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님께.....
슈베르트 가곡 <음악에 부쳐>
An die
Musik 음악에 부쳐 |
클래식 오딧세이 중에서
바로 그 외형적인 단순함 때문에 나는 처음에 이 노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슈베르트 가곡 중에는 수준 높은 시적, 음악적 감성으로 충만한 곡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곡에 비해 <음악에 부쳐>는 그야말로 싱겁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화음만을 두드리는 그 피아노 반주의 단순함이라니. 슈베르트 가곡은 피아노와 노래의 2중주라고 할 만큼 피아노 파트가 음악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노래의 반주는 성악 파트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그저 반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음악성 없는 초보자들이 감히 한 번 불러 보겠다고 넘볼 정도로 그렇게 쉬운 노래. 이렇게 쉬운 노래가 그 단순함 속에 내면의 깊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67년에 있었던 피아니스트 제랄드 무어의 고별 연주회 실황음반을 듣고 나서였다.
제랄드 무어. 평생 가곡 반주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음반을 남긴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지금도 음악방송을 틀면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노래, 제랄드 무어의 피아노 연주로 들으시겠습니다”라는 멘트를 수도 없이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디스카우의 이름 뒤에는 늘 제랄드 무어라는 이름이 따라 붙는다. 은퇴한지 30년이 넘은 지금에도 여전히 가곡 반주의 제왕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사람. 그가 바로 제랄드 무어다.
이런 제랄드 무어가 지난 67년 은퇴를 했다. 그의 고별 연주회에는 평생의 파트너였던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를 비롯해서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가 참석했다. 그런데 이 연주회의 마지막에 제랄드 무어가 피아노로 바로 이 <음악에 부쳐>를 연주한 것이다. 그때 제랄드 무어의 육성과 함께 마지막 연주로 듣는 <음악에 부쳐>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내 가슴에 다가왔다. 그것은 음악과 예술에 대한 고결한 찬가였다. 평생을 음악과 더불어 살아온 자신의 음악인생을 마무리하는 자리에 이보다 더 적절한 고별곡이 또 있을까.
그대 아름다운 예술이여.
나는 그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대 아름다운 예술이여.
나는 그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 노래의 주제는 마지막의 이 가사에 함축되어 있다. 내용적으로도 그렇고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같은 가사를 두 번 반복해 부르도록
되어 있는데, 처음 것과 그 다음 것의 음악적 의미가 서로 다르다. 처음 멜로디가 예술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며 클라이막스에 이른 후,
이어지는 멜로디는 조용히 같은 가사로 그 시적 의미를 마무리짓는다. 노래가 끝난 다음에는 피아노 후주가 나와 노래에 여운을 남기고 있는데,
단순하지만 내면의 깊이를 가진 그런 여운이다.
제랄드 무어의 음반을 들으며 이렇게 평생을 음악 속에 살다 슈베르트의 <음악에
부쳐>로 자신의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삶은 또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세상에는 재능의 부족이나 사회적 편견, 혹은 그밖의
이유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진회숙의 클래식 오딧세이 중에서
음악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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