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치마 저고리 각각 두 감씩 든 것이고, 이것은." 보퉁이를 안서방네 앞으로 밀며 효원은 아까 가락지와 향갑 노리개를 싸두었던 붉은 비단 보자기를 보퉁이 위에 얹는다. "펴보면 아실 것이네. 누구 눈에 안 띄게 얼른 갖다 드리게." 안서방네는 그러나 그 보퉁이와 보자기에 손을 못 댄다. 심중이 시방 오죽허시리요. 아매 아거이 당신 혼수로 갖고 오신 옷감 패물들잉게빈디, 덤뿍 덜어서 띠여 주시능갑다. 범연허신 새아씨, 시앗을 보먼 질가에 돌부체도 돌아앉는다등만, 도량아 하해와 같드래도 이런 꼴 당허고는 속 안 씨릴 수 없을 거인디, 이것 저것 속상헌 흉허물은 다 덮어 부리시고 우선 사람 살리울 일부터 앞세워 생각하기가 어찌 쉬울꼬. 아이고, 내가 당최 송구스러워서 몸둘 바를 모르겄구나. "긴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