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6월 (1594년 6월)
6월 초1일 [양력 7월 18일] <戊申>
맑다. 아침에 배첨사(배경남)와 같이 밥을 먹었다. 충청수사가 와서 이야기했다. 저녁나절에 활을 쏘았다.
6월 초2일 [양력 7월 19일] <己酉>
맑다. 아침에 배 첨사(배경남)와 같이 밥을 먹었다. 충청수사도 왔다. 저녁나절에 우수사(이억기)의 진으로 갔더니, 강진현감(류해)이 술을 바쳤다. 활 두어 순을 쏘았다. 경상수사 원균도 왔다. 나는 곧 몸이 불편하여 돌아가 누워서 충청수사와 첨사 문길 배경남이 내기 장기두는 것을 구경했다.
6월 3일 [양력 7월 20일] <庚戌>
초복이다. 아침에 맑더니 오후에 소 나기가 퍼부어 종일 밤까지 그치지 않았다. 바닷물 빛조차 흐리니, 근래에 드문 일이다. 충청수사·첨사 배경남이 와서 바둑을 두었다.
6월 4일 [양력 7월 21일] <辛亥>
맑다. 충청수사·미조항첨사와 웅천현감이 와서 보기에 종정도를 놀게 했다. 저녁에 겸사복이 임금의 분부(유지)를 가지고 왔다. 그 사연에 이르기를, "수군의 여러 장수들과 경주의 여러 장수들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니, 다음부터는 전날의 버릇을 버려라."는 것이다. 통탄하기 그지없다. 이는 원균이 술에 취하여 망발한 때문이다.
6월 5일 [양력 7월 22일] <壬子>
맑다. 충청수사가 와서 이야기했다. 사도첨사·여도만호·녹도만호가 함께 와서 활을 쏘았다. 밤 열 시쯤에 급창(관청의 심부름하는 종) 김산과 그 처자 등 세 명이 유행병으로 죽었다. 세 해나 눈앞에 두고 미덥게 부리던 사람인데, 하루 저녁에 죽어가다니, 참으로 슬프다. 무우밭을 갈았다. 송희립·낙안군수·흥양현감·보성군수가 군량을 독촉할 일로 나갔다.
6월 6일 [양력 7월 23일] <癸丑>
맑다. 충청수사·여도만호와 함께 활 열다섯 순을 쏘았다. 경상우후가 와서 봤다. 소나기가 왔다.
6월 7일 [양력 7월 24일] <甲寅>
맑다. 충청수사·첨사 배경남이 와서 이야기했다. 남해군관과 색리 등의 죄를 처벌했다. 송덕일이 돌아와서 말하기를, 임금의 분부(유지)가 들어온다고 했다. 오늘 무우씨 두 되 다섯 홉을 부침했다.
6월 8일 [양력 7월 25일] <乙卯>
맑으며 물쿠었다. 우우후가 왔다. 충청수사와 다 함께 활 스무 순을 쏘았다. 저녁 에 종 한경이 들어왔다. 어머니께서 평안하심을 알았다. 참으로 기쁘고도 다행이다. 미조항첨사가 아뢰고 돌아갔다. 회령포만호(민정붕)가 진에 왔다. 전공에 따라 포상하는 관교 (관교:교지)도 왔다.
6월 9일 [양력 7월 26일] <丙辰>
맑다. 충청수사·우우후가 와서 활을 쏘았다. 우수사가 와서 같이 이야 기했다. 밤이 깊은데 피리소리 가득한 바다, 거문고를 타며 장수를 기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이야기하다가 헤어졌다.
6월 10일 [양력 7월 27일] <丁巳>
맑으며, 물쿠다. 활 다섯 순을 쏘았다.
6월 11일 [양력 7월 28일] <戊午>
맑으며, 더위가 쇠라도 녹일 것 같다. 아침에 아들 울이 본영으로 갔다. 작별하는 회포가 씁쓸하다. 홀로 빈 집에 앉았으니 마음을 걷잡을 수 없다. 저녁나절에 바람이 몹시 사나와지며 걱정이 더욱 무거워졌다. 충청수사가 와서 활을 쏘고 그대로 같이 저녁밥을 먹었다. 달빛 아래 같이 이야기할 때 옥피리 소리가 처량했다. 앉아서 오래도록 있다가 헤어졌다.
6월 12일 [양력 7월 29일] <己未>
바람이 세게 불었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가뭄이 너무 심하다. 농사의 근심이 더욱 염려스럽다. 이 날 어둘 무렵에 본영의 배 격군 일곱 놈이 도망갔다.
6월 13일 [양력 7월 30일] <庚申>
바람이 몹시 불고 더위는 찌는 듯하다.
6월 14일 [양력 7월 31일] <辛酉>
더위와 가뭄이 너무 심하다. 바다의 섬도 찌는 듯하다. 농사일이 아주 걱정된다. 충청수사·사 도첨사·여도만호·녹도만호와 함께 활 스무 순을 쏘았다. 충청 수사가 가장 잘 맞혔다. 이 날 경상수사는 활꾼을 거느리고 우수사가 있는 곳으로 왔다가 크게 지고 돌아갔다고 했다.
6월 15일 [양력 8월 1일] <壬戌>
맑더니 오후에 비가 내렸다. 신경황이 영의정(류성룡)의 편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라를 근심함이 이보다 더한 이가 없을 것이다. 지사 윤우신이 죽었다니, 애석할 따름이다. 순천부사·보성군수가 달려와 보고하는데, "명나라 총병관 장홍유가 호선을 타고 백 여 명을 거느리고 바닷길을 거쳐 벌써 진도 벽파정(진도군 고군면 벽파리)에 이르렀다."고 했다. 날짜로 짚어보면 오늘이나 내일에 이르를 것이지만, 바람이 맞불 어 맘대로 배를 부리지 못한 것이 닷새째이다. 이 날 밤 소나기가 흡족하게 내렸다. 어찌 하늘이 백성을 살리려는게 아니겠는가. 아들의 편지가 왔는데, 잘 돌아갔다고 했다. 또 아내의 편지에는 면이 더위를 먹어 심하게 앓았다고 했다. 괴롭고 답답하다.
6월 16일 [양력 8월 2일] <癸亥>
아침에 비오다가 저녁에 개었다. 충청수사와 함께 활을 쏘았다.
6월 17일 [양력 8월 3일] <甲子>
맑다. 저녁나절에 우수사·충청수사가 와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탐후선이 들어왔는데,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고 했으나, 면은 많이 아프다고 했다. 몹시 걱정된다.
6월 18일 [양력 8월 4일] <乙丑>
맑다. 아침에 원수의 군관 조추년이 전령을 가지고 왔다. "원수가 두치(하동읍 두곡리)에 이르러 광양현감(송전)이 수군 중에 복병을 뽑을 적에 사사로운 정을 썼다 말을 들었다. 그래서 군관을 보내어 그 까닭을 물으니, 놀라운 일이다. 원수가 그 서처남 조대항의 말을 듣고 이렇게도 사사로이 행하니 통탄스럽기 그지 없다. 이 날 경상우수사가 청했는데 가지 않았다.
6월 19일 [양력 8월 5일] <丙寅>
맑다. 원수의 군관과 배응록이 원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변존서· 윤사공· 하천수 등이 들어왔다. 충청수사가 와 보고서 그 어머니 병환 때문에 곧 그의 사처로 돌아갔다.
6월 20일 [양력 8월 6일] <丁卯>
맑다. 충청수사가 와서 보고 활을 쏘았다. 박치공이 와서 말하고 서울로 갔다. 마량첨사도 왔다. 저녁에 영등포만호는 본포(영등포)에 물러나 있었던 죄를 다스렸다. 탐후선 이인원이 들어왔다.
6월 21일 [양력 8월 7일] <戊辰>
맑다. 충청수사가 와서 활을 쏘았다. 마량첨사가 와서 봤다. 명나라 장수(장홍유)가 바닷길로 벌써 벽파정에 이르렀다고 한 것은 잘 못 전한 것이라고 했다.
6월 22일 [양력 8월 8일] <己巳>
맑다. 할머님의 제삿날이라 나가지 않았다. 오늘 불꽃과 같은 삼복 더위가 전보다 더하여 큰 섬이 찌는 듯하여 사람이 견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저녁에 몸이 몹시 불편하여 식사를 두 끼니나 먹지 않았다. 초저녁에 소나기가 내렸다.
6월 23일 [양력 8월 9일] <庚午>
맑더니 저녁나절에 소나기가 왔다. 순천부사·충청수사·우우후·가리포첨사가 아울러 와서 봤다. 우후(이몽구)가 군량 독촉하는 일로 나갔다가 견내량에서 왜놈을 사로잡았다. 왜적의 동태를 캐묻고, 또 무엇을 잘하는지 물었더니, 염초굽는 일과 총쏘기를 다 잘한다고 했다.
6월 24일 [양력 8월 10일] <辛未>
맑다. 순천부사·충청수사가 와서 활 스무 순을 쏘았다.
6월 25일 [양력 8월 11일] <壬申>
맑다. 충청수사와 함께 활 열 순을 쏘았다. 이여념도 와서 활을 쏘았다. 종사관(정경달)을 모시는 아전이 편지를 가지고 들어왔는데, 조도어사의 말이 몹시 놀라왔다. 부채를 봉하여 보냈다.
6월 26일 [양력 8월 12일] <癸酉>
맑다. 충청수사·순천부사·사도첨사·여도만호·고성현령 등이 활을 쏘았다. 일찍 김양간에게 단오날의 진상물을 봉해 올렸다. 마량·영등포가 여기 왔다가 곧 돌아갔다.
6월 27일 [양력 8월 13일] <甲戌>
맑다. 활 열다섯 순을 쏘았다.
6월 28일 [양력 8월 14일] <乙亥>
맑다. 더위가 찌는 듯하다. 나라제삿날(명종 제일)이라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진무성이 벽방산의 망보는 곳의 부정사실을 조사하고 와서 적선은 없더라고 보고했다.
6월 29일 [양력 8월 15일] <丙子>
맑다. 순천부사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왔다. 우수사·충청수사와 같이 와서 활을 쏘았다. 윤동구의 아버지가 와서 봤다. 울이 들어와서 어머니께서 평안하시다고 했다.
'Reading Books > Reading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R/B> 亂中日記 (26) -李舜臣- (0) | 2021.02.17 |
---|---|
<R/B> 亂中日記 (25) -李舜臣- (0) | 2021.02.16 |
<R/B> 亂中日記 (22) -李舜臣- (0) | 2021.02.11 |
<R/B> 亂中日記 (21) -李舜臣- (0) | 2021.02.10 |
<R/B> 亂中日記 (20) -李舜臣- (0) | 2021.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