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폴란드 침입. 나흘 동안]] (1,4,3,3,1)

카지모도 2021. 1. 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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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폴란드침입> <나흘동안>

 

 

<폴란드 진입>

-이삭 바벨 作-

 

***동우***

2018.10.18 04:29

 

'이삭 바벨 (Isaak Emmanuilovich Babel, 1894~1940)'의 '폴란드 진입'

이름에서 짐작하듯 러시아 작가 '이삭 바벨'은 유대인이지요.

볼세비키 군대에 자원입대하여 반혁명세력과 싸웠으나 나중 스탈린에게 처형 당하였다고 합니다.

 

++++

<나는 이미 잠들어 있던 자의 바로 옆 벽가에 드러누웠다.

무기력한 가난이 나의 침상을 덮쳐왔다.

침묵이 모든 것을 누르고 있었다. 창 밖에는 다만 푸른 손으로 자신의 둥글고 밝으며 근심 없는 얼굴을 감싼 달만이 부랑아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감각이 없는 다리를 몇 번 주무르다가 찢겨져 속이 드러난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속에 제6사단장의 모습이 내게 나타났다.

그는 살진 종마를 타고 여단장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리고 여단장의 두 눈 사이에 두 방의 총을 쏘았다. 총알은 여단장의 머리를 꿰뚫고 그의 두 눈은 모두 땅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왜 여단병력을 후퇴시켰는가?”

사단장 사비츠키는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에게 이렇게 다그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잠을 깨고 말았다.

임신한 여자가 손으로 나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리.”

하고 그녀가 불렀다.

“주무시면서 소리를 지르시기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치락거리시더군요. 다른 쪽에다 잠자리를 깔아드리겠습니다. 제 아버님을 이리저리 밀치고 계시니까요.”

그녀는 야윈 두 다리와 불룩한 배를 움켜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잠들어 있는 사람의 담요를 끌어냈다.

잠들어 누워 있던 사람은 이미 죽은 노인이었다.

목은 찢겨져 나갔고 얼굴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수염에는 퍼런 핏덩어리가 납덩이처럼 엉켜 있었다.

“나리”

유대인 여인이 깃털 침대를 흔들어 모양을 바로 잡으며 말을 계속했다.

“폴란드인들이 아버님 목을 저렇게 만들었답니다. 아버지는 그들에게 애원했지요. 죽는 모습을 딸이 보지 않도록 밖에서 죽여다오. 그러나 그들은 아버님의 애원을 묵살했습니다. 아버님은 바로 이 방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제 생각을 하시면서요. 그리고 이제 정말이지 알고 싶어요.”

여인은 갑자기 격한 목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제 아버님과 같은 또 다른 아버님을 이 세상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정말 알고 싶어요.”>

++++

 

러시아 군대의 폴란드 진입.

폴란드인에 의하여 목이 찢겨져 나가고 얼굴이 둘로 갈라진 유대 노인.

그런 시신을 담요로 덮어어 잠자듯 뉘인 딸.

그 옆에 마련된 잠자리에서 잠든 러시아 진입군.

사나운 꿈자리...

 

이 짧은 소설, 배경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폴란드... 니콜라스 1세...

니콜라스 1세에 의하여 진압된, 당시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 폴란드의 반란 쯤으로 짐작합니다만.

그런게 문제가 아니겠지요.

 

잔혹한 전쟁... 파리 목숨같은 사람의 목숨...

딸의 사랑과 父情...

 

참혹한 시체와 나란히 잠들게 되면 그 꿈자리가 과연 온전하겠습니까, 어디?

 

 

<나흘 동안>

-가르신 作-

 

***동우***

2018.12.22 07:14

 

정신병 발작으로 서른셋에 자살한 러시아 작가 '프세볼로트 미하일로비치 가르신 (Vsevolod Mikhailovich Garshin,1855~1888)'

 

'나흘 동안'은 1877년 의용군으로 전쟁에 참전하였던 작가의 체험소설입니다.

소설속 敵은 '터키'라기보다 '오스만제국'이라 함이 정확할테지요.

 

<사나이에게는 이미 얼굴이 없었다. 뼈에서 밀려 내린 것이다. 나도 몇 번이나 두개골을 손에 잡아 본 일이 있고, 머리의 표본을 여러 개 만든 일이 있지만, 이 무서운 해골의 웃음은, 영원한 웃음은, 여태까지 느끼지 못한, 기분이 나쁘고 추악한 것으로 느껴졌다. 반짝이는 단추가 달린 군복 차림의 이 해골은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이것이 전쟁이다.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전쟁의 그림이다.>

 

戰場.

죽음이란 가장 심플한 병사의 리얼리즘입니다.

사랑하는 고향 가족 친구들이란 아득한 추상이고 난해한 관념일 뿐이지요.

 

아, 전쟁.

역사의 필연입니까?

으흠, 과연 그러한 듯 합니다.

역사의 정돈이고 해결이고 발전이고 변화이고...

나 따위 감당할수 없는 테마입니다만 불가항력의 개별들에게 전쟁은 역사의 개떡입니다.

또한 필연 아닌 전쟁 또한 역사 속 무릇 幾何리까.

그 무수한 개죽음은....

 

좋은 주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