가 없어서 아직 책장을 덮어

두었었소.” “상제님이 할아버님 성정을 닮으셨더면 그런 놈은 벌써 어떻게든

지 요정냈지 이때까지 가만두지 않으셨을게요. 할아버님 성정 참 무서우셨습니

다. 한번 어떤 놈이 댁에 들어올 상목을 반 동인가 한 동 떼어먹구 어디루 도

망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놈의 종적을 질지이심하게 찾아서 함경도 영흥 땅

으로 도망한 걸 아시구 사람들을 쫓아보내서 그놈을 용흥강 물귀신을 만드셨지

요. 사람들 보낼 때 부비가 너무 과다하게 들어서 첨지 영감이 고만두시면 좋을

듯이 말씀을 여쭈니까 소견 없는 자식이라고 꾸중하시구 나중에 타이르시는 말

씀이, 분풀이두 해야 하지만 이루 말하더라두 장래 몇 백 동이가 될는지 모른다

고 하십디다. 장래 몇 백 동이란, 그런 놈을 그렇게 본보길 내야 다른 놈들이 떼

어먹을 생의를 못한단 말씀이오.” 만송이의 아비가 케케묵은 옛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아서 한온이는 듣기 싫증이 났다. 만손이가 한온이의 눈치를 살피고 아

비의 옛야기가 또 나오기 전에 “서울 빚은 최가가 다 추심했답니까?” 하고 묻

고 “다 추심했는지 어쨌는지 그것두 난 모르지, 빚문서를 통히 최가에게 맡겼

었으니까. ” 하고 한온이가 대답하여 만손이 아비의 말참례로 중단되었던 한온

이와 만손이 둘의 수작이 다시 계속되었다. “최가가 댁의 덕택을 골수에 사무

치두룩 입은 놈이 댁을 배반하하다니 세상 인심 참말루 믿을 수 없습니다.” “

그래 내가 서울 올 때 덕신이게루 갈까 문성이게루 갈까 망설이다가 아무리 생

각해두 자네네 식구만큼 미덥지가 못해서 비편스러운 걸 불계하구 자네 집으로

왔네.”“제 집을 방이 누추하구 음식이 맛깔적지 않아서 잠시라두 와서 기시기

가 불편하시지만 제 집을 두구 다른데루 가셨더면 저의는 섭섭할 뻔했습니다.

” “내가 비편하다는 건 와서 있을 방이 없단 말일세. 나 하나만 같으면 오히

려두 모르지만 교군꾼들이 있으니 자네 집에 어디 재울방이 있나. 이웃집으로

보내주게.” “지가 명년 봄에 며느리를 보려구 건넌방 모퉁이에 방한칸을 들였

습니다. 도배 장판만은 아직 안했어두 아쉰대루 거처할 만합니다. 교군꾼들을

그 방에 재웁지요.” “그러면 잘됐네. 그러구 나는 건넌방을 내주게.” “저의

식구가 건넌방에 가서 잘 테니 이 방에 기십시오. 이방이 건넌방보다는 좀 걔끗

합니다.” “깨끗지 않아두 좋으니 건너방을 날 주게.” “그러실 것 없습니다.

” “아니야. 지금 곧 교군들은 새 방으루 보내구 우리 단둘이 건넌방에 가서

조용히 이야기 좀 하세.” 만손이 어미가 바로 골이나 나는 것처럼 곤댓짓을 하

며“이 늙은 것들이 이야기를 좀 들으면 어떻습니까.“ 하고 한온이의 말을 탄

하여 ”놈이 할멈이 말을 낼까봐 말 안 들려주려구 그러네. ” 하고 한온이는

웃었다. 만손이가 저의 안해더러 “건넌방을 가서 정하게 치워 놓게.” 하고 이

르니 “건넌방에 교군꾼들이 들어앉았소.” 하고 그 안해가 대답하였다. “새

방을 교군꾼들 들어앉게 해주구 건넌방을 치우게그려.” “어떻게 들어앉게 해

주란 말이오.” “바닥에 좀두둑하게 깔구 화루를 해놓으면 되지 않나.” “그걸

내가 어떻게 하우, 당신이 해줘야지.” “아이 밥병신 같으니.” 하고 만손이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며 “자네는 나와서 화롯불이나 해놓게.” 하고 말하여 만

손이 안해도 그 남편 뒤를 따라나갔다. 만손이 아비는 한온이가 조부의 이야기

를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 맘에 섭섭하든지 “인제 이 늙은것이 죽으면 선대 적

이야기두 들으실 데가 별루 없으리다.” “그럼, 그런 이야기 들을 데가 다시는

없구말구.” 하고 한온이가 대답한즉 만손이 아비가 또다시 한온이 조부의 행호

시령 하던 이야기를 꺼내더니, 늙은이가 입심도 좋아서 그칠 줄을 모르고 지껄

였다. 한온이가 졸음이 와서 정신이 가물가물하여 이야기 소리가 멀리서 나는

것 같이 들리다가 나중에는 아주 안 들릴 때까지 있었다. 만손이 어미가 한온의

곤한 모양을 보고 자기 영감더러 이야기 고만 두게 하였다. 한온이는 지난 밤에

잠을 잘못 잤다고 팽계하고 만손이 어미가 갖다 주는 목침을 베고 누워서 바로

혼곤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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