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건 제복에 베옷 입은 상주가 거상중에 몽둥이 찜질 같은, 아니할 일 하고 나면, 까닭이야 어찌 되었든 남의 말도 무서운 것이고, 돌아가신 백모님께 도리도 아닌즉 체통을 잃지 마십시오." 흉억이 무너지는 이기채를 부축하여 사랑 축대로 오르던 기표는, 펀득 뇌리에 스치는 생각 한 가닥에 번쩍 눈을 빛냈다. 그리고 마루에 웅크린 뼈다귀 보자기를 쏘아보았다. "형님, 이 투장은 저놈의 소행이 아니올시다." "아니라니?" "다른 놈 짓이 분명합니다." "어째서? 산지기 박달이가 대보름날 밤에 제 눈으로 저놈을 산소에서, 산소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지 않어? 저놈 주동이로도 거기 다녀오는 길이라 이실직고했다 허고." "그래도 아닙니다. 무릇 투장이란, 제 발복하고자 제 부모와 조부모 유골을 남의 명당 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