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물가는 어떠하더냐."
아무래도 이기채는 그것이 마음 쓰이는 모양이었다.
"하숙이 아닌 경우에는 여인숙이나 숙소를 빌려 쓰는데, 밥 먹고 잠자고 이불
주고, 하루 일 원 이십 전이니 한 달에 삼십 원 꼴이 들겠고요. 일본 사람이 경
영하는 여관은 하루에 육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소 한 마리는 팔십 원.
귤 한 상자, 백 개 들이에 일 원.
국수 한 그릇에는 십 전이며, 만두 한 개는 이 전인데, 한 사람이 다섯 개까지
먹을 수 있는 크기입니다. 호떡은 오 전, 과자는 대개 이십전 이하로 센베이 한
근에 이십 전이었고요.
그리고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술집에 가면 정종, 삐루, 삐루는 나마 삐루, 생맥
주, 병맥주, 빼갈 같은 것들이 있는데, 십 원 내면 대여섯 명이 요리를 포함해서
취하도록 먹고 마실 수 있습니다.
학용품으로는 공책 십 전, 연필 한 자루에 일 전, 빠이롯드 만년필 한 자루에
이 원 오십 전이고 잉크는 한 병에 이십 전이었습니다.
거기다가 학생 오바 한 벌에 팔 원, 사지 학생모자는 일 원인데, 새것 쓰면 하
급생이라고 흉본대서 일부러 와세린을 잔뜩 발라 가지고 먼지를 묻혀 씁니다.
그리고 구두는 대개 양화점에 가서 맞춰 신어요. 보통은 십 원, 고급은 이십 원,
장가갈 때 신는 것은 이십오 원이었어요. 또 신사복 사지 양복 한 벌, 일본에서
들여온 옷감으로 맞추면 칠십 원이었습니다.
또 전차 요금은 이 전, 학교에서부터 인력거 타고 시오 리 가면 오십전이었어
요. 학교 파라고 나오면 교문 앞에 인력거꾼들이 즐비하게 인력거를 대 놓고 손
님을 기다리고 있지요.
신문은 일 개월 구독료가 일 원, 어린이 잡지는 한 권에 이십 전.
고무신 한 켤레 오십 전.
성냥 한 통 큰 것이 일 전.
석유기름은 십오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솔방울 한 가마니에 삼십오 전.
직장 가진 사람이 출장 다닐 때, 팔십 원 이상의 봉급자는 이등차를 타고, 그
이하 봉급자는 삼등차를 타는데.
일본 영사관에 근무하는 순사의 봉급은 육십 원 정도였고, 만주국 순사는 십
오 원이었으며, 일본 순사보는 이십 원 정도.
그리고 중학 교사는 봉급이 소 한 마리 값 팔십 원인데, 중학을 졸업하면 대
개 삼십 원 받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소사 봉급은 십오 원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일컫기를
"그 집에 돈이 천 원 있다."
하면 부자라고 하지만, 그런 집은 한 동네에 몇 집 안되고, 특히 조선의 유랑민
들은 곤란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봉천은 역시 국제도시여서 문물이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어, 일본 양
복지도 견본만 보고 주문을 하면, 돈 보내지 않아도 물건이 먼저 오고, 참고서도
주문만 하면 책이 다 왔습니다. 또 알고 싶은 책이 있어 편지를 하면 자세한 목
록이 다 오고요."
'어린이', '소년', '개벽'같은 잡지들도, 조선에다가, 우편국에 가서 편지만 내면
다달이 온답니다.
호오.
방안에서 나직한 탄성이 울린다.
샌님 아침 진짓상을 들고 사랑마루 앞에 섰던 콩심이가 아까부터 벌렁벌렁 가
슴이 뛰는 것을 참으면서, 이야기 중도를 끊지 않으려고 오촘조촘하다가 그만
죽이 식어 버렸다. 그런데도 진지 잡수시라는 말씀을 얼른 못 사뢴다. 그만큼 떨
리는 탓이었다.
"새아씨, 새아씨."
겨우 상을 들이고 난 콩심이가 숨이 턱에 차 건넌방으로 들이달으며 효원을
부른다. 효원이 웬 수선이냐고 눈빛으로 나무란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콩심
이는 제 저고리 앞섶을 두 손으로 누르며 벌떡벌떡 숨을 들이키기만 한다.
"말을 하지 않고서. 집안이 안팎으로 수수한데 너까지 이른 아침부터 날뛰느
냐. 방정맞게."
효원은 혀를 찬다.
"그게 아니라요, 아이고 시방 사리반서방님께서, 만주에 댕게오신 이얘기를 허
시는디요, 우리 새서방님을 거그서 뵈입고 오신 이얘기랑, 새터서방님 뵈입고 오
신 이얘기."
"천천히 말해 보아라. 천천히."
"사리반서방님이요, 만주를 가셨는디요. 거그서 우리 새서방님이랑 새터서방님
을 만나고 오겼당만요. 시방."
콩심이는 시키는 대로 숨을 몰아 쉬어 가면서 또박또박 끊어 말하고, 그 말이
끊길 때마다 효원은 덜컥 덜컥, 숨을 들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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