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96 1993. 2. 1 (월)
俊이 숙제 덕에 다시 읽어보는 전상국의 '여름손님'
가면의 꺼풀을 벗겨라. 부자유스런 거짓 몸짓을 그처라.
그리하여 고상을 떠는 마누라를 향하여 소리 질러라.
"개쌍년! 고향도 친구도 모르는 잡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소설 속에는 내 기억 속의 그것들이 소롯이 담겨져 있다.
임병석과 황야의 칠인들이 주위에 두었고 경험하고 가졌던 그것들.
안국동, 기마경찰대, 돈암동, 동도극장...
제목만 들어도 설레이던 스크린의 장면들, 그 숱한 배우들과 감독들,코닥의 브라운 칼라, 갈색 필름 조각의 환희며, 그러다가 곧 추락해 버리고 마는 황량한 현실의 세계며...
임병석은 바로 나였다.
어쩌면 임병석이보다 더욱 현실감각이 결여되었던 놈.
그래서 임병석보다 더욱 고독하였던 한 영혼, 그것은 바로 나였다.
16798 1993. 2. 3 (수)
JS봉 노조 위원장 당선자에 대한 을종 인사위원회.
무슨 군법회의 폼들 잡고, 총무상무가 재판장으로 중앙에 버티고 앉고 그 좌우로 나를 비롯한 총무부장, 구매부장, 현노조위원장이 배석하고 인사과장이 간사로 한 쪽에 앉아서 기록과 녹취를 담당한다.
JS봉, 그는 화이트칼라의 누구보다 똑똑하다. 그는 실은 방통대 법학과 출신이다.
3시간여 걸쳐 진행된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어떤 심증의 형상일뿐이다.
다음에 증인을 참석시켜 진행키로.
오렌지족이라는 서울 압구정동의 어린 부자들.
스무살 남짓한 녀석들이 제 소유의 그렌저를 몰고 다니고, 하루 술값이 기백만원, 저희끼리만 모이는 나이트 클럽의 고액회원권..
이런 족속들에게 예전 히피족,비트족처럼 무슨 문명사적인 의미를 주는 것은 타당치도 않다.
히피, 비트, 로스트 제너레이션, 앵그리 영맨- 기성을 향한 불신과 반항,문명거부, 평화애호,자연회귀등 어떤 문명사적인 사회현상과는 전혀 다른 기생충들일 뿐이다.
오렌지족이라는 것들은 한낱 맘몬의 헤돈의 광휘에서 생겨난 박테리아일 뿐이다.
결코 문화가 아니다.
빈민굴 사창가의 양아치들은 사회구조적 의미의 천착이라도 있을수 있으나 이 녀석들은 황금 최고주의의 풍조에서 피어나는 양아치새끼들일 뿐이다.
새벽 목욕 시편119
기도.
16799 1993. 2. 4 (목)
대학 입시 부정.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주도한 입시 범죄.
일류대학 학생들을 신문광고로 끌어들여 대리시험을 치게 하였다.
그 학생들 중에는 현직 검사장의 아들도 있는데, 그 아버지는 사표를 냈다.
광운공대에서는 컴퓨터를 조작하여 부정입학을 시키고.
공정한 룰이 민주사회의 요체가 아니더냐.
광주의 삐삐를 이용한 컨닝 부정시험은 오히려 순진하기 짝이 없다.
황금만능을 위한 간판주의.
이 일사불란한 삶의 양태.
나 역시 한치 벗어나지 못하는 이 時代人의 비극.
퇴근무렵. 외주 시수집계 관계로 P상무 에게 싫은 소리 듣다.
한심 두심 세심한 JS영 과장.
그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는 그래도 인하공대 조선공학 학사이다.
늦잠, 제임스 골웨이의 플롯이 연주하는 비발디의 사계.
닭울음소리 들으며 침묵의 기도.
16800 1993. 2. 5 (금)
입춘이 지나고 이제 봄은 어딘가 숨어 기지개를 편다.
안정효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아껴 가면서도 결국은 다 읽게 되고 말았다.
후반 임병석의 씨나리오 '무책임한 두주일'등 플롯은 다소 엉성한 면도 있었지만 모처럼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작가의 영화에 대한 박물학적 지식과 애정도 좋았고, 그 배경 속에서 구체적인 형태와 냄새를 가지고 나를 잠기게 한 그 분위기도 좋았다.
다시 안정효의 소설 '하얀전쟁'을 KK곤 에게서 빌려 읽기 시작한다.
처음에 나는 영어에 능하다는 번역가 안정효가 빠다 냄새 풍기는 매끄러운 작가인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퀴퀴한 된장 냄새가 난다.
DATA BASE- 한두시간 집중하여 기본 매뉴얼을 파악하였는데 굉장히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여사원 KY경을 교육하여 외주 정보를 입력시킨다.
약 400 RECORD의 데이터 입력.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대입 부정.
수법도 가지가지.
블라디미르 아스케나치가 연주하는 쇼팽의 발라드를 들으면서, 새벽 어둠 속에 뿌연 빛을 내며 늘어서 있는 가로등을 내려다보면서 내 어느 구석 잠들어있을 옛 해맑은 감수성을 찔러본다.
16803 1993. 2. 8 (월)
마흔여섯번째 생일날, 일요일.
PS곤 , JN영 , KH근 부부와 함께 초읍 덕산선방.
요가- 팔이 짧은 나는 도무지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할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가부좌도 되지 않는다.
온 몸을 이리저리 비트니까 오랫 동안 사용치 않아 녹이 슨 관절들이 삐거덕 삐거덕 비명을 지른다.
정적인 요가의 동작은 굉장한 운동량을 요한다.
관장이 끓여주는 차를 마시고, 어린이 대공원 옆자락을 타고 산에 오른다.
만덕고개를 넘고 2시간 30분의 산행 끝에 남문에 도착.
산의 장삿집들, 방마다 꽉꽉 들어찬 산꾼들, 염소를 굽고 백숙을 삶느라 법석이고.
방마다는 고스톱판이 벌어져 있다.
그곳 한 방에 둘러앉아 산성밀주를 마시고 도시락을 먹고 백숙을 뜯는다.
얘기들과 왁자지껄한 웃음들.
몹씨 바람불어 추운 산위에서 모처럼 친구들의 만남은 다숩다.
PS곤이 다리가 휘청거릴 만큼 취한 모습을 본 것은 몇십년만인지.
KH근이는 술 담배를 단연 거부하는 의지를 과시하고.
케이블로 산을 내려와 지하철 타고 돌아오다가 PS곤이는 그예 양정역의 휴지통 속에 머리를 박고 토해내고 만다.
16804 1993. 2. 9 (화)
요가에다 산행에다 너무 무리를 하였다.
오른편 무릎 관절이 몹씨 결린다.
대학입시 부정- 광운대의 부정은 학교차원의 조직적 부정임이 드러난다.
英이가 한마디 하는 말.
"꼭 그렇게까지하여 갈만큼 대학이 가치있는걸까?"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내뱉은 딸네미.
16805 1993. 2. 10 (수)
JS봉의 1차 을종인사위원회 때의 50페이지에 이르는 녹취록을 읽어보니 빈틈이 너무 많다.
위원들의 질문은 오로지 문제 제기에 그친 감이고 JS봉의 답변은 시종 빈틈이 없다.
오늘의 2차 인사위원회가 몹시 부담스럽다.
신입사원 12명 ORIENTATION.
설계 5명, 영업, 기획, 경리, 기계사업부, 비서실등 발령.
갖 대학을 졸업한 그들에게 개략적인 조선업의 특징을 설명하여주고 PY범을 시켜 현장 견학을 시킨다.
어제 본 '인간시대'
에콰도르의 가난한 산촌 마을은 장수촌.
105살 영감님의 95살 할머니를 향한 연정.
질박하고 단순하고 부유하지 않은 그 삶의 양태가 그들을 오래 살게 하는 것이다.
오래 산다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 산다.
그곳의 자연환경도 좋겠지만 그 보다도 소박한 사랑이 그들을 오래 살게한다.
16806 1993. 2. 11 (목)
어제 2차 을종인사위원회.
심문을 받는 JS봉보다 심문하는 쪽이 오히려 논리의 줄거리를 잃고 있는 느낌이다.
규명코자하는 핵심은 무엇인가?
회사의 어떤 음모는 단연코 없었는가.
나는 다만 부담스러울 뿐이다.
무려 4시간에 걸친 그 짓거리.
퇴근하여 뚱집에서 Y부장,S과장,K과장,LB걸,HI수등과 쐬주를 마신다.
16807 1993. 2. 12 (금)
어제 직원들 모아놓고 회의.
가장 어설픈 JS영 과장이 그래도 할말은 가장 많다.
중간쯤 읽어가는 '하얀 전쟁'
점령지 소설이란 무얼 말하는 것인지.
다 읽어봐야겠지만 안정효의 이 소설은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보다 내게 어필하는 바는 적다.
오늘 또 3차 인사위원회.
진부하고 부담스럽기만한 재판놀이.
피곤할 뿐이다.
새벽.
겨울 동트는 바다, 놀은 저리도 곱다.
기도.
16808 1993. 2. 13 (토)
총무부장의 독선으로 을종인사위원회 연기.
다른 위원들은 그의 둘러리일 뿐이다.
Y과장의 촉탁근무 난항.
사장과 전무가 반대하고, P상무 역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P상무의 중언부언, 변명도 아니고 설득도 아닌 그런 얘기들은 듣는 사람에게 고단함과 불쾌감만 줄 뿐이다.
퇴근하여 인사과장과 마시다.
나와 동갑인 커단 덩치의 M과장은 그래도 나와는 맞는 구석이 있다.
여러 집을 돌면서 퍼 마셔, 대취하여 돌아오다.
16809 1993. 2. 14 (일)
토요일 일과후의 오후, 회의실에서 GJ도와 그저 호승심만이 가득한 바둑을 두다.
파죽지세로 이겼을때의 기분 좋음은 유치한 것이고, 그 바둑은 바둑의 道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엉터리다.
J, 미장원 오게하여 파마를 한다.
머슴애들도 혹 들르기는 하지만 여자들틈에서 머리에 무엇을 뒤집어 쓰고 앉아있는 꼬락서니는 과히 볼만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요일 새벽.
J를 깨우려 한다. 함께 태종대 가려고.
16810 1993. 2. 15 (월)
태종대, 윗길로 들어설때는 아직도 컴컴하더니, 등대 쯤까지 오자 버얼건 여명, 태종대 입구를 나설 때 쯤은 완전히 날이 밝는다.
밤차로 내려왔는지, 근처에서 숙박을 했는지 모를 서울말씨 쓰는 젊은 남녀들이 새벽의 태종대에는 가득하다.
이른 새벽에 음식점들은 불 밝혀 호객을 하고, 토요일을 겪은 유원지의 길바닥 곳곳에는 간밤 토사물이 널려있다.
해장국 먹고 돌아와 나는 회사로 간다.
DATA BASE를 만지작거리다가 박세동에게서 구입한 무선 전화기를 가지고 돌아오다.
일요일 오후, 마루에 앉아서 술을 홀짝인다.
별로 당기지도 않는 술을 홀짝거린다는 것은 순전히 타성이다.
16811 1993. 2. 16 (화)
제2인자 Sh씨.
그의 자아도취적인 독선으로 회사는 날로 경직되고 정체되어 있음을 그 자신만 모르고 있다.
3차 인사위원회.
재판정 놀이, 세사람의 위원은 결국 한낱 판관의 폼도 잡지 못한채 판결은 유예되고 말았다.
사장과 전무의 신색을 읽어 그 뜻을 받들어 어떻든 결정은 내리게 될 것이다.
따뜻한 날씨.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16812 1993. 2. 17 (수)
2선대에서 건조하는 SB-395 해양대학교 실습선.
진수 고정대가 잘못놓여 수런거리다.
Y과장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더니만.
한편 고소하기도 하지만, 관리부서의 장으로써 불편한 것은 어쩔수 없다,
오후에 의장과 팀과 둘러앉아서 의장 SKILL의 ACTIVITY를 보다 SIMPLE하게 DEFINE한다.
섬세하다거나 장식적이 아닌 J에게는 내게 없는 훌륭한 점이 많다.
직선적인 결단력, 입의 무거움등.
부부의 성격이 바꾸어 되었으면 이 집안은 좀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태림아파트 욱이네 집.
몇천몇만원으로 매입, 몇천만원의 전세.
어제는 종일 겨울비 내렸는데 수요일 새벽, 비는 그치고.
俊이 방에서 기도.
16813 1993. 2. 18 (목)
안정효 '하얀전쟁'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한기주병장의 무기력한 삶과 변진수의 강박적 삶의 배후에는 월남전의 악몽이 있다.
경험의 기억 속에 전전긍긍하는 그곳 소설의 세계.
그 세계의 편린에서 또 한조각의 나를 본다.
퇴근하며 튀김닭 한 마리 사들고 돌아와 양주를 마신다.
국산 양주 마패 브랜디- 스카치보다 마시기 수월하구나.
술마시기가 무슨 노동인가. 수월하다니.
참 구제불능.
16814 1993. 2. 19 (금)
사회살이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식이 필요하다.
그 요식은 관계의 미묘함들을 한줄의 언어로서 명확하게 규정해 버리기도 한다.
법과 제도라는 것.
媛이에게서 전화.
토요일, 조카녀석 基 부산 내려 보낸다고.
봄은 어딘가 숨어있다.
16815 1993. 2. 20 (토)
'하얀 전쟁'
작전이 끝난후 1개소대 병력중 단 9명만 살아남았다.
정글의 전쟁- 부비트랩에 걸려 대나무 꼬챙이에 벌집이 되어 죽고, 전우의 대검에 적으로 오인되어 찔려죽고.
아무런 명분도 없는 남의 전장에서 그토록 극한상황을 겪고 돌아왔을 때, 고국의 세상은 얼마나 천연덕스러웠을까.
그 천연덕스러움은 그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그러다가 서서히 무력감에 빠져버리고, 이윽고는 그 처참한 기억의 늪 속에 갇혀버리게 된다.
옛날 제3육군병원.
5병동에는 손발이 절단되고, 눈이 멀고, 심지어 몸통만 달랑 남아있는 파월 부상병들이 숱하게 있었다.
그들은 그나마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월남의 정글 속에서 죽어간 젊은이는 또 얼마나 많았는가.
1968년 무렵 상병이었을 거다, 다분히 나는 낭만적인 기분으로 파월을 지원하려 하였었다.
십자성부대나 비둘기부대의 보급이나 의무병과로서.
당시에는 맹호나 백마에 가서 팔일공 위생병으로서의 작전 참가가 당연한데도 무슨 낙관주의였던지.
어쨌든 나는 부상병의 그 리얼리즘을 눈 앞에 보면서도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였던 소년이었을 뿐이었다.
월남전은 그러구러 나를 비껴 갔었다.
그 때 5병동의 부상병들은 지금 어디서들 살고 있을까.
어쩌면 한기주나 변진수가 되어서 지금 어디선가 가쁜 숨을 쉬면서 나의 천연덕스러움을 성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토요일 새벼.
英이는 과의 M.T가기를 포기, 俊이는 23일 방학,
16816 1993. 2. 21 (일)
바람불고 을씨년스러운 날씨.
머릿속, 콧구멍, 목구멍에는 감기기운 가득.
모처럼 基 내려왔지만 J와 아이들만 큰집에 가고 나는 한병 소주에 불콰해가며 마루에 길게 앉아 '왕과 나'를 감상.
몇번이나 본 영화이지만 뮤지칼의 매력은 이 옛날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J와 아이들 늦은 시각 돌아오고 나는 혼곤한 잠에 빠진다.
추적거리며 비내리는 일요일.
16817 1993. 2. 22 (월)
정지영 감독 '하얀 전쟁'
소설과는 다소 다른 뉴앙스의 영화이지만 못 만든 영화가 아니다.
변진수역을 맡은 이경영이 좋았다.
한기주의 안성기는 어딘가 매너리즘..
동경영화제 작품상.
서울서 내려온 基, 俊이와 彦이 哲이 데리고 태종대 자유랜드.
비가 온후 썰렁한 유원지, 서울에 비하여 형편없을 규모인 그 놀이터의 위락기구들이 基는 재미있었는지.
목화그릴에 데려가 돈까스 사먹이고 근처 노래방.
조그만 녀석들이 최신 유행가요를 서슴없이 불러제낀다.
그리고 승즌이의 노래 실력에 나는 깜짝 놀라 버린다.
좋은 목소리, 리듬감도 완벽하고 뽕짝의 테크닉도 구사하는 노래 솜씨.
아이들 대장은 모두들 이끌고 집으로 온다.
기다리던 J는 김밥을 한쟁반 말아 놓았다.
근 20만원 작살났지만 모처럼 서울녀석 基가 온 덕분에 청소년 문화를 만끽한 것이다.
16818 1993. 2. 23 (화)
어제 오후부터 기온 급작스런 하강.
퇴근 무렵에는 심한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한겨울보다 춥다.
英이는 어제 基에게 부산구경 시켜준다.
학교로, 대연동, 광안리, 수영만, 남포동...
서울 촌놈 基는 사촌 누이와 함께 비로소 부산구경을 한 것이다.
오늘부터 俊이 방학.
16819 1993. 2. 24 (수)
제법 매서운 추위다.
영하 4도인데도 바람 때문에 영하 10도쯤의 추위이다.
이 추운 날, 어제는 俊이, 彦이, 基, 哲이 네녀석들은 이곳저곳을 쏘다녀 돌아다녔다.
서울녀석을 끌고 돌아다닌 곳은 보수동 헌책방 골목, 용두산공원을 거처서 금강공원으로 하여 금정산까지 올라갔던 모양.
16820 1993. 2. 25 (목)
충격적인 뉴스.
나와도 가까운 HY선용의 Hw사장, 중학교 영어교사인 아내의 칼에 찔려 죽다.
그 아내는 JM교의 처형이기도 하다.
아아, 무엇이 가시버시를 서로 죽이게까지 하였는가.
서울의 조카 基는 俊이 彦이 哲이의 배웅받으며 서울로 돌아가다.
오늘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
새로운 문민정부의 출범인데,
변하려나 더럽고 썩은 것들.
16821 1993. 2. 26 (금)
죽인 아내와 죽은 남편.
그 갈등구조와 순간적인 심리상태에 대하여 쑥덕이고들 있지만, 그 내면의 디테일을 어찌 짐작이나 할수 있으랴.
유추하고 해석하여 폄론을 벌임은 그 부부를 다시 한번 욕되게 하고, 더구나 JM교의 입장을 욕되게 할뿐이다.
이문열의 '시인'
이것이 소설인가, 무슨 고증을 위한 논설문인가.
이 소설에 대한 거부감.
가득 폼을 잡는 현학의 표정, 혐의니 일탈이니하는 투의 상투적 어휘, 행간에 너무 자주 드러내는 작가의 얼굴.
英이 운전면허 필기시험 낙방, 큰소리치던 英이 코가 납작해지고 말았다.
俊이 성적표, 영어는 1등, 다른 과목은 중간.
16822 1993. 2. 27 (토)
한진조선의 사고.
우리회사와도 거래가 있어 나와도 안면이 있는 한국계기의 2명의 직원.
비파괴검사인 방사선 촬영을 위하여 수리선 탱크 속에 들어갔다가, 사람이 들어간줄 모르고 선원은 맨홀 카바를 모두 잠궈 버렸다.
그 완전 밀폐된 탱크 속에는 발라스트를 위한 해수가 주입된다.
상상컨대 그 죽음의 상황은 극한중의 극한이다.
완전히 밀폐된 깜깜한 탱크 속, AIR VENT를 통하여 쏟아져 들어오는 해수는 점점 차올라온다.
VERTICAL LADDER에 매달린채 온 팔뚝이 피투성이가 된채로 그들의 시체는 발견되었다.
나는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리 끔찍한데 그들은 그렇게 죽었다.
16823 1993. 2. 28 (일)
YH동 과장, 정년을 마치고 떠나다.
그가 그렇게 사정하는 촉탁근무는 어려울 듯.
P상무, 자신이 뜻이 없는걸 공연히 사장 전무의 핑계만 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