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할머니라고 부르는 매파가 만손이 아들 놈이의 혼인을 중매하여 정하였
는데 색시집에서 혼인 준비에 신랑집 의향을 알아다 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어서
순이 할머니가 만손이 집에를 왔었다. 순이 할머니는 한첨지의 여자 부하 중 구
군으로 한온이 집에를 무상출입하던 매파라 한온이가 목소리를 들으면 대번 알
것인데 목소리가 평일과 달라져서 몰랐던 것이다.
순이 할머니가 만손이 부모를 보고 색시집에서 부탁한 일을 대개 이야기한 뒤
“건넌방에 누가 오셨소?”하고 물으니 만손이 어머니가 영감의 입을 치어다보
다가 그저 “손님이 오셨소.”하고 대답하였다. “어떤 손님인데 손님 혼자 내버
려두고 주인은 모두 안방에 와 있소?” “손님이 낮잠을 주무시는가 보우.” “
어디서 오신 손님이오?” “저 시굴서 오신 손님이오.” 만손이 어머니가 한온
이 온 것을 말 않고 모호하게 대답하는 중에 공교하게 이때 건넌방에서 한온이
의 기침 소리가 났다. 순이 할머니가 귀가 밝아서 대번 기침 소리를 알아듣고
“주인댁 작은상제님이 오신 모양인데 왜 나를 기이우.”하고 골을 내었다. “우
리가 마누라를 기이려는 게 아니오. 상제님께서 분부하시기를 일체로 뉘게든지
말 말라고 하셔서 그래서 말을 못했소.” “상제님이 아무리 그렇게 분부하셨더
라도 나를 고발할 사람으로 알지 않은 담에야 그럴 법이 어디 있단 말이오.”
“누가 마누라를 못 믿어서 말 안했을세 말이지.” “고만두우. 듣기 싫소. 상제
님은 날 보지 않으려고 하셔도 난 상제님을 좀 보여야겠소.”하고 순이 할머니
가 일어나서 건넌방으로 건너오는데 만손이 어머니도 뒤를 따라 건너왔다.
순이 할머니가 기임 받고 골난 것이 아직 사라지지 아니하여 건넌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곧 “여보 상제님. 인정이 없으셔도 분수가 있지 그런 데가 어디 있소.
”하고 사살부터 내놓았다. “순이 할멈한테 내가 무슨 인정 없는 짓을 했나 나
는 모르겠는데.” “내가 안방에 온 줄 아셨을 텐데 순이 할멈 게 왔나 이리 오
게 좀 하면 어떻소.” “순이 할멈이 온 줄 난 몰랐소.” “귀 어두운 나는 상제
님 기침 소릴 대번 알아들었는데 귀 밝으신 상제님이 내 말소릴 못 알아들으셨
단 말이오.” “목소리가 영 딴 사람 같으니 웬일이오?” “목소리가 좀 변했기
로 일년 이태 들으신 목소리요. 그렇게 아주 못 알아들으셨을 리가 있소. 알고도
모른 체하셨지 무얼.” “아니 참말 목소리 듣곤 몰랐소. 목이 좀 쉰 것 같소.”
“초겨울에 고뿔을 앓고 목이 잠기더니 내처 시원하게 트이지 않아요. 그런데
상제님 나보고 하우를 하시니 웬일이오?” “그전에는 주인집 아들 자세루 늙은
이보구 하게를 했지만 지금이야 그럴 수 있소.” “지금은 주인이 아니란 말씀
이오?” “그럼 지금이야 주인이 무슨 주인이오.” “내가 첨지 영감 앞에서 죽
는 날까지 부하 노릇하기를 맹세하고 이름을 도록책에 올렸소. 이 목숨 지는 날
까지 댁 부하 사람이오. 지금은 주인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야박한 말씀이오. 아
스시우. 전대로 하게하시우.” “내가 전에 하게하던 늙은이에게 몰밀어 하우를
했는데 그런 말 듣기는 순이 할멈한테 처음이여.”하고 한온이가 눈에 눈물을
먹이었다.“하우받는 사람들도 인사가 틀리지만 상제님이 하우하시는 것부터 잘
하시는 일이 아니오.” “그래 요새 지내긴 어떻게 지내우?” 한온이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하오로 말하여 놓고 “아니, 어떻게 지내나?”하고 말끝을 하게로
고치었다.
“지내는 건 전이나 일반이지만 큰쇠란 놈이 포도대장댁에 상노로 들어가서는
걱정 한가지는 덜린 셈이지요.” “큰쇠가 순이 남동생이지? 그놈이 올에 몇살
이든가?” “열여섯 살지요.” “우변이야 좌변이야? 어느 포장댁이야?” “잿
골 사시는 좌포장댁이오.” “언제 들어갔어?” “인제 두어 달 됐세요.” “그
럼 아직 수청방 허드레 심부름이나 하겠군.” “아니오. 포장 영감 눈에 들어서
영감 사랑 방안 심부름을 지가 도맡아 하다시피 한답니다.” 한온이가 서림이의
일을 큰쇠에게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나서 “내가 죄포장댁 일을 좀 물어보구
싶은데 큰쇠를 한번 내게 데리구 올 수 없겠나?”하고 순이 할멈더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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