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대사와 꺽정이가 쇠갓 동행과 함께 제주를 떠나서 강진으로 돌아왔다. 대사와 꺽정이는 장흥으로 작로하려는데, 그 동행은 해남 한덕을 간다고 하여 달포 동 행이 동서로 갈리게 되었다. 동행하는 동안에 성명을 말한 일이 없던 그 사람이 서로 작별할 때에 “나는 이지함이란 사람이다.”하고 성명을 알리어 주었다. “ 이씨가 이상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예사 선비가 아니다. 지모방략이 삼군 의 대장이 될 만한 사람이다. 그러나 일평생 크게 쓰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 사람이 양반인 모양인데 어째서 쓰이지 못할까요?” “양반이라고 저마다 쓰이 게 되나, 때를 못 만나면 할 수 없지.” “때를 못 만나다니요? 양반이면 쥐새끼 만 못한 것도 잘 쓰이는 때에 때를 잘 못 만나면 다시 만날 때가 어디 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