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진 놈이 죽는 것은 아니할 말로 오히려 불행 중 다행이지. 저러다 만일 억울하고 원통한 분기를 못 이긴 증손이 그대로 성질이 북받쳐 기색을 해 버리면 어쩔꼬." 그러다 자칫 절명할 수도 있는 일이어서, 남평 이징의는 "남 잡다가 나 잡기 쉬운즉, 남을 놓아 주어야 나도 놓여 날 것이데. 저토록 탱천하게 노여우니 큰일이로다." 혀를 찼다. 그런 염려가 들 만큼 이기채의 분노는 하늘을 쪼개게 치솟아 있었고, 그 분노를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그의 기력은 쇠하여 있었다. 이 와중에, 내일이 오마던 날인 황아장수가 어찌 다른 때보다 하루를 앞당겨 매안으로 올라오다가, 이 뜻밖의 정경에 놀라서, 원뜸의 종가로 얼른 올라갈 염을 못 내고 우선 아랫몰 임서방네 집으로 들어갔다. "죽을 일을 헝 거이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