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덕순이가 집 문간에를 와서 보니 밤도 늦지 아니하였는데 대문은 벌써 닫히었 다. 들창에 불빛이 보이는 행랑방이 없지 아니하나 문 열라고 소리치기가 어려 운 까닭에 사랑 뒷담께로 돌아가서 담을 넘어 들어왔다. 사랑방, 수청방 할 것 없이 불이 켜 있는 방이 하나도 없다. 사방이 캄캄하였다. 덕순이는 사람 없는 사랑마당에 주주물러 앉아서 대성통곡을 하고 싶었으나, 억지로 참고 안중문간 에 와서 중문을 밀어보니 역시 빗장이 걸리었다. ‘어머니도 아니 계시고 젊은 동서끼리 집을 지키고 있으니까 밤 저녁이면 집안이 휘휘해서 일찍 문을 닫히는 게다.’ 하고 생각하며 덕순이는 발씨 익은 대로 다시 사랑 뒤로 돌아와서 안으 로 통한 일각문 담을 뛰어 넘어왔다. 아무리 뛰엄질 잘하는 덕순이가 사뿐 뛰었 다고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