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떠오르는 아침 해에 무릎을 꿇고>>> (1,4,3,3,1)

카지모도 2020. 12. 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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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떠오르는 아침 해에 무릎을 꿇고>

-어스킨 콜드웰 作-

 

 

***동우***

2015.12.18 04:43

 

'어스킨 콜드웰' (Erskine Caldwell, 1903~1987)의 '떠오르는 아침 해에 무릎을 꿇고' (Kneel to the Rising Sun)

연극으로도 유명한, ‘어스킨 콜드웰’의 ‘타바코 로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주어온 ‘어스킨 콜드웰’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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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州) 코웨타카운티 출생. 목사의 아들로 아버지를 따라 남부 각지를 돌아다녔으며,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고 교사직에 있던 어머니에게서 교육을 받았다. 그 후, 버지니아대학교 등에 입학한 일도 있었으나, 프로 미식축구 선수 등 각종 직업으로 전전하다가 결국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신문기자가 되었다.

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창녀의 자식을 묘사한 첫 장편 《사생아 The Bastard》(1929)에 이어 《타바코 로드 Tobacco Road》(1932)로써 일약 명성을 얻었다. 남부의 가난한 백인 일가의 비참한 생활과 욕망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1933년에는 극화되어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7년 반의 롱런을 기록하였다.

같은 수법의 작품인 《신의 작은 땅 God’s Little Acre》(1933) 《순회 목사 Journeyman》(1935) 《7월의 소란 Trouble in July》(1940) 《비극의 토지 Tragic Ground》 등의 대표적 연작은 《타바코 로드》와 더불어 남부생활의 파노라마를 잘 구성한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빈곤이 인간정신에 끼치는 영향을 중심 테마로 하는데, 1930년대 미국 문학의 특색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한편, 수많은 민화풍의 단편소설도 발표하여 그를 ‘미국의 모파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대단한 여행가로서 미국·유럽의 여러 곳을 여행하였으며,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You Have Seen Their Faces》(1937) 《다뉴브강 이북 North of the Danube》(1933) 등의 많은 논픽션을 썼다. 이 밖에도 《미국의 토지 American Earth》(1931) 《마지막 여름밤 The Last Night of Summer》(1963) 《우리집의 사슴 The Deer at Our House》(1966) 《남부 오지(奧地) Deep South》(1968)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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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침 해에 무릎을 꿇고’

이 소설, 가슴을 후벼파는듯한 아픔이 있습니다.

누가 아메리카를 선진 문화국이라 합니까.

참혹하고 슬픈, 아메리카의 추악한 이면(裏面)

불과 얼마전 20세기 나와 동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착취와 굴종.

흑인과 백인.

또는 부르주아와 프로레타리아.

 

'말콤 엑스'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개밥을 놓고 개와 쟁투하는 주요섭의 소설 '개밥'도 떠오릅니다.

 

그러나 저 미국 땅에서 혁명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합중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마련해 놓은 주도면밀한 정치적 법률적 장치.

그것이 그토록 견고한 것이었던가요?

 

그런데 저로부터 한세기도 아니되어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저토록 모멸스러웠던 검둥이의 통치로 여일하게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면서 잘도 돌아가는 미국이라는 나라.

나는 때로 불가사의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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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는 자기 개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또 크렘 헨리 쪽도 보지 않으려 했다. 그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쥐꼬리만한 식량을 얻기 위해 소작을 하고, 날로 쇠약해지면서도 나는 왜 이토록 오래 아치의 농장에 있는가 자문했다.

아치 농장에서 일하는 소작인들의 얼굴은 정말 '관 뚜껑이 외면할 정도'로 날카로워졌다. 크렘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 그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턱으로 갔다. 그러나 턱의 뼈와 두드러진 광대뼈에 생각이 미치자 얼른 손을 내렸다.

식구들이 굶주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식량을 좀 얻어간대도 일 주일도 못 갈 것이 뻔하다. 아내인 하티는 공복과 고된 밭일로 무척 약해져 있었다. 아버지 마크 뉴섬은 20년 전부터 전혀 귀가 들리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도 왜 집에 먹을 것이 없느냐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로니의 머리는 더 아래로 수그러졌다. 눈시울이 젖어왔다. 그러나 뾰족한 턱을 가슴에 파묻고 있는 것이 언짢고 괴로워 종내 얼굴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이라도 저녁 전에 식량을 구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아치 씨, 저는..." 아치는 잠시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묘한 소리를 듣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로니는 입술을 깨물었다. 야위어 굶주림에 지친 내 얼굴에 대해 아치가 불만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치는 그런 걸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쪽 손으로 다리를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난 때로 흑인에게도 꼬리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어."

아치는 낸시의 꼬리를 돌돌 말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개 꼬리보다 흑인의 꼬리를 잘라 보고 싶어. 우선 수가 많으니 말이야."

뒤에 서 있던 대드리 스미스와 다른 친구가 껄껄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이내 그쳤다.>

 

<아치 가나드를 깨워야겠어." 조금 있다 크렘이 입을 열었다.

"깨울 필요는 없지 않아?" 로니가 물었다. "이제 손을 빌릴 필요가 없어. 너무 늦었어."

"그런 문제가 아니야." 크렘이 강하게 말했다. "그를 깨워서 보여줄 것은 보여줘야 해. 아침까지 그대로 두면 돼지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우겨댈지도 몰라. 그의 돼지가 한 짓이란 걸 보여 주려면 지금 당장 깨워야 해."

크렘은 되돌아보며 아치가 살고 있는 큰 집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윤곽을 드러낸 그 집에는 뭔가 그를 초조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소작인에게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는 녀석에게 이 시체를 땅에 파묻기 전에 똑똑히 보여 줄 필요가 있어."

로니는 불안하게 크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크렘의 말이 옳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지만 백인을 욕하는 흑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웬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치를 그렇게 말하면 못써." 로니는 말했다. "그 사람은 지금 침대에서 자고 있어. 이번 일은 그 사람과 아무 관계가 없지 않아? 나에게 책임이 없듯이 아무 관계가 없는 거야."

크렘은 슬쩍 웃으며 땅에다 몽둥이를 던졌다. 그러나 다시 몽둥이를 집어들고 땅을 쾅쾅 두들겼다.>

 

<크렘이 벌떡 일어나 아치를 똑바로 쳐다봤다.

"크렘, 넌 도대체 뭐야?" 아치가 말했다. "이 밤중에 왜 내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거야? 내가 부른다면 몰라도 깜둥이가 함부로 이곳에 드나드는 것은 삼가는 게 좋을 거야."

"사람이 돼지에게 물어 뜯겨 죽어가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지요."

"남의 일에 참견 말고 자기 일이나 하는 게 어때?" 아치가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말할 때는 먼저 모자를 벗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돼. 너 같은 녀석 요절 내는 건 누워 떡 먹기야."

로니는 뒷걸음쳤다. 아치와 크렘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크렘과 아치의 시비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시작됐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랬다.>

 

<크렘이 그냥 사라지면 아무 일 없이 끝나지만, 그는 가끔 단호하게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마치 백인인 것처럼 아치에게 맞대꾸를 하는 것이다. 이미 아치는 한밤중에 잠이 깨서 무척 화가 나 있다. 그리고 아치가 흑인에게 화를 내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가 흑인을 죽이는 것을 본 사람은 없지만 그는 자기 입으로 흑인을 죽인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고, 한 번 더 죽이는 것쯤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곤 했다.

"어째서 마크가 이렇게 물어 뜯겼는가 당신은 알 거요." 아치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크렘이 말했다.

아치는 크렘 쪽으로 휙 몸을 돌렸다. "말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야?"

"바로 그거요." 크렘이 말했다.

"뭐? 참 입맛 더럽군. 피가 노란 녀석이..." 아치가 소리 지르며 크렘의 머리를 등불로 후려쳤다. 크렘은 얼른 피했다. 등불이 그의 어깨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졌다. 석유가 땅바닥에 흩어지고 심지의 불이 옮겨 붙었다. 다행히 크렘의 얼굴과 작업복에는 석유가 튀지 않았다.

"아치 씨 저는..." 로니는 둘 사이를 가로막으려 했다.

그러나 아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치는 한 발 물러서 땅에서 꺼져가는 석유 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크가 돼지들에게 뜯긴 이유는 잘 알고 있겠지요." 크렘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내뱉었다. "굶주린 나머지 먹을 것을 찾아 밤중에 침대에서 빠져 나와 어둠 속을 여기까지 걸어 온 거요. 아마 훈제 창고를 찾았던 게지. 그러나 이런 내막이야 어찌 됐건, 그는 다른 소작인들처럼 먹을 것이 모자랐던 거요. 게다가 노인이라서 훈제 창고 외에 식량이 있는 장소를 몰랐던 거요. 당신도 알겠지만 어두워서 길을 잘못 들어 돼지 우리에 들어간 겁니다."

석유불은 완전히 꺼져 버렸다. 최후의 불꽃이 확 피어 오르는 순간 아치는 손을 뻗쳐 로니가 땅에 떨어뜨린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와락 크렘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지금 자기가 하는 짓을 잊어버렸다.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두 발로 뛰는 동작이 더 빨라졌다. 몸을 움츠려 손가락 끝이 거의 땅바닥에 닿을 정도였다.

이제 멈출 수 없다. 사람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면 앞으로 전진하는 길밖에 없다.

열 다섯 명의 사람이 한 데 모였다. 마침내 밤이 새고 시계 바늘을 읽을 정도다. 햇빛이 머리 위를 물들였다.

로니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었다. 처져 있을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넘쳐서 도저히 억눌러둘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퍽 오랜 동안 탄환을 사지 못해 좋아하던 사냥도 잊고 지냈다. 땅을 기어가듯 전진하는 사람들의 규칙적인 걸음 소리가 그의 귀에 상쾌한 리듬처럼 울려왔다.

"야, 저기 있다!" 갑자기 누가 부르짖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웅성댔다.

로니는 다른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 그 나무에 가 닿았다. 모두가 총을 위로 올리고 겨누고 있었다.

머리 위 저쪽에 크렘 헨리의 얼굴이 뚜렷이 드러나며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가느다란 소나무 가지에 꽉 달라붙어 있었다.

누가 처음 발포했는지 로니는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주저하지 않았다.

엽총과 권총이 소나무 줄기를 둘러싸고 섬광(閃光)과 뿌연 연기를 뿜으며 귀를 찢는듯한 소리를 냈다.

로니는 눈을 감았다. 또다시 머리 위의 얼굴을 보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총성은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크렘은 죽을 기를 쓰고 나무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마침내 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크렘의 몸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아래 큰 가지 사이를 지나 땅 위로 떨어졌다. 크렘의 몸은 할퀴고 뜯기어 털썩 떨어지며 손만 휘청 늘어뜨렸다.

그 털썩 하는 소리를 듣자 로니는 심장이 딱 멈추는 것 같았다.다시 총성이 울리자 로니는 외면하며 가까운 나무를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만신창이가 된 크렘의 몸은 사방에서 다시 탄환의 세례를 받고 마치 연발 소총으로 사살된 고양이 새끼처럼 몇 번 뒹굴었다. 자욱한 흙 먼지가 오르고 숨막힐 것 같은 화약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사격이 얼마나 계속되었는지 로니는 기억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툴두툴한 나무껍질을 붙잡으며 나무에서 나무로 숲 속의 빈 곳을 향하여 엎어지고 고꾸라지며 그는 숨가쁘게 달리고 있었다. 그가 빈터에 이르렀을 때 하늘은 잿빛에서 붉은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는 밭에 뒹굴기도 했다. 흙덩어리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곧장 일어나서 다시 달렸다. 그렇게 달리면서 그의 눈길은 앞에 있는 집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기를 쓰고 버둥거리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붉고 둥근 태양을 우러러보았다. 따스한 햇빛을 받고 있노라니 일어날 힘이 생겼다. 자기도 모르게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우러났다. 그는 자신에게 자기도 모르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말을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하티가 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숲의 총성도 들었고 밭에서 굳은 흙덩어리에 걸려 넘어지는 그의 모습도 보았다. 또한 태양을 우러러보는 그의 모습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고 로니에게 달려 왔을 때 하티의 몸은 떨고 있었다.

자기 집 마당에 들어서자 로니는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아치 가나드의 집 울타리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아치의 아내가 베란다에 선 채 그들에게 뭔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로니, 아버님은 어디 계세요?" 하티가 물었다. "좀 전에 숲 속에서 총 쏘는 소리가 났는데 무엇 때문이에요?"

로니는 비틀거리며 앞 베란다에 이르렀다. 그러나 층계 위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로니, 로니!" 하티의 소리가 들렸다. "여보 정신차려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아무 것도 아니야." 로니는 말했다. "별로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다면 주인댁에 가서 고기라도 좀 얻어 올 수 없어요? 조반에 쓸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아버님도 밤새 돌아다녔을 테니 배가 몹시 고플 거예요."

"뭐라고?"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내지른 로니의 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주인댁에 가서 고길 좀 얻어와 달랬는데 뭘 그러세요?"

로니는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았다.

"고기라고?" 거칠게 그녀를 뒤흔들며 그는 부르짖었다.

그녀는 놀라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아치 가나드씨 댁에 가서 고기를 좀 얻어 올 수 없어요?"

로니는 다시 돌층계에 주저앉았다.

그는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두 팔을 힘없이 드리우며 턱을 가슴팍에 떨어뜨렸다.

"미안해" 그는 거의 들릴락 말락 중얼거렸다.

"난 배가 고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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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핌과 굴종에 길들여진 로니.

못난 사나이.

저 부당하고 부정의한 사회적 함의(含意).

거기 순복하여 쩔쩔매는 저 꼬라지.

 

굴종에 순치(馴致)된 인간성의 모습.

분노에 앞서, 그 꼬라지가 몹시 슬프다.

 

이 사람아.

너는 용감한가, 정의로운가.

무어 잘났다고 로니를 폄하는가.

 

로니에게 그대로 투사되는 내 모습.

바로 나의 꼬라지가 슬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