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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부활 (2) -톨스토이-

카지모도 2021. 7. 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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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죄수 카추샤 마슬로바의 과거는 지극히 평범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예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시골에서 살고 있는 두 자매 지주의 소유인 영지에서 일하고 있는 농노의 딸이었다. 결혼도 못한 이 여자는 남편도 없는 처지이면서도 해마다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보통 시골에서 그러하듯이 영세만은 받게 했다. 그러나 바라지도 않았는데 생긴 필요 없는 자식이라 해서, 또 일에 방해나 되는 자식이라 해서 젖을 통 먹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내 굶어 죽곤 했다.

다섯 명의 어린애가 이렇게 해서 죽었다. 모두 영세는 받았으나 젖을 먹이지 않았기 때문에 굶어 죽고 말았다. 그러던 중에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는 어떤 집시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번째 아기는 계집아이였다. 이 아이도 똑같은 운명에 빠질 뻔했으나, 때마침 지주인 두 자매 중 한 여자가 농장에 들렀기 때문에 용케 살아났다. 우유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젖소를 돌보는 일꾼들을 야단치러 온 것이었다. 뜻밖에도 외양간에 귀엽고 튼튼해 보이는 갓난아이를 안은 산모가 누워 있었던 것이다. 여지주는 우유에서 비린내가 나는 것과 외양간에 산모를 들여놓은 것에 대해서 한 바탕 잔소리를 늘어놓은 다음, 그대로 돌아가려다가 갓난아기의 얼굴이 눈에 띄자, 동정심이 우러나 자기가 그 갓난아기의 대모가 되겠노라고 제의했다. 그녀는 이 갓난아기에게 영세를 받게 한 후, 대녀가 된 그 아기가 차츰 불쌍하게 여겨져 산모에게 우유를 사 주기도 하고 돈을 주기도 했으므로, 그 계집아이는 겨우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 지주인 두 자매는 그 계집아이를 '스빠손나야(구원받은 아기라는 뜻)'라고 불러 주었다.

이 어린아이가 세 살 때, 그 어머니는 병을 앓다 죽고 말았다. 젖소를 돌보는 이 아이의 할머니에게는 손녀딸이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두 여인이 아이를 맡아 기르게 되었다. 까만 눈의 이 아이는 점차 성장해 감에 따라 발랄하고 귀염성 있게 자라, 그 늙은 여자 지주들의 마음에도 큰 위안이 되었다.

두 여지주 중 소피야 이바노브나인 동생은 마음씨가 고운 여자로 대모도이 동생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마리야 이바노브나인 언니는 성격이 좀 엄격한 편이었다. 소피야 이바노브나는 이 귀여운 계집애에게 고운 옷을 갖춰 입히고 교육도 시켜서 나중에는 예의 바른 숙녀로 기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마리아 이바노브나는 이 아이를 부지런하고 튼튼한 하녀로 길러내겠다고 하여 몹시 엄하게 다루었고 기분이 나쁠 때는 곧잘 벌을 주고 매질까지 하곤 했다. 이같이 서로 상이한 양육 방식 속에서 이 소녀는 반은 하녀로서 반은 아가씨로서 자라난 형편이었다. 그래서 이름마저도 애칭인 첸카로도, 비칭인 카치카로도 불리지 않고 그 중간인 카추샤로 불렀다. 그리하여 카추샤는 바느질이나 방 청소를 하고, 성상도 닦고, 커피를 볶아서 가루를 만들어 끓이기도 하고, 자질구레한 빨래도 하고, 때로는 여주인과 함께 앉아 그들에게 책을 읽어 주기도 하였다.

여러 곳에서 그녀에게 청혼이 들어왔으나 그녀는 아무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청혼을 해온 사람들 모두가 그 날 벌어 그 날 먹는 품팔이꾼들이었으므로 편안한 지주의 집 생활에 젖은 자기로서는 그들에게 시집가기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이런 생활이 그녀가 열여섯 살 되던 해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만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여주인의 조카인 대학생이며 부유한 공작이 고모네 집을 찾아왔다. 그러나 카추샤는 그 청년에게 자기 자신이 감히 고백할 엄두도 못 내면서 점차 그를 사모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어느 날, 바로 그 젊은 공작이 전쟁터로 나가는 길에 고모네 집에 들러 나흘 동안 머물렀는데, 출발하기 전날 밤에 그는 기어코 카추샤를 욕보이고 말았다. 그러고는 그 다음날 백 루블짜리 지폐를 그녀의 손에 쥐어 주고는 훌쩍 떠나 버렸다. 그가 떠난 지 다섯 달이 지나서야 그녀는 자기가 임신한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런 뒤로 그녀는 모든 일이 귀찮아졌고 짜증이 났다. 어떻게 해야 앞으로 다가올 수모를 피할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여주인들의 시중을 들 때도 그전과 달리 짜증을 내게 되었고, 고분고분 말도 잘 듣지 않았을뿐더러, 자기도 모르게 발끈 성을 내기도 했다. 그러고는 이내 그것을 후회했지만 또다시 여주인에게 마구 대들며 집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떼를 쓰게까지 되었다.

그래서 마침내 여주인들도 그녀를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는 그녀를 내쫓아 버렸다. 그 집에서 나오자 그녀는 어느 지방 경찰서장 집으로 들어가 하녀로 일했으나 그 곳에서도 석 달밖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쉰 살이나 먹은 늙은 경찰서장이 추근거렸는데 하루는 그녀에게 미친 듯이 덤벼들었다. 화가 치민 그녀는 멍텅구리 같은 놈이라느니 늙은 색마라느니 하고 소리치다 가슴을 그만 떼밀었는데 그냥 벌렁 나자빠지자 그녀는 주인에게 난폭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그 집에서도 내쫓기고 말았다. 그러나 해산날이 가까웠으므로 마땅한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술장사를 부업으로 하는 과부인 시골 산파집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해산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산파가 그 마을의 어떤 앓는 여자를 돌보아 준 탓에 산욕열을 카추샤에게 감염시켜 갓난 사내아이를 양육원으로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갓난아이를 데리고 간 노파의 이야기로는 그 아기는 양육원에 도착하자마자 곧 죽어 버렸다고 했다.

카추샤가 산파집에 가서 살게 되었을 당시 그녀가 갖고 있던 돈은 전부 12루블이었는데 그건 그녀를 유혹한 공작이 그녀의 몸값으로 준 백 루블과 일을 해서 번 27루블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산파집에서 나왔을 때는 단돈 6루블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돈을 아낄 줄 모르는 성격인지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돈을 물쓰듯 한 것은 물론이요, 아무나 간청하는 대로 선뜻 내주곤 했다. 산파가 두 달 동안의 하숙비로서-식비와 차값을 포함해서 -40루블을 받아갔고 갓난아기를 양육원에 보낸다고 25루블, 또 암송아지를 산다고 해서 40루블을 꾸어 줬으며, 나머지 20루블은 옷가지와 자질구레한 주전부리 등으로 달아났다 그래서 카추샤가 회복되었을 때 그녀의 수중에는 돈이라곤 한푼도 남지 않아 곧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어느 산림 감독의 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 산림 감독 역시 결혼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이전의 경찰서장처럼 들어가는 첫날부터 카추샤에게 추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사내가 끔찍할 정도로 징그럽고 보기 싫었을 뿐만 아니라 카추샤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교활한 사내였다. 게다가 그는 주인이었으므로 아무데고 그가 원하는 곳으로 그녀를 끌어내서는 기회를 노려 끝내 욕망을 채우고야 말았다. 이를 눈치챈 산림감독의 아내는 어느 날 자기 남편과 카추샤가 단둘이 한방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카추샤에게 미친 듯 달려들어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추샤도 가만히 있지를 않아 둘 사이에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카추샤는 결국 월급 한푼 못 받은 채 그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카추샤는 시내에 사는 아주머니네 집으로 갔다. 아주머니의 남편은 제본업자로서 전에는 제법 잘 살았지만 지금은 단골 거래인들을 몽땅 잃어 뭐든지 팔아서 마셔 버리는 술주정뱅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손수 조그마한 세탁소를 경영해서 아이들과 함께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한 남편을 섬기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카추샤더러 자기 집의 세탁부로 있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아주머니 집에서 일하고 있는 세탁부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서는 차마 마음이 내키지 않아 하녀의 일자리라도 찾으려고 소개소에 가보았다. 그녀는 두 아들이 중학생인 귀부인의 집에서 하녀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들어간 지 1주일도 안 되고 코 밑에 수염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한 중학교 6학년짜리 맏아들 녀석이 공부를 아예 집어치우고 카추샤에게 미쳐서 따라다녔기 때문에 그것마저 그만두어야 했다. 그 어머니는 모든 책임을 카추샤에게 씌우고 쫓아냈다. 좀처럼 새로운 일자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녀자리를 알선해 주는 직업 소개소에 갔다가 우연히 그 곳에서 토실토실한 손에 보석반지와 팔찌를 요란스럽게 낀 어떤 부인을 만났다. 일자리를 찾고 있는 카추샤의 딱한 처지를 듣고 난 그 부인은 자기의 주소를 친절히 알려 주면서 한번 자기 집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카추샤는 그 집으로 찾아갔다. 반갑게 맞은 그 부인은 그녀에게 고기만두며 향긋한 술을 대접한 뒤 하녀에게 쪽지를 건네 주며 어디론지 심부름을 보냈다. 그 날 저녁, 흰 머리를 길게 기르고 턱수염이 난 키가 후리후리한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 노인은 들어오자마자 카추샤 옆에 붙어 앉더니 눈을 번뜩이며 벙글벙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치근치근 농을 걸어 왔다. 잠시 후 카츄샤는 여주인이 사내를 옆 방으로 불러내어 '시골서 갓 올라온 숫처녀예요.'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카추샤를 부르더니, 그 남자는 소설가인데 부자라서 마음에 들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사준다고 일러 주었다. 그녀가 마음에 든 모양인지 소설가는 앞으로 자주 만날 것을 약속하고 25루블을 주고 갔다.

그러나 아주머니에게 빌린 돈을 갚고 새 옷과 모자와 리본을 사니깐 25루블은 금방 없어지고 말았다. 며칠이 지나 소설가는 다시 마슬로바를 불러냈다. 그녀는 갔다 그는 또 25루블을 주면서 따로 방을 얻어 이사하라고 권했다.

마슬로바는 이 소설가가 얻어 준 셋방에서 사는 동안에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쾌활한 점원과 서로 좋아 지내게 되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솔직히 소설가에게 고백하고, 조그마한 외딴집으로 점원과 함께 이사했다. 그러나 결혼을 약속했던 점원은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녀를 버리고 니즈니로 가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혼자 남게 되었다. 그녀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가기로 작정했으나 만사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열 경찰관이 황색 면허(매춘부 카드)와 정기 검진을 받지 않고서는 그러한 생활을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일러 주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는 다시 아주머니에게로 가야만 했다. 아주머니는 최신 유행의 의상으로 단장하고 망토를 걸치고 모자까지 쓴 그녀의 모습을 보자 갑자기 존경하는 빛을 보이며 반색을 하고 맞아들였고, 이제는 그녀가 제법 굉장한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여 감히 세탁부가 되란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다. 카추샤도 지금은 세탁부가 되거나 안 되거나 하는 따위의 일은 무제도 되지 않았다. 파리한 세탁부들-그중에는 이미 폐병에 걸린 사람도 있었다-이 가겟방에서 대단히 힘든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그들을 불쌍히 생각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그들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노상 문을 열어젖뜨리고 30도나 되는 숨막히는 비누 증기 속에서 바싹 마른 팔로 빨래와 다리미질을 하고 있었다. 자기도 하마터면 그런 지옥같은 처지에 빠질 뻔했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런데 바로 이 때, 말하자면 카추샤가 한 사람의 후원자도 없이 곤경에 빠져 있을 때 사창가에서 여자를 소개하는 뚜쟁이를 만나게 되었다.

카추샤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만, 최근 그 점원에게 버림받은 뒤에는 차츰 술까지 입에 대는 버릇이 생겼다. 술을 마시게 된 것은 비단 술맛을 알게 되어서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술이 지금까지 그녀가 겪어 온 모든 비참한 신세를 모조리 잊게 해주고 맑은 정신으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안정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녀는 언제나 풀이 죽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을 가눌 수가 없었다.

뚜쟁이 여자는 아주머니에게 먼저 한턱 크게 내고 카추샤에게 잔뜩 술을 마시게 하더니 화려한 도시에 있는 멋들어진 유곽에 들어가 돈을 벌면 수입도 좋고 생활도 아주 편하다며 온갖 감언 이설로 그녀를 꾀었다. 카추샤는 양자 택일을 해야 했다. 치근거리는 주인 남자의 강요에 못 이겨 남몰래 간통을 해야 하는 천한 하녀짓을 하느냐, 아니면 생활이 보장되고 법룰로 공공연하게 허락된 상황에서 돈벌이도 잘 되는 매음 생활을 닥치는 대로 하느냐의 갈림길이었다. 그녀는 후자의 길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를 처음을 배신한 사나이와 자기를 버리고 간 점원과, 그리고 그 외에 자기를 괴롭힌 모든 사람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욱이 그녀의 마음을 충동하고 최종적인 결심을 내리게 한 하나의 원인은, 자기만 잘하면 비로드나 비단으로 만들어진, 어깨와 팔을 온통 드러내는 무도회 의상을 마음내키는 대로 맞춰 입을 수 있다는 뚜쟁이의 말이었다. 검은 비로드로 장식한 밝은 황금빛 비단옷, 등과 앞가슴을 깊게 판 깃 없는 야회복을 입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을 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자기의 신분증을 내주고야 말았다(자기의 몸을 내놓았다는 뜻). 그날 밤 뚜쟁이는 마차를 얻어 그녀를 마담 키타예바가 운영하는 유명한 유곽으로 데리고 갔다.

그 때부터 마슬로바는 하느님과 인간의 온갖 계율에 위배된 죄악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생활은 오직 대중의 행복만을 염려하는 정부 당국의 허가뿐만 아니라 비호까지 받아가면서 영위하고 있는 수십 수백만 여자들의 생활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못된 병을 얻음으로써 남보다 일찍 늙어버리고 끝내는 죽고 마는 그런 생활이었다.

광란의 밤이 지나면, 아침과 낮은 깊은 잠에 빠졌다가 오후 3,4시가 넘으면 그 때서야 더러운 잠자리에서 지친 듯 몸을 끌며 일어났다. 그리고는 술 기운을 떨쳐 버리려고 소다수와 커피를 마시고 화장옷이나 잠옷, 재킷이나 가운만 걸친 채 방 안을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커튼 뒤에서 창 밖을 멍하니 내다보든지, 쉬어 버린 목소리로 서로 말다툼을 한다든지 하며 제각기 가지각색들이었다. 그러고 난 다음 몸이나 머리를 다듬고, 광대처럼 화장도 하고, 향수를 마구 뿌린다. 또 옷을 걸쳐 입고 본다. 이럴 때면 영락없이 포주와 옷 때문에 싸움이 일어난다. 거울에 이러저리 몸을 비춰보고는 뺨에 분을 칠하고 눈썹을 그리고, 그러고 나서는 기름지고 당분이 많은 식사를 한다. 그 다음 몸뚱이가 다 비쳐보이는 화려한 비단옷으로 몸을 감싸고 밝고 멋지게 장식된 눈부시게 황홀한 홀로 나간다. 손님이 모여든다. 음악, 춤, 과자, 술, 담배, 그리고 음락-상대는 젋은 사람, 중년 남자, 애송이, 늙은이, 독신자, 기혼자, 장사치, 점원, 아르메니아인, 유대인, 타타르인, 부자, 가난뱅이, 건강한 사람, 군인, 문관, 대학생, 중학생 등등 온갖 계급과 연령, 갖가지 성질의 남자들이 다 있다. 소리 지르고, 농담하고, 싸우고, 욕지거리하고, 음악과 담배와 술, 다시 술과 담배와, 그리고 음악이 저녁부터 밤이 샐 때까지 계속된다. 아침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해방되어 또 깊은 잠에 빠져 버린다. 이러한 나날이 1주일 동안 연속적으로 되풀이된다. 주말이 되면 이들은 그 지역 담당 경찰서로 출두한다. 이 경찰서에서는 진료 담당 의사인 사내들이 어느 때는 몹시 거드름을 피우며 엄숙하게 어느 때는 장난삼아 쾌활한 태도로 범죄를 막기 위하여,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까지 하늘이 부여한 수치심을 무시하면서 이 여자들을 진찰함으로써 1주일 동안 줄곧 그들이 남자와 관계한 죄악의 행위를 다시 계속해도 좋다고 새로운 허가를 내주게 된다. 이리하여 다시금 똑같은 1주일이 계속된다. 그런 식으로 이러한 생활이 여름이나 겨울이나 평일이나 공휴일이나 상관없이 되풀이되곤 한다.

이러한 생활을 카추샤는 7년이나 보냈다. 그 동안 그녀는 유곽을 두 번 옮겼고, 병원에 한 번 입원했었다. 창녀 생활로는 7년째가 되고, 처음 타락했을 때부터 친다면 8년째가 되는 26살 때 우연히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그녀는 미결 감방에 수용되어, 6개월 동안이나 살인범, 강도범 등 온갖 여죄수와 함께 갇혀 있다가 이제야 가까스로 법정으로 끌려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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