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덜미 "불이나 써 바. 캉캄헣게. 불 쓰고 말히여. 일어나 앉어서."정작 속에서 터져 나오려는 말을 어금니로 눌러 옥문 채로, 목소리를 차악 낮추어 옹구네는 말했다. 마디마다 똑똑 끊어 가며 찰지게 다잡는 음성이다. 그것은 지금 옹구네의 머리꼭지까지 분이 받쳤다는 표시다. 부아통이 터지거나 누구하고 싸울 일이 생길 때, 다른 사람 같으면 우선 앞 뒤 없이 흥분하여 있는 대로 악을 쓰기 쉽고, 그러다 자칫 상대방의 머리 끄뎅이나 멱살을 쥐어틀며 뒤엉키게 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그네는 결코 그러는 법이 없었다. 성질이 화덕 같아 열이 많은 옹구네가 씨근씨근 분을 못 이겨 낯바닥이 벌겋게 달아오르면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왠지 주춤해지는데, 드디어 익어 터지게 화가 치밀면 그네의 얼굴에는 붉은 쇠에 놀디..