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바리 돌아오다> <뚱바우 영감>
<바리 돌아오다>
-송경아 作-
***동우***
2018.04.17 03:55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던 불라국의 바리공주, 어렵사리 약수를 구해 아버지 오구대왕의 병을 고쳤다는 설화.
바리 설화를 패러디한 송경아의 세편의 소설중 '바리, 돌아오다'.
파일이 눈에 띄길래 가져와 올린 것입니다.
송경아(1971~ )의 소설은 상징과 알레고리로 점철된, 매우 思辨的이고 관념적이지요.
<어머니, 아버지의 몸에 흐르는 나쁜 피를 정화시키는 건 아무도 할 수 없어요. 세계의 혼란은 아무도 막을 수 없어요.>
시물라크르 사회니, 호문클루스니, 0과 1의 2진법 따위를 운위(云謂)하는 것을 보니 불라국은 디지털 시스템의 나라를 상징하는듯도 합니다.
고장난 컴퓨터 시스템은 리포맷하면 기존 자료들은 싹 지워버리고 근본적으로 고칠수 있다지만.
19세기 이래의 모더니즘은 바야흐로 새로운 패러다임, 이른바 포스트 모더니즘에 진입하였다지요.
호모 사피엔스가 일찌기 경험하지 못하였고 전혀 예측할수 없는 방향으로.
이성과 논리나 모럴의식에 의한 세계관이 아니라 직관적인 어떤 것일는지.
일견 모더니즘과는 전혀 다른 비논리 비윤리적 전혀 새로운 세계관.
미금이에게 은유되는 것처럼.
<그애에게는 우리에게 없었던, 아니면 우리보다 더 큰 직관이 있어요.>
<내가 본 것......그것은 고통이었지. 그렇지만 그 고통을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고통을 이길 수는 없었어. 이길 수 있다면 그건 이미 고통이 아니니까. 다만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보았을 뿐이야. 수고와 괴로움에 비해 너무나 적은 댓가야. 그래도 떠나겠니, 어린 동생아?"
"혼을 갖는다는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인가요?"
"그렇지. 너의 빛과 새로움조차 그 길에서 퇴색해버릴지도 몰라. 희로애락을 알아가면서 네가 가진 무심함이 사라져 버리고, 빛나는 날개가 꺾이고 어디엔가 뿌리박혀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지. 완전해진다는 것은 동시에 진부해진다는 것을 뜻한단다. 지금 그대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남아 있는다면, 너는 영원한 희망으로 살아가게 될 거다. 그 삶이 더욱 아름답지 않겠니?"
은방울이 흔들리듯 미금이 웃었다. 웃으며 그녀는 앞으로 날아갔다. 바리가 열어놓은 문 틈으로 빨려들듯이 사라지며 그녀가 소리쳤다.
"오, 아니에요, 언니. 삶이 없는 희망은, 삶이 없는 새로움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요? 전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요. 오세요, 언니. 싸늘한 밤이 걷혀가고 아침이 다가와요. 풀들이 자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새로운 것들이 저 밖에 생겨나고 있어요. 이제 불라국은 이대로, 이대로만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더욱 큰 불안과 희망, 더 큰 실패와 성공을 향해 떠납시다. 언니다운 걱정과 우려는 제쳐놓아 주세요. 사실은 언니도 다시 떠나는 걸 즐기고 있는 거예요, 그렇죠? 그렇죠, 언니?"
창 밖에 새벽이 푸르게 밝아오고 있었다. 이제 불빛이 없어도 복도를 걸을 수 있었다. 바리는 방문을 닫았다. 회색 돌로 된 복도에 발소리가 약하게 메아리쳤다. 복도 끝에서 미금이 외치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발 밑을 조심하세요. 아직도 고여있는 어둠이 있으니까 -">
종장의 저 문장들.
희망과 기대...
좌우당간.
젊은 여성작가의 사유가 난삽(難澁)하여, 늙은 머리에 쥐가 납니다그려. ㅎ
어려운 소설입니다.
바리공주.
여러 작가가 여러 의미를 천착하면서 활용한 소재인데.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나 장용학의 '요한시집도' 생각나고 한영애가 부른 '조율'이라는 노래도 떠오릅니다만 그런 것들이 올바른 연상인지 모르겠으나..ㅎ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 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뚱바우 영감>
-송기숙 作-
***동우***
2018.08.13 22:14
'송기숙 (宋基淑,1935~ )'의 '뚱바우 영감'
뚱바우 영감.
누구하고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일도 없고, 그저 항상 뚱한 표정으로 수굿하게 자기 할 일만 하는 뚱바우 영감님.
영감님은 딸년 머리끄댕이 끌고 내려오려고 모처럼 도시로 나왔는데.
<저이도 입 벌려 말할 때가 있을까 싶게, 항상 지르퉁하기만 하던 영감이, 한번 입을 열자 뚱했던 만큼이나 말이 투깔스럽고 가시가 돋쳤다.>
그렇지만 뚱바우 영감에게는 구라빨이 있답니다.
<"그랬디야. 그랬으면 그랬제."
영감은 멋쩍게 너털웃음을 웃었다. 실은 딸 행실에 노발대발하면서도 구백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에 솔깃한 생각이 전혀 없던 것만도 아니어서 행여나 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내 복에 무슨 난리랴 싶어 다시 웃음이 나왔다.
"그 복금 탈 때 세금을 이백만원을 넘게 냈는데 무슨 세금이 또 나왔지?" 달순이가 시르죽은 소리로 뇌었다.
"여깄다. 종합소득세라디야 뭐라디야." 영감은 고지서를 딸에게 건넸다. "이 고지서를 갖다줘얄 텐데, 그 아주머니 이사 간 데는 아니?"
"몰라." 두 소녀는 다시 무뜨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건너다봤다.
"얼른 반장 댁에 가서 물어보고 올게." 순자는 뛰어나갔다.
그 아주머니는 복금을 타가지고 당장 변두리로 집을 사서 나가고 달순이는 그것을 타주고 오천원인가 얻어서 신 한켤레 사신었다고 했다.
"반장 댁에서도 모른대." 순자는 샐렁한 표정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여기서 이사 갈 때까지 미처 이리 주민둥록을 옮기지 않고 살다가 이사를 갔기 때문에 동에 가봐도 뭐가 아무것도 없을 거래."
"그럼 이 일을 어쩌지?"
고지서를 들고 있는 달순이 표정은 흙빛이 되었다.
"이사간 데를 아나마나 우리가 안 탔으먼 그만이제, 애먼 유구 장수도 아니고 그런 적잖은 돈을 우리한테 안다미씌우겠냐? 일백이십만원이 가까운 돈이먼 촌 돈으로 논이 너마지기 값 아니냐? 하하."
소주잔에 거나해진 뚱바우영감은 딸이 제대로 있는 것만 대견해서 오랜만에 얼굴을 활짝 펴고 웃고 있었다. 그러나 고지서를 쥐고있는 달순이 손이 달달 떨고 있었다.>
충청도에 이문구라면 전라도에는 송기숙이 아닐까요? (송기원과 헤깔리지 마시기를)
'암태도' '녹두장군'을 쓴, '송기숙'은 이른바 행동하는 작가입니다.
엄혹한 시절 전국교수협의회를 창설하여 초대 공동의장을 맡기도 하였지요.
그리고 작가 송기숙의 구라빨은 황석영에 버금간다지요?
이 소설에서 보시다시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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