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고교 1년
동아고 교지 “靑泉” 7호에 게재
<<태양의 제물들>>
-이상헌-
“이 새끼야! 왜 때리는거야! 애비애미도 없는 알부랑패 놈아!”
다시 터져 나오는 주인집 딸 순희의 악다구니가 철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이 년이? 애비 애미도 없는 알부랑패라구? 어디 한번 죽어 봐라. 이 년!”
철은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이제는 끝인 것이다. 식당 뽀이 노릇도 오늘로서 작별인 것이다.
죽도록 얻어 맞은 순희는 눈이 퉁퉁 부어 올라서 연신 고함만 처대고 있었다.
“부모 없는 고아새끼! 나가서 거럭질이나 할 것이지. 남의 집 고용사는 주제에 나를 때려? 이 놈아! 이 놈!”
이 때 뒷문이 썩 열리면서 대머리 주인의 우락부락한 얼굴이 나타났다.
철은 자기가 어떻게 맞았는 줄도 몰랐다. 머리,어깨, 팔다리에 무딘 감각만을 느끼면서 소리 칠 뿐이었다.
“대머리 영감쟁아! 내가 부모없는 고아라고 이렇게 때리기냐! 개새끼야!”
식당 문을 나온 철의 눈 앞에는 화려한 거리의 네온이 펼처있고 귓가에는 첫 겨울의 찬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가슴 속에는 터져나오려는 분노가 격하게 맴돌고 있었다.
정신없이 걸었다.
(부랑패? 깡패? 부모없는 놈이 할 짓이라고 너희가 그랬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서 갖은 모욕을 받느니 차라리 멋지게 주먹을 휘둘러서 돈을 벌어 보자. 결국 고아에게 주어진 권한이란 그런거야!)
바람이 싸늘하게 귓전을 울렸다.
.... 부랑패!... 고아!....
그것이 마치 순이년의 악다구니같이 철의 마음을 모질게 울렸다.
철은 비참한 미소를 지으며 악을 썼다.
“그래! 난 고아다! 어차피 부랑패다!”
그 날 밤에는 어느 상가의 처마밑 신세를 저야 했다. 추웠다. 그리고 아침이 되니 배가 고팠다.
철은 비실비실 일어났다.
(돈을 벌어야지. 네 놈들을 주먹으로 쓰러뜨려 발 밑에 내려다 봐야지.)
아무 골목이나 접어 들었다.
여기서 자기보다 약한 손님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오른 손은 주먹, 왼 손은 손바닥을 내밀면 되는 것이다.
6.25 때 하였던 구걸 방식과는 다르다. 그 때는 두손이 모두 손바닥이었지만 이제는 거절할때에는 오른 손의 주먹이 올라가는 것 뿐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지만 어쩌면 고아에게 주어진 본능인지도 모른다.
골목 어귀에 제 또래의 한 학생 녀석이 책가방을 끼고 걸어 오고 있었다.
“야!”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녀석이 겁을 먹은 눈으로 흘낏 바라본다.
“임마! 이리 와.” 녀석이 흠칠흠칠 걸어 왔다.
“돈 좀.... 알아서 해!”깡패가 하는 식으로 뒤의 말에 힘을 실었다.
“없는... 대요.” 겁을 먹은 목소리였다.
“좋게 말할 때...”
바로 이 때였다. 어떤 굵직한 손이 철의 어깨를 잡아 끌었다.
“누구야?”하고 돌아 보면서 덩치가 큰 청년이라고 느끼는 순간 주먹이 올라 왔다.
계속해서 구둣발이 철의 턱을 차 올렸다.
“조그만 새끼가 남의 구역안에 들어와서 설쳐? 이 새끼 맛 좀 봐라!”
다시 왼쪽 발이 철의 가슴을 향해 올라 왔다. 철은 정신없이 그 발을 두 손으로 움켜 잡았다.
“잘 못했어요! 고만 때려요!” 애원스런 표정으로 청년을 올려다 보았다.
그 순간 청년이 외쳤다.
“앗! 철이 아니냐?”
철도 마주 소리쳤다.
“형! 정말 형이지?”
“철아!”
“형!” 두 소년은 서로 얼싸안고 뒹굴었다. 8년 동안이나 헤어져 있던 형제가 극적인 순간에 다시 만난 것이다. 두 형제는 피난길에 폭탄에 맞아 부모가 죽고 저희들이 헤어졌던 6.25의 어느 시절을 상기하면서 서로 얼굴을 비비고 울었다.
준철과 그의 형 준민은 어깨를 끼고 골목 밖으로 나갔다. 벅 찬 감격을 씹으면서..
준철의 형 준민은 유명한 깡패였다. 뒷 골목에서는 한가락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철은 이러한 형과의 생활이 흡족했다.
철과 만난 뒤로 민은 새 활력을 찾은 것 같이 유쾌한 깡패가 되었다.
그들은 좁은 하숙방에서 필 줄도 모르는 담배를 빨며 뒹굴고, 인간으로 대해 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주먹으로 풀었다.
날이 갈수록 송사리 깡패 철이도 활기를 띄었다. 그리고 어느 새 어엿한 중간 왕초가 된 것이다.
오늘 벌면 오늘 쓴다는 인생관으로 마냥 그날 그날의 스릴을 즐기면서 한 시절의 젊음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민의 주먹은 먹기 위해 쓰여 졌는지 모르지만 철의 경우는 좀 달랐다.
(사회는 우리같은 고아를 허용하지 않는다. 온갖 멸시와 학대로서 폭력배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억지로 폭력배가 되어야 했다. 뒷골목의 조그만 터전에서.
나는 우리를 이해하여 주는 사회를 원한다. 왜 고아가 되었는지를... 그들의 최대 성의라는 것은 그저 동정을 보내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그런 따위는 이미 거지생활 때 다 받아 버렸다. 그들과 우리의 차이라는 것은 전쟁 때 포탄을 잘 피했다는 것 밖에 더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런 사회에 반항한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칸을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폭력으로 나타날 뿐이다.)
이것이 서글픈 뒷골목의 인간 철의 외침이었다.
..인간으로 대해 다오! 정당한 인간에 끼어 들어갈 기회를 다오!..
하숙집 노파는 늙으막에 젊은 아들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어느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현식이었다.
현식이란 놈은 철의 성질을 자주 자극했다. 불쌍한 인간들..이란 중얼거림과 조소 띈 눈초리가 바로 그 원인이었다.
철은 그럴 때마다 차마 주인 노파의 아들인 현식을 때리지 못하고 그 대신 어디론가 뛰처 나가 그 대가로 누구건 딴 사람을 패고 그 주머니의 돈이 철의 주머니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동생의 이러한 행동들을 눈여겨 본 민은 어느 날 현식을 불러놓고 말했다.
“현식아. 그러지 말아다오. 어떻게 생각하면 너보다 어쩌면 우리가 더 떳떳한 생활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잖아? 스스로 벌어서 살고 있으니까 말야.”
“결국 강도질말이지?”
민은 주먹이 꿈틀함을 억제하면서
“그래? 그것은 남의 돈이다. 그러면 너는 그 강도질한 돈으로 먹고 사는 기생충밖에 더 되느냐말야. 만일 네 엄마가 죽는다면 어찌 될 것 같으냐. 하늘처럼 믿고 있는 네 엄마가 간다면 말야. 취직? 어림업지. 그 때 넌 고아니까. 반드시 우리를 이해 할 날이 올 것이다. 철을 대하는 네 행동을 다르게 해 다오. 너 때문에 몇 사람이 철이의 손에 터지는거야.”
차라리 왕초의 자존심을 버린 호소였다. 현식은 민의 주먹에 눌려 머리만 벅벅 긁고 있으나 그의 눈은 한심한 놈하듯이 민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이런 눈초리를 의식하면서도 민은 꾹 참았다.
“언젠가는 네 그 눈을 영원히 닫히게 만들어 주마. 언젠가는.” 마음에도 없는 깡패의 습관적인 말투였다.
다음 해에 들면서부터 거리가 소란해 지기 시작했다
<이박사니, 독재니, 자유당이 어떻니..>하는 데모가 자주 거리를 휩쓸었다.
현식이란 놈도 가끔 데모대에 끼어 갔다 와서는 민과 철에게 잘 난 듯이 떠들어 대고는 했다.
“도탄에 빠진 국민을 위하여 우리는 일어난 거야!”
4월 19일, 이 날도 민과 철은 좁은 4조 다다미방에 누워 잡지책을 뒤적이거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총소리와 함께 데모대의 고함소리가 요란하였으나 그들에겐 도시 흥미가 없었다.
다만 정부 요인들의 집을 습격하면 돈을 벌수 있다는 뒷골목패들의 소문에 귀가 솔깃할 뿐이었다.
이 때 밖에서 문을 박차고 피에 젖은 얼굴이 들어왔다.
현식이었다.
“어디 다친데는 없니?” 노파가 울상이 되어서 수선을 떨면서 아들의 몸을 만져댄다.
그러나 닦고 씻고 한 현식은 상처 하나없이 의젓한 얼굴이 되어 민과 철의 방에 들어 왔다. 용감한 모험담을 늘어 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식은 자기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누워있는 두 인간에게 짙은 모욕을 느꼈다.
(나는 데모를 하고 왔어. 적어도 이런 놈들 정도면 알아 줘야 할 인물이 아닌가? 그런데 이것들이...) 두 형제 녀석을 탁 차주고 싶은 것을 참으며 현식이 소리쳤다.
“부패 정권을 쓰러 뜨리려고 온 국민이 궐기한 이 때 너희들은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할테냐?”
이 때 철이 벌떡 일어났다.
“정권이 바뀌면 너의 태도도 바꿀수 있겠니?”
말하는 철의 얼굴에 심한 경련이 번져갔다.
“너희가 얌전히 있는 이상.” 현식의 대답이었다.
“뭐라구?” 철의 눈이 번쩍 빛을 내며 주먹이 돌연 현식을 향해 날라갔다.
단 주먹에 현식은 나가 떨어졌다. 임술 끝에 선지 피가 타고 흘렀다.
“비겁한 것들! 총이 무서워서!” 현식이 피섞인 침을 내뱉으면서 중얼거렸다. 그 침이 마구 철에게 뿌려저 묘하게 철의 콧등을 때렸다.
그것은 마치 6.25때 구걸할 때의 모욕과 같은 느낌이었다.
철의 주먹이 사정없이 현식을 강타했다.
“약한 행인에게나 활개를 치고, 정작 나서야 할 때는 꽁무니를 빼는 비겁한 놈! 차라리 불쌍한 놈들!”
그 얘기를 들은 철의 발이 분노에 선뜻 움직이자 현식의 고개는 저 쪽으로 휙 넘어가 버렸다.
현식의 말에 젊은 깡패의 기백이 땅에 떨어져 버렸던 것이다.
(약한 행인에게? 비겁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 형을 바라보던 철이 무섭게 소리쳤다.
“형! 나가자! 우리도 할 수 있는거야!”
철이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갔다.
민은 따라 나가면서 철을 불렀으나 이미 수많은 군중의 대열에 흡수 된 뒤였다.
민은 힘없이 돌아 와 방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성 난 데모대는 전진했다.
철은 의미도 알 수 없는 구호를 그들과 같이 외치면서 밀림처럼 함께 밀려갔다.
그러는 동안 철은 대열에 낀 자신에게서 이상한 환희를 분명히 느꼈다.
이 순간에 철이 그렇게도 원하던 그런 사람들과 한 목소리로 한 목적으로 달려간다는 떳떳한 인간을 느낀 것이다.
그것은 자기도 모르는 대열이었다. 무엇을 위하여 소리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기뻤다.
가슴은 몇 년 동안의 깡패생활에서 해방감으로 뿌듯하게 웃고 있었다.
대열은 어느 새 경찰의 바리게이트를 향하여 돌진하고 있었다.
총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철의 시야에 바리게이트 사이사이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무장 경관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그들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맑은 생명들을 죽이는 무서운 불이!
철의 앞에서 달려가던 학생이 꼬꾸라졌다. 왼쪽 가슴에 그칠줄 모르는 피를 뿜으면서.
“어머니..” 쓰러지면서 나온 마지막 말이었다.
젊은 소년의 최후에 그리는 품 속이 어머니 밖에 또 어디 있을까?
철은 놀랐다. 사람이 이렇게 쉽게 죽을수 있는가 하고 철은 놀랐다.
이 순간이었다.
자기 정면의 경관 총구가 분명히 자기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살고싶었다. 철의 머리속을 비호같이 스쳐가는 생각들... 어머니.. 형... 형! 그렇다! 살고 싶었다! 형이 있지 않은가? 살고싶었다!
생에의 안타까운 애착!
발을 뒤로 뻗어 보았다. 그러나 뒤에서는 무수한 군중들이 철을 밀고 있었다.
또다시 시커먼 총구가 철의 눈을 사로잡았다.
“쏘지마! ” 하고 소리치는 순간 총구는 불을 토했다.
철은 순간적으로 가슴에 뜨끔한 통증을 느끼고는 곧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경관은 실수를 한 것이다.
경관이 쏘아야 할 인물은 이런 무사상의 부랑배가 아니지 않는가?
첫 봄의 파란 하늘아래에서 한 불쌍한 봉우리가 피지도 못한채 저가고 있는 것이다.
무수한 발길이 그의 몸을 밟고 넘어갔다.
철은 허공에 손을 쥐어 뜯으며 소리쳤다.
“형! 나는 안죽어! 철이는 안 죽는거야!”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최후의 언어였다. 온전치 못했던 짧은 생에 대한 아쉬움의 안타까운 몸부림인지도 몰랐다.
제2공화국이 세워졌다.
무수한 젊음의 넋으로 제2의 나라가 세워 진 것이다.
준민은 며칠동안 철의 걱정으로 인해서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동안 철을 찾아 미친 듯이 거리를 방황하였지만 어디에서도 철의 그림자도 발견할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오늘 사상자의 명단이 발표된다는 소식을 듣고서 마음을 졸이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족,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철이 죽는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민은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신문을 사 들었다.
끝까지 훑어 보았다. 철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러나 세상의 일은 언제나 그의 바람과는 어긋나는 것이었다.
있었다!. 눈 감은 사진이. 철의 사진이!
“철아! 철아! 내 동생이. 철이가 죽다니!”
민은 거의 반은 미처버렸다.
미친 듯이, 아니 바로 미처서 철을 부르면서 거리를 헤매었다.
(내 동생을 죽인 놈이 누구냐?)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허망한 호소였다. 지금 눈 앞에 펼처있는 모든 세상이 철을 죽인 것이다. 현명하고 성실한 온전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문득 <현식이?>하고 생각이 미치자 곧 불타는 가슴에 낙인해 버렸다.
(약속대로 네 그 눈을 영원히 닫히게 만들어 주마.)
언젠가의 헛된 언어가 지금 이렇게 실행되려고 한다는사실에 민자신도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방문을 밀었으나 노파와 현식은 한창 잠이 깊게 들어 잇었다.
민은 재빠르게 식의 몸위에 덮쳤다. 그리곤 현식의 목을 더듬었다.
(이건 언젠가의 약속이다. 너는 내 동생을 죽였고 살인자는 죽어야 하니까.)
눌렀다. 온 힘을 다해 손아귀에 힘을 주면서 저도 같이 현식의 몸을 덮쳤다.
가냘픈 비명과 몸부림만이 현식이 할수 있는 최대의 언어였다.
그 기척에 놀라 얕은 잠의 노파가 깨어났다.
“엇? 이 게? 이 놈이!”
노파가 울며 불며 끌고 때리고 하여도 민의 몸뚱이는 바위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노파가 돌연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밖으로 뛰어 나갔다.
이윽고 철이 죽을 때와 같이, 불쌍한 인간이 죽을 때와 같이 이 어머니가 있는 인간의 몸도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어머니...”하면서.
민은 현식의 몸이 완전히 싸늘해 짐을 느끼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는 모든 일이 끝인 것이다. 모든 것이 끝 난 것이다.
몸을 움직여 몇발자욱 걷기도 전에 민의 손목에는 묵직한 것이 채워졌다. 수갑이었다.
등 뒤에서 노파가 아들의 시체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었다.
“현식아! 현식아! 내 아들아!”
너무도 엄연한 모성애...
민의 눈가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철의 죽음으로 자신도 생을 포기해 버렸듯이 불쌍한 늙은 현식의 어머니도 그런 것이 아닌가?
(나에겐 동생이 있었고 현식이란 놈에겐 어머니가 있었구나. 범죄란 하나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하나에 잇달은 많은 비극을 낳게 되는 것이다. 나는 결국 두 사람을 죽였구나.)
밖에는 이미 자신을 위한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아득히 먼 옛날에 (저런 차를 타고 한번 으시대 봤으면...)하고 생각했던 그런 하얀 차였다.
민을 태운 백차는 싸이렌을 울리면 새벽의 거리를 질주했다.
새벽거리의 행인들이 무슨 일인가하여 쳐다보지만 이내 외면하고 있었다.
(범죄자... 불쌍한 놈, 한심한 놈.)하는 표정을 지으며.
민은 수갑에 채인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너희들의 그런 비웃음 때문에 철이 죽었고 현식이 죽었고 그리고 내가 영원히 인간에서 제적 당하는거야. 그런 인간들의 생태가 있는 이상, 밝게 사는 너희들의 비웃음이 있는 이상 범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동쪽 저 편 삘딩 너머로 해가 떠 오르고 있었다. 문명의 도시와 인간들 그리고 범죄자를 붉게 물들이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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