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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부활 (7) -톨스토이-

카지모도 2021. 7. 9.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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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윽고 마트베이 니키티치가 도착했다. 그리고 목이 길고 깡마른 정리가 배심원실로 들어왔다. 그는 옆걸음질을 치는 습관처럼 아랫입술도 한쪽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정직하고 대학 교육까지 받은 사람이었으나 술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어느 직장에서도 오래 붙어 있지 못했다. 3달 전에 자기 처를 틈틈이 돌봐 주는 어느 백작 부인의 주선으로 지금의 자리를 얻게 되었는데 오늘날까지 무사히 근무해 온 것을 본이도 기뻐하고 있었다.

"자 여러분, 다 모이셨습니까?" 그는 코안경을 쓰고 안경 너머로 방 안을 둘러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들 모인 것 같소." 쾌활한 성격의 상인이 대답했다.

"그럼 확인해 봅시다." 정리가 말하고 나서 호주머니에서 종잇조각을 꺼내어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할 때마다 코안경을 올려다내렸다 하면서 얼굴을 확인했다.

"5등관 N. M.니키포로프 씨!"

"네." 모든 소송 사건에 조예가 깊은 풍채 좋은 신사가 대답했다.

"퇴역 육군 대령, 이반 세묘노비치 이바노프 씨!"

"여기 있소." 군복을 입은 홀쭉한 사람이 대답했다.

"제2급 상인, 표트르 바클라쇼프 씨!"

"여기 있습니다." 선량해 보이는 상인이 입에 웃음을 담뿍 담으며 "염려마시오!" 하고 대답했다.

"근위대 중위, 드미트리 네플류도프 공작!"

"네."하고 네플류도프는 대답했다.

정리는 코안경 너머로 특별히 공손하게 그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를 다른 사람들과 구별하려는 태도를 드러내어 보였다.

"육군 대위 유리 드미트리예비치 단첸코 씨! 상인, 그리고 예피모비치 클로쇼프 씨! 등등..."

두 사람을 빼놓고는 전원이 출석했다.

"자 여러분, 법정으로 가십시오" 정리는 상냥한 손짓으로 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모두들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 앞에서 서로 먼저 나가라고 사양하면서 복도로 나와 법정으로 향했다.

법정은 기다랗고 큼직한 방이었다. 한쪽 끝은 3단으로 된 높은 단으로 되어 있었다. 그 높은 단 한복판에는 검푸른 술이 달린 초록빛 상보로 덮인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뒤에는 떡갈나무로 조각한 아주 높은 등받이의 안락의자가 세 개 나란히 있었으며, 그 뒤 벽에는 금테를 두른 액자에 넣은 황제 폐하의 전신상이 걸려 있었다. 황제는 금빛 찬란한 훈장의 장군 복장에 현장을 어깨에 드리우고, 한쪽 발은 앞으로 내디디고, 한손을 패검 위에 얹고 있었다. 오른쪽 구석에는 가시 면류관을 쓴 그리스도 성상을 모신 상자틀이 걸려 있었으며 선서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오른쪽에는 검사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왼편의 검사석 맞은편 깊숙한 곳에 서기의 조그만 책상이 놓여 있었다. 방청석 가까이에는 도르래식으로 된 반들반들한 떡갈나무 칸막이가 있었으며, 그 뒤쪽에는 피고들의 빈 의자가 두 줄로 놓여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변호사의 테이블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떡갈나무 울타리로 칸막이를 한 법정 앞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뒤쪽으로는 방청객들을 위한 의자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것은 한 단씩 높아지면서 뒷벽에까지 꽉 차 있었다. 방청석의 앞쪽 의자에는 여공 아니면 하녀 차림을 한 여자 네 사람과, 직공 차림을 한 남자 두 사람이 앉아 있었으나 그들은 이 법정의 장엄한 장식에 분명히 위압되어 조심스럽게 소곤거리고 있었다.

배심원들이 들어온 뒤 곧 정리가 옆으로 쏠리는 듯한 걸음걸이로 중앙으로 걸어나와서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위압하려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개정!"

전원이 기립하자, 재판관들이 단상에 나타났다. 위풍당당한 체격에 훌륭한 구레나룻을 기른 재판장, 그 뒤를 따라 침울한 표정을 하고 금테 안경을 쓴 배심 판사-그는 조금 전보다 더욱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개정 직전 판사보 자리에 있는 처남을 만났는데, 아까 누이한테 들렀을 때 누이가 저녁을 준비할 수 없다고 말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매부, 오늘 밤에는 천상 선술집에라도 가야겠군요."하고 처남은 웃으면서 말했다.

"웃을 일이 아니야." 배심 판사는 대답했지만 그의 표정은 한층 더 우울해졌다.

맨 나중에 입장한 판사는, 매번 지각만 하는 마트베이 니키티치였다. 그는 기다란 턱수염을 하고, 눈꼬리가 아래로 처진 선량해 보이는 큼직한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위카타르로 고생하고 있어서 의사의 권유로 오늘 아침부터 새로운 치료법을 시작했는데, 이 새 치료법에 시간을 빼앗겨 오늘은 여느 때보다 더 오랫동안 집에서 꾸물거려야만 했다. 판사석에 들어 왔을 때 그는 무엇엔가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은 언제나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그것을 점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가 마음속으로 점치고 있는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판사실의 방문으로부터 법정의 자기 자리까지의 걸음 수가 셋으로 나누어진다면 이 새롱누 치료법으로 위카타르를 완치할 수 있지만 만약 나누어지지 않을 때는 병을 고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터였다. 걸음수는 26이 되었으나, 그는 일부러 잔걸음을 한 걸음 더 걸어서 꼭 27번째에 정확히 자기 자리에 당도하도록 했다.

깃에 금몰이 달린 법의를 입고 단상에 나타난 재판장이나 배심 판사드의 모습은 사람들을 위압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들 자신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세 사람 다 자기네들의 위엄에 어색한 듯이 공손히 눈을 아래로 내리깔면서 초록빛 책상보로 덮은 테이블 앞의 조각된 의자에 재빨리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독수리의 문장이 들어 있는 삼각형의 서진과, 식당에서 흔희 과자 따위를 담는 유리 접시와, 그밖에 잉크병, 펜, 백지, 새로 깎은 갖가지 길고 짧은 연필 등이 놓여 있었다. 재판관들과 함께 검사보도 입정했다. 그는 역시 옆에 가방을 끼고 여전히 팔을 내흔들면서 창가에 있는 자기 자리로 바삐 가더니, 1분이라도 아껴 준비를 해두려는 것처럼 곧 사건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이 검사보가 법정에서 논고를 하기는 이번이 겨우 네 번째이다. 그는 매우 허영심이 강했으므로 무슨 일이 있든지 출세를 해야 한다고 굳게 결심하고 있었으며, 또 자기가 관계하는 사건은 무슨일이 있든지 유죄로 판결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독살 사건의 내막은 그도 대강 알고 있었으며 논고 내용도 이미 만들어 놓았지만 그래도 좀더 자료를 보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급히 사건 서류에서 발췌하고 있었다.

서기는 단상 반대편에 자리잡고 낭독할 필요가 있을 만한 서류를 모두 준비한 다음, 어제 입수하여 읽은 판매 금지된 논문을 다시 한 번 읽고 있었다. 그는 이 논문에 대해서 항상 견해를 달리하고 있는 긴 턱수염의 판사와 한바탕 논쟁을 벌이고 싶었기 때문에, 그전에 우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두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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