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냉장고. 오생의 부활. 빈 수레끄는 언덕]] (1,4,3,3,1)

카지모도 2020. 12. 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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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냉장고> <오생의 부활> <빈 수레끄는 언덕>

 

 

<냉장고>

-김현영 作-

 

***동우***

2017.06.16 03:48

 

나는 요즘 젊은 작가들에 대하여는 과문(寡聞)입니다.

많이 읽어보지 못하였습니다.

김현영, 이 작가도 처음입니다.

검색하여보니 1973년생, 여성이로군요.

 

내가 접한 여럿의 젊은 여성작가들(중년이라는게 옳을듯)의 감성.

일흔 짜리가 접하는 젊은 포름(forme)은 때로 무모하고 당혹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녀들의 현실감각은 늙다리로서는 어림없게 능숙하고 세련되었습니다.

젊은 그녀들이 운명을 해석하고 삶을 처리하는 방식은 늙어 고루한 생각들을 진작(振作)시키는 바 또한 없지 않습니다.

마흔 줄 들어선 내 딸아이로부터 늙은 아비가 느끼는 바가 그러하듯.

 

김현영의 냉장고.

사업에 성공한 아버지.

그늘에서 남편을 뒷바라지 하였던 촌스럽기 그지없는 조강지처 어머니는 음식을 먹다가 급체로 죽었습니다.

죽은 어머니와 완전 대칭되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아버지의 새 아내.

 

삼수생 아들의 양가감정.

아버지에 대한 이해의 눈길과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분노.

아버지의 새 아내를 향한 동경과 관능적 욕망과 미움.

죽은 어머니에 대한 혐오감과 그리움.

 

음식으로 은유되는...

의식의 충돌, 문화적 부딪침.

 

정전되어 어두운 집안, 전원이 끊어진 냉장고는 멸종된 공룡처럼 누워있습니다.

냉장고의 내용물을 모두 꺼내버리고 나는 그 속에 들어갑니다.

의외로 따뜻한 빈 냉장고, 어머니의 자궁공간인가요.

나는 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그 안에 눕습니다.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락그룹 U2의 음악을 듣습니다.

 

<나는 나의 과거를 정복했지. 마침내 미래가 여기 있지. 난 괴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다네. 내 바로 앞에 있는 파멸들은 곧 나를 놓치게 될 것이야. 사랑은 나를 구조한다네.>

 

어차피 구원은 사랑에 있다는...그 말이 하고 싶은 겐가요.

 

 

 <오생의 부활>

-김남일 作-

 

***동우***

2017.08.23 04:24

 

'김남일 (金南一,1957~ )"의 '오생의 부활'

 

와습(WASP, 백인 앵그로 색슨 신교도의 머릿글자를 딴 미국을 이끄는 주류세력, 신자유주의의 본류)을 타파하려는 오생.

기세(棄世)하였다고 알려진 오생이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또 변해버렸습니다.

스프없는 라면을 그러려니하고 맨 라면만 먹게 된 세상, 사람들은 스프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살맛을 잃은 오생.

다시 자살 기도를 하던중 따라지 노인을 만납니다.

스프없이도 맛있는 라면을 끓이는 노인.

 

"내가 그랬지. 아가, 프란체스카야. 실컷 울어라. 그래야 자꾸 기억하게 되고, 우리 같은 사람들, 나중엔 그 힘으로 버티면서 살아가는 거란다."

 

노인의 말에 희망을 얻어 오생은 자살을 포기하였을까요?

블랙유머와 알레고리로 썰을 푸는 김남일의 걸직한 입담입니다.

성석제가 연상되기도.

 

옛날 고교시절 읽었던 소설 분지(糞地).

작가 남정현이 구속되는등 필화(筆禍)로 시끄러웠던 소설이었습니다.

아메리카에 종속된 대한민국을 똥의 땅(糞地)으로 묘사한 풍자소설이었는데 요즘 세상에사 WASP이니 신자유주의니 미제국주의니 하면서 비꼬아 떠든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체제.

세상은 그렇게 흘러갈까요?

 

아닐겁니다.

나는 낙관합니다.

인류는 굶주림이나 질병으로부터 시나브로 자유로워 질거라고,

필경은 물질기반의 세상은 종식을 고할거라고.

그리하여 전쟁으로부터도.

 

또다른 형태의 하이라키 구조가 형성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신자유주의는 낡아빠진 아젠다가 되리라는 생각...

 

근거를 대라시면, 흡! 입을 다뭅니다.

 

 

<빈수레 끄는 언덕>

-김한수 作-

 

***동우***

2017.10.26 03:59

 

김한수(1965~ )는 처음 접하는 작가입니다. (이 작가 뿐이리까, 내가 읽어보지 못한 요즘 작가들 부지기수일겁니다.)

'빈수레 끄는 언덕', 동인문학상 후보작이었다는군요.

 

어느 도회지의 부도심(副道心) 쯤의 상가.

분위기는 도시가스 공사로 어지럽습니다.

 

아내와 함께 부대찌개 식당을 하고 있는 주인공 남자.

동네여자와 바람피우는 고 사장과 그 아내와 두 아들.

동네 여걸 간판댁.

시집 식구에 착취 당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배댁.

여자가 마음 주지 않아 애가 단 얼굴에 칼자국 난 청년...

 

동네의 여러 군상들...

아침 드라마에 나올법도 한.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객설은 내일.

 

***동우***

2017.10.27 03:48

 

회색빛 공사판과 화사한 벚꽃의 대비감.

흙바람 날리어 불안정하고 어수선한 동네, 모서리를 돌자 봄꽃 향기가 안겨옵니다그려.

 

<그러자 이제껏 건물 틈바구니에 숨어 울기만 하던 보배가 공처럼 튀어나와 제 엄마를 부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보배가 달음질치는 언덕길 앞을 칼자국 난 청년이 휘파람을 불어가며 지나갔다. 싱글벙글 입이 귀밑에 걸린 그의 품에는 큼직한 꽃다발이 들려 있었고, 어디서 풍겨오는지 몰라도 진한 봄꽃 향기가 밤바람을 타고 전신에 안겨왔다.>

 

소심하고 나약하였던 보배네는 노래를 부르고, 남편과 시어머니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납니다.

실연으로 아파하던 칼자국 난 청년은 꽃다발을 들고 휘파람을 붑니다.

미자가 마음을 돌렸던지, 아니면 다른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던지.

 

이 소설의 종장, 분명 해피엔딩이지라...ㅎ

 

수레에 실렸던 보따리가 행복이든 또는 불행이든.

덜어놓고 언덕을 넘는 빈 수레.

 

모든 건 지나가게 마련, 변모는 있지만 삶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시련의 탄성으로 또다른 도약이 있을테지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