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번이나 물은 말이었지만 그때마다 강실이는 눈감은 속눈썹만 파르르 떨 뿐 입을 열지 않았던 것이다. "에미가 남이냐. 니가 살인 죄인이 되었다 허드라도 나는 에미고, 너는 내 새끼지, 에미한테도 말 못허는 그 속이 오죽이나 상했으면 사람이 이 지경이 된단 말이냐. 다 까닭이 있었던 것을 나는 모르고, 그저 니가 약헌가, 약헌가만 했었지. 언제부텀 무슨 일이 생겨서 누구허고 어쨌는지, 이 세상에 나라도 알고 있으면 니가 좀 덜 무섭지 않겄냐. 아가." 오류골댁의 눈물 맺힌 말에, 강실이는 큰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혹시 이 애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싶어 오류골댁은 숨을 죽이고 강실이 입시울을 더듬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강실이는 들이쉰 숨을 여리고 길게 내뿜을 뿐, 입을 끝내 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