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4. 1

카지모도 2016. 6. 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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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30 1994. 1. 1 (토)


94년 날이 밝았다.

묵은 해에서 새 해로 넘어오는 터널.

그 터널은 꿈과 회색수면의 터널이다.


어쨌든 새해 첫날.

억지로 온유할 일이다.

지그시 눌러오는 회색수면으로 인한 명치 끝의 통증도 짐짓 참아 낼 일이다.


하나님, 나의 아버지.

새 것을 주옵소서.


17131 1994. 1. 2 (일)


온화한 날씨.

어머니께 간다.


스스로의 늙으심을 자꾸만 되 뇌이시며 그것을 강조하시는 어머니.

아이들에게 해 주시는 정초의 덕담은 이제 두서없는 잔소리가 되셨는가.

이를 아파하는 마흔 넘은 아들짜리.


정오쯤 큰 집을 나서서 J와 아이들 함께 버스를 타고 태종대에 간다.

순환도로를 돌아 걸으면서, 새소리 들으면서, 짓 푸른 색깔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정초의 무슨 다짐이라도 되씹는양 그렇게 걷는다.

새해 소망을 간직하였을 많은 사람들.


아이들도 즐겨 먹는 생선회.

쏘주가 없을소냐.


그리고 노래방.

아이들의 노래 솜씨.

俊이는 본시 미성이고.

英이의 감정이 절제된 차분한 노래는 프로의 솜씨.


17132 1994. 1. 3 (월)


침대에 뒹굴면서 俊이와 종일 TV.

'스니커즈'.

로버트 레드포드, 벤 킹슬리, 제임스 얼 죤스 출연.

정보를 소유한 자가 승리한다는, 첨단 장비를 이용한 정보범죄.

로버트 레드포드에게서 옛날의 매력은 찾아볼수 없다.


여가- 그 한가함은 일락이 아니다.

한가하다는 것은 無爲로 몰고 가는 일종의 강박이다.

그 강박은 공포이기도 하다.

허무함, 無爲함으로 창궐하는 허무.

그 허무의 공포.


그러나 소인배의 근성은 그 허무감을 그냥 짓씹을뿐 떨쳐 일어나 그 창백한 정서에 대항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어쩔수 없이 슬픈 술 마시기는 이어지는 것이다.


17133 1994. 1. 4 (화)


시무식.

매출목표 미달과 중형조선업의 어려움을 피력하는 사장의 신년사는 언제나 그렇지만 지극히 상투적인 문구의 나열일 뿐이다.

쇄신의 분위기를 진작시켜서, 심기일전으로 의욕에 불을 붙여서 새로운 동기를 촉발케하는 비젼의 제시는 전혀 없다.


정초에 FLOATING DOCK에서 쏘련 선원이 술에 취하여 추락, 즉사하였다.

또 시무식을 마친 10시쯤, 상가선대의 원양어선 기관실에 화재발생.

십여대 소방차 몰려와 진화.

대선조선의 정초의 액땜인가.


스테판 킹의 'IT'.

번역의 탓도 있겠지만 작가의 기괴함을 향한 의욕과잉은 이상한 구조를 만들고, 난삽하여 스토리를 따라 잡기가 쉽지 않다.

종장의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읽기를 포기하고 반납해 버린다.

스테판 킹은 괴기스런 분위기에 너무나 집착하여 소설을 무척이나 작위적으로 만들고 있는 느낌.


2시, 꿈에 쫓겨 깨어나다.

또다시 잠을 청하기는 애시당초 글러버린 의식.


이원복의 만화를 보다가 침대에 엎드린채 소리내어 성경 읽는다.

잠언과 이사야.


17134 1994. 1. 5 (수)


오른 팔의 통증.

키 보드를 계속 두드려대는 미련함.


그렇다.

내게는 미련함이 있다.

이런 미련함은 긍정적인 면이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영역은 미련하지 않은 사고의 다양한 가벼움 쪽일 것.

그 사고의 다양함은 이쪽 저쪽의 양면성을 모두 상정하여 엉거주춤하는, 제 깐에는 주도면밀한 교활함이라고 폼을 잡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고야 만다.


중국선주 MR.한.

중국인의 유연한 포즈는 우리의 조급한 포즈에 비하여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그리고 중공이라는 공산국가에서 어드렇게 공부하여 그토록 유창한 영어 구사가 가능한지.


17135 1994. 1. 6 (목)


인원충원계획, 외주계획, 생산부 예산편성등 지난해에 판매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종결되지 않은 사안들 입안.


오늘 서울의 조카 珍이 대입 본고사.

연세대 교육학과.

어제 전화하여 珍이와 통화하였는데 외삼촌에게 응대하는 서울 처녀아이의 반듯한 예의바름은 英이의 어정쩡한 말버슴새와는 다르다.


겨울은 깊어가는데 매서운 맛은 없다.

부산의 영도, 특히 동삼동이라는 동네는.


이사야.

기도.


17136 1994. 1. 7 (금)


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외주업체에게 1억 가까운 금액의 환급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추후에는 어음기간에 따른 그 이자만큼 깎여서 도급금액은 계약될 것이다.

이런 식의 공정거래 유도는 눈가리고 아웅.

회사는 강자이고 외주업체는 약자인데 회사가 당하고만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조선소의 도급공사는 아직까지는 썩 괜찮아서 외주업체의 사장들은 결코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급승용차를 굴리고 골프들을 치면서 부르죠아의 행태를 만끽하고 있는 그들이다.


이 정부는 진정 이 사회의 어둡고 가려운 곳이 어딘지 그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영삼정부에 대한 한줌 의구심.


모범 근로자들 40명의 부부들, 태국으로 출발.

열대의 남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넥타이를 메고 코트를 입었는데 어떤 사람은 가죽코트까지 걸쳤다.

해외를 처음 나가보는 근로자들 부부.

설레임 완연한 모습들이다.


17137 1994. 1. 8 (토)


제법 기온이 내려갔다.


올해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바꾸어보자, 새롭자고 중얼거리며 맞이하는 새해 첫날이 바로 일주일 전인데.

다시 진부함에 순치되어 하루하루의 일상을 보내며 그 중얼거림은 빛이 바랜다.

슬픈 반복.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김영삼, 그는 자신하는가.

부디 이회창 총리와 무언가 보여주라.


오늘 SB-400 출항.

곽종도가 GUARANTEE ENGINEER로 승선하여 50일 동안 항행.

유럽, 아시아등 돌아다니며 고생이 심할 것이다.


17139 1994. 1. 10 (월)


아무런 변혁의 계기가 찾아줄리 없는 40대 후반의 진부한 삶의 양태.

에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고자 하나 성령은 아직 내게 임하지 않아..

초기 신앙의 그 거칠었던 원시의 뜨거움은 없어지고 이제 차지도 덥지도 아니하고.

무슨 이데아의 세계를 꿈꾸고자 하나 순치된 안일한 일상의 영육은 한낱 몽상가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을뿐.


변혁의 계기는 어디서 오는가.

휩싸여 떨처 일어나 상승케 하는 그 불꽃은 어디에서 오는가.

열정을 타오르게 할 찰나의 번갯불은 어디에서 내려와 주는가.


기도와 독서와 예술적 마스터베이션으로서는 도달치 못하는.

어떤 계기는.


스코트 터로우의 추리소설 '의혹'

작가는 변호사.

유니크한 추리소설이다.

해박한 법률지식과 오소독스한 법정묘사.

유죄의 진실여부는 별개의 문제로서, 진실과는 상관없이 피고측과 검찰측과의 논리의 싸움에 의하여 유무죄는 결정된다.

미국이라는 나라.

객관적 논리만이 잣대인 것 같지만 그 논리라는 것이 선입견과 감정이 혼합된 논리일 수밖에 없다.

종반을 읽고 있는 지금까지 주인공이 과연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를 나는 모르고 있다.


17140 1994. 1. 11 (화)


대우조선 송종구 방문.

짧게 깎은 머리, 낮은 목소리, 예리한 눈매.

그러나 친근한 웃음, 그는 매우 특이한 인상이다.

도장을 총괄하는 부장으로써, 가족과 떨어져 홀아비 생활을 하면서, 검도를 즐기면서.

그런 생활도 나쁘지 않다.


KH근이 만나다.

생선회를 안주삼은 소주에 얼근하여 J가 보고싶다는 주정.

녀석은 옛날 내 마누라를 짝사랑하였는가.

집에까지 데려와 마셨지만 참 진부한 표현.

네가 데리고 살라마, 임마.


서울 WS규에게 전화하였으나 S규는 없고 그 아내 Y재씨와 통화.

JN영은 금석학원 그만두고 다른 학원 출강중.

PS곤은 그예 통화를 하지 못하고.

늦은 시각 KH근이 돌아가고 나는 곯아떨어진다.


연 나흘을 들이 붓는 속이 좋을 리가 없다.

겨우 일어난 화요일 아침.


17141 1994. 1. 12 (수)


연일 퍼마셔 속은 부대끼는데, 어제따라 가중되어 누르는 하루 일과.

잔업 간식인 라면 문제로 전무 Sh씨 가 되지도 않는 닥달로 골치를 썩이더니, 또 Sh씨는 현장을 설치고 다니던중 공구창고를 뒤집어 엎는다.

그리고 그 종잡을 수 없는 포악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그 포악과 모욕을 뒤집어쓰고 나니.

기분은 극도의 참담함에 신음하고야 만다.


중국교포, 김순철씨.

천진대학의 화학교수.

중국선박의 건조기간 동안 대리대우의 직책을 주어 임시 채용, K대리 옆자리에 책상을 배정해 주다.


17142 1994. 1. 13 (목)


김순철씨- 허름한 잠바에 면도하지 않아 거뭇하게 자리잡은 구렛나루, 투박한 안경 뒤에는 영리하게 생긴 눈이 빛난다.

회사의 독신자 숙소에 기거하면서 절약과 절약을 신조로 한푼이라도 모아 돌아가려고 벌써 가족과 떨어진지 1년.

김순철씨에게서 작금의 중국이라는 사회주의국가에 대하여 많은 얘기를 듣는다.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사회주의의 인민들은 지금 돈이라는 것에 미쳐있는 상태라고.

김순철씨는 북한도 여러번 다녀오고 오래 체류하였는데 그 얘기는 피하려는 눈치.


17144 1994. 1. 15 (토)


사흘정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오장육부는 이토록 편하다.

그릇이 健勝하신 만큼 그 속에 담겨있는 정신 또한 健勝하시다.

편안함과 健勝하심에 대한 반역과 역설의 논리인 술. 술이여.


그리하여 어제 퇴근하여 김순철씨와 술을 마신다.

중국, 그 대륙의 현실.

'마른 잎은 굴러도 대지는 살아있다'라는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의 제목이 떠오르지만.

지금 대지에 불고있는 그것은, 대지라는 튼튼한 사회주의 이념의 땅위에 부는 마른 잎이라는 자본주의의 경박한 광풍인가.


경제- 못산다는 것. 돈이 없어 불편하다는 것.

상대적 비교의식없이 모두 공평하다는 행복감에 비하여 상대적인 빈곤감은 대단한 고통인데.

가난할른지는 모르나 그러나 맑게 빛나는 눈을 김순철씨는 갖고 있다.

허영과 거짓이 없는 적나라한 인간성.


사회주의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

풍요함- 넘쳐흐르는 상품들, 소비의 미덕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여주지 않는다.


취하여 잠들다.


17145 1994. 1. 16 (일)


온화한 날씨.

토요일 오후 맥주 마시고 있는 마루의 창밖으로 펼처진 쪽빛 바다풍경.

일락이란 바로 이런 풍경화 속의 한가함에서 싹튼다.


정적의 한낮.

청결한 풍경에는 햇빛이 가득하다.

한적한 그림에 흐르는 한가한 멜로디라도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

조지 거쉬인의 써머타임.

나른한 조름이라도 가뭇 넘칠 것 같은..

일락.

한겨울의 써머타임...


맥주마시며 '생도의 분노'라는 영화를 본다.

톰 클루즈가 어린시절 나온 영화.

십대 청소년들의 군인놀이에도 명예는 생명처럼 소중하지.

허깨비 군대정신.


작은 처남댁 화장품가게 개업.

장모님 병원 건으로 J는 사직동행.

英이는 친구 W주와 외출.


간밤에는 단잠이루다.


17146 1994. 1. 17 (월)


내 일상에 큰 병폐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바로 휴일의 천박한 생활양식일 것이다.

무언가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퇴행하여 천박하고 게으른 품성만이 노정되는 휴일.


왼종일 눞고 먹고 싸고 자고 마시고.

정신을 쏟느니 TV화면이요, 뱉느니 유치찬란한 언어일뿐이다.

좀 고상한 문화생활이라도 누려봄직한네.

세수하고 옷입어 어디 음악회나 연극관람이라도?

아니면 근교의 야외로 나가 한적한 낯선 풍경에 잠겨 찬찬한 사색의 시간을 가져 봄직도.

그도 아니면 책상 앞 앉아서 진지한 주제의 독서삼매경에 빠져 봄직도 하련만..

이도 아니면 한줄기 클라식 선율에 감정의 현을 맡겨 어떤 지고한 아름다움의 옷자락이라도 만져봄직도.

PC앞에 앉아서 글조각이라도 두드려봄직도.


냄새나고 게으른 너 정신아.

나는 너를 경멸하고 혐오의 염을 금치 못하겠거니와 너의 그 천박함이 곧 나의 본질이라고는 결단코 인정치 않으련다.


월요일 3시 눈이 뜨이고

구두의 때를 벗겨내고 면도기의 묵은 털을 털어내고 목욕하여 나태한 육신의 껍질을 문지르지만.


요한1서.


17147 1994. 1. 18 (화)


'의혹'을 반납하고 마이클 클라이튼의 '터미널 인간'을 빌리다.

미국 대중작가에게는 장르별로 나름대로들 철저한 프로페셔널 냄새가 난다.

소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의 천착과 구성에 있어서 유기적인 짜임새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인간의 뇌에 이식한 컴퓨터 칩.

그 자극으로 간질병의 발작을 다스린다는 설정.


연세대 합격자 발표하였다는데 서울의 媛이에게서는 연락이 없다.

합격하여야 할텐데..


17148 1994. 1. 19 (수)


조카 珍이 실패.

어머니께 듣고 媛이에게 전화하다.

그 실망의 마음이 오죽할까마는 참담함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珍이는 재수하겠다고 하는 모양인데 글쎄, 재수가 최선은 아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대학이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한 인격의, 또는 한 영혼의 성장에 있어서.

지식의 천착에 있어서도 대학만이 유일한 방법론인지.

경제의 풍요를 누리는 지름길도 과연 대학에 있는 것인지.


다만 간판주의, 아니면 살아가는 테크닉의 연마에 불과한 유행과 허영일 뿐은 아닌지.


그렇지만 이 사회에서 방귀깨나 뀌고 살려면 어쩔수 없기는 하다.


17149 1994. 1. 20 (목)


매서운 날씨.

부산의 기온이 영하 6도라면 되우 추운 날씨다.

미국 LA에서는 지진 발생하여 수십명이 죽었고 어딘가는 영하 40도라고.


정일권, 문익환 하루 걸러 세상을 뜨다.

대비되는 두 사람의 생애.

시대에 순응하여 편한 삶, 시대에 저항하여 불편한 삶.


부서장들 각 창고를 순회하여 점검.

넓디넓은 공간에 쓰잘데 없는 자재들이 쌓여있고 그 풍경은 경영진의 머릿속 몰골을 그대로 닮았다.

처분하고 폐기하기 위한 리스트를 만들어 품의 받아 집행키로.

그것은 내 몫인데 또 신모씨의 악다구니나 당하게 되는건 아닐는지 지레 불안하다.


S형 어머니 치질수술 입원, 한 7,8년전 동인의원의 입원실이 생각나고 그곳 문병 온 S형 어머니 생각도 난다.

J는 문병을 가고 英이는 기특하게도 PC앞에 앉아있고 俊이는 학원행.


英이 AIWA 카세트 갖게 되다.


17151 1994. 1. 22 (토)


연일 제법 매서운 날씨를 보이고 있는 부산.


이틀째 기관반 사람 셋을 지원받아 공구창고를 정리한다.

수십년 묵은 장비들이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번 기회에 장부에서 확 털어낼 참이다.


오후 재료조서 발행체계에 대한 회의.

설계부 L이사의 매끄러운 혀놀림의 장광설.


토요일.

설핏 3시에 깨어나 화장실에서 시원치 않은 독수리 한 마리 잡고 다시 침대에 누워 이사야서 읽다가 설핏 설핏 비몽사몽.


17153 1994. 1. 24 (월)


일요일의 추운 사무실.

옹송거리며 현업 관리자들 나와있고, 가득 헛폼잡고 전무는 제 멋에 겹다.


제프리 아처의 '암살- D데이'

여성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상원의원 일당과 FBI의 대결이 이중구조로 흥미롭게 펴처진다.

흡사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자칼의 날'과 같은 긴장이 느껴진다.


17154 1994. 1. 25 (화)


공구실의 관리상태는 엉망.

보유, 불출, 재고를 기장한 장부는 맞지도 않는다.

CT용과 김기사에게 군대같으면 바로 영창감이라고 질책을 해보지만 어쩔 것인가.

둘을 옆에 앉혀놓고 내가 몸소 PC앞에 앉아서 아이템 하나하나를 정리해 나간다.


오후 CODING SYSTEM 회의.

자재과 Ch 차장이 재료조서 출도 경로 문제로 신경을 건드려 핏대를 세우고 고함을 지르며 부딪치다.

풀리지 않는 업무 업무.


D광약국 M이 엄마 일본 가는 길에 J가 부탁하여 俊이 SONY카세트 사다주다.

녀석은 AIWA를 원하였다고 짐짓 심통을 부리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기쁨 가득하리라는 것을 아비는 알지..


새벽2시, 눈이 뜨이고, 수면은 정상궤도를 이탈, 회색수면.

오늘부터 중국어 강습.


英이 생일.

스무살.

기도.


17155 1994. 1. 26 (수)


SJ엽, HwI수와 술을 마시고 늦은 시각 귀가.

英이는 제 친구들로부터 생일선물 한아름 받아들고 나보다 늦게 돌아온다.

인기있는 英이.


새벽마다의 김순철씨의 중국어 강좌.

회의실 한 30여명 의 수강생.

Sh씨도 듣는다.

중국어의 단순한 구조, 어려운 것은 발음이다.


17157 1994. 1. 28 (금)


장영자라는 여자의 배짱.

10여년전 몇천억을 사기하여 감옥에서 10여년이나 썩고 나왔는데 나온지 1년여만에 다시 몇천억 사기.

몇천억이라니, 나같은 사람이 상상할수 있는 부피의 돈이 아니다.

경제감각이 백치인 나로서는 이해할수 없는 경제구조- 금융, 자본, 사채....


俊이 요즈음 독서실에서 늦도록 공부.

기특한 녀석.


3시 기상.

4일만에 목욕.

슈베르트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

보로딘의 현악4중주.


이사야서.

마루에 둥근 소반 앞에 놓고 이사야서 읽고, 나의 존재주께 기도드린다.


17158 1994. 1. 29 (토)


업무의 매듭은 도무지 풀리지 않고, J과장은 백치적인 후안무치로 피곤을 가중시키고 내 소관사항이 아닌 문제로 상무라는 사람의 짜증을 받아내야하는 어제 하루 일과- 종일 이마에 깊은 세로주름을 잡고 보낸다.


큰 처남 사상시장에 도기류 가게 개업.

작은 처남댁은 사직시장에 화장품 가게 개업.


꿈- 솜사탕같고 투명하게 맑은 어린 英이.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곁에 세워진 빌라, 그것은 돌연 안시성이 된다,

산록의 성곽에 몽고군이 공격을 하여 성안 높다란 망루가 꽈당하고 쓰러진다.

항복, 성 내부는 일본의 우에노 박물관 비슷하다. 성주의 여자인 기모노 차림의 일본여자.

그 여자는 英이다.


俊이 방.

불꺼 기도.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고, 주의 성령을 거두지 마소서.


17160 1994. 1. 31 (월)


중국어, 기초과정인데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김순철씨의 어눌한 강의는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강의에 열의는 있다.

문법체계는 지극히 단순할뿐 아니라, 한문을 해독하는 우리에게는 단어나 어휘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려운 것은 어휘의 발음과 문장의 억양이다.

개그맨 이경규가 씨부려대듯이 그런 엉터리 억양이라도 자꾸 구사하다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요일오전- 안방에 앉은뱅이 상펴놓고 앉아서 중국어를 공부.

오후에는 J와 물통을 지고 산에 오른다.

함지골의 약수.

겨울산은 황량하다. 그러나 헐벗었을 망정 굳센 나무와 숲이 있고 새소리도 있다.

그리고 걸음걸음마다 베어있는 건강한 땀도 있고.


모처럼 여가를 가치있게 보내는구나 하다가.

아뿔사!

산을 내려와 등심 한근 사고 마루에 앉아서 소주를 마심으로 유종의 가치는 이루지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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