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 천지간 세상에 일 죄인 죄첩은 이 몸의 일천 가지 근심과 일 만 가지 한
되는 회포를 가져, 감히 당돌히 시아자바님 두 분 전에 이 한 말삼을 아뢰오니,
엎디어 비옵건대 슬피 불쌍히 여기시고 자세히 살피시압소서.
죄첩 부부의 일로써 두 아자바님께 부탁하올까 하와, 찬만번 애걸 간청하오니,
두 아자바님의 관후, 우애, 심덕으로써 죄첩 부부의 참혹하고 칙은한 정경을 구
비 두루 살피시압소서. 걷우어 주시고 저바리지 않으실까 하와 천만 바래옵고
믿사와 심곡에 있난 말쌈 아뢰압나이다.
죄첩의 연치 이십일 세에 성혼을 하오매 소천의 연치 또한 이십 세이오니, 피
차 상득하와 백년을 해로하올까 태산같이 믿삽고 탐탐 귀중하오나, 다맛 심중에
일층 처참하온 심사 없지 않아 하옴은, 실로 구고 아니 계시와 북당이 적막하옴
을 한하온지라.
연이나 다만 소천이 있사오니 여자의 백년의 락이 되올까 희망하였업더니, 죄
첩의 전세 죄역이 지중, 지악하와 인제 고금에 다시 있지 못할 죄인이 되야, 비
록 성혼한 제 오륙삭이오나 부부 서로 일실에 머물어 상면하온 날을 합계하오면
겨우 일순 칠일이압는데, 삼생 원수의 홍역을 당하와 다시 피차의 상면을 못 하
압고.
또 창황 병보를 듯삽고 여자의 마음이 어이 안심하오리잇가마는 시댁에서 부
르시난 명이 아니 계시압고, 죄첩이 불혜, 불민하옵기로 자청하와 곧 오지 못하
옵고, 또 첩의 집은 우러 충첩하고 사고 다단하압기로, 자연 지체 천연하야 처음
에 오지 못하였아오나, 여자의 마음이 어이 안심이오며, 그러하온 중에 다시 가
부의 병보를 듯사오니, 여자의 심혼을 어이 측량하오리잇가.
그러하와 주야를 생각지 아니하옵고 축원, 축수하와 가부의 안면을 다시 보압
고, 가부의 어음을 다시 듣사올까 하였압더니, 첩은 망연히 아지 못하온데 문득
중로에서 흉보를 만났사오니, 이게 참말쌈이옵니까, 헛말쌈이오니잇까.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온지라.
고금이래로 귀천 상하 노소 없이 남녀 결발하오면 사생 영욕을 한가지로 한다
하옵고, 또 가부 병이 드온즉, 그 여자 병측에 시립하와, 죽 미음과 약물을 다서
려 시병하옵다가, 말종을 보난 이도 있삽고, 혹 말종을 못 보난 일도 있건마는.
홀로 죄첩은 외로이 있사와 한 술 미음과 한 첩 약물을 친집하와 보살피지 못하
온고,
밋 그의 명이 진키에 이르와도 또한 부부 서로 손을 잡아 영결을 이루지 못하
압고, 멀리 외로이 있어 천고 영결을 하오니, 이는 막비 가지가지 죄첩의 전세
죄역이 지중, 지악하압고, 또 죄첩이 불혜, 불민하와 가부의 병측에 참예치 못한
탓이로니, 뉘를 한하오며 원망하오리잇가.
실로 그러하와 가지가지 곳곳마다 남의 없는 지원, 극통이압기로, 살아 있아와
도 사람을 대면할 뜻이 없사옵고, 죽어 구원에 가와도 가부를 반겨 만나올 안면
이 없아와, 죄인 중 죄인이 되었아오니, 더욱 궁천극지 통한이 골수에 박히압고,
오장에 사무치온지라.
가부 초상시에 명을 끄쳐, 가부의 뒤를 좇아 쾌할한 혼백이 되기를 지원이오
나, 스사로 잔명을 투생 보중하옵고 보신지책을 하와, 망극하온 초상 장사를 마
치압고, 무익하온 세월만 보내었압더니, 마참내 죄첩 전세 죄역이 태중하여 첩의
부부양인 천지신명에 편벽되이 득죄하와, 일접 혈맥도 복중에 머무지 아니하였
아오니, 더욱 죄첩의 철천 철골 지원극통이 가히 형용치 못하와, 일국에 비할 데
없이 되온지라.
경각에 명을 바쳐 청춘 소년 가부의 뒤를 좇고저 간절히 원하오나, 그 중에
또 생각하온 일이 있아와 헛일을 삼아 초상 장사까지 지냈압난데. 바라압던 일
을 망당하고, 중도에 명을 끊사오면, 첩의 일신은 편하오나 가련, 가혹하온 가부
의 심상도 마치지 아니하옵고, 그 후사도 첩이 스사로 자청하와 정치 아니하압
고, 일단 죽기만 생각하와 세상을 하직하오면, 가부를 생각지 아니하고, 참혹, 참
악하온 소첩을 저바리옴 같사와, 어찌 죄첩의 도리에 당연하옴이 되오리잇가.
가부에게 향하와는 생사 간에 가모의 소임을 하온 것이 만분지일도 없아온즉,
죽어 지하에 가와도 가부를 만나 반기올 안면이 업삽고, 도로혀 부끄러운 혼백
이 되올 듯하온지라.
이미 소생 기출은 아모리 하와도 바래지 못할 일이압기로, 비록 조카올지라도
부자 의를 어이, 부자 예를 이루어 그 후사를 정하와, 분묘의 목주를 의탁하온
후, 그 탁정하옴을 정녕히 듣사옵고, 그 의탁하온 대소 법사를 자세 아뢴 후, 명
을 마츠고저 지원이오매 주주 야야에 후사 정키를 축수하옵더니, 천행으로 둘째
아자바님 혜택과 성덕을 입사와 조카 재강이로써 양자를 허급하압시어, 죄첩의
지극한 소원을 이루어 주압시니, 감은, 감덕하옴을 어이 다 측량하와 형용사례하
오리잇가. 마참내 죽어 백골이 되와도 다 갚삽지 못하옵고 각골 난망이로소이다.
이미 삼상을 맞삽고 후사까지 정하였아오니, 갓득 세상이 귀치 아니하온 인생이,
장장 하일과 다다 세월에 머무러 투생하옴이 크게 불감하온지라.
이러므로 잔명을 끄쳐 구원에 가, 청춘 소년 가부의 뒤를 좇고저 지원이오매
세상을 하직코저 하오니, 이미 첩을 대하압셔, 재강이로써 허락하압셔, 망인의
후사를 정하였아오니, 이제 비록 첩이 없아와도 뜻을 달리 생각턴 아니 하압실
게오니 우럴어 믿삽고 바래옵건대, 두 아자바님께옵서는 망인의 참척, 참절하옴
을 굽어 살피시와, 그 죽은 날을 잊지 마르시고 생각하압셔, 부디 묘제나 지내어
구원 망인의 울울하온 영혼을 위로하여 주압시고, 사명일지라도 또한 잊지 마압
시고 생각하시와, 망인의 울울하온 심사를 위로하여 주압시다가, 재강이 자라 장
성하와 취처하옵거던, 그 신위를 전하와, 일년 일도 돌아가는 제와 사명 일체를
착실 극진히 지내게 가르쳐 주압소서.
그러하옵셔야 소천이 세상에 났던 흔적이 있삽고, 혹 세상 사람이 알 리 있아
올까 하오며, 그리 하압시면 아자바님네, 관후, 우애하압신 성덕과 혜택을 세상
사람들이 추존, 추숭하와 일칼아 탄복하올것이압고, 망인일지라도 구원 영혼이
명명지중 알음이 있아올진대,
비록 언어로써 감은, 감덕하옴을 일칼아 사례치 못하오나, 동기 수수의 정을
감사이 여기와 웃음을 먹음을 것이압고, 죄첩이 비록 불혜, 불민하오나, 감사, 감
격하옴을 감폐에 사기압고 골수에 사못치와, 마참내 백골 난망이 되었고, 예사람
의 사후 선령이 풀을 맺어 은혜 갚던 일을 본받고저 하올지라.
이미 죄첩의 마음이 이러하온 중, 담사까지 맞아오니 담사 마친 날이라도 잔
명을 끊어 지하에 가와, 질거운 귀신이 되기를 지원이오나, 그때 임세하였압난
데, 죄첩의 뜻대로 하오면 죄첩으로 말미암아 대소 각절이 과세들도 평안히 못
하시게 되올지라.
그러므로 죄첩이 또 구차 연명하옵기를 강인하와, 새해를 당하오니, 궁천지통
이 더욱 새로와 가히 형용치 못하압고 낮에 생각도 밤에 헤아려도 세상에 머무
르기 욕되온고로, 이제 명을 자결하와 끊사오니, 두 아자바님께옵서난 놀라시지
마압시고, 또 명이 진키 전에, 아른 체하와 구완치 마압소서.
죽사와도 천명과 천수 다하여 죽은 줄로 아옵소서.
이제 모양을 변하와 모시 적삼을 입삽기난 혼일이 하절이라 이 옷과 이 모양
으로 소천을 배별하온 후 다시 상면하고, 인하와 천고 영결하였압기로, 이제 이
옷과 이 모양을 하옴은, 지하에 가 다시 만나올 때 안면에 생소치 아니코저 하
온 표증이오니, 죄첩의 불혜, 불민지행을 개탄치 마압시고, 소의 소금으로 습렴
하라 하옵소서.
또한 죄첩이 세상 죄인이오니, 비록 지하에 온들 의복을 호화, 화려하압게 어
찌 감히 몸을 싸 가리잇가.
그러하오니 부디 죄첩의 소원대로 시신을 거두어 주압시고, 죄첩의 머리에 드
리운 다루를 불에 살라 하옵소서.
갖추 활장 없이 아뢰오니 짐작 조감하옵소서.
두 아자바님 지체 이 앞 내내 평안하압셔 만세 보중하압소서.
무술 정월 십이일
제수 죄인 시아자바님 두 분 전 올림 유서
'Reading Books > Reading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불 1권 (38) (0) | 2023.12.13 |
---|---|
혼불 1권 (37) (0) | 2023.12.11 |
혼불 1권 (35) (0) | 2023.12.07 |
혼불 1권 (34) (0) | 2023.12.06 |
혼불 1권 (33) (0) | 2023.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