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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亂中日記 (28) -李舜臣-

카지모도 2021. 2. 19.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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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10월 (1594년 10월)

 

 

 

10월 초1일 [양력 11월 12일] <乙巳>

새벽에 출항하여 장문포에 이르렀다. 경상우수사와 잔라우수사가 장문포 앞바다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충청수사와 및 선봉의 여러 장수들과 함께 곧장 영등포로 들어가니, 흉악한 적들은 바닷가에 배를 대어 놓고 한 놈도 나와서 항전하지 않았다. 해질 무렵에 장문포 앞바다로 돌아와서, 사도의 2호선이 뭍에 배를 매려할 즈음에, 적의 작은 배가 곧장 들어와 불을 던지는데, 불은 일어나지 않고 꺼졌지만, 매우 분통하다. 우수사의 군관 및 경상우수사의 군관은 그들의 실수를 간단히 꾸짖었지만, 사도의 군관에게는 그 죄를 무겁게 시행했다. 밤 열시쯤에 칠천량으로 돌아와서 밤을 지냈다.

 

10월 초2일 [양력 11월 13일] <丙午>

맑다. 다만 선봉선 서른 척으로 하여금 장문포의 적정을 가서 보고 오게 했다.

 

10월 초3일 [양력 11월 14일] <丁未>

맑다. 몸소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 일찌감치 장문포로 가서 종일 싸우려는데, 적의 무리들은 두려워 항전하러 나오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 칠천량으로 돌아와서 밤을 지냈다.

 

10월 초4일 [양력 11월 15일] <戊申>

맑다. 곽재우·김덕령 등과 함께 약속하고서, 군사 수 백 명을 뽑아 뭍에 내려, 산을 오르게 하고, 선봉을 먼저 장문포 로 보내어 들락날락 하면서 싸움을 걸게 했다. 저녁나절에 중군을 거느리고 나아가 수륙이 서로 호응하니, 적의 무리들은 갈팡 질팡하며 기세를 잃고 동서로 바삐 달아났다. 육군은 적이 칼을 휘드르는 것을 보고는 곧 배로 내려왔다. 돌아와 칠천량에 진을 쳤다. 선전관 이계명이 표신과 선유교서를 가지고 왔다. 안에는 임금님이 하사하신 잘(초피: 담비의 털가죽)이 있었다.

 

10월 초5일 [양력 11월 16일] <己酉>

종일 바람이 세게 불었다. 장계초고를 초잡았다.

 

10월 초6일 [양력 11월 17일] <庚戌>

맑다. 일찍 선봉으로 하여금 장문포 적의 소굴로 보내었더니, 왜놈들이 패문을 써서 땅에 꽂았는데, 그 글은, "일본은 명나라와 화친을 의논할 것이니, 서로 싸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왜놈 한 명이 칠천도 산기스락에서 와서 투항하고자 하므로, 곤양군수가 잡아 배 에 싣고 왔다. 물어보니, 영등포 왜적이었다. 흉도로 진을 옮겼다.

 

10월 초7일 [양력 11월 18일] <辛亥>

맑다. 병사 선거이·곽재우·김덕령 등이 나갔다. 띠풀 백여든세동을 베었다.

 

10월 초8일 [양력 11월 19일] <壬子>

맑고 바람조차 없다. 아침에 출항하여 장문포 적의 소굴에 이르니, 적들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군대의 위세만 보인 뒤에 흉도로 되돌아왔다가 그 대로 출항하여 한산도에 일제히 이르니, 밤은 벌써 자정이 되 었다. 흉도에서 띠풀 이백예순 동을 베었다.

 

10월 초9일 [양력 11월 20일] <癸丑>

맑다. 아침에 정자로 내려오니 첨지 김경로·첨지 박종남·조방장 김응함·조방장 한명달·진주목사 배설·김해부사 백사림이 아울러 와서 아뢰고 돌아갔다. 김과 박은 종일 활을 쏘았다. 박자윤은 마룻방에서 자고 춘복이 함께 잤다. 김성숙은 배로 내려가 잤다. 남해현령·하동현감·사천현감·고성현령이 아뢰고 돌아갔다.

 

10월 10일 [양력 11월 21일] <甲寅>

맑다. 아침에 나가 장계초고를 수정했다. 박자윤과 곤양군수는 그대로 머물고 떠나지 않았으며, 흥양현감·보성군수·장흥부 사는 아뢰고 돌아갔다. 이 날 밤 두 가지 상서로운 꿈을 꾸었다. 울과 변존서·유□(유헌?) 및 정립 등이 본영으로 돌아갔다.

 

10월 11일 [양력 11월 22일] <乙卯>

맑다. 아침에 몸이 불편했다. 아침에 충청수사가 와서 봤다. 공문을 처리하였다. 일찍 잘 방으로 들어갔다.

 

10월 12일 [양력 11월 23일]<丙辰>

맑다. 아침에 장계초고를 수정하였다. 저녁나절에 우수사와 충청수사가 여기에 왔다. 경상수사 원균이 적을 토벌한 일을 스스로 직접 장계를 올리고자 했다. 그래서 공문을 만들어 와서 주었다. 비변사의 공문에 따르면, 원수가 쥐가죽으로 만든 남바위 (이엄: 귀가리개)를 전라좌도에 열다섯 개, 전라우도에 열 개, 경상도에 열 개, 충청도에 다섯 개를 나누어 보냈다.

 

10월13일 [양력11월24일] <丁巳>

맑다. 아침에 아전을 불러 장계초안을 지었다. 저녁나절에 충청수사를 내보냈다. 본도우수사가 충청수사를 와서 보고도 나를 보지 않고 돌아갔다. 술이 몹시 취한 까닭이었다. 종사관(정경달)이 벌써 사천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천 1호선을 내어 보냈다.

 

10월 14일 [양력 11월 25일] <戊午>

맑다. 새벽꿈에, 왜적들이 항복하여 육혈포 다섯 자루를 바치고, 환도도 바치며, 말을 전하는 자는 김서신이라고 하는 데, 왜놈들의 항복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10월 15일 [양력 11월 26일] <己未>

맑다. 박춘양이 장계를 가지고 나갔다.

 

10월 16일 [양력 11월 27일] <庚申>

맑다. 순무사 서성이 해질 무렵에 이곳에 왔다. 우수사·원균 수사와 함께 같은 이야기를 했다. 밤이 깊어서 헤어졌다.

 

10월 17일 [양력 11월 28일] <辛酉>

맑다. 아침에 사람을 어사가 있는 곳으로 보냈더니, 아침을 먹은 뒤에 당도한다고 했다. 저녁나절에 우수사가 왔다. 어사도 와서 조용히 이야기하는데, 경상수사 원균의 속이는 말을 많이 했다. 몹시도 해괴하다. 원균도 왔다. 그 흉악 하고도 패악한 꼴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아침에 종사관이 들어왔다.

 

10월 18일 [양력 11월 29일] <壬戌>

맑다. 아침에 바람이 세게 불다가 저녁나절에 그쳤다. 어사에게로 갔더니, 이미 원수사에게 갔다고 했다. 그곳에 갔더니 조금 있다가 술이 나왔다. 날이 저물어서 돌아왔다. 종사관이 교서에 숙배례를 행하고서, 서로 인사했다.

 

10월 19일 [양력 11월 30일] <癸亥>

바람이 고르지 못했다. 대청으로 나가 앉았다가 저녁나절에 돌아와 수루의 방으로 들어 갔다. 어사가 우수사한테 가서 종일 술마시며 이야기했다고 하였다. 아침에 종사관과 이야기했다. 저녁에 종 억지 등을 좨쳐서 왔다. 박언춘도 왔다.

 

10월 20일 [양력 12월 1일] <甲子>

아침에 흐렸다. 저녁나절에 순무어사가 나갔다. 작별한 뒤에 대청으로 올라 앉았있으니 우수사가 와서 아뢰고 돌아갔다. 공문 작성 때문에 나갔다고 생각된다. 밤 열시쯤에 비가 조금 내렸다.

 

10월 21일 [양력 12월 2일] <乙丑>

맑다가 조금 흐렸다. 종사관·우후·발포만호가 나갔다. 투항해 온 왜놈 세 명이 원균 수사에게서 왔기로 문초하였다. 영등포만호가 왔다가 밤이 깊어서야 돌아갔다. 그에게 어린 아이가 있다고 했다. 데려 오도록 일러 보냈다. 밤에 비가 조금 내렸다.

 

10월 22일 [양력 12월 3일] <丙寅>

흐렸다. 의능·이적이 나갔다. 초저녁에 영등포만호가 그 아이를 데리고 왔다. 심부름이나 시키고자 머물러 두었다.

 

10월 23일 [양력 12월 4일] <丁卯>

맑다. 그 아이가 아프다고 했다. 종 억의 죄와 애환·정말동의 죄를 다스렸다. 저녁에 그 아이를 본디 있던 곳으로 보냈다.

 

10월 24일 [양력 12월 5일] <戊辰>

맑다. 우우후를 불러서 활을 쏘았다. 금갑도만호도 왔다.

 

10월 25일 [양력 12월 6일] <己巳>

맑으며 하늬바람이 세게 일었다. 저녁나절에 그쳤다. 몸이 불편하여 방을 나가지 않았다. 남도 포만호(강응표)·거제현령이 왔다. 영등포만호(조계종)도 와서 한참 이야기하는 적에, 전 낙안군수 첨지 신호가 와서, 체찰사(윤두수)의 공문·목화·벙거지 및 정목 한 동을 가지고 왔다. 그와 같이 이야기하다가 밤이 되어서야 물러갔다. 순천부사 권준이 잡혀 갈 때에도 보러 왔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10월 26일 [양력 12월 7일] <庚午>

맑다. 빙부(방진)의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첨지 신호에게서 들으니, 김상용이 이랑이 되어 서울로 갈 때 에 남원부내에 들어가 자면서 체찰사를 보지 않고 갔다고 했다. 시절이 이러하니 참으로 해괴하다. 체찰사가 밤에 순변사의 숙소 로 갔다가 밤이 깊어서 돌아와 그의 숙소로 왔다고 했다. 체모가 이럴 수가 있는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종 한경이 본영으로 갔다. 오후 여섯 시께 비가 오더니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다.

 

10월 27일 [양력 12월 8일] <辛未>

아침에 비오다가 저녁나절에 개었다. 미조항첨사(성윤문)가 와서 교서에 숙배하고, 그대로 그와 함께 이야기하다가 날이 저물어 아뢰고 돌아갔다.

 

10월 28일 [양력 12월 9일] <壬申>

맑다. 대청에 앉아서 공무를 봤다. 금갑만호·이진만호가 와서 봤다. 식사를 한 뒤에 우우후·경상우후가 와서 목화를 받아 갔다. 저물 무렵에 잠자는 방에 들어갔다.

 

10월 29일 [양력 12월 10일] <癸酉>

맑다. 하늬바람이 몹시도 살을 에듯이 차겁다.

 

10월 30일 [양력 12월 11일] <甲戌>

맑다. 적을 수색하여 토벌하라고 군사를 들여 보내고 싶었으나, 경상도엔 전선이 없어서 다른 배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자정에 아들 회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