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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28)

카지모도 2023. 10. 1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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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석골 두령, 시위 들은 박연중이 큰집 이간 사랑방에서 자고 꺽정이는 박연

중이를 따라 그 작은집 건넌방에 와서 같이 잤었다. 방이 단간이나 단둘이 자기

에는 비좁지 아니하였다.

이튿날 식전 꺽정이가 기침하기 전에 시위들이 와서 대령하고 있었고 기침한

뒤 여러 두령이 와서 문후들 하고 가고 소세하고 조반까지 먹은 뒤 아들 백손이

가 문안하러 와서 일찍 올 것인데 의원 허생원을 불러다가 어머니의 병을 보이

느라고 늦었다고 말하고 어머니의 병을 고모는 산후발이라고 하는데 허생원은

감기로 집증하더라고 이야기하였다. 꺽정이가 안식구들을 찾아보기겸 동네를 한

번 돌아보려고 백손이를 데리고 나섰다. 다른 두령들은 전날 들어오는 길로 식

구들을 찾아보았지만 꺽정이는 박연중이와 사랑방에 같이 앉았다가 잘 처소에

같이 와서 잔 까닭에 와서 본 백손이 외의 다른 식구는 아직 보지 못하였던 것

이다. 백손이 말이 고모도 어머니 해산방에 같이 있다고 하여 꺽정이가 먼저 누

님과 산모를 보려고 해산방으로 오는 중에 이봉학이와 박유복이가 앞에 가는 것

을 보고 “어디들 가나?” 하고 소리하였다. 두 사람은 일시에 돌쳐서서 꺽정이

에게로 마주 왔다. “황천왕동이가 아까 아주머니를 가 뵙구 와서 밤새 병환이

나서 대단하시더라구 하기에 우리는 밖으루라두 잠깐 다녀올라구 가는 길입니다.”

이봉학이가 백손 어머니에게 문병하러 가는 것을 말하니 꺽정이가 턱으로 백

손이를 가리키며 “저 자식이 의원을 불러다 뵈니까 의원 말이 감기라구 하더라

네. 대단친 않은 게지.” 하고 대답한 뒤 “그러나 나두 지금 그리 가는 길이니

같이들 가세.” 하고 두 사람과 같이 가는데 백손이는 길인도하라고 앞세우고

두 사람은 뒤에 딸리었다. 꺽정이가 동네 뒷산을 살펴보며 천천히 가는 중에 조

그만 집에서 떠들썩하게 지껄이는 사내들 말소리가 들리었다. “대체 이게 무슨

고생인가?” “난리 피난 온 사람들 때메 우리가 난리를 만났네.” “아직 언제

갈는지 모르지?” “언제든지 가긴 가겠지.” “그 따위 오뉴월 쇠불알 같은 소

리 하지 말게. 그 동안 우리는 다 죽으란 말인가. 사람이 밤에 잠을 자야 살지

않나.” “자네들 사정봐서 내가 다 쫓아버릴까. 허허허.” “영감에게 등장을

들어보세.” “영감은 무슨 별수 있는 줄 아나? 영감두 속은 짠 모양이데.” “

그럼 우리가 모두 각각 단봇짐들을 싸세.” 박연중이 수하 사람들이 밖에 지나

가는 청석골 두령들 듣거라하고 떠드는 것 같았다. 꺽정이가 고개를 숙이고 그

집 앞을 다 지나온 뒤 홀저에 걸음을 멈추고 “우리 오늘 가세.” 하고 뒤에 오

는 이봉학이를 돌아보았다. “어디루 가잔 말씀입니까?” “어디루든지 가야겠

네.” “청석골서 올 때두 말씀했지만 자무산성으루나 가실까요?” “자무산성

두 좋으니 오늘 식구들 다 끌구 그리 가세.” “오늘이야 어떻게 갑니까.” “왜

못가?” “산성 안 백성들 처치라든지 양식이나 부정지속 변통이라든지 다 먼저

해놓구 가야 하지 않습니까.” “가 앉아서 처치할 거 처치하구 변통할 거 변통

하면 되지 않나.” “그러구 아주머니를 오늘 어떻게 뫼시구 갑니까. 삼두 아직

안나갔구 더구나 병환중인데.” “갈 수 없는 사람은 아직 여기 남겨두구 가지.

동네 인심이 그악하기루서니 식구 몇간 남아 있는 거야 설마 민주대겠나.” “

오늘 식구들을 다 끌구 가려면 길 떠나기가 자연 늦을 테니 내일 일찍 떠나두룩

준비를 차리게 하구 오늘 선진 한패를 보내서 내일 일행이 들어가기 전에 우선

산성안 집들이나 비어놓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자네는 얼른 가서

선진 보낼 사람들을 작성하게. 나는 연중이 노인한테 내일 떠난단 말이나 하구

자네네들 있는 데루 나감세.” “이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아주머니께 잠깐 다녀

가시지요.” “나중에 다시 와서 보지. 어서 도루 가세.” “백손아, 너만 가거

라.” 꺽정이가 백손이는 혼자 보내고 이봉학.박유복이 두사람은 다시 뒤에 딸리

고 천천히 가던 길을 바쁜 걸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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