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과 두령들의 식구 수효를 저저히 쳐보면 꺽정이의 식구는 애기 어머니 모
녀와 백손 어머니 모자에 소홍이까지 다섯이고, 이봉학이는 소실과 그 소생 세
살 먹은 아들과 두 식구요, 박유복이도 안해와 네살 먹은 딸과 두 식구요, 황천
왕동이도 역시 안해와 젖먹이 아들과 두 식구요, 배돌석이는 단 내외뿐이라 안
해 한 식구요, 한온이는 식구가 제일 많아서 서모와 형과 형수와 조카와 안해와
큰 첩과 작은 첩과와 모두 일곱이요, 이외에 남은 두령 오가와 곽오주와 김산이
는 다 딸린 식구 없는 단신들이었다. 이상 식구가 도합 스물 네 명인데 이찬동
이와 한온이와 의원 허생원을 따라보내면 셋 모자라는 삼십 명이고, 두목과 졸
개들의 처자 사 십여 명을 함께 보내면 칠십 여 명이 하나가 넘지 않을 리가 없
었다. 조그만 산골 동네에 칠십 여 명이 들어가면 다른 건 고만두고 우선 방사
가 부족하여 다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 두목과 졸개들의 처자는 보내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의논도 났었으나 두령들의 식구는 다 피난시키고 두목과 졸개들
의 처자는 피난시키지 않는다면 군심에 영향이 미칠 터이므로 각 집에서 하인같
이 부리는 졸개들의 처자는 식구들과 같이 보낼 수밖에 없고 그 외의 삼십 여
명은 다 내외 껴서 양덕, 맹산, 성천 세 군데로 나누어 보내자는 의논이 돌
아서 그대로 작정이 되었다. 이렇게 많이 줄이고도 해주로 보낼 사람 수효가 어
른 아이 합하여 근 사십 명인데, 게다가 도중 공용 재물과 각집 세간 알천의 물
건짐이 바리로 여러 바리 될 터이므로 전날 광복산 피난 갈 때와 같이 관원의
내권, 선비의 안해, 촌가 여자 가지각색으로 차려서 띄엄띄엄 떠나 보내기로 준
비할 것까지 다 이야기가 되었다. 꺽정이가 좌기를 파하고 일어나려고 할 때 아
들 수남이를 맡아가지고 있는 박유복이가 꺽정이더러 “수남이두 식구들 갈 때
같이 보내시지요?” 하고 물으니 꺽정이는 대번에 고개를 가로 흔들며 “서가의
자식은 우리 있는 데 두어야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하고 대답하였다. 꺽정이
가 자기의 의향을 돌리지 않으면 백 사람이 천 말을 하여도 다 빈말이지만 수남
이를 해주로 보내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두령이 하나도 없었다.
도회청 회의가 끝난 뒤 권속들만 피난시킨다는 전령을 돌리고 즉시 준비에 착
수하여 이틀 동안 집마다 수선하고 사람마다 분주하였다. 제사흘 되는 날 꼭두
새벽부터 다음날 밤중까지 해주로 보내는 일행과 평안도로 보내는 두목,졸개의
남진 계집들을 다 떠나 보냈다. 이춘동이,한온이 외의 황천왕동이도 배행으로 해
주를 가서 셋만 빠지고 뒤에 남은 여러 두령들이 맨 끝에 떠나는 사람들을 보내
고 꺽정이 사랑에 들어와서 모여 앉았는 중에 박유복이 집에 있는 졸개가 와서
수남이가 도망하였다고 고하여 다른 두령들도 놀라긴 좀 놀랐지만 박유복이는
맡은 책임이 있어 깜짝 놀라며 마루로 뛰어나와서 졸개더러 말을 물었다. “너
희들은 어디 가서 무어 했느냐?” “소인이 뒷간에 갔다와서 보온즉 앉았던 명
녹이는 누워서 잠이 들었솝구 누웠던 수남이놈은 일어나서 어디루 갔솝디다.”
“뒷간엘 가든지 어딜 가던지 명녹이더러 일러두고 갈 것 아니냐. 그래 집안이
나 다 찾아봤느냐?” “소인이 명녹이를 깨워가지구 나서서 찾아볼 만한 데는
다 찾아 봤습니다.” 방안에서 꺽정이가 다른 두령들더러 “조그만 놈이 지금
어둔 밤중에 도망하면 얼마나 멀리 도망했겠느냐. 곧 삼사십 명이구 오륙십 명
이구 풀어서 등불,횃불을 가지구 산 안팎을 뒤지게 해라.” 하고 말을 일렀다.
수남이가 서산 파수꾼에세 들키지 않고 서산을 넘어서 탑고개 나가는 길로 천
방지축 도망하다가 일 마장도 못 나가고 붙들러 왔다. 꺽정이가 수남이 붙들어
왔단 보고를 듣고 “고눔 어린 눔이라구 그래루 두어선 못쓰겠다. 지금 당장 물
고를 올려버려라.” 하고 분부를 내리었다. 서림이 아들 수남이는 구경 아비의
죄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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