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밤이여, 나뉘어라>>> (1,4,3,3,1)

카지모도 2021. 2. 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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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밤이여, 나뉘어라>

-정미경 作-

 

***동우***

2018.09.19 04:42

 

작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 '정미경(1960~2017)'. <정미경의 남편은 매스컴에서 익숙한 화가 김병종이지요>

이 작품은 2006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함께 읽어요.

 

‘밤이여 나뉘어라’

이 소설의 제목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대계 독일 여성 시인 '넬리 작스(1891~1970)'의 詩集의 제목이랍니다. (넬리 작스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나치가 자신을 도청하고 감시한다는 피해망상 속에 고통스럽게 살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독일에 거주하며 작곡활동을 하였던 윤이상이 이 시에 곡을 붙여 '소프라노와 실내앙상블을 위한 시음악'을 작곡했다고 하지요.

나로서는 도저히 좋아지지가 않는 윤이상의 음악(한곡쯤 듣다가 말았을 뿐이지만)인데 이 곡 역시 불협화음조의 음악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 소설의 제목을 윤이상의 음악에서 따왔다고 하는군요. (들어볼 염도 나지 않는 윤이상의 음악보다, 넬리 작스의 시에서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

<Teile dich Nacht (밤이여 나뉘어라)>

-넬리 작스-

 

너의 빛나는 두 날개는

경악으로 떨고 있다.

나는 이제 떠나려 하고

네게 피비린내 나는 밤을

돌려주게 될것이기에

 

그때 소하르의 저자는 글을 쓰고

낱말의 피의 그물을 열어

보이지 않게 흐르며, 오직

갈망으로만 불 밝힐 수 있는

별들의 피를 흘려 넣었다

 

알파벳의 시체가 무덤에서 일어나고,

글자의 천사, 창조의 물방울이 담긴

태고의 수정,

그들이 노래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루비와 히야신스와 돌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때 돌들은 아직 부드럽고

꽃씨처럼 흩뿌려졌다.

 

그리고 검은 호랑이, 밤은

울부짖고; 상처인 낮은

불꽃으로 피 흘리며

몸부림쳤다.

 

빛은 벌써 침묵하는 입이었고

다만 가느다란 입김이 영혼의 신을 고백했다.

++++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

북구(北歐)의 백야(白夜)

뭉크의 그림.

그리고 '幻'과 '절규'.

 

두 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09.20 04:38

 

완벽한 존재 'P'

라이벌이라기 보다 '나'로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할 천재.

그를 매개로 투사된 '나'의 욕망.

 

밤과 낮.

빛과 어둠의 경계가 없는, 몽롱한 밝음만이 존재하는 북구(北歐).

오슬로에서 재회한 'P'

그러나 그는 알콜 중독자로 몰락한 속된 인간일 뿐.

접하게 되는건 일그러진 천재의 초상...

 

<하얀 밤이여, 나뉘어라. 슬픔도 아닌 것이, 회한도 아닌 것이, 물이 되어 내 눈에서 밀려나온다. 밤은 그제야 출렁이듯 왜곡되며, 둥글게 소용돌이친다. 밤의 하얀 폭이 세로로 쪼개지며, 그 틈으로 검붉게 질퍽이는 덩어리들이 뭉클뭉클 밀려 나온다. 나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손바닥으로 귀를 감싸며 혼자 중얼거린다. 나는 P를 만나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고.>

 

뭉크의 절규.

소리없는 절규.

 

'P'를 통하여 내 욕망의 실체를 목격하고, 붕괴되는 '나'의 내적 自我.

'나'의 방어기제가 중얼거립니다.

'나'는 'P'를 만나지 않은겁니다.

나는 P를 만나지 못한지 오래되었다,고.

 

<프린트와 다른 원화가 주는 놀라움과 충족감이 기대만큼은 대단하지 않다는 것,>

뭉크의 원화(原畵)와 복제화.

화집으로 보는 모나리자와 루불박물관에서 보는 다빈치의 원화.

그토록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걸까.

감상(鑑賞)이 감동이.

 

진품과 짝퉁.

만족이 자부심이...

 

존재의 이면(裏面)

존재의 진정성이란 무엇이란 말가.

존재의 정체성(正體性)은 어디에 있는거란 말가.

 

백야.

밝음만이 존재하는.

그건 밤인가, 낮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