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34 1992. 12. 1 (화)
조성기의 '야훼의 밤'을 다시 읽고 있다.
이제 중견작가로 자리잡은 그가 도달한 신앙의 경지는 어디 쯤일까?
혹시 기독교를 넘어서 버린 것은 아닐까?
날씨는 많이 풀렸다.
이제 11월은 가고 올해도 끝자락에 들어섰구나.
아, 무엇을 이루었나.
주신 생명을, 나는 무엇을 향하여 가고 있는걸까.
신앙은 부박하기 짝이 없는 상태 그대로 그저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뿐인데.
아니, 오히려 당초 그 거친 감동의 세계에서 훨씬 더 뒤로 물러앉아 있는 꼴인데.
요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의 어떠함을 알게하사 나로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시편39 읽고 기도드린다.
16735 1992. 12. 2 (수)
JS영과장의 좁디좁은 사고의 틀을 깨우쳐주는데 있어서 나는 무능할 뿐이다.
다만 그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부아만 끊임없이 치솟는다.
외주관리문제로 힐책한 어제의 그 얘기를 그는 가리사니마저 잡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새벽마다 기도드리는 사랑과 온유의 관계를 이루어주소서하는 나의 간구는 위선적이고 중얼거림의 도그마에 지나지 않는다.
남에게 이토록 화를 내는 마음밭이란.
대통령 선거전, 정주영은 바지에 오줌을 지린다던가.
정치판의 성명, 대변인의 발표라는 것-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의 극을 달린다.
어린아이도 알고있는 뻔한 이야기의 흑을 백이라고 우겨대면 그것은 백이 되어버린다.
이런 거짓말의 자연스러움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굳어져서 사람들에게도 아주 천연덕스럽게 먹혀들어가는 형국이다.
퇴근하여 PP갑,SJ엽,KO훈,KM철과 함께 태종대 LD찬씨의 집.
해물탕이랑 소주랑 걸치고, 가요방에 갔다가, 12시 넘어 PP갑이는 자기차에 나를 납치하여 제 집으로.
그곳을 탈출하여 집에 돌아온 시각은 2시에 육박.
16736 1992. 12. 3 (목)
CBS의 '새롭게 하소서'는 내게 많은 은혜를 끼친다.
전과36범의 목사. 그의 어투에는 생명력이 넘친다.
그에게 감화받아 출감후 목회자의 길을 걷는 영주교도소 빵장.
순식간에 한 인격을 변화시키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논리로서 서서히 침투해 들어오는 품성의 변화라던가 순간적인 최면의 무슨 심리적인 문제도 아니다.
그 힘, 그것은 절대자의 뜻, 성령의 역사.
암을 치유한다던가 불치의 병을 고처진다던가 하는 사실도 기적일시 분명하지만 한 인격의 재창조는 더욱 크나 큰 기적이다.
俊이, 코리아 타임스를 받아본다.
어학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는 俊이가 기쁘다.
회색수면.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
16737 1992. 12. 4 (금)
정주영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
돈이 최고라고 자꾸만 부추기는 사회에서 그런 돈쟁이가 한 나라의 권력까지 손아귀에 넣었을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모든게 돈, 돈, 돈.
그나마 한줌 남아있는 어떤 정신적인 윤리의 가치 한조각마저도 기어이 오염시키고 말 것이다.
차라리 정치모리배일 망정 정칫꾼이 낫다.
가장 깨끗한 척, 소탈 정직한척 폼을 잡던 김동길이라는 콧수염기른 어릿광대의 꼴은 보기에 역겹고, 내시처럼 생겨가지고 왕년에 막강 파워를 뽐내던 박철언이라는 꼬마는 정주영 옆에서 쥐새끼같은 눈을 반짝거리고 있다.
여하튼 국민당 따위가 집권하면 안된다.
VERSION 6.0 의 P/C TOOL 책을 산다.
수백종의 컴퓨터 관련 책들이 서가 한쪽면을 천여권이상 가득 메우고 있다.
계속하여 수도없이 쏟아져 나오는 최신 소프트웨어들.
소프트웨어를 위한 또다른 소프트웨어...
누군가 이를 몽땅 통합하여 이거다하고 하나의 표준을 만들수는 없을까.
16738 1992. 12. 5 (토)
퇴근하며 JI우 차타고 SJ엽 과 하리 횟집.
회와 소주를 마시고, 기만원어치 생선회를 싸들고 택시타고 집으로.
俊이, 뜻밖에 생선회를 맛있게 먹는다.
아내와 아들이 입맛을 짝짝 다시며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남편짜리와 아버지짜리는 흐뭇하다.
16739 1992. 12. 6 (일)
토요일, 일찍 퇴근하여 J를 미장원 오게하여 파마.
그리고 목욕탕.
뜨거운 한증실에 들어가 땀을 뽑는다.
후끈한 열기는 언제나 숨을 막히게 한다.
불에 타 죽을래? 얼어 죽을래?하면 나는 서슴없이 얼어죽겠다는 생뚱한 상상을 하며 맥을 놓기도 하고.
맥주로 목욕후 갈증 달래고 집에 돌아오니 彦이가 와 있다.
다시 사기지고 온 맥주마시고 쓰러져 혼곤하게 잠이 든다.
꿈, 그러나 숙면이었다.
나는 소복의 여자를 좋아한다.
거친 흰 광목천으로 감싼 여체의 모습은 가장 여성적이며 육감적이기까지 하다.
일요일, 俊이와 彦이는 간밤 꼬박 세워 공부하였다고.
아침녁, 두 녀석은 P/C앞에서 열중해 있고.
16741 1992. 12. 8 (화)
비 흩뿌리는 월요일.
간 밤의 회색수면으로 몸뚱이가 솜에 젖어 늪 속에 빠진 것처럼 무겁기만 하다.
일찍 집에 돌아오다.
악몽-
어머니의 노망, 그 어머니의 머리통을 부둥켜 안고 나는 하늘,하나님을 향하여 울부짖는다.
옛날의 괴로웠던 시절의 어머니가 데포르마숑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전쟁과 피난행열, J와 나는 강판 무더기 속에 갇힌다.
그곳을 어찌어찌 빠져나와 J는 남으로, 나는 북으로... 엇갈려 멀리 바라보며 서로를 소리쳐 부른다.
머릿 속은 수은 가득.
아, 새벽인데.
16743 1992. 12. 10 (목)
신문에 난 사진 한 컷.
콧수염 난 김동길과 복덕방 영감같은 김복동이가 머리 띠를 두르고 조선일보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진.
두 어릿광대.
YH동 과장 아들네미 결혼식 참석.
아이들 시험공부하는 새벽.
내 방에 앉아 말라기 읽는다.
16744 1992. 12. 11 (금)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린다.
또 저무는 한 해.
한해 한해가 참 빨리도 흘러가는구나.
젊었을적의 1년은 참 길고도 다양하였는데, 나이 먹어 1년은 참 짧고도 단조롭다.
그러나 주, 나의 하나님.
남은 목숨, 진부하고 단조롭게 내버려 두지 마소서.
찬연한 불 꽃 한번 피우게 하소서.
FLOATING DOCK 장기 보수유지 계획 작성.
약 8억의 예산.
오늘의 부차장회 망년회를 위하여 120만원 찾아 놓는다.
코모도 호텔 중국관.
기온 뚝 떨어진 새벽.
비엔나 소년 합창단, 풋풋한 풀잎들의 목소리, 캐럴.
16745 19923. 12. 12 (토)
'새롭게 하소서'
미국 이민가 있는 부부, 아기를 낳다가 아내는 죽음에 직면한다. 필사적인 기도와 하나님을 향한 신뢰, 아내는 살아났으나 기억 상실, 뇌세포에는 그 어떤 기억도 남아있지를 않다.
그러나 그녀의 뇌세포에 남아있은 것은 오직 하나, 하나님을 향한 찬송 뿐이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그 녀의 언어는 백치의 언어이지만, 그 목소리는 천사처럼 맑다.
이것이 진짜다.
어떤 충격으로 사고능력, 의식, 기억이 사라졌을 때.
그 때에 신앙도 더불어 사라진다는, 신앙이란 의식능력의 구석에 있는 어떤 생리조직에 불과한 기능이라는.
나를 짓눌러 늘 회의케 하던 이른바 '신앙의 비절대성'을 여지없이 깨부순 하나의 실증.
마지막 남은 하나의 생명, 그것은 신앙이었다는 이 실증.
부차장 망년회.
코모도 호텔의 두꺼운 양탄자, 샹들리에.
중국관의 대연회장, 여러개의 테이블에 나뉘어 둘러앉아서 여덟코스 짜리 요리를 먹고, 청사초롱 나이트 클럽.
미끈미끈한 무희들과 현란한 무대.
그러나 쇼는 어설프다.
120만원의 경비는 순식간에 바닥이 난다.
총무란 이 맛이다. 호기롭게 공금을 뿌려대어 돈쟁이 폼을 잡는 것.
토요일, 작취미성의 아침.
俊이는 오늘 시험이 끝난다.
새벽 기도의 장소는 오늘 출근하여 빈 회의실로 옮겨졌다.
16746 1992. 12. 13 (일)
대통령 선거일 앞으로 5일 남았다.
이종찬이라는 정칫꾼 또 돈에 팔려 국민당 입당.
정주영은 죽기살기로 대통령을 한번 해먹고야 말겠다는 기세다.
돈쟁이 밑에 모인 그 면면들- 김동길, 김복동, 박철언, 이주일, 강부자, 최불암 거기다가 이제 독립지사의 후예를 표방하는 이종찬까지 꼬여 들었다.
돈쟁이가 양김씨를 씹어대니까 오히려 양김씨가 훌륭해 보인다.
토요일, 비디오 '에쿠우스' 감상.
피터 쉐퍼는 천재적인 극작가이다.
시드니 루멧 감독, 리처드 버튼이 다이사드 역을 맡았다.
내용을 이해치 못하는 내게도 그의 영어대사는 아름다운 리듬을 지닌 노래소리로 들린다.
에쿠우스- 자유함, 생명, 순수, 원시의 열정....맑은 영혼.
연말, 연일의 음주로 뒷꽁무니 사정은 지극히 좋지 않다.
16747 1992. 12. 14 (월)
일요일 회사나가서 회사돈으로 소고기 전골로 배불리 점심만 먹고 한일도 없이 '계부'라는 서스펜스 테이프만 빌려 들고 돌아오다.
俊이는 J석 이와 시내 영화보러 나갔다고.
나중에 들으니 '죽어야 사는 여자'라는 영화.
왕년에 영화광이었다고 자처하는 나는 '무얼 비싼 돈주고 영화관까지 가서 영화를 보아? 비디오 테이프로 집안에서 편안히 볼수 있는 것을'하는 생각이 있으니.
나는 사이비 영화광이다.
16750 1992. 12. 17 (목)
부산, 그것도 해양성기후의 영도조차도 제법 추위를 느께게 할 정도로 며칠째 차가운 날씨.
이렇게 추운 군상들이 옹송거리고 부대끼며 살고들 있는데, 마치 모든 것은 12월 18일날 결판이 날것처럼 온 나라는 대통령 선거 하나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지난 선거처럼, 뚜렷하게 부각되는 민주와 자유등 시대정신의 뚜렷한 이슈가 없기 때문에 더욱 혼탁한 선거 분위기다.
전장과 이동승대리- 노르웨이 출장.
15일간.
떠나기 전 그 출장비 계산 관계.
함께 한잔.
새벽, 시원찮은 배변후 목욕을 하고 발톱을 깎는다.
한결 가쁜한 몸과 마음.
오리털 잠바 둘러쓰고 내 방의 냉기 속에 잠긴다.
시편읽고 불 꺼.
기도.
16751 1992. 12. 18 (금)
FLOATING DOCK BARGE 제작 건.
공사비를 3억 5천 정도로 후까시하여 산업은행 시설재 융자신청하다.
하여튼 대선조선의 그 조심성과 고리타분한 보수성은 알아줘야 하리라.
대통령선거 막바지.
부산 무슨 복국집에서 기관장들 모여 김영삼 지지를 위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대화들을 하다가 국민당에 도청 당하였다.
김영삼 표가 우수수 떨어진다.
국민당이라는 돈쟁이 엉터리 정당의 발악은 섬찟하기까지 하다.
16752 1992. 12. 19 (토)
J의 산만한 저리정돈 습성은 알아줘야 한다.
주민등록증을 어디에 뒀는지, 쑤세미같은 서랍마다 뒤져 보았지만 찾지 못하고, 운전면허증 들고 기표소 갔으나 그것으로는 토표할수 없다고 하여 하릴없이 나만 박찬종의 칸에다 동그라미 하나를 찍어주고 돌아오다.
투표율 81%.
TV에서는 밤새도록 개표 중개.
TV를 안방으로 옮겨놓고 자면서 깨면서 게임을 즐긴다.
새벽.
김영삼 8백만표를 넘어서고, 김대중 6백5십만표, 정주영 3백만표, 박찬종 1백만표.
80% 가까운 개표율의 상황인데 김영삼 거의 당선 확정이다.
내가 지지하였던 박찬종, 단기로서는 선전이다.
썩는 냄새나는 정주영의 3백만표에 비하여 박찬종의 1백만표는 향기가 난다.
16753 1992. 12. 20 (일)
김영삼 대통령 당선.
어눌한 그의 언어에도 이제 막강한 권위가 실린 것이다.
김대중, 의원직 사퇴하고 정계 은퇴 선언.
역시 대인의 풍모가 있는 사람이다.
물러가는 거인의 뒷모습은 장엄한 아름다움이 있다.
퇴근하여 서면 PS곤의 가게로.
JN영은 나오지 못하고 KH근 과 개고기, 소주.
그리고 카페에서의 맥주.
일요일, 비 흩뿌리는 겨울 바다.
16754 1992. 12. 21 (월)
俊이에게는 명민함이 있다.
컴퓨터를 이해하는 속도나, 논리를 추리하는 능력의 俊이는 아주 뛰어나다.
英이의 뛰어난 머리와 천부적인 음악성은 다분히 세속적인 경향이고.
英이 오늘부터 아르바이트.
레스토랑의 서빙.
10시부터 4시까지 일하는데 일당은 1200원.
값진 경험이다.
새벽, 비는 그쳤다.
16755 1992. 12. 22 (화)
대통령 선거후의 어수선함, 또는 허전함 같은 부위기가 여기저기에 깔려있다.
P상무를 비롯한 전라도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풀이 죽은 모습들이다.
나 역시 김영삼의 신한국에 대한 기대와 최초의 문민대통령 탄생을 바라보는 설레임이 없는 바 아니다.
Q.C의 송광호 기사, 두성수산 선주감독에게 폭행 당하다.
진단서 떼어 고소한다고 벼르고 있는데 이의 중재는 골치 아픈 일이다.
TV '인간시대'
통영 앞 바다의 작은 섬, 어의도.
그곳에 달랑 두자매만 살고 있는 집.
그나마 언니는 내년 봄이면 육지로 떠나고 12살짜리 동생만 남게 된다.
부모없는 다섯자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고향이 있어 살수가 있고, 피를 나눈 형제들의 그 애틋한 정이 있어서 행복하게 홀로 살수가 있는 것이다.
英이 어제 첫 알바이트 출근.
오늘 대입 시험.
16756 1992. 12. 23 (수)
긴시간 P/C 앞에 앉은채 전자파의 집중공격을 당한 시력은 그래서 그런지 요즘 더욱 떨어졌다. 조명이 어두운 사무실의 화장실에서 활자를 읽는다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어제 대입시험.
극심한 교통난으로 통근버스들은 출근시간 8시를 훨씬 넘어서야 회사에 도착하였다.
송광호를 폭행한 두성수산의 김재헌 차장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항의하고, 국궁의 사과를 받아내어 결국 송광호의 감정은 풀리다.
J, 케익과 카드를 들고 큰 집에 다녀오다.
시큰둥한 모습의 형수였던 모양이고,J는 이제 그런 것에 아랑곳 않는 어른이다.
16757 1992. 12. 24 (목)
나는 다분히 하나의 열망이 솟아오르면 그것을 주체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나 당장은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어제도 그렇다.
죄그만 일본 만화책, 그 책을 누가 갖고있는 것을 들처보고는, 만화의 대화체에서 일본의 관용어를 익히는게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그 책을 구하려고 작업복을 입은채 시내 책방을 누벼서 겨우 남포문고의 한 쪽 구석에 있는 이미 헌책이 되어버린 그 만화를 찾아내어 구입하고야 만다.
퇴근하여 P/C 앞에 앉아서 깨어진 한글 폰트를 연구 연구하여 복구하다.
무수한 디렉토리와 파일의 숲을 찾아 헤매다가 발견하여 고쳤을 때의 성취감.
16758 1992. 12. 25 (금)
크리스마스.
요즘은 옛날처럼 크리스마스이브의 축제와 같은 들뜬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그 때에는 이 날만은 올나이트하며 즐겨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촌스러운 바 없지 아니하지만.
J의 말처럼 요즘이 세련되었기 때문에 그 때가 촌스러웠던게 아니고, 순박한 그 감정들의 거칠음이 촌스러웠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英이는 교회에서 헨델의 '메시아' 공연.
J는 英이를 보려고 교회에 간다.
크리스마스.
얼어붙은 강추위.
크로이체르 소나타.
16759 1992.12. 26 (토)
창립기념일, 얼굴을 내밀지 않아서는 안될 것 같아 추운 아침 회사에 나가니 난리가 났다.
쏘련의 수리선이 DOCKING되어 있는 FLOATING DOCK의 부양중에 끝부분의 구조물이 떨어져 나가고 도크의 선수부는 부양되고 선미부는 침하된 상태.
부력과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엄청난 힘싸움의 결과다.
뻥!!
창립기념일 고사준비를 하던 총무과 직원들의 혼비백산은 짐작할수 있겠고 음식을 차리던 아줌마는 주저앉아서 오줌을 쌌단다.
한밤중이나 휴일에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면 정말 큰일 날뻔 하였다.
쏘련배는 절단이 났을 것이고 대형 인명사고도 생겼을수 있었다.
설처대는 Sh 씨, 아무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우왕좌왕하는 임원 나부라기들.
그나마 일머리를 틀어주는 사람들은 P상무와 DOCK MASTER 정도이다.
16761 1992. 12. 28 (월)
일요일 새벽, 안개같은 빗물에 잠겨있는 겨울 태종대, J와 함께 걷는다.
10,500보.
휴일의 현장, FLOATING DOCK의 END PART의 중량이 500톤을 넘어서서 동원된 300톤짜리 해상크레인은 감당을 못하여 외판이 다시 찢어지고 크레인 후크가 망가져 버렸다.
아무 도움 닫지 않는 나는 오후, 튀김닭 사들고 돌아온다.
英이에게는 친구 원주가 와 있고, 俊이에게는 친구 천우가 와 있다.
아이들 맛있게 먹는 튀김 닭.
16762 1992. 12. 29 (화)
SB-397 진수.
중공 오성홍기가 게양되고 중공의 국가가 울려 퍼진다.
격세지감. 무시무시한 그 나라가 이제 다정한 이웃이 되었다.
FAT진수의 장관.
이 진수기술을 지휘하는 YH동 과장, 그가 내년2월 정년퇴직하면 KC원 이 과연 감당할수 있을까.
나는 이것이 미상불 걱정이 안될수 없는 노릇이지만, YH동 과장의 촉탁 연장근무에 기대하는 나의 낙관주의는 교활한바 없지 않다.
내가 YH동 과장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을 생각은 먹지 않은채.
FLOATING DOCK에서 떨어져 나온 구조물은 밤늦게 겨우 겨우 들어올려 1선대에 앉히다.
그 사고로 몇날 며칠째 철야 근무하는 사람들.
나는 8시 지나 슬며시 회사를 빠져 나온다.
16763 1992. 12. 30 (수)
대취하여 12시 넘어 돌아와 마루에 정좌하고 앉아서 맥주 한병을 앞에 놓고 음악을 듣는 행위는 무슨 객기인가.
생산 관리부 망년회.
지글지글 고기구워 배를 채우고, 소주를 마시고, 술파는 노래방에 빙 둘러앉아서 소리소리 노래를 부르고 흥들을 돋군다.
겨우 겨우 일어난 아침.
아마도 FLOATING DOCK 사고에 대한 보험 청구건의 숙제가 없었다면 틀림없이 회사를 빼 먹었을 것이다.
작취미성의 오전 일과.
그러나 도면을 그리고 사고내역과 물량을 뽑는 그 정신까지는 취해있지 아니하다.
英이는 아르바이트 그만두었다고.
모처럼 집에 죽치고 있는 英이에게서는 따분한 룸펜의 냄새가 난다.
반짝반짝 빛나던 英이가 저토록 따분한 것.
16764 1992. 12. 31 (목)
올 마지막 날.
꿈- 군대의 내 사수 정의택병장, 권병장 등장.
옛친구 김동진, 회사의 박영태도 등장.
형과 형수도 등장, 배경의 어머니.
연일의 음주로 곤비한 육체는 돌처럼 가라앉지만 숙면은 아니다.
대입시험, 300점을 넘는 것은 예사.
작년보다 10-20점 상승하였다고.
Hw선생님 막내아들, 경희음대 낙방.
S이는? 누구누구의 아이들은? 누구는? 누구는?
올 끝 날.
회한이 없을수 없으며 허망이 없을수 없겠으나, 다만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고갯마루를 넘어서 내려가는 내리막길은 참 빨리도 내려가 지는구나 하는.
동트는 수평선.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