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암눈비앗 일월성신 천지신명이시여. 이런 세상이 있으리이까. 귀신은 밝으시어 모르는 일 없다 하옵더이다. 내 어찌 살리이까. 내 이제 어찌 살아야 하오리아까. 세상에 나서 집 바깥이라고는 동네 새암터에도 나가 본 일 없으리만큼, 살구나무 토담 안에 숨은 듯 있는 듯 감추어져, 아침 이내 아지랑이 아옥하게 어리는 숨결로 자라온 작은아씨, 지나가는 눈빛조차 함부로 쏘이지 않은 부들의 속털같이 여리고 가벼웁고 흰 몸 애기씨, 가장 멀리 간 나들이라면 오로지 대문 밖 한울타리나 다름 없었던 큰집이 다였던 강실이는, 지금 비 먹은 구름이 달빛을 무겁게 삼킨 음 이월 밤의 명치끝이 결리어 제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 가슴뼈 아래 한가운데 오목하게 들어간 곳 명치. 명문이라고도 하고 심와라고도 하는 이 급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