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4월1일> <공룡을 물리친 컴퓨터 이야기> <거울행성>
<4월 1일>
-클라크 하워드 作-
***동우***
2018.09.08 04:14
주말, 따뜻한 단편 추리 한편.
'클라크 하워드'의 '4월 1일 (The First of April)'
라스베거스의 도박장을 터는 강도.
강도질하는 그의 태도에는 고상함이 몸에 배었습니다.
아주 착해 보이는 듯한 눈을 가진 남자, 그는 신부였군요.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불야성을 이룬 라스베거스.
마피아 '벅시 시걸'이 발을 딛고 재벌 '하워드 휴즈'가 불을 지핀 도박과 환락의 도시.
점(占) 100원 내기 고스톱을 쳤다고 순사가 잡아가지는 않겠지요.
그렇지만 점에 십만원씩 돈을 건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형법 도박죄에 걸리지요.
그런데 국가에서 인정하는, 심지어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경영까지 하는 합법적 도박.
로또는 무엇이고 강원랜드는 무엇이고 카지노는 무어랍니까?
++++
<“경찰이 아닌 다른 직업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어요. 당신도 이 일이 좋겠지요. 18년이나 해 오셨으니까.”
“그래. 하지만 시카고에 있었을 때가 좋았지.”
바우어는 정직하게 말했다.
“카드나 주사위 도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킨다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아. 시카고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형무소에 처넣는 일을 몇 년 동안 했지. 경찰의 역할에 모순이 생기니 나원 참.”
“이해가 가는군요.”
코벳은 말했다.
“어느 주에서는 도박이 합법이고 다른 어느 주에서는 불법이라는 것이 도대체 이상해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요.”
“아, 그렇고말고. 이유야 있지.”
바우어는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훌륭한 이유가 있어. 우리가 오늘 밤 체포하려는 영리한 강도도 훌륭한 이유를 가지고 있겠지. 돈, 그건 바로 돈이야.”
바우어는 커피를 마셨다.
“동부에선 이렇다네. 이를테면 시카고에는 50종류 정도의 다른 산업이 있지. 따라서 만약 그 중 하나가 활동을 중지해도 남은 49개처에서 수익이 나오지. 그렇지만 이 시에는 하나밖에 없어. 바로 도박이야. 이놈을 제거해 버리면 여기는 아무 가치도 없어질 게 틀림없지.”
“도박을 싫어하시나 보죠?”
젊은 코벳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합법이든 아니든 도박은 도박이야. 풋내기를 먹이로 삼는 장사임엔 다름이 없어. 자기 좋을 대로 도박 룰을 정하곤, 실낱 같은 꿈에 사로잡힌 불쌍한 바보를 끌어들여 일주일간 번 돈을 단숨에 우려내지. 오해하지 말게. 나는 도박을 하러 모이는 사람들을 변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 그런 사람들은 나약한 인간이야. 다만 나는 그 나약한 사람들이 먹혀 버리는 것을 보는 것이 싫어.”>
<그는 아이에게 말했다.
“물론 나도 네가 좋아. 너는 우리 가족이야. 여기가 네 집이고. 알겠지?”
“네.”
아이는 딸꾹질을 하면서 말했다.
“착하지.”
젊은 남자는 미소를 던졌다. 착한 눈이 더할 나위 없는 선량함으로 반짝 빛났다.
“자, 침대로 돌아가요. 이제 무서운 꿈을 꾸지 않을 테니까.”
아이는 통로를 걸어서 자기 침대로 돌아갔다.
젊은 남자는 꽤 오랫동안 아이들이 자고 있는 그곳에 서서 그들의 숨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피곤했고 마음도 혼란스럽기만 했다.
언제인가는 죄의식으로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 때가 되면 경찰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아이들을-운명이 그에게 맡긴 집없는 아이들을-버리는 일도 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을 버릴 용기라는 것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는 복도로 돌아갔다. 공동 침실의 어둠 속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났다.
“안녕히 주무세요, 디즈마스 신부님.”
젊은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잘 자거라, 티모시…….”
그는 조용한 복도를 지나 자신의 침실 쪽으로 걸었다.
비밀을 실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
라스베거스.
소설 속의 ‘디즈마스 신부’도 ‘바우어 형사’도(물론 작가 자신도) 그 도시에 대하여 반감이 짙었던가 봅니다.
신부에게는 도박장의 돈으로 고아들을 돌봄에 대하여는 당위로움이 있었을테지만 그 방법론에 깃든 죄의식은 어쩔수 없었을테지요.
의적(義賊)은 어느 시대나 민중의 환호를 받습니다.
홍길동, 로빈 후드, 밴디드 퀸(인도), 판초 비야(멕시코), 스텐가 라진(러시아), 제시 제임스(그는 의적이었던가....)
좋은 주말을.
<공룡을 물리친 컴퓨터 이야기>
-스타니스와프 렘 作-
***동우***
2018.11.25 00:43
동구권(폴란드)의 SF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Stanislaw Lem, 1921~2006)'의 작품에는 공상과학을 넘어선 철학적 사유가 내포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이 작가는 전에 올린 것 해서 두어편 정도 읽었을 뿐, SF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나의 독서력(歷)은 이처럼 보잘것 없습니다.
'공룡을 물리친 컴퓨터 이야기'
어떤 담론꺼리가 담겨있는지.
vault와 volt. electrosault와 electrosaur, electrosaur와 electrosauce...
말장난을 버무려, 나로서는 그저 대충 읽기에 유쾌한 소설이로군요.
++++
<"이제 그 녀석에게 자신의 근(root)을 구하라고 말하시오!"
왕은 달에 전보를 쳤다.
그러자 공룡은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더니 마침내 그 긴장으로 숨을 헐떡거리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엇인가가 나왔다.
공룡이 자신의 근을 산출한 것이다!
왕은 다시 컴퓨터로 돌아왔다.
"공룡은 갈라지고, 벌벌 떨고, 이까지 갈더니 결국 근을 산출해냈고 여전히 나를 위협하고 있네."
왕은 문간에서 소리쳤다.
"이젠 어떻게 하지? 이 늙은... 아니, 전자두뇌경?"
"마음을 굳게 먹으시오. 이제 가서 공룡에게 자신에서 자신을 빼라고 하시오!"
왕은 궁전침실로 서둘러 뛰어가 전보를 보냈다.
그리고 공룡은 자기에서 자기를 빼기 시작했다.
공룡은 꼬리부터 없애기 시작하여 그 다음에 다리를, 또 그 다음에 몸통을 뺐다.
그리고 끝내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중단하려 했지만, 이미 시작된 과정의 여세는 멈출 수가 없어서 빼기는 계속되었고 결국 머리까지 사라져 영(zero), 즉 무(none)가 되었다.
전자공룡이 사라진 것이다!
"전자공룡이 사라져 버렸다!"
왕이 지하창고로 뛰어들어 오면서 기쁨에 넘쳐 외쳤다.
"고맙다. 나의 늙은 컴퓨터여... 정말 고맙다. 정말 열심히 일해주었다. 힘들게 일했으니 휴식이 필요하겠지. 이제 전원을 끊겠다."
"전하, 그렇게 빨리 끊지는 마십시오."
컴퓨터가 대답했다.
"나는 할 일을 했는데 전하는 이제 내 전원을 끊어버리고 더 이상 전자두뇌 경이라고 부르지 않겠단 말입니까? 불공평해요. 정말 불공평하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좋아, 이젠 내가 공룡으로 변신하겠다. 그래, 그래서 너를 왕국에서 추방할 거야. 내가 너보다 훨씬 더 좋은 통치자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지. 넌 조금이라도 중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나 나와 의논을 하곤 했으니까. 그러니 사실 이때껏 이 행성을 통치한 것은 네가 아니라 나라고 할 수도 있어...네 녀석이 아니라 바로 내가!"
그러더니 푹푹거리고 부풀어오르면서 컴퓨터는 전자공룡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불타오르는 전자발톱이 한쪽 옆에서부터 튀어나오고 있는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려 숨도 못 쉴 지경이 된 왕은 슬리퍼를 찢어발겨들고 컴퓨터 튜브를 무작정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입김을 푹푹 내뿜고 캑캑거리더니 그만 프로그램이 엉켜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전자공룡(electrosaur)]이라는 단어가 [전자국물(electrosauce)]로 변해버렸다.
바로 왕의 눈앞에서 컴퓨터는 쌕쌕거리며 점점 흐물흐물해지더니 금빛으로 빛나는 엄청난 양의 [전자국물]로 변하고 말았다.
국물은 계속해서 지글지글 끓으면서 짙푸른 빛의 불꽃으로 전기를 방출하고 있었고 폴리앤더 왕은 그 김이 풀풀 나는 거대한 국물 웅덩이를 보면서 말을 잃은 채 서 있었다...
한숨을 쉬며 왕은 슬리퍼를 고쳐신고 왕궁 침실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시간 이후 그는 180도 달라졌다.
그 때 겪은 일들로 인해 호전적인 성격이 완전히 누그러져서, 그는 죽을 때까지 민간부문의 사이버네틱스 만을 개발했고, 군사쪽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것이다.>
하하. 좋은 왕이 되었으니 만사 오케이입니다.
북녘에는 폭설이라는데.
좋은 휴일을.
<거울 행성>
-유리 글라즈코프 作-
***동우***
2019.02.24 10:01
'거울 행성 (The Mirror Planet)'
작가 '유리 글라즈코프 (Yury Nikolayevich Glazkov, 1939~2008)'는 실제 우주비행사로 한때 소련의 국민적 영웅이었다고 합니다.
++++
<크룩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앞쪽을 향해 포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적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적어도 그렇게라도 해야 분이 좀 삭여질 것 같았다.
적의 목덜미를 틀어쥐고 사투를 벌인 끝에 놈의 숨통을 끊어놓고 싶었다.
그는 문득 그의 앞쪽에서 어떤 움직임을 느꼈다.
그가 천천히 앞으로 기어가자, 앞쪽에서도 누군가 그를 향해 포복해오고 있었다.
적은 아주 능숙하게 은폐물을 이용하며 몸을 숨기고 있었다. 덤불 뒤로, 혹은 나무 뒤로 교묘하게 몸을 옮기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주 노련한 놈이로군. 제대로 훈련을 받은 놈이야.'
앞으로 바짝 접근한 지점에서 크룩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나무 뒤로 숨었다.
적도 그와 똑같은 방향으로 몸을 날려 나무 뒤로 숨었다.
크룩이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적은 금발머리에 별 모양의 견장을 어깨에 달고 있었다.
놈은 나를 죽이고 말겠지.
크룩은 그 생각이 들자마자 왼쪽으로 몸을 날려 기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적도 마치 그림자처럼 그와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매우 유연한 놈이었다.
크룩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뛰어나가 적의 가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그는 적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진흙과 땀으로 헝클어진 그 자신의 금발머리를 보았다. 찢어져서 누더기가 된 자신의 장군 망또를 보았다. 어깨의 커다란 별 견장도 보았다.
그는 공포와 놀라움으로 크게 벌어진 자신의 눈을 보았고, 자신이 들고 있는 총의 검은색 총신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불을 뿜는 모습도 보았다.
찰나의 순간이 지난 뒤, 총탄이 그의 몸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이 행성은 정복할 수 없는...'
그는 마지막으로 언뜻 떠올린 생각을 미처 끝맺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
모든 것을 거울처럼 반사하는 행성.
공격군의 공격은 고스란히 똑같은 공격으로 되돌아 옵니다.
도플갱어, 자아까지도 복제되어 상대를 죽이면 자신이 죽는겁니다.
궁극적 물리법칙의 발견.
최고의 지성, 최종의 지식은 도덕의 완성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이기(利己)와 이타(利他)의 등가성(等價性).
판관(判官)도 필요없고 도덕률도 필요없는 우주적 대법칙.
다른 것에 투사하는 善과 惡, 그것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듯 즉각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善과 惡...
장래 죽어서 하늘의 상벌(賞罰, 천국과 지옥)이 아니라. 거울의 반사처럼 즉각적으로 되돌아오는 보상과 징벌.
그런 행성에서는 악이란 존재할수 없을겁니다.
도덕의 완성.
그런 세상, 재미란 없겠지요만.. ㅎ
좋은 휴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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