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5월 (1596년 5월)
5월 초1일 [양력 5월 27일] <丁卯>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경상수사가 와서 보고 돌아갔다. 한 번 목욕했다.
5월 2일 [양력 5월 28일] <戊辰>
맑다. 일찍 목욕하고 진으로 돌아왔다. 총통 두 자루를 부어 만들었다. 조방장 김완 및 조계종이 와서 봤다. 우수사가 김인복의 목을 베어 효시했다. 이 날은 공무를 보지 않았 다.
5월 3일 [양력 5월 29일] <己巳>
맑다. 가뭄이 너무 심하다. 근심되고 괴로운 맘을 어찌 다 말하랴! 공무를 보지 않았다. 경상우후가 와서 활 열다섯 순을 쏘았다. 저물어서 들어왔다. 총통 두 자루를 녹여 만들었다.
5월 4일 [양력 5월 30일] <庚午>
맑다. 이 날은 어머니 생신인데 헌수하는 술 한 잔도 올려 드리지 못하여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나가지 않았다. 오후에 우수사가 사무 보는 집에서 불이 나서 다 탔다. 이 날 저녁에 문충공이 부요에서 왔다. 조종의 편지를 가져 왔는데, 조정이 4월 초 하루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슬프고도 애달프다. 우후가 앞산마루에서 여귀(제사 못받은 귀신)에게 제사지냈다.
5월 5일 [양력 5월 31일] <辛未>
맑다. 이 날 새벽에 여귀에게 제사를 지냈다. 일찌기 아침밥을 먹고 나가 앉아 있고, 회령포만호가 교서에 숙배한 뒤에 여러 장수들이 와서 모였다. 그대로 들어가 앉아서 위로하고 술을 네 순 배를 돌렸다. 경상수사가 술이 거나하게 취했으므로 씨름을 시켰더니, 낙안군수 림계형(임계형)이 으뜸이다. 밤이 깊도록 이들로 하여금 즐겁게 마시고 뛰놀게 한 것은 내 스스로에게 즐겁고자 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고생한 장병들의 노고를 풀어 주고자 한 것이었다.
5월 6일 [양력 6월 1일] <壬申>
아침에 흐렸다가 저녁나절에 큰 비가 왔다. 농민의 소망을 흡족하게 채워주니 기쁘고 다행한 마음을 이루 말 할 수 없다. 비가 오기 전에 활 대여섯 순을 쏘았다. 비가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다. 땅거미질 무렵 총통 만들 때에 쓰는 숯을 쌓아두는 창고에 불이 일어나 홀랑 다 타버렸다. 이는 감독관 놈들이 삼가지 않은 탓이다. 새로 받아들인 숯에 묵은 불이 있는지 살피지 않아 이런 재난을 보게 된 것이다. 참으로 한탄스럽다. 울과 김대복이 같은 배로 나갔다. 비가 엄청 나게 쏟아져 잘 갔는지 못 갔는지 모르겠다. 밤새도록 앉아서 걱정했다.
5월 7일 [양력 6월 2일] <癸酉>
비가 내렸다. 저녁나절에 개었다. 이 날 걱정한 것은 울이 가다가 잘 도착했는지 아닌지였다. 앉아서 밤새도록 걱정하고 있을 적에 사람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에 열고서 물어보니, 이영남이 들어왔다. 불러 들여 조용히 지난 일을 이야기했다.
5월 8일 [양력 6얼 3일] <甲戌>
맑다. 아침에 이영남과 함께 이야기했다. 저녁나절에 나가 공무봤다. 경상수사가 와서 봤다. 활 열 순을 쏘았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두 번이나 구토했다. 이 날 영산 이중의 무덤을 파낸다는 말을 들었다. 저녁에 조카 완이 들어왔다. 김효성도 왔다. 비인현감(신경징)이 들어왔다.
5월 9일 [양력 6월 4일] <乙亥>
맑다. 몸이 몹시 불편하다. 이영남과 함께 서관(서관: 황해도와 평안도) 의 일을 이야기했다. 초저녁에 비가 뿌리더니 새벽까지 왔다. 부안 전선에서 불이 났으나, 심하게 타지 않았다니 다행이다.
5월 10일 [양력 6월 5일] <丙子>
맑다. 나라제삿날(태종의 제사)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몸도 불편하여 종일 끙끙 앓았다.
5월 11일 [양력 6월 6일] <丁丑>
맑다. 새벽에 앉아서 이정과 함께 이야기했다. 식사를 한 뒤에 나가 공무를 봤다. 비인현감 신경징에게 기일을 어긴 죄로 곤장 스무 대를 쳤다. 또 순천 격군과 감관 조명의 죄를 곤장쳤다. 몸이 불편하여 일찍 들어와 끙끙 앓았다. 거제현령 ·영등포만호는 이영남과 같이 잤다.
5월 12일 [양력 6월 7일] <戊寅>
맑다. 이영남이 돌아갔다. 몸이 불편하여 종일 신음했다. 김해 부사(백사림)의 긴급보고가 왔는데 "부산에서 왜놈에게 붙었던 김필동의 편지(고목)도 온 것에도 풍신수길이 비록 정사는 없다지만 부사가 그대로 있으니, 곧 화친하고 군사를 철수하려고 한다"고 했다.
5월 13일 [양력 6월 8일] <己卯>
맑다. 부산의 허낸만(허내은만)의 편지(고목)가 왔는데, 가등청정이란 놈이 벌써 초10일에 그의 군사를 거느리고 바다를 건너갔고, 각 진의 왜놈들도 장차 철수해 갈 것이요, 부산의 왜놈은 명나라 사신을 모시고 바다를 건너 가려고 아직 그대로 머물고 있다고 했다. 이 날 활 아홉 순을 쏘았다.
5월 14일 [양력 6월 9일] <庚辰>
맑다. 김해부사 김사림(백사림)의 긴급 보고 내용에도 허낸만(허내은만)의 편지(고목)와 같다. 그래서 순천부사에게 통보하여 그로 하여금 차례로 통보하게 했다. 활 열 순을 쏘았다. 결성현감 손안국이 나갔다.
5월 15일 [양력 6월 10일] <辛巳>
맑다. 새벽에 망궐례를 행했다. 우수사는 오지 않았다. 식사를 한 뒤에 나가서 앉아 있다가 들으니 한산도 뒷산 마루로 달려 올라가 다섯 섬과 대마도를 바라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 말을 타고 올라가서 이를 보니 과연 다섯 섬과 대마도가 보였다. 저녁나절에 작은 개울가로 돌아왔다. 조방장· 거제현령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날이 저물어서야 진으로 돌아왔다. 어두워서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서 잤다. 밤바다에 달은 밝고 바람 한 점 없다.
5월 16일 [양력 6월 11일] <壬午>
맑다. 아침에 송한련의 형제가 물고기를 잡아 왔다. 충청우후(원유남)· 홍주판관(박륜)· 비인현감(신경징)·파지도권관(송세응) 등이 왔다. 우수사(이억기)도 와서 보고 돌아갔다. 이날 밤 비가 많이 올 것 같더니 한밤에 비가 왔다. 이 날 밤 정화수를 마시고 싶었다.
5월 17일 [양력 6월 12일] <癸未>
종일 비가 내렸다. 농사에 아주 흡족하다. 점을 쳐보니, 풍년이 들것 같다. 저녁나절에 영등만호 조계종이 들어와 봤다. 혼자 읊조리며 수루에 기대어 있었다.
5월 18일 [양력 6월 13일] <甲申>
비가 잠깐 개긴 했으나, 바다의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체찰사의 공문이 들어왔다. 저녁나절에 경상수사가 와서 봤다. 나가 앉았다가 활을 쏘았다. 저녁에 탐후선이 들어와서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고 했다. 그러나 진지를 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하니 걱정되어 눈물이 난다. 봄철 누비옷을 가지고왔다.
5월 19일 [양력 6월 14일] <乙酉>
맑다. 방답첨사(장린)가 모친상(모상)을 입었다는 말을 듣고 우후를 가장으로 정하여 보냈다. 활을 열 순을 쏘았다. 땀이 온 몸을 적셨다.
5월 20일 [양력 6월 15일] <丙戌>
맑고 바람도 없다. 대청 앞에 기둥을 세웠다. 자녁나절에 나가니 웅천현감 김충민이 와서 봤다. 양식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벼 두 휘(스무 말)을 체지(영수증)로 써 주었다. 사도첨사가 돌아왔다.
5월 21일 [양력 6월 16일] <丁亥>
맑다. 나가 앉았다가 우후 등과 함께 활을 쏘았다.
5월 22일 [양력 6월 17일] <戊子>
맑다. 충청우후 원유남·좌우후 이몽구·홍주판관 박륜 등과 함께 활을 쏘았다. 홍우가 장계를 가지고 감사에게 갔다.
5월 23일 [양력 6월 18일] <己丑>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충청우후 등과 함께 활 열다섯 순을 쏘았다. 아침에 미조항첨사 장의현이 교서에 숙배한 뒤에 장흥으로 부임했다. 춘절이 본영으로 돌아갔다. 이 날 밤 열시쯤에 땀이 예사롭지 않게 흘렀다. 이 날 저녁 새 수루의 지붕을 다 잇지 못했다.
5월 24일 [양력 6월 19일] <庚寅>
아침에 찌푸린 걸 보니 비가 많이 올 것 같다. 나라제삿날(문종의 제사)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저녁에 나가 활 열 순을 쏘았다. 부산 허낸만(허내은만)의 편지(고목)가 들어왔다. 좌도의 각 진의 왜놈들이 몽땅 철수하고, 다만 부산에만 머물러 있다고 했다. 명나라 수석 사신이 갈려서 새로 정해진 사람이 온다는 기별이 22일 부사에게 왔다고 한다. 허낸만(허내은만)은 술쌀 열 말, 소금 열 말을 주고서 맘껏 정보를 잘 탐지하라고 했다. 어두워서 비가 오더니 밤새도록 퍼부었다. 박옥· 옥지·무재 등이 화살대 백쉰 개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5월 25일 [양력 6월 20일] <辛卯>
종일 비가 내렸다. 홀로 다락 위에 앉아 있으니, 온갖 생각이 다 일어난다. 우리나라 역사를 읽어 보니 개탄할 생각이 많이 난다. 무재 등에 게 흰 굽으로 활을 바룬 것이 천 개, 흰 굽 그대로 인 것 팔백일흔 개
5월 26일 [양력 6월 21일] <壬辰>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는다. 마파람이 세게 불었다. 저녁나절에 나가 있다가 충청우후 및 우후 등과 함께 활을 쏠 적에 경상수사도 와서 같이 활 열 순을 쏘았다. 이 날 어두울 무렵 날씨가 찌는 듯했다. 땀이 줄줄 흘렀다.
5월 27일 [양력 6월 22일] <癸巳>
가랑비 종일 그치지 않았다. 충청우후·좌우후가 이곳에 와서 종정도를 내기했다. 이 날 어두 울 무렵에도 찌는 듯하여 답답했다. 땀이 온 몸을 적셨다.
5월 28일 [양력 6월 23일] <甲午>
궂은비가 걷히지 않았다. 전라감사(홍세공)가 파면되어 갈렸다고 한 말을 들었다. 가등청정이 부산으로 도로 왔다고 한다. 모두 믿을 수 없다.
5월 29일 [양력 6월 24일] <乙未>
궂은비가 저녁 내 내렸다. 장모의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고성현령·거제현령이 와서 보고는 돌아갔다.
5월 30일 [양력 6월 25일] <丙申>
흐렸다. 곽언수가 들어왔다. 영의정(류성룡) 및 상장군·우참찬 판부사정탁·지사 윤자신· 조사척· 신식· 남이공의 편지가 왔다. 저녁나절에 우수사에게 가서 보고 종일 무척 즐기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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